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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브라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0-01 11:07  | 조회 : 1110 

[앵커멘트]

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의 핫키워드.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중국이 건국 7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오늘, 홍콩에서는 애도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하는데요 관련 내용 좀 전해주시죠.

 

어제부터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며 국력 과시에 나선 중국에서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오늘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과 시민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이 예정돼 있는데요

 

하지만 홍콩에서는 지난 70년 간 국가에 의해 탄압받고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기리는 대규모 '애도 시위'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은 국가의 경사(國慶)는 없고, 국가의 죽음(國殤)만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홍콩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했고,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공공집회·행진 상소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충돌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또 홍콩 13개 대학 총학생회 주도로 오늘부터 '파공(罷工, 파업), 파과(罷課, 동맹휴학), 파매(罷買, 불매운동)’3파 운동이 전개될 예정인데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0여개 중학교 학생들도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그런데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애도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뭔가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을 향해 제대로 반중국 깃발을 높이 들겠다는 홍콩 시민들의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19896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들과 중국에서 인권 운동을 하다가 투옥돼 사망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등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국가에 의해 탄압받고 희생됐으므로 이를 애도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애도'의 의미에서 홍콩 시민들이 국경절에 검은 옷을 입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애드머럴티, 완차이를 비롯한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자는 운동을 온라인에서 전개하고 있는데요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는 국경은 없다, 국상만 있다는 주제로 행진을 하고, 침사추이 지역에서는 검은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행사를 벌이는 등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격화될수록 경찰의 강경 진압도 덩달아 강도가 세지는 것 같은데 기자를 향해서도 빈백건을 발사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요?

 

지난 주말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상당히 격렬하게 벌어진 가운데 무려 48명이 부상당하고 100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체포됐는데요

 

이때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수아라 홍콩 뉴스' 신문의 인도네시아인 기자 베비 메가 인다가 경찰이 쏜 고무탄 또는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른쪽 눈과 이마가 크게 부풀어 오른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인도네시아 영사관도 사건 조사에 나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건 발생 후 홍콩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경찰은 왜 기자들을 향해 발사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기자들은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과 최루 스프레이를 맞는 등 시위 취재 과정에서 경찰의 잇따른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홍콩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대부분 노란 헬멧과 'PRESS'라고 커다랗게 쓰인 노란 조끼를 입고 있어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다분히 경찰이 고의적으로 공격했다고 의심을 살 만한 상황입니다.

 

 

4. 오늘 홍콩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격렬할 것 같아서 우려가 되는데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제를 바꿔보죠. 브라질에서 민영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죠?

 

이전 정부인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되던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예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요

 

현지시각으로 28일 뉴욕을 방문 중인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이 블룸버그통신 포럼에 참석해 우리 자산을 사겠다고 하면 화웨이라도 좋다.”며 국제적으로 민영화 세일즈에 나선 겁니다.

 

아라우주 장관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350~400개의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기지 않을 때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미국 기업의 지분 인수 등 투자를 적극적으로 촉구하면서 중국 화웨이를 포함해 어느 기업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5. 브라질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올해 11일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불필요한 공공지출을 줄이고자 연방정부 산하 공기업의 70%를 민영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었는데요

 

지난 821일 브라질 정부는 국영우편회사 코헤이우스(Correios)를 비롯해 자산 총액이 170억 헤알(5조 원)로 추산되는 연방정부 소유 공기업 9개의 민영화를 발표했습니다.

 

브라질 연방정부 소유 공기업은 1988258개에 달했다가 2002106개로 줄었고 2003~2016년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좌파 정권을 거치며 154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말에는 134개로 감소한 상탠데요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의 단계적 확장을 통해 2022년 말에는 12개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공기업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올해 안에 최소한 20개 국립공원에 대한 민영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요

 

지난 6월 말에는 2021년 말이나 늦어도 2022년 초까지 국영 공항운영회사인 인프라에루(Infraero)가 관리하는 44개 공항을 민영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말 그대로 팔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팔아치울 모양샙니다.

 

 

6. 그런데 브라질 정부가 이렇게 민영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브라질이 겪고 있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연금과 조세 등의 개혁과 함께 공기업 민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데요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은 민영화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최대 4500억 헤알(1412415억 원)에 달하는 재정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중남미 전문 매체인 아메리카스쿼털리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소유한 기업은 현재 134개이고 연방··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공기업이 418개에 달하는데요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브라질은 잘못된 곳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며 과도한 공공지출을 비판하면서 가능하다면 모든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게지스 장관은 지난 7일 현지 언론 발로르 에코노미코에 공기업들을 매각하면 일자리 수백만 개가 생긴다면서 팔 수 있는 모든 걸 팔겠다고 말함으로써 다시 한번 폭넓은 민영화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7. 그런데 연방정부 차원에서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건 아니라면서요?

 

그렇습니다. 행정수도 브라질리아 포함해 브라질 전국 27개 주 가운데 최소한 17개 주 정부가 자체 민영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7개 주 정부가 공무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치안·보건·교육 등 기초적인 공공서비스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재정위기를 선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정 위기가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상황에서 국영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차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주 정부들은 공기업 매각 외에 고속도로 운영을 민간에 넘기고 도로·철도·전력 등 인프라 건설 사업에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브라질의 경제 중심지인 상파울루 주와 남부·남동부 지역에서 민영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상파울루 주 정부는 23개 국내선 공항과 하천 관리를 민간에 넘기고 물과 폐기물 관리공사 매각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 이처럼 보우소나루 정부가 과감하게 추진하고 민영화에 대해 브라질 내부 반응은 어떤가요?

 

민영화 계획에 대해 정치권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데다 노동계의 저항도 크고 국민 여론 역시 정부에 썩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인데요

 

게다가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의회 승인 없이 연방정부 소유 공기업을 매각할 수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연방정부 소유 공기업 민영화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합니다.

 

지난 10일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가 실시한 조사에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의견은 찬성 25%, 반대 67%, 무응답 8%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는 몇 달 전 여론조사 때보다 찬성 의견이 줄고 반대 의견이 늘어난 결과로, 민영화와 관련한 국민적 저항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최대 관심사인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국영우편회사 코헤이우스, 공공은행 민영화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또 민영화 대상에 자산관리공사, 연방데이터관리국, 사회보장정보 관리회사, 도시철도공사, 전화국 등도 포함돼 국민 데이터 관리나 로켓 개발 같은 기초과학 연구를 민간에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 브라질 국민들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 부분을 좀 정확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요

 

무조건적으로 민영화를 반대한다기보다는 민영화를 통한 재정 확충이 과연 정부가 약속한 것처럼 개혁과 효율화, 성장의 계기로 활용되고 공공의 복지나 보건, 치안 등을 위해 올바르게 쓰일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이 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미 1990년대 우파 정부가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했던 적이 있고 이때 무분별한 시장개방으로 외국 자본에 나라가 흔들리는 상황을 경험한 브라질 국민들은 결국 좌파 정부를 선택했는데요

 

다시 말해 민영화와 함께 풀린 규제를 통해 국가 경제의 근간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일부 소수 기득권층과 외국 기업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국민들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진 선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현재 브라질 정부는 중남미 지역에서 전력 부문 최대 기업으로 평가되는 국영전력회사 엘레트로브라스(Eletrobras)의 민영화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데요

 

정부 보유 지분을 현재의 60%에서 50% 미만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정부가 엘레트로브라스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민간에 넘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엘레트로브라스가 민영화되면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이 하락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민영화 이후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대규모 정전 사태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등 결국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지분 매각을 통해 당장 120억 헤알(37600억 원)의 재정을 확충하겠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에게 앞으로 발생할 모든 부작용을 감수하라는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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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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