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9월 28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조국은 '과잉취재' VS 나머지는 '과소보도'"
<김양원 PD>
1) 미디어 비평 시간입니다. 오늘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오늘은 어떤 내용 이야기 나눠볼까요?
<조수진 교수>
네, 먼저 최근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서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언론보도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번쯤 하셨을 거 같습니다.
일단 상당히 오랜 기간 조국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보도로부터 청문회, 그 이후 검찰 수사까지 엄청난 양의 보도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다른 이슈의 보도량이 굉장히 적습니다. 오늘 이런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김양원 PD>
3) 조국 장관 관련 보도가 모든 뉴스를 거의 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에요.
<조수진>
네, 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 최근 한 달 동안의 보도량을 검색해보니 3만건이 넘었는데요. 그런데, 보도량을 떠나서 과도한 취재 경쟁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보였습니다.
<김양원>
지난 시간에 저희가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과도 그 얘기를 나눴는데요. 자고나면 ‘단독’이라 할 정도로 각 언론사 별로 ‘단독’기사를 많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수진>
눈에 띄어야 하고, 특종을 해야 할 거 같고, 그러다 보니 무리하고 과도한 취재 경쟁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나친 특종심리, 언론사간 경쟁이 결합되다보면 오보, 허위보도, 중요하지 않은 사안을 단독이라고 하면서 눈길을 끌고 더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보도 행태들이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김양원 PD>
4) 특종, 단독의 욕심으로 과다하게 취재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게 오보나 허위보도로 가면서 더 문제가 심각하게 된다는 거고요.
<조수진 교수>
네, 그러다보니 취재를 당하는 기관들은 업무가 마비된다며 과다한 취재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이번 조국 장관 관련 보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9일 노컷뉴스 보도인데요, 16일 국내에서 최초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취재진이 현장으로 몰려들었고 경쟁도 치열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또 다른 지역에도 취재진이 몰렸는데, 여기가 비좁은 곳이었는데 취재진이 몰려들다보니 주차공간도 부족하고 발생농가 주변 공터가 취재차량으로 가득 찼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취재경쟁이 벌어졌고, 방역요원과 실랑이가 벌이지기도 했고, 그러다 외부인 출입 통제선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또 일부 언론사는 비행금지구역에 드론을 띄워 촬영한 사진을 보도해 또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김양원 PD>
5)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그야말로 방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염병 취재를 가서 이런 건 너무 심한데요.
<조수진 교수>
네, 너무 특종, 속보경쟁에만 집중하다보니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던 거죠,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6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기억하실텐데요. 당시에도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말 엄청난 수의 취재진이 몰려들었습니다. 그 때는 매체도 많지 않았었는데, 각종, 방송, 신문, 잡지며...그렇게 매체가 많았나 싶을 정도였는데요, 사실 백화점 한 동이 붕괴되고 그 옆도 붕괴될 위험이 있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붕괴된 곳을 취재진이 무조건 들어가는 겁니다. (당시 취재현장에 있었음) 붕괴된 첫날 과도한 속보, 취재 경쟁으로 이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었구요. 그 다음날 위험상황이 인지돼 프레스 출입증을 허락받은 일부 언론사만이 접근해 취재할 수 있도록 한 일도 있었습니다. 세월은 많이 흘렀는데...달라진 게 없죠...
<김양원 PD>
6) 취재현장에도 안전불감증이 있었군요. 이렇게 사회적인 사건이나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그랬던 거 같습니다.
<조수진 교수>
이런 과잉취재가 문제가 되는 지점이 또, 청소년들에 대해 언론이 취재하는 경우인데요, 세월호 참사 때, 강릉 팬션 사고 때 실의에 빠진 생존 학생들, 주변 친구들을 대상으로 언론이 과도한 취재경쟁을 벌여 문제가 됐었어요. 사실 현행법에 청소년에 대한 언론 취재 시 준수해야할 윤리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7월 ‘청소년 언론 취재 보호 강화법’이 발의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규정이나 보도준칙을 세워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추상적이고, 선언문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일선 기자들은 말했습니다. 이 점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김양원 PD>
7) 네, 이렇게 과잉취재가 있는 반면에 이런 빅 이슈가 터지면 묻혀버리는 뉴스도 나오죠?
<조수진 교수>
맞습니다. 조국 장관 관련 보도가 한 달 동안 3만 건이 넘는 보도량을 보였는데요, 반면 최근 시민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초반에는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구요, 그나마 보도가 조금씩 되기 시작하고 있는데 빅카인즈 검색에 25건밖에는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간접적인 내용을 제외하면 사실 20여건도 안되는 양입니다.
보도 사진에 있어서도 언론사 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현재 광화문 조국장관 파면집회 VS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로 나뉘어 벌이지고 있는데요, 한 신문에서 현장사진을 게재하면서 한쪽은 주장하는 내용이 들어가고 한쪽은 없고...
<김양원 PD>
8) 아마도 그런 차이는 언론사 편집자가 가지는 지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고요. 제 생각엔 가치 지향의 문제도 있다고 봐요. 얼마 전 김용균 사건 특조위 조사결과, 같은 경우에도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공론화시킨 큰 사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조국 관련 기사에 묻혀서 그냥 지나가 버렸어요.
<조수진 교수>
네, 이번에 태풍보도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보도만 보여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링링의 경우는 수도권이 경로에 들어갔기 때문에 특보로 다뤄졌는데요, 태풍 ‘타파’의 경우는 제주·남부·동해안이 주요 피해 지역이 되면서 지상파 방송들이 단신으로만 처리해 재난보도 마저도 서울중심이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양원 PD>
9)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경쟁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들과 직접 관련된 내용임에도 그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과소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네요.
<조수진 교수>
네, 한 언론학자는 ‘과다 경쟁으로 시작된 오프라인 ‘황색 저널리즘’(엘로우 저널리즘) 시대가 이제 온라인 황색 저널리즘시대로 귀환한 것 아니냐... 그런데 온라인의 선정주의가 오프라인 언론으로 또 다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언론윤리, 언론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빨리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확인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사실보도원칙에 충실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에 웃지 못할 일이 있었죠...장관 집을 압수수색하는 데 검찰이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취재 경쟁으로 엄청나게 몰려들었어도 막상 짜장면인지 한식인지 간단한 기본취재 조차도 부실한 거죠. 다시 한 번 사실보도, 정확보도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김양원 PD>
10) 네. 저희 아침 시사프로그램을 듣는 한 청취자 분께서도 실제 저희 방송프로그램에 문자를 보내셨어요. 압수수색 때 검사들이 먹은 게 자장면입니까, 한식입니까.... 참, 웃지못할 상황인데요.
언론이 늘 강조하는 게 ‘시민의 알권리’죠. 정작 시민들이 무엇을 알고싶어 하는지 제대로 짚고 취재보도했으면 합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조수진 교수> 감사합니다.
<김양원>
오늘은 언론의 과다취재 경쟁으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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