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시간 : [월~금] 09:10~10:00
  • 진행,PD: 전진영 / 작가: 강정연

인터뷰 전문

“한 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6개월째 이어지는 정치혼란 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25 12:31  | 조회 : 889 
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7월 25일 목요일
□ 출연자 :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지난 3월 전국적인 정전사태로 큰 피해를 겪었던 베네수엘라에서 또 다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 올해에만 들어 벌써 네 차례의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이제는 베네수엘라에서 정전이 일상이다, 라고 표현할 정도인데요.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에도 미국의 '전자기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야권과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이어진 정부 부패와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면서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비롯해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국 분석해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이하 임수진): 안녕하십니까.

◇ 전진영: 올해 들어서만 베네수엘라에서 벌써 네 번째 정전이 발생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 임수진: 네, 이번 정전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22일 월요일 오후 4시 40분경에 발생했습니다. 자정 무렵부터는 전력공급이 부분적으로 재개됐습니다만 아직도 교통 시스템 작동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원활하지 않고요. 시민들의 출퇴근 불편이 큰 상황입니다. 또 학교와 일부 기업은 아직 휴업 상태에 있고요. 통신도 마비돼서 완전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전진영: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정전이 있었잖아요. 그때와 비교했을 때보다도 그러면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한 건가요?

◆ 임수진: 지난 3월에는 일주일 정도 정전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에 그때하고 비교하면 정전된 시간과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국 규모의 정전이었고요. 지난 3월 정전 피해가 아직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또 크고 작은 정전이 일어났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현재는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 전진영: 지난번 정전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이런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민들의 불편은 더 클 것 같은데요. 이럴 때 가장 답답한 부분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정부가 어떤 명확한 원인이 이런 것이다, 라고 밝힌 게 없는 상태죠?

◆ 임수진: 네, 맞습니다. 정전 원인에 대해서 여러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전력부 장관을 경질하기도 했었는데 전기 기술 전문가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원인을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데 주장 자체도 말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지금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전자파 공격 때문에 계속해서 이렇게 정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야권이나 베네수엘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전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던데요. 

◆ 임수진: 네, 그렇습니다. 마두로 정부는 정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야권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야권과 전문가들은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07년에 전기회사를 국영화 하는 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측근들을 임원으로 앉혔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이들이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무능하고 부정부패를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전력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와 유지보수가 빈약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 전진영: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 3월 정전 때도 그렇고 이번 정전 때도 그렇고요. 계속해서 지금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임수진: 네, 대규모 정전사태는 사회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요. 생활불편은 물론이고 약탈도 실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정전사태가 계속 반복되면 국민들이 마두로 정부에 대해서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면 이게 인도적 개입이든 아니면 군사적 개입이든 간에,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한 미국 개입의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전진영: 미국이 이에 대해서 입장 내놓은 게 있습니까?

◆ 임수진: 지금 미국은요. 3월 정전 사태 때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서 미국 책임이 아니라고 밝힌 바가 있고요. 이번 정전사태 직후에도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 전진영: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런 식으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거군요, 미국은.

◆ 임수진: 네, 그렇습니다. 

◇ 전진영: 앞서 교수님께서도 잠깐 이야기해주셨습니다만, 사실 정전 사태가 이렇게 계속 일어나다 보면 가장 크게 고통을 받는 건 아무래도 무고한 시민들일 겁니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입는 피해는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임수진: 말씀드린 것처럼 학교 휴교령이라든가 직장 휴업, 출퇴근 어려움과 같은 일상의 불편함도 크고요. 병원에 또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자 치료는 물론이고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나 투석 환자,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들이 사망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가장 큰 문제는 지난 3월 정전 이후부터 시작된 식수 공급 부족입니다. 정전 복구가 아직 완전히 되지도 않은 데다가 3월 정전 이후로 계속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기 때문에 지금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식수를 배급하는 곳도 상당합니다.

◇ 전진영: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잠깐 정전이 몇 분 발생해도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의 정전이 발생하면 지금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지금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국민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임수진: 네, 그렇습니다. 정치적으로 지금 혼란 상황이고요. 또 식량난에 식수난까지 겹치면서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유엔난민기구에서 추정하기로는 약 4만 명 이상이 이미 베네수엘라를 떠났다고 보고 있고요. 현재 하루에 5000명 정도 해서 지금 인근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 브라질, 중남미 전역으로 해서 지금은 미국으로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유입된 상황입니다.

◇ 전진영: 그런 다른 나라들로 간다고 해서 사실 국민들이 방안이 뾰족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 어떤가요?

◆ 임수진: 예, 지금 현재 각종 인플레이션을 비롯해서 물가가 너무 지금 높고요. 베네수엘라에서 식량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지금 현지에 있는 국민들은 물물교환을 통해서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일자리, 인간답게 살기 위한 그런 목적으로 해서 주변 국가로 떠나고 있습니다.

◇ 전진영: 지금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죠?

◆ 임수진: 네. 반정부 시위는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요. 어제는 국회의장이자 임시 대통령인 과이도가 수도 카라카스의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거리 국회를 열었습니다. 정전 사태에 대해서 정부의 책임을 물었고요. 또 조기대선을 시행하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 전진영: 베네수엘라의 정국에서 사실 미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존 볼턴 미국 보좌관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 관련된 트윗은 없고 자신의 트위터에 베네수엘라에 관련된 트윗을 몇 개 올려서 한국에서도 기사화가 됐는데.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 그리고 과이도를 합법적 지도자로서 미국이 지지한 자랑스럽다’라는 식으로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그리고 지금 과이도에 대한 지지 이런 것들을 나타냈는데, 볼턴 보좌관의 입장은 어떤 건가요?

◆ 임수진: 볼턴 보좌관은 베네수엘라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베네수엘라 파병을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군사개입을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군사개입보다는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지난 2월의 경우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해서 존 볼턴 보좌관이 방한을 취소했던 적 있잖아요. 그래서 그만큼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국 외교에 있어서 우선순위에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 전진영: 그런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 임수진: 네, 석유 때문이다, 라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서, 또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아직 거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아직 찾긴 어렵고요. 역사적으로 1999년에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취임을 하면서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라고 해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들어섭니다. 그리고 차베스 대통령 스스로가 사회주의자면서 미국 제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지금 현재 마두로 대통령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죠. 그래서 또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미국의 눈엣가시인 쿠바에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면서 사회주의 정권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또 베네수엘라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 또 군사적 지원이 계속 늘었기 때문에요. 지금 현재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쿠바에 대한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을 중단시키고 중남미에서 사회주의 확산을 막고, 또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석유보다는 미주 지역의 패권경쟁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전진영: 미주 쪽의 패권경쟁이다. 넓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른바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지금 현재는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는데, 과이도 국회의장이 본인이 스스로 대통령임을 자처하면서 나서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러면 이 두 사람에 대한 실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지지도는 어떤가요?

◆ 임수진: 네, 지난 15일에 발표된 베네수엘라 일간지 여론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마두로에 대한 지지율은 현재 12%이고요. 과이도에 대한 지지율은 60%가 조금 넘습니다. 대규모 정전사태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계속 쌓여가면서 과이도의 반정부 운동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전진영: 국민들은 그렇고, 그럼 주변국들은 어떻습니까?

◆ 임수진: 과이도를 지지하는 국가가 처음에는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였는데요. 현재까지는 약 50개 국가 정도 됩니다. 좀 주춤한 상황이라서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마두로에 대한 지지라고는 할 수 없는데 과이도를, 현재 상황이 법적으로는 과이도를 인정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서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지보다는 다른 방향, 압력이라든지 중재라든지 이런 방향으로 지금 나아가고 있습니다.

◇ 전진영: 상식적으로 사실 생각해봐도 다른 나라의 대통령을 다른 나라 입장에서 우리는 어느 대통령을 지지한다, 아니면 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사실 말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

◆ 임수진: 네, 지난 대선이 지금, 야권이랄지 국제 사회에서 마두로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다. 왜냐면 야권인사들이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부정선거였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더욱더 마두로에 대한 퇴진 요구를 거세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전진영: 어찌 됐건 지금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어떻게 보면 다소 어이없는 현실이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건데. 앞으로 이 상황은 어떻게 해결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 임수진: 네, 지난 4월 30일에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군사봉기를 시도했고요. 미국 특히 존 볼턴이 지지했습니다. 실제 가담한 군인이 거의 없어서 실패했고요. 오히려 군과 사법부가 마두로 정권에 충성을 맹세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군사 쿠데타도 하나의 중요한 시나리오였는데 앞으로 군사 쿠데타에 의한 마두로 축출은 어렵게 됐고요. 그리고 베네수엘라 군사개입을 주장하는 존 볼턴의 백악관 내 입지도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앞으로는 군사개입보다는 경제제재 같은 소극적 개입만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도 계속되고 있고, 국제사회 압박도 있지만 또 2년 전부터는 교황님이 중재 노력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말씀드렸듯 과이도 정부를 지지하는 국가도 50여개국에 그치고 있어서 현재는 해결보다는 한 나라 두 정부의 대결구도가 장기화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 전진영: 장기화되면 될수록 사실 고통을 받는 건 시민들일 텐데, 최근에 노르웨이가 중재 역할에 나선 적도 있습니다만 또 다른 제3국이 중재자 역할을 한다든가, 아니면 어떤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든가. 이런 해결책은 저희가 어디에서 그러면 찾을 수 있을까요?

◆ 임수진: 지금 카리브해 바베이도스라는 국가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했고요. 5월 달에 이어서 노르웨이가 여전히 중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마두로 대통령이 야권의 조기대선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타협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보여지기는 하는데요. 그래도 또 하나의 문제는 과이도 임시 대통령의 국회의장 임기가 내년 1월이면 만료됩니다. 그래서 현재 야당은 정당연합이기 때문에요. 내년 1월이 되면 야당 연합 내에 다른 정당의 대표가 국회의장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과이도라는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을 잃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마두로 정부가 대화에 임하기는 하겠지만 내년 1월까지 합의 없이 대화에 임하면서 시간끌기를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주변국들의 대화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겠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타협을 통한 긍정적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전진영: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수진: 고맙습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임수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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