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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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네버앤딩 스토리 한보사태, 새삼 뒷목잡게 하는 풀스토리 총정리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6-24 16:17  | 조회 : 2413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박상인 서울대 교수


[생생경제] 네버앤딩 스토리 한보사태, 새삼 뒷목잡게 하는 풀스토리 총정리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21년 만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정태수 회장은 1년 전 사망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한보사태가 터졌을 때가 어릴 때라 사실 정확하게 잘 모르는데요. <국가부도의 날> 영화를 보면서 한보가 IMF의 아주 큰 원인처럼 나온 걸 보고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오늘 저같이 한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 아니면 아련하게 기억나는 분들을 위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생생경제 식구시죠. 서울대 박상인 교수 전화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상인 서울대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한보사태 터졌을 때 교수님은 뭐하고 계셨어요?

◆ 박상인> 저는 그때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 김혜민> 그때 그래도 외신을 통해 IMF, 또 그 원인이 한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 박상인> 네, 당연히 그렇고요. 한국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 따라가고 있었던 상황이었고요. 한보사태가 97년 1월 초에 터졌죠. 한보철강이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부도 처리되면서 한보그룹이 당시 재계 14위 정도 됐습니다. 한보그룹에 해체가 된 거죠. 곧 이어서 기아 그룹, 당시 기아 그룹이 재계 8위 정도로 기억을 하는데요. 기아 그룹에 무너지고, 그리고 연속적으로 중견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까지 무너지면서 이른바 IMF 외환위기의 전조, 또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 김혜민> 이번에 제가 영화를 보고 한보그룹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은마아파트도 한보그룹이 지었고요. 구룡마을도 한보 것이었다면서요? 한보그룹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세요.

◆ 박상인> 한보그룹을 만든 정태수 회장이라는 분이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무공무원 출신이세요. 그리고 50대 초반에 퇴직을 해서 기업을 시작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을 하신 거죠. 그런데 회사 설립하고 한보주택이라는 것을 만들고, 이 한보주택이 은마아파트를 건설합니다. 은마아파트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돈을 벌게 되고요. 그러고 나서 80년에 한보철강을 세우면서 이른바 재벌 반열에 들어가게 되죠.

◇ 김혜민> 쉰둘. 이렇게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 소위 이렇게 대박이 나려면 두 가지 아니겠어요? 첫 번째는 정말 실력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뒷배가 있거나, 어떤 것이었습니까?

◆ 박상인> 나중에 보니까 사실은 후자였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한보의 성장과 한보의 몰락, 그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도피, 이런 것들이 우리 한국 재벌의 정경유착 문제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세무공무원 하시면서 온갖 정경유착이라든지, 비리에 대한 부분들을 알고 습득하신 것 같아요. 거의 뇌물에 의존해서, 정경유착을 통해서, 새로운 사업권을 따오고, 그러면서 무리한 확장을 했던 거죠. 한보그룹이 해체될 당시에 부실대출 규모가 그 당시 돈으로 5조 원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이었고요. 수사를 시작하고 난 다음에 은행장, 이런 분들이 거의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로 번졌죠. 당시 김영삼 대통령 차남, 김현철 씨까지 구속되는 사건이 됐고요. 건국 이래 최대 금융 비리사건이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 김혜민> 저는 영화를 통해서 쉽게 경제적인 여러 문제들을 이해하게 되니까 팩트가 아닌 것을 팩트라고 알고 있을 수도 있어요. <국가 부도의 날> 영화를 보면 정말 대출해줄 때 은행지점장이 그 대가로 몇 억씩 갖고, 검사도 안 하고 사인해서 그냥 대출해주고, 이런 일이 정말 있었습니까?

◆ 박상인> 한보 때 사건을 보면, 그게 은행장이 독단적으로 했을 수도 있고요. 정치권이라든지, 권력기관과 유착관계에서 크다고 볼 수도 있고요. 한보사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수사를 통해서 그 당시에 장관들이라든지, 유력 정치인, 은행장, 이런 분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그게 일부 영화에 반영됐습니다.<국가 부도의 날> 며칠 전에 제 와이프가 보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일부분에서는 사실 안 맞는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IMF를 정부가 신청했을 때 이른바 음모론 같이 그리는데요. 그것은 아닌 것 같고요. 우리가 외환위기가 올 때까지 재벌의 경제 집중과 정경유착에 의한 문제 같은 것을 제대로 못 봤다는 문제죠. 외환위기가 오는 것을 충분히 예측도 못하고, 준비가 안 됐다는 문제가 있고요. 외환이 부족해서 IMF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음모론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 다시 경제를 재건할 때 그 당시에 또 정경유착 문제나 경제적 집중이 심화되는 문제, 이런 것은 영화에서 잘 보여줬다고 생각이 돼요.

◇ 김혜민> 지금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보사태가 IMF의 방아쇠를 당기는 사건이 됐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청문회가 열렸는데, 구치소에서 첫 청문회가 열렸었다면서요?

◆ 박상인> 그 당시에 중계도 하고 그랬고요. 정태수 회장이 아주 노회하신 분이라서, 요즘 보면 재벌 총수들이 감옥 가면 휠체어 타고 재판에 나오지 않습니까? 휠체어 타고 나타난 첫 번째 재벌 총수였다고 생각되고요. 또 사진들이나 그 당시 기록들을 보면 굉장히 초췌한 얼굴로, 그 당시도 고령이셨거든요. 몸이 너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는데. 지금 차남 주장에 의하면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확인은 물론 해봐야겠습니다만, 95세까지 아주 장수를 하신 것으로 봐서 대단한 연기력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혜민> 그 당시에 본인을 주인이라고 하고, 임직원을 머슴이라고 표현을 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이 발언이 오르내렸다고 하는데, 정말입니까?

◆ 박상인> 정말 유명한 발언이죠. 청문회 당시에 회사 임원이 이야기하는 부분과 본인 이야기가 맞지 않다고 추궁하니까 그러니까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아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죠. 이게 우리 재벌들이 보여주는 노사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이죠. 정주영 회장도 그런 일화가 있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전문경영인으로서 아주 그때 평판이 높았을 때가 있죠. 한 번 기자가 인터뷰에서 물어봤어요.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인이 몇 명쯤 됩니까? 그랬더니 이명박 군은 아마 거기 거의 꼴찌 플러스 1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고, 그렇다는. 정말 안하무인에다가 어떻게 보면 전근대적인 사고를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들이죠.

◇ 김혜민> 오늘 생생경제에서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20년도 더 된 일이 대한민국 내에서 아직까지 통용이 된다는 것. 그리고 돌아가셨다는 주장이 맞다면, 결국은 못 잡은 거잖아요? 체포를 못 한 거예요. 그러면 정부나 수사기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저는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 박상인> 네, 당연히 그런 의심이 가고요. 첫 번째는 어이가 없는 것이 이 정도의 큰 금융사건을 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2002년에 특별 사면을 받아요. 2002년이 김대중 정부 끝나는 마지막 해입니다. 그때 특별 사면을 해줍니다. 그러고 나서 또 다시 영동대 이사장으로 일을 하다가 72억 횡령 혐의로 2심 재판을 받는 도중에 2007년입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요. 그때 병 때문에 일본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해서 출국을 허용해줘요. 그러고 나서 사라져버린 겁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아들이 잡혀서 들어온 거죠. 그 와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국 시민권도 받았다고 하고, 캐나다 영주권을 받았다는데, 이것을 받는다는 것은 시민권이나 영주권 신청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한미 공조를 통해서, 외교부를 통해서, 범죄 사실에 대한 문의가 와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가명으로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 이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죠. 그동안 못 잡은 것이냐, 안 잡은 것이냐. 그리고 또 하필이면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고 나서 아들이 국내에 잡힌 형태로 들어온 거죠. 이게 상당한 의혹이 가죠. 그렇지 않아도 한보사태 자체가 엄청난 정경유착, 비리를 가지고 있었던 사건이기 때문에 그런 의심의 선상에서 보면 상당히 의혹이 있고, 검찰이 앞으로 여기에 대해서 명쾌한 대답을 못 내놓는다면 거대한 음모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그런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혜민> 한보사태가 국세 체납액이 2225억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저는 한보문제의 핵심은 결국, 21년 전의 일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정경유착. 이 문제인 것 같아요. 우리 박 교수님께서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 박상인> 글쎄요. 어떤 분들은 재벌 개혁을 기업 때리기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재벌 개혁은 기업 살리기를 하자는 거죠. 우리가 재벌 총수 일가를 기업과 혼동해서 기업 총수 일가가 일탈 행위,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 하는 것들을 막게 하자는 개혁을 마치 기업 때리기다, 기업가 정신을 죽인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번 한보사태를 보더라도 전혀 그것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고요. 기본적으로 재벌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총부일가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일치되도록 체계를 만들어주는 그런 작업이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정경유착을 통한 과도한 사회적 영향력, 이해가 안 가는 이런 재판 특별 사면이라든지, 형 집행 중지 이후에 잠적하고, 그러고 10년이 훨씬 지나서 나타나고,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유사한 일들이 안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우리 작년에 대한항공 갑질 문제라든지요. 아시아나에서의 문제도 있었고, 요즘 재판 벌어지고 있는 삼성 관련된 ‘삼바’ 사건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 형태와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정경유착, 경제력 집중의 문제, 그러면서 시장 경제의 근본적인 원칙과 법의 지배가 무너지는 이게 바로 재벌의 문제고,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런 국민적인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 김혜민> 형태는 변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씀해주셨고요. 저도 삼바 사태 계속 다뤘는데, 조금 희망적인 것은 바뀐 것 같아요. 우리 국민들이 총수와 대기업을 분리해가는 그런 사고의 변화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21년 후에는 정말 이런 한보사태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교수님과 가져봅니다. 교수님, 우리는 7월 첫 주에 만나야죠?

◆ 박상인> 네.

◇ 김혜민> 7월 첫 주에 ‘신박세상’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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