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같이의 가치] ‘BF’는 베스트 프랜드 아니었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5-09 13:59  | 조회 : 976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

[같이의 가치]‘BF’는 베스트 프랜드 아니었어?

가정의 달인 5월하면, 찬란한 행복만 가득할 것 같지만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우울감을 느끼는 달이 바로 5월이라는데요.
때 아닌 우울감이 찾아온다거나, 극단적인 감정을 느낀다면, 꼭 주변의 누군가와 같이 하세요.
또 주변에 혼자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과 같이 해주세요.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테니까요.
<같이의 가치>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 한국 장애인 재단 이사장이자,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신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성규 이사장(이하 이성규) : 안녕하세요.
 
조현지 : 5월은 가정의 달~ 이라는 말도 있듯이 가족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존재에 감사를 표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은 달이죠.
이번 주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성규 : 가정의 달을 기념하며 며칠 전에 가족들과 영화 한편을 보고 왔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함께해서 더 시너지가 나는 특별한 <같이의 가치>, 영화 속 장애인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는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조현지 : 저는 봤던 영화중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이 엠 샘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성규 : You make me wanna be better man~ 이 유명한 대사죠? 말씀하신 영화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주변의 비장애인 조력자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거나 성장하는 내용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죠. 보통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라고 하면, 이런 스토리가 연상되기 쉽죠.

조현지 :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이성규 : 처음 말하신 두 영화와는 조금 다를 수 있죠. 말아톤의 흥행으로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장애인식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의 모습도 사실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을 담은 편견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조현지 : 편견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 속의 어떤 점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성규 : 장애인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이겨내고, 특별한 능력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한계 극복의 히어로 아이콘으로 보는 것 등을 편견이라고 지적 할 수 있죠. 즉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장애인 개인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초월해야만 박수 받고 인정받는 모습이 장애인 당사자의 시선이 아닌 비장애인의 차별적인 시선이라는 거죠. 장애인의 장애를 한 개인이 가진 특성으로 보는 것이 아닌 정상과 비정상, 부족한 것과 완벽한 것과 같은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겁니다. 다행인 것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최근에는 영화 속에서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혹시 느낀 적 있으세요?

조현지 : 음 많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성규 : 두 가지 영화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로 ‘언터쳐블 1%의 우정’이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2012년에 개봉했었는데요. 이 영화에선 상위 1%의 백만장자 필립과 무일푼의 백수인 드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함께 살게 되며 우정을 쌓아가는 내용인데요. 이 영화에서 필립과 드리스는 서로 굉장히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으로 나타납니다. 굉장한 부를 가진 자와 정말 가난한 자, 6대의 세계적인 명품 차를 가진 자와 6명의 어린 동생들을 부양해야 하는 자, 귀족 출신의 집안에서 자라 고등 교육을 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와 친척에게 입양되어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걱정하고 지역 갱단에 소속되어 전과가 있는 자, 중년과 청년, 백인과 흑인, 신분, 인종, 나이 모두 다르죠. 그런데 여기서 장애를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요?

조현지 : 글쎄요... 두 사람의 환경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왠지 질문하시는 게, 필립 아닐까요?

이성규 : 필립은 굉장히 부유하고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드리스는 집안의 부채로 누군가에게 쫓기며 당장에 쓸 수 있는 돈이 하나도 없는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장애인은 필립이라고 합니다. 척수 손상으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목 아래로는 움직이기 어려워요. 필립은 자신의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에는 제약이 있지만 많은  비장애인을 고용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드리스는 필립의 간병인이라는 명목으로 고용되어 함께 지내게 되지만 필립을 마냥 보살펴주어야 하는 존재가 아닌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면서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경험하며 편견 없이 진심으로 동등한 욕구를 가진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고 있죠. 이 영화는 장애 당사자와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모습을 적당한 위트와 감동을 통해 풀어내고 있어요.

조현지 : 신체의 부자유와 사회의 부자유를 가진 이들이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똑같은 욕구를 가진 동등한 인격체로 서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 저도 시간 내서 꼭 한번 봐야겠어요.

이성규 : 그런데 최근에 국내에서도 한걸음 더 진전된 관점으로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는 영화가 개봉되었어요.

조현지 : 어떤 영화죠?

이성규 : 두 번째로 소개할 ‘나의 특별한 형제’라는 영화입니다.

조현지 : 이 영화 홍보하는 걸 본 것 같기도 해요. 혹시 최근에 관람하고 오셨다는 영화가 이 영화일까요?

이성규 : 네 맞습니다. 우선 이 영화에 등장하는 형제는 사실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장애인 시설에서 만나 피를 나눈 형제보다 각별한 의형제 사이입니다. 머리 좋은 형, 몸 잘 쓰는 동생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조현지 : 머리 좋은 형, 몸 잘 쓰는 동생이라...어? 그럼 이 영화에서 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성규 : 두 형제 모두 장애인으로 등장하는데요. 머리 좋은 형은 지체장애인이고, 몸 잘 쓰는 동생은 지적장애인입니다. 두 형제가 각자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며 알뜰살뜰 살아가는 내용입니다.

조현지 : 이 영화는 어떤 부분에서 기존 장애인 영화가 접근했던 관점과 차별되는 건가요?

이성규 : 이 영화에 나오는 형은 욕도 잘 하고, 짜증도 스스럼없이 냅니다. 또 비장애인을 상대로 봉사시간을 판매하는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장애를 이용하기도 하는데요. “봉사경력이 필요한 사람들하고 기브앤드테이크 좀 하는 게 그렇게 잘못입니까”라는 대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조현지 : 형제가 마치 장애인 사기단 같기도 하고 기존의 영화에서 등장한 주인공들의 성격과는 사뭇 다른데요. 흥미로운 영화 속 장애이야기, 시원한 커피 한 잔 같은 노래 한 곡 들으신 후에 이어 들어볼까요? 10cm가 부릅니다. 아메리카노

M. 아메리카노 / 10cm

조현지 : <같이의 가치> 오늘은 영화로 보는 장애인식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영화 속에 그 시대의 분위기가 반영되는 것처럼 장애인식도 변화한다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이성규 : 혹시 조현지 아나운서도 ‘얼죽아’세요?

조현지 : 어머, ‘얼죽아’를 아세요?

이성규 :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더라고요. 저도 배웠습니다. 이 건물 아래에도 카페가 있죠. 요즘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다양한 형태로 즐기고 거기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죠. 앞선 영화 속에서 장애인 형제도 카페에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조현지 : 영화가 일상 속 형제의 모습들도 보여주는 군요.

이성규 : 네. 이 영화는 장애인인 두 남자가 형제처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시간을 보내는 자연스러운 모습들도요. 그러면서도 비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 제약이 없던 너무나도 평범했던 것들이 형제들에게는 불편함이 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이를 대처하는 형제들의 방식을 위트 있게 풀어내고 있죠.

조현지 : 예고편에서 카페에서 커피 주문하는 모습 봤어요. 재밌더라고요.

이성규 :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한두 번 와본 솜씨가 아닌 것처럼 동생이 아주 능숙하게 주문을 합니다. 그런데 실은 형의 목소리로 동생은 립싱크만 하고 있는 거죠.

조현지 : 그런데 이 카페, 문제는 없는 걸까요?

이성규 : 일단 휠체어를 탄 형이 카페에 들어왔다는 건 경사로나 자동문이 설치 되어있다는 거니, 거기까진 괜찮습니다. 그런데 주문할 때는 문제가 있죠. 직원이 보기에 휠체어를 탄 형은 주문대에 가려져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사로나 자동문을 설치하는 것. 이런 것을 베리어 프리 라고 하는데요.

조현지 : 베리어 프리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네요.

이성규 : 베리어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생각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최근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쓴 재미난 책을 한 권 읽었는데요. 어떤 기자도 이 영화를 보며 이 책의 구절을 인용했더군요. 혹시 ‘오줌권’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조현지 : ‘오줌권’이요?

이성규 : 지체장애인 당사자가 쓴 ‘희망 보다 욕망’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밥은 사람들 앞에서도 먹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하루 정도 굶어도 괜찮지만 오줌은 다르다고요. 급하다고 사람들 앞에서 눌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리 눌 수도 없고 조금씩 나눠 누는 걸로 상황을 모면하지도 못합니다. 모든 권리 가운데 ‘오줌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라고 단언한다는데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지 않나요?

조현지 : 소변 볼 권리를 빼앗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데요?

이성규 : 그런데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제대로 화장실 갈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이 건물에는 몇 개나 될까요. 화장실 문을 여는 방식, 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공간의 넓이, 안전 손잡이의 유무, 그리고 손 씻는 세면대의 높이 등 우리는 생각하지 못한 많은 부분에서 장애인들은 어려움을 느끼고 소변 볼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조현지 : 그렇군요.

이성규 : 그동안 언론을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비추고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이뤄낸 사람, 혹은 조금 모자라지만 순수하고 착한 사람 등으로 장애인을 잘못된 인식의 틀에 가두고 바라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애인 당사자를 어떤 특별하고 색다른 존재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존재로 바라보고 그저 각자 다름을 가졌을 뿐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현지 : 감독이 이 영화를 제작하며 참 많은 부분들을 고심해서 만든 것 같아요.

이성규 :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뿐만 아니라 관람한 관객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라디오를 듣고 계신 모든 청취자 여러분들 또한 올바른 장애인식 개선에 한 걸음 더 나아가신 거라 생각합니다.

조현지 : 지금까지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걸음이 우리 사회의 장애인식을 바꾸는 거름이 되는 시간! <같이의 가치> 한국 장애인 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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