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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초 인질극,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4-04 10:28  | 조회 : 1740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4월 4일 수요일
□ 출연자 :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지난 2일 서울 한 초등학교에 인질극이 발생했습니다. 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어난 것 같은데요. 학교 안전 문제가 다시금 지적받고 있습니다. 해당 학교는 출입자 통제라는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거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안전과 관련해서 해결책은 없는지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와 말씀 나눠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이하 이웅혁): 네, 안녕하십니까?

◇ 장원석: 이번 인질극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 이웅혁: 인질범은 25세 용의자 양 씨라고 알려졌는데요. 평상시 군 생활 중 조현병과 뇌전증을 앓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일 보훈처에 보훈 신청을 했는데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통지서를 받아서 망상적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세상과 투쟁하라, 학생을 잡아서 말이죠, 이런 계시를 받아서 결국 초등학교에 갔고 졸업증명서 떼러 왔다고 하니 제지 없이 출입이 가능했고 결국 교문을 통과해 교무실까지 갔고요. 이때 마침 6명 초등학생이 있었는데요. 그중 한 명을 임의로 택해서 흉기를 들이대며 인질 상황이 벌어졌고 한 시간 동안 기자를 불러 달라, 이와 같은 상황이었는데요. 경찰 협상팀이 우유와 빵을 학생에 줘라, 그래서 그 틈을 이용해 체포되었고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안입니다. 

◇ 장원석: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었는데요. 이렇게 학교에서 발생한 큼직한 사건들이 예전에도 있었잖아요. 학교 안팎에서 조두순 사건도 그랬고 계성초등학교 사건도 있었는데요. 이런 사건들이 왜 이렇게 반복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까?

◆ 이웅혁: 기본적으로 보면 초등학교 정문 보안이 허술하다, 바꿔 얘기하면 통제가 이뤄지지 않다고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출입할 수 있고, 인식 자체도 동네 공원처럼 인식되다 보니까 예를 들면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나름대로 사회에 대해 반감, 복수를 하고 싶다거나 이런 사람들이 여기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은 건 아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2012년에도 고교 중퇴생이 초등학교 쉽게 들어가 6명을 다치게 했고요. 최근 학교 교직원이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학교 보안이 허술한 것이 아니냐, 이런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 장원석: 엊그제 인질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모 언론 기자들이 비슷한 실험을 해봤더라고요. 초등학교 열두 곳에 들어가 봤는데 일곱 곳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경우에도 해당 학교가 안전 관리 기본 매뉴얼, 출입자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학교를 찾을 때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죠?

◆ 이웅혁: 교육부에서 만든 매뉴얼, 가이드라인이 존재합니다. 그에 의하면 왜 왔는지 목적을 확인하고 여기에서 신분도 확인하고 방문증을 발급한 뒤에 관리대장에 방문자의 인적사항을 입력합니다. 그러고 나서 방문자의 신분증을 제출받고 나서 허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원칙인데, 실제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 거죠. 보안관 사무실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또 학교 보안관이라는 분들이 학교에 1~2명 배치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외부 통제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고 때에 따라서는 청소도 하고 주차도 돕기도 하고요. 학교에 있는 잡무도 같이 하다 보니까 명확한 근무에 대한 것도 없는 상태다, 그런 것이 가장 큰 문제를 발휘할 것 같고요. 더군다나 학교 보안관분들이 나이가 좀 있으신 어르신분들이 있다고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평균 연령이 약 65세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물리력을 행사하는 적극적 대처를 한다거나 이런 것에 한계가 분명히 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방문하는 분들 중에 학부형도 많이 계시는데, 예를 들면 내 아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신분증 없다고 못 들어가게 하느냐, 이렇게 항의도 하고 욕설도 하고 그러다 보니 학교 보안관 입장에서는 느슨한 보안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태가 아니겠느냐. 결국 학교 보안 제도가 없는 것보단 낫지만 실효성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무력화되어 있는 면이 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지금 여러 가지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학교 보안관이 배치된 학교도 이렇게 허점이 드러나는데요. 아예 없는 학교도 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학부모들이 출입절차에 대해 불편해하고 불쾌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실제로 학교 보안관들이 학부모입니다, 라고 하면 제재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내가 학부모입니다, 라고 거짓말하고 들어가 불순한 의도로 행위를 했을 때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총체적인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지적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한다든지 인력을 확충한다든지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웅혁: 그것이 필요한데, 적어도 2인 이상 근무가 이뤄져야 한 사람이 다른 활동을 한다거나, 민원 업무를 한다거나 했을 때 적어도 출입구 자체는 계속 외부인 통제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현재 필요하겠죠. 그런데 과연 그와 같은 예산이 확보되어 있느냐, 이런 문제가 분명히 있고요. 전문 인력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 건 맞는데, 실제로 지금 이 제도의 취지 자체가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도 한 편에 깔린 면이 있습니다. 그러니 급료 자체를 특수 시설에 근무하는 전문 경비 인력만큼 상향조정하는 등에 대해 한계가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러다 보니 딜레마 상황에 있습니다. 다른 제도를 모색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런 안들도 나와 있는 거죠. 예를 들면 학교에 정말 필요한 사람의 경우에는 미리 예약해서 오게 되면 적은 인력이라고 하더라도 접근 통제가 가능하지 않겠느냐. 예를 들면 학교 홈페이지나 앱 등에 미리 예약을 신청해서 허가 난 사람이 승인 문자를 받고 허용된 사람이 출입구에 왔을 때 실제로 맞느냐, 이를 확인한다면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다시 말하면 사전 방문 예약제, 이런 것이 인력 보충의 문제 등과 더불어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사전 예약한 다음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사회 안전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할 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건, 안전이 있으려면 전제가 약간의 불편, 수고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식이 아직 안 되지 않았느냐는 문제도 지적하잖아요. 그래서 아예 이런 것들을 법제화하든지 경찰을 배치한다든지 좀 더 나아간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웅혁: 그것도 합리적인 방안이죠. 예를 들면 경찰 관할 지역에 있는 학교에 있어서 적어도 등하교 시간이라든가 이럴 때 순찰차를 배치한다거나 평상시 학교와 MOU를 체결해 수상한 사람 있으면 바로 신고가 이뤄지고 바로 경찰이 출동해 검문검색을 한다거나. 학교 보안관의 경우에는 검문검색을 할 권한도 없고 실제로 장비, 장구도 없습니다. 모자나 유니폼, 장갑, 빨간 봉, 이것이 전부인 거죠. 결국 지역사회 경찰과 함께 하는 치안이 학교 공간에 있어야 할 것 같고요. 보안과 안전이 공짜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불편해도 일정한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일반 시민과 학교 출입 당사자들에게도 공통의 보안 인식이 함께 전제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이 다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마음먹고 인질을 해야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막을 수 없겠죠. 그런 측면에서 상황 매뉴얼도 꼭 마련해야겠다. 다시 말하면 혼자 민원이 왔을 때 동행해서 학교 관계인에게 바로 인수인계하는 이러한 매뉴얼에 대한 마련이라든가 또는 상황마다 맞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 이런 것도 함께 이뤄져야 할 작업이라고 봅니다. 

◇ 장원석: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가 학교에서 발생하는 바람에 학교에서 보안에 좀 더 신경 쓰는 거로 알려졌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식으로 학교 안전 문제를 풀어나가나요?

◆ 이웅혁: 미국의 학교도 사실 개방적으로 되어 있어서 상당히 한계가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학교 주변에 낯선 사람이 등장하면 누구나 바로 신고가 이뤄지는, 이런 점을 하나의 특징으로 봐야 할 것 같고요. 총기 사고나 대형 참사와 관련해 평상시 주기적인 훈련을 학생들이 받고 있다. 대피 훈련들을 말이죠. 소위 말해서 셧다운, 교실 전체를 봉쇄하고 예를 들면 교실 앞에 있는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커튼을 내리고. 인질범의 경우에는 학생이 얼마나 있는지 학생을 찾으러 다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봉쇄하는. 그래서 문 쪽으로 바리케이드를 형성하고 소리가 나지 않게 학생들은 한쪽에서 웅크리고 숨어 있는 훈련을 주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총기 참사나 인질 상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거죠. 이 훈련 자체가 교사들이 먼저 체계적으로 받고 주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전파를 하기 때문에 결국 셧다운 제도 같은 것, 학생들이 바깥에 나가지 않고 창문을 내렸다, 이것은 잘 한 대응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다만 이것이 발생하고 나서 상황이 종료되면 학부형들에게 상황 보고를 하고 긴급 하교 조치를 정확하게 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사실 늦게 이뤄지다 보니까 학부모 입장에서 우왕좌왕하고 노심초사하고요. 학교 주변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 이 상황이 진행 중이었을 때는 작전상 학교 주민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만 종료되고 난 다음에는 빨리 알려야 하는데 이번 상황에서의 늑장 행태는 지적받아야 할 거로 보입니다. 

◇ 장원석: 얘기 나온 김에 이것도 살펴보겠습니다. 가해자, 범인의 경우 약간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요. 그래서 혹시나 죄의 처벌이 감경되지는 않을까. 인질극으로 인한 처벌인데 어느 정도 형량을 받을까 이것도 궁금하거든요. 얘기를 들어보면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에게 흉기를 들이댔다는 것만 보더라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보기가 어렵거든요, 그런 정신 질환이 있더라도. 죄질이 어느 정도일까요?

◆ 이웅혁: 범행에 착수하게 된 계기 자체가 국가 보훈처의 보상 요구를 못 받았다, 그런데 환청을 들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무장하라. 그러니까 망상적 사고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죠. 피해망상일 수도 있고요. 이 범인이 과거 조현병 치료를 받은 적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뇌전증 4급 판정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시변별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냐. 그렇게 된다면 형사 책임 무능력자가 되어 처벌 감경 받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긴 합니다. 그런데 좀 더 면밀한 정신 감정이나 법적 판단이 따라야 하는 거고요. 현재 혐의는 인질 강요죄와 특수 건조물 침입죄입니다. 인질 강요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형인데요. 결국 시시변별능력, 온전한 정신 능력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안 받을 수 있는데요. 조현병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형이 감경되는 것은 반드시 아닙니다. 그래서 판사가 설령 정신과 의사가 일정한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판사가 이 증명서에 반드시 귀속되는 건 아니고요. 범행 전후 상황, 평상시 언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범행 당시 이성적 능력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판단하기 때문에 이것은 재판 단계에서 지켜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보입니다. 

◇ 장원석: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웅혁: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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