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26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면철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대희 씨는 오래전부터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었죠.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대희 씨는 TV에도 출연하고 무사고 경력을 갖췄다는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원장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대희 씨는 어릴 적부터 턱에 대한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합니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기도 해 대학에 가면 꼭 성형 수술을 받아야지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수술대에 누웠을 대희 씨. 과연 대희 씨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요? 수술 당일 대희 씨가 흘렸다는 출혈량은 무려 3500CC, 몸속의 피 70%에 해당하는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건 사고 이후 가족들이 확인했다는 CCTV 영상 속 내용이었습니다. 과연 이 영상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요?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권면철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면철 변호사 (이하 권면철)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권면철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대학 입학 시절 떠올려보면 제 친구들 중에도 그렇고 대학 가면 쌍꺼풀 수술하고 싶다, 코를 좀 높이고 싶다, 이런 계획 세우는 분들 진짜 많았거든요. 요즘은 아마 더 많아졌을 것 같아요. 오늘 사건의 피해자인 권대희 씨. 대희 씨도 아마 그런 꿈을 가진 청년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안면 윤곽수술을 받기 위해 이곳저곳 유명한 성형외과를 수소문했던 모양이더라고요.
◆ 권면철 : 네. 권대희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각턱과 돌출입 때문에 집단 왕따까지 당했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권 씨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여러 유명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았고, 그중 TV에도 출연한 유명 의사가 운영하는 안면 윤곽 수술 전문 병원으로부터 실력과 명성을 갖춘 14년 무사고 경력의 병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수술을 집도한다는 말을 듣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수술이 시작된 후 11시간이 지날 무렵 갑자기 119에 신고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 이원화 : 119요? 누가 뭘 신고한 거죠?
◆ 권면철 : 바로 수술을 진행하던 병원 측에서 권 씨의 출혈이 심해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다며 119에 신고를 한 것이었는데요. 당시 출혈량은 약 3500CC로 이는 무려 권 씨의 전체 혈액량의 70%에 달하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권 씨는 곧바로 중앙대학교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 이원화 : 수술이 혹시 잘못했던 건가요?
◆ 권면철 : 해당 병원은 소위 공장식으로 수술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당일에도 병원장 장 씨는 오후 1시쯤 수술실에 들어와 20여 분 후 마취된 권대희 씨의 턱뼈를 잘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머리 아래로 피가 후드득 쏟아져 내릴 정도로 출혈량이 많아 옆에 있던 간호사는 1시간 동안 무려 6차례나 밀대로 바닥에 고인 피를 닦아냈습니다.
◇ 이원화 : 이게 CCTV에 다 나와 있던 장면인 거죠.
◆ 권면철 : 예 맞습니다. 그런데 수술 시작 1시간 후 수술 부위를 봉합도 하지 않은 채 집도의인 장 씨는 수술실을 빠져나갔고 갑자기 의사 신 씨가 들어와서 나머지 수술 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권 씨의 출혈은 계속되고 있었음에도 약 1시간 뒤에는 신 씨마저 수술실을 나갔고, 남은 간호조무사 전 씨만이 30여 분간 권 씨를 지혈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수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집도의가 나가버리는 거 이거 정상적인 건 아닌 거죠. 무슨 공작마냥 수술이 분업화돼 있었다는 건데 이걸 환자가 알긴 알았을까 싶어요.
◆ 권면철 : 권 씨는 실력과 명성을 갖춘 14년 무사고 경력의 병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수술을 집도한다는 병원 측의 말을 철저히 믿고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으니 아무래도 해당 병원이 공장식으로 수술을 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을 겁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사실 그 정도면 별로 걱정도 안 하고 올라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가 생겨서 119에 신고하면서 가족들에게 바로 알리지도 않았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 권면철 : 네 맞습니다. 권 씨의 상태가 더욱 나빠져 119를 부를 때도 가족들은 권 씨의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후 권 씨를 중환자실에 입원시켜야 할 상황이 되자 그제서야 병원 측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기 위해 권 씨의 형에게 연락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그 피해자분은 혹시 어떻게 됐습니까?
◆ 권면철 : 뇌사 상태에 빠진 권 씨는 턱 수술 49일 만인 2016년 10월 26일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 이원화 : 언론을 통해 밝혀진 가족들 인터뷰 내용을 보면요. 정말 황당한 게 사고가 발생하고 당연히 너무 놀라서 경황이 없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때 병원이 가족들에게 한 행태가, 그 발언이 이게 너무 화가 났다는 거예요. 그런데 청취자분들도 이 내용 들어보시면 누구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는 하거든요.
◆ 권면철 : 병원장 장 씨는 권 씨의 어머니에게 ‘제가 변호사와 얘기해 봤는데 결과는 두 가지라더라. 첫째는 법으로 판정받는 거다. 형사소송을 하시면 어머니께서 무조건 진다. 형사소송은 고의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제가 고의로 그런 건 아니지 않냐’ 라며 본인이 형사상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였고 이어서 ‘두 번째는 합의다. 저는 합의는 하는데 조건이 있다. 대학병원 책임까지 저한테 다 물어서 합의하라고 하면 저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 제가 합의금 100%를 드릴 수는 없다. 대학병원도 과실이 있으니까’라며 이 씨에게 자기가 원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기를 종용하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자기가 형사상 책임이 없다는 걸로 빠져나가는 것도 기가 막힌데 민사적인 책임까지도 다 지지 않겠다는 그런 태도를 처음부터 보였다는 게 황당합니다. 변호사님 같으면 같은 일을 당해 있을 때 사고 직후 의사라는 사람이 대뜸 이런 얘기하면 어떠실 것 같아요?
◆ 권면철 : 일단 고의가 있었든 없었든 본인이 수술한 환자가 사망했다면 이에 대한 진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집도의가 자기는 형사상 책임이 전혀 없다고 발뺌하면서 되려 합의를 종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로서도 화를 참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성형외과는 권 씨의 어머니께서 직접 관련자들을 신고하기 전까지 여전히 무사고라는 거짓 광고를 내세우며 영업을 이어갔다고도 합니다.
◇ 이원화 : 유가족들이 당연히 병원장 고소했죠?
◆ 권면철 : 네. 권 씨의 어머니는 성형외과 의료진을 고소하였는데, 특히 어머니께서는 의료진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의무 기록지와 감정 결과지 등을 수백 번 정독하고 수술실 CCTV 영상을 수천 번은 돌려보며 분석 자료를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하였다고도 합니다. 이후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들을 검찰에 송치하였는데, 의료진을 고소한 지 3년이 지난 2019년 11월 27일 권 씨의 어머니께서는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바로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였습니다. 검찰은 병원장 장 씨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인정하고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하였습니다.
◇ 이원화 : 경찰에서는 송치를 했는데 검찰 논리는 뭐였습니까?
◆ 권면철 : 검찰은 간호조무사의 지혈 행위는 의사 신 씨의 지혈 행위의 연장으로 의사의 지시 감독 아래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점, 권 씨에 대한 지혈이 반드시 의사만 해야 하는 고도의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CCTV 영상에서도 간호조무사 전 씨가 홀로 30여 분간 권 씨를 지혈하는 동안 수술실에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 의사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가 의료행위를 하였다면 이를 지시한 의사들도 모두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기소가 가능했다고 판단됩니다.
◇ 이원화 : 흔히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은 의사 편이다.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다투기 쉽지 않다는 말들 하긴 하지만 이 사건 같은 경우는 CCTV 영상도 있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처럼 보이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왜 그랬던 걸까요?
◆ 권면철 :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유가족들은 사건 관련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병원장 장 씨가 선임한 변호사와 사건 담당 검사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이었고, 심지어 두 사람이 같은 해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유가족들은 분노하여 검사가 고소나 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경우 법원의 그 결정이 타당한지를 다시 묻는 재정신청 제도를 통해 곧바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였습니다.
◇ 이원화 : 재정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게 이게 사실 실무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죠.
◆ 권면철 : 맞습니다. 헌법에서도 기소권은 검찰의 고유 권한으로 보기 때문에 검찰에서 내린 불기소 처분을 법원에서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실제로 이 씨가 재정신청을 한 바로 전 해인 2019년 재정신청의 인용률은 고작 0.3%에 불과했습니다.
◇ 이원화 : 100건 중에 1건도 안 되는 거죠.
◆ 권면철 : 하지만 이 씨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거리로 나가 국회 검찰청 법원 앞에서 무려 416일간 1일 시위를 이어 고 결국 법원은 의료진들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피의자에 대한 공소제기를 명하였습니다.
◇ 이원화 : 재판은 혹시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 권면철 : 1심에서는 마취 기록지. 거짓 작성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2심 재판부는 마취 기록지. 거짓 작성 부분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병원장 장 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천만 원, 신 씨에게는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 이원화 : 유가족들은 1심 판결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피고인들이 불복해서 상고를 했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요.
◆ 권면철 : 네. 어머니 이 씨는 결과를 받아들였으나 장 씨와 신 씨는 압박 지혈은 의료행위가 아니고 진료 보조 행위일 뿐이라서 간호조무사에게 30분간 압박 지혈을 시킨 것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압박 지혈은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보건, 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서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이게 지혈이라고 해서 단순히 그냥 피를 멈추게 하는 그런 행동이 아니고 지금 이 사건은 전체 혈액량의 70%가량이 이미 쏟아진 사건이었잖아요. 그러면 이 행위를 과연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들이 다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 맞는 얘기입니까? 의사 면허가 혹시 박탈이 안 됐나요?
◆ 권면철 : 네 맞습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의사 면허가 박탈되는데 장 씨와 신 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형만 선고되어 의사 면허는 박탈되지 아니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업무상 과실 치사에 대해서만 징역이 나온 거고 의료법에 대해서는 벌금형만 나눠서 선고가 된 거네요. 그러면 만일 이 가해자가 나중에 다시 진료를 시작한다 그러면 환자들이 이런 사고가 있었다는 과거 이력 같은 거를 열람해 볼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있다든지 아니면 뭐 고지할 의무라든지 이런 게 있나요?
◆ 권면철 : 미국의 경우 의사 이력 조회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담당 의사의 의료사고 이력을 조회할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의사들의 고지 의무도 환자들이 의료사고 이력을 확인할 장치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 이원화 : 사실 변호사들도 징계를 받으면 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징계 내역이 다 공개가 되잖아요. 이런 부분 좀 아쉬운 것 같아요. 부당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아무튼 앞서도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대희 씨 어머니께서 만약 수술실에 CCTV가 없었더라면 입증할 수 없었을 거다. 제2의 권대희가 나오지 않으려면 수술실 내 CCTV 이거 의무화해야 된다. 이 부분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셨잖아요. 결국 법제화를 이끌어냈죠.
◆ 권면철 : 네. 지난해 9월부터 일명 권대희법이라고 불리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신마취나 수면 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여야 하며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의료기관에게 수술실 CCTV 녹화 여부에 대한 고지 의무가 부여되어 있지 않고 영상 보관 기간이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다소 짧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