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27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면철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자백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형사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시인하는 것을 뜻하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범인의 자백만큼 확실하고 핵심적인 증거 또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자백이란 것이요. 언제나 100%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걸까요? 2005년의 어느 날 학원을 마치고 친구들과 놀다 집으로 가던 중 H군이 누군가로부터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피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일주일 후 용의자로 지목한 건 다름 아닌 같은 학교의 동급생 A군이었는데요. A군이 ‘내가 H군을 죽였다’ 자백했다고 알려졌죠. 범인이 자백을 했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던 이 사건.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숨어 있었는데요. 과연 그 반전은 무엇이었을까요?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권면철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면철 변호사 (이하 권면철)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권면철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도 형사사건 많이 보고 진행도 해보셨겠지만 자백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긴 하잖아요.
◆ 권면철 : 네 자백은 소위 ‘증거의 왕’이라고 불려왔죠.
◇ 이원화 : 그렇죠. 사실 그래서 경찰에서도 자백 진술을 받기 위해서 수사관님들이 노력을 되게 많이 해요. 오늘 살펴볼 이 사건 역시 사건 발생하고 일주일여 만에 범인이 자백을 했던 그런 사건인데요.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볼까요?
◆ 권면철 : 2005년 9월 6일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H군은 학원을 마친 후 친구들과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은 날 밤 11시 50분경 집이 경기도에 있어 강변역에서 광역버스를 타야 하는 H군은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마친 뒤 강변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늦은 시간 탓에 버스 배차 시간이 길어지자 홀로 도보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H군의 복부를 깊은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 이원화 : 워낙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있었을까 싶은데 어떻게 됐습니까?
◆ 권면철 : 늦은 시간 탓에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던 H군은 직접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H군은 약 20초간 신음만 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발신지 근처를 수색하였으나 H군을 발견하지는 못한 채 철수하였습니다.
◇ 이원화 : 제대로 소리조차 내지 못한 걸 보면, 전화를 걸긴 걸었는데 신음소리만 냈다 이런 거 보면 당시 상태가 굉장히 위중했던 모양이에요.
◆ 권면철 : 당시 범행 도구로 25cm 길이의 등산용 칼이 사용되었는데 누군가가 이를 들고 쫓아온다면 저라도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약 1시간가량 지난 다음 날 오전 1시경 경찰은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이 있다는 행인의 신고를 받아 출동하였고, 인근 도로에서 손에 휴대폰을 쥔 채 흉기로 복부를 한 차례 찔려 숨져 있는 H군을 발견하였습니다.
◇ 이원화 : H군 본인이 직접 신고를 했을 때 경찰이 수색했다는 장소가 실제 발견된 장소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던 건지 이 부분도 궁금한데. 아무튼 너무 안타깝게도 H군 결국 사망했다 말씀해 주셨잖아요. 범인은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용의자는 나왔습니까?
◆ 권면철 : 경찰은 수사를 통해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9월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경찰이 밝힌 용의자는 다름 아닌 같은 학교 동급생이던 A군이었습니다.
◇ 이원화 : 같은 학교 친구가 그랬던 건가요? 범행 동기는 뭐였습니까?
◆ 권면철 : 경찰은 H군에게 원한이 있을 만한 학생을 수소문했는데, A군이 H군을 폭행한 이력이 있었고, 사건 발생 전 H군과 A군 간에 갈등이 있었다는 증언도 확보되어 당시 학교 폭력이 범행 동기로 지목되었습니다.
◇ 이원화 : 본인이 자백을 한 거예요?
◆ 권면철 : 네 맞습니다. 당시 A군은 H군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에 칼을 들고 다녔다, 위협만 하려고 칼을 보여줬으나 H군이 달려들어서 찔렀고 이후에 놀라 칼을 버리고 도망갔다 라며 범행을 자백하였습니다.
◇ 이원화 : 구체적이긴 한 것 같은데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범인의 자백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냐만 다른 증거들도 있었습니까? 목격자가 있었다고 들었거든요.
◆ 권면철 : 당시 주유소 직원 Y씨는 사건 발생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였으나 H군이 2명의 남성으로부터 쫓기는 모습을 목격했고, 사건 발생 4일 후 경찰이 보여준 A군의 얼굴을 보며 직원 Y씨는 피의자가 맞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경찰은 H군이 죽어가며 남긴 112 신고 음성에 A군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증거로 제시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 전화가 왜요? 뭐라고 말을 한 게 아니라 신음소리만 냈다 그러지 않았나요?
◆ 권면철 : 검찰과 경찰은 H군이 고통에 의해 신음소리를 내는 와중에 A군의 이름을 지칭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법원 역시 A군의 이름과 비슷한 음이 들리는 것은 맞다라고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신고 당시 범인의 이름을 이야기했다는 거죠.
◆ 권면철 : 검찰과 경찰은 H군이 112에 신고를 하며 A군의 이름을 이야기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만 주유소 직원 Y씨가 진술한 바와 같이 당시 H군은 2명의 남성으로부터 쫓기고 있었는데 함께 있던 B군의 이름이 언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A군은 자백 후 경찰서로 찾아온 H군의 가족이 네가 그랬니라고 묻자 제가 그랬다라고 답하기도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사건이 알려지고 한동안 학교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었거든요. 아무튼 이후 재판이 진행됐을 텐데 피고인이 자백을 했기 때문에 검찰 측에서 유죄 입증에 큰 어려움은 없었겠다 싶거든요.
◆ 권면철 : 네 검찰 역시 경찰 송치 의견대로 A군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요. A군이 본인의 자백을 번복하는 반전의 반전의 대반전이 발생하였습니다.
◇ 이원화 : 어떤 반전이었나요?
◆ 권면철 : A군은 법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H군이 살해당했다는 시간에 만화책을 보며 집에 있었고 살인 현장엔 가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 이원화 : 아니 이게 확실한 물증이 없다 싶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걸까요? 아니면 뭐 또 다른 게 있었습니까?
◆ 권면철 : A군은 이어서 경찰 조사 당시 경찰관들로부터 폭언, 폭행, 협박을 받아 허위 자백을 했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 이원화 : 경찰이 협박을 했다고요. 사건 발생 시기를 보면 2005년이에요. 지금으로부터는 거의 20년 전이기는 해도 경찰이 강제로 자백을 하게 한다거나 이럴 시기가 아닌 것 같거든요.
◆ 권면철 : A군은 영화처럼 의자에 앉아 있는데 경찰이 발로 찼다. 경찰이 너 이렇게 하면 일단 너희 아버지도 구속을 해야겠다라고 하길래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경찰이 네가 했다고 하면 끝난다 별것 없다 그리고 들어가면 금방 나온다 올림픽 한 4번~5번 이 정도 보면 나올 거야라고 했다. 무서워서 아무 생각이 없었고 내가 했다고 할 테니까 내보내 달라 라고 하였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하였습니다.
◇ 이원화 : 사실 고등학생인데 너희 아버지도 구속을 해야겠다 이런 얘기를 믿고 자백을 했다는 게 사실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뭐 물적 증거도 없이 검찰에서 다시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기소했다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한데요. 그나저나 협박해서 자백받았다는 당시 경찰들은 혹시 어떻게 됐습니까?
◆ 권면철 : 경찰들은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따로 처벌받지는 않았다고 알려졌으며, 서울지방경찰청 역시 이에 대해 따로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사실 뭐 이런 가혹행위에 대해서 따로 입증이 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재판이 어떻게 되죠?
◆ 권면철 :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사건 현장에 A군과 함께 있었던 B군의 진술이 서로 모순되며 범행에 사용된 흉기에서 A군의 지문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후 검찰은 상소하였으나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 이원화 : 아니 그러면 이후에는 어떻게 됐습니까? 혹시 또 다른 용의자가 나왔나요?
◆ 권면철 : 유가족들은 진범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여전히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또 다른 용의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재판까지 한 1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용의자를 추적한다는 게 현장 증거라든지 뭐 다 훼손됐을 거고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긴 하거든요.
◆ 권면철 : 네 맞습니다. 말씀해 주신 이유로 인해서 이 사건 역시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 있으며 심지어 피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이자 범행 도구로 사용되었던 칼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선고되어 사건이 종결되자 폐기되기까지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아니 근데 A군이 무죄라는 거지 해당 사건의 범인이 없다는 건 아닌데 흉기를 굳이 폐기했어야 했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 권면철 :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범죄 중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 2015년 7월 31일에 신설되었고 본 규정 신설 전에 범한 범죄라 하더라도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면 본 조항이 소급해서 적용될 수 있도록 규정 역시 마련되었습니다. 2005년에 발생한 이 사건 역시 위 규정에 따라서 공소시효의 적용을 받지 않기에 여전히 진범을 검거하면 기소할 수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한 흔적들도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서 훗날 발견되기도 하므로 만약 흉기를 폐기하지 않았다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진범을 검거해 유가족의 한을 풀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남은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겠습니다.
◇ 이원화 : 네 맞습니다. 좋은 말씀 주신 것 같습니다. 사건 X파일 오늘은 집으로 향하던 고등학생 H군이 흉기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당한 구의동 고등학생 피살 사건 살펴봤습니다. 그 어떤 미제 사건보다 해결이 더 어려워 보이는 사건이긴 합니다만, 사건이란 것은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작은 실마리가 발견되며 해결되는 케이스도 정말 많습니다. H군의 어머니 역시 범인을 끝까지 찾겠다 말씀하셨다고 하죠. 다른 미제 사건들처럼 이 사건 역시 끝까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