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화 : 대한민국 범죄사에서 손꼽히는 연쇄 살인마들이 몇 명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이 정남규입니다. 도대체 살인을 얼마나 저질렀던 겁니까?
◇ 최건희 : 사이코패스 살인마로도 유명한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총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겐 중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다가 어떻게 붙잡혔냐? 한 집에 침입해서 범행을 저지르려다가 다행히도 이 피해자한테 제압되면서 경찰에 붙잡히게 됐죠. 그런데 처음에는 단순 강도 사건인 줄 알았다면서요.
◇ 최건희 : 정남규가 체포되는 과정을 보면 참 재밌는데요. 처음에 피해자들에게 제압당해 잡힌 정남규는 키도 작고 왜소한 체격에 훔친 것이라고는 고작 현금 2만 4천 원과 문화상품권 1만 원짜리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은 처음에 이를 단순 강도로만 보고 정남규를 강도 현행범으로 체포했었는데요. 정남규가 경찰차 안에서 차창의 머리를 쿵쿵 박으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에이씨 끝났네 천 명 죽일 수도 있었는데 이런 섬뜩한 말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경찰들이 정남규를 단순 강도가 아닌 살인범이라고 의심하게 된 증거는 바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입니다. 경찰들이 현장에서 수거한 범행 도구 중에는 길이 40cm, 무게가 약 2.18kg나 되는 파이프 렌치가 있었다고 해요. 단순 강도범이 소지하기에는 좀 크고 무거운 범행 도구여서 그 경찰이 자세히 파이프 렌치를 들여다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파이프 렌치의 나사 톱니바퀴를 자세히 들여보니 무언가가 딱지처럼 굳게 있는 이물질이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자. 그게 피가 딱딱하게 굳은 혈흔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를 보고 또 다른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해서 본격적으로 정남규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사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상대방을 빠르게 살인하기 위한 도구처럼 보였었던 것 같아요.
◇ 최건희 : 예. 그렇습니다. 예.
◆ 이원화 : 당시 경찰이 취조를 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워낙 일반적인 답변을 안 하더라는 거예요. 보통 원한이 있어서 해치려고 했다거나 아니면 뭘 훔치려고 하다가 들켜서 그랬다거나 범행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이유가 하나도 없다 보니까 경찰 입장에서도 도대체 이게 뭔가 했겠죠. 그래서 결국 프로파일러가 투입되죠.
◇ 최건희 :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시죠. 요즘에 tv에도 굉장히 많이 나오시고요. 대한민국의 1호 프로파일러이자 현재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의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신 권일용 교수님께서 정남규를 직접 프로파일링 하셨습니다.
◆ 이원화 : 그분이 했군요. 그러면 그 과정에서 내가 사실 다른 사람도 죽였다 고백도 한 건가요?
◇ 최건희 : 그렇습니다. 12시간 정도의 수사 끝에 정남규는 처음에 살인 사건 4건에 대해서 실토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경찰의 대대적인 추가 수사를 통해서 당시 미궁에 빠졌던 다른 살인 사건들과의 연결고리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유영철이 내가 저지른 범죄다 이렇게 자백했던 일명 이문동 여성 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진범이 유영철이 아니라 정남규라는 사실까지 모두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유영철이 그랬다. 정남규가 그랬다. 정남규가 유영철에 대한 어떤 경쟁 심리를 좀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서 죄책감 같은 거 하나도 못 느끼고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살인에 미친 사람 같다는 거 아닙니까?
◇ 최건희 : 참고로 정남규는 수사 과정에서 살인하면 이 안에서 성취감 같은 게 몸으로 쫙 다가옵니다. 뭐 이런 진술을 하거나 지금도 피 냄새를 맡고 싶다 사람 피에서는 향기가 난다 이런 기이한 진술을 해서 정말 우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 이원화 : 소름 끼치네요. 쾌락살인이라고 하더라고요.
◇ 최건희 : 또한 정남규는 살인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만족감이 느껴진다면서 또 우울함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살인 자체로 쾌락을 느낀 전형적인 쾌락적 살인마임을 스스로 입증했습니다. 또 이런 쾌락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로 유명한 사람이 하나 또 있죠.
아까도 말씀드린 유영철입니다. 참고로 유영철의 경우에는 주로 둔기를 사용해서 범행을 하고 성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던 반면에 정남규는 날카로운 흉기를 사용하고 범행 당시에 방화와 성폭행도 함께 저지른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찌르는 행위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이러한 성적인 동기에서 유발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 이원화 : 저는 이 사건 보면서 가장 소름 돋았던 대목이 뭐냐 하면요. 정남규가 평소에 자기 관리를 그렇게 철저히 했다는 거예요. 달리기도 하고 담배도 안 하고 근데 그 이유가 뭐였냐? 살인 때문이었죠.
◇ 최건희 : 정남규는 자신만의 쾌락 살인을 위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쏟았습니다. 정남규는 범행 후에 CCTV에 잡히지 않기 위해서 늘 그 범행 목적지 부근 몇 정거장 전에 내린 후에 도보로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나중에 범행 현장에서 또 잡히게 되면 쉽고 빠르게 도주하기 위해서 이틀에 한 번꼴로 10km 달리기 연습을 했다고 해요. 거의 마라톤 선수급이었다고 합니다. 실력이 도주를 위해서 또 술, 담배 이런 것도 다 끊었고, 악력기와 역기와 같은 이런 헬스 기구로 체력을 열심히 다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어서 정남규는 건강 프로그램도 꾸준히 시청했고 영양 정보를 이렇게 본 게 있으면 공책에 정리해서 적으면서 이렇게 식단까지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 살인을 쉽게 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이런 플랜까지 짠 거죠. 거기에 범죄 준비를 위해서 이렇게 체력만 단련한 게 아니라요. 학습도 매우 열심히 했습니다. 나중에 수색된 그 집에서 과학수사 관련 잡지만 수십 권이 발견이 됐고요. 체포당하기 직전까지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를 한 편도 빼놓지 않고 계속 시청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살인에 미친 사람이네요.
◇ 최건희 : 예 그렇죠 또한 이렇게 정남규는 자신의 범죄를 보도한 기사를 스크랩까지 하면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이런 수사 현황을 학습하고 있었던 정황까지 발견이 됐어요.
이 정도 노력을 다른 생산적인 일에 쏟았다면 뭐가 돼도 됐을 수준입니다.
◆ 이원화 : 그러네요. 저도 한 가지 알고 있는 정보가 있는데 이 사람이 족적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신발 밑창을 다 갈아서 없앴대요. 그러면 그게 이제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가 드러나지가 않으니까 그렇게까지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살인에 미친 사람이다 이런 말밖에 할 말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트리거라고 해야 할까요? 정남규도 처음 살인을 하게 된 계기라든지 이런 게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최건희 : 정남규의 첫 살인은 2004년 1월 14일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던 13살 12살 초등학교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행해졌습니다. 정남규는 이렇게 첫 살인을 한 뒤에 경찰에 잡히지 않아서인지 그 이후로부터는 거침없이 범행을 이어갑니다. 같은 달 1월 30일에는 서울 구로구에서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서 중상을 입혔고요. 2월 6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20대 여성을 연속해 살해했습니다. 이후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경찰에 체포되는 약 27개월 동안 거의 매달 서울과 경기 지역을 돌아다니며 총 24건의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주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과 중년 남성만을 범행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정남규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도요. 1999년도 절도 및 강간으로 징역 2년을 살았고요. 2002년에는 자동차 절도로 징역 10개월 등 이런 혐의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했습니다.
◆ 이원화 : 당시 해당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정남규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남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알려졌었는데 굉장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알려졌죠?
◇ 최건희 : 예 맞습니다. 1969년 전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정남규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시골 농가의 5남 4녀 중 7째인 그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정상적이지 못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하네요. 심지어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의지했던 동네 아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남규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이러한 성폭행 피해 사건이 자신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스스로 시인했다고 해요. 이렇게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정남규는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남규는 고등학생 때도 학교 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당했고, 군대에 가서도 심한 구타와 가혹행위 등에 시달리면서 반사회적 성격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원화 : 물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정남규라는 범죄자가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워낙 많이 보였기 때문에 범죄 동기를 파악하려는 측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정보 정도로 생각해 보면 될 것 같고요. 또 눈길을 끌었던 것이 재판 과정에서 갑자기 검사석으로 돌진한다든지 판사를 향해서 내가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못 끊겠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면서요.
◇ 최건희 : 예 맞습니다. 방금 이렇게 말씀하신 것 외에도 정남규는 재판 과정에서 사람을 더 죽이지 못해 우울하고 답답하다 빨리 나에게 사형을 집행해 달라 뭐 이런 돌발적인 발언을 하는 등 전형적으로 쾌락 살인범의 모습을 보여서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렇게 재판을 받으면서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 정남규는 결국 13명을 살해한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본인이 직접 재판부에 탄원서도 냈다고 하던데 잘못했다 반성한다 이런 거였나요?
◇ 최건희 : 놀랍게도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범행에 대한 반성은커녕 정남규는 오히려 자신에게 아까 말했듯이 빨리 사형을 내려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요.
또 취재진이 정남규에게 피해자한테 미안하지 않으세요? 이렇게 질문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화답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방영이 돼서 상당히 유명한 장면 중에 하나입니다. 이렇게 정남규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이원화 : 사형제는 사문화된 상황이라 교도소에 계속 갇혀 있는 상황인 건가요?
◇ 최건희 : 우리나라는 실제로 1997년 이후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정남규는 사형 선고를 받고도 쭉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살인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으로 인해서 자신의 인생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2009년 11월 21일 교도소 독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희대의 연쇄 살인마, 쾌락 살인마라고 불린 정남규 관련 사건들 짚어봤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정남규와 같은 범죄자를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