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시간 : [월~금] 06:40, 12:40, 19:40
  • 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사건파일

고무통에 5년동안 시신 숨긴 엽기 부부, 양형 기준 넘겨 중형 처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4-05-30 14:44  | 조회 : 506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5월 30일 (목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현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 법조계에는 아주 유명한 불문율이 하나 있습니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쉽게 말하면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바로 공소장입니다. 이 공소장에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 기재되거나 피고인을 유죄로 예단할 수 있는 표현 역시 사용해서는 안 되는데요. 그런데 만약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후배 여성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멘트를 섞어 고무통에 숨겨온 엽기 부부 사건.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당초 검찰은 이들 부부를 향해 공소장에 상해치사죄와 사체 은닉 혐의를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재판부 직권으로 공소장을 변경한다. 분명 우리가 아는 공소장은 검사의 영역인데 재판부가 이걸 직권으로 변경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현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현준 : 안녕하세요. 김현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다뤄볼 사건 파일 바로 열어보겠습니다. 변호사나 검사라고 하면 물론 드라마의 영향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사건 현장을 뛰어다니거나 증거를 찾으러 다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도 나고 말이죠. 아무튼 그런 모습 많이 떠올리실 수 있는데 변호사님 법조인인 만큼 글 많이 쓰는 직업도 없지 않을까 싶거든요.


◆ 김현준 : 흔히들 변호사 검사를 떠올리면서 멋진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재판장에 서기 위해서 수많은 리서치를 하고 날을 새면서 글을 작성하는 법조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의뢰인들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이원화 : 검사 하면 딱 떠오르는 단어이기도 하죠. 공소장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담겨서는 안 될 내용도 있죠.


◆ 김현준 : 우리 법은 공소장 일본주의라고 해서 법원이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소장에는 법령이 요구하는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 법조만을 기재하게 되어 있고,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범죄의 구속 요건에 적어야 하며 이를 불필요하게 길고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재판 진행 중에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피고인에 대한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경우 검찰에서 공소장을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건가요?


◆ 김현준 : 네. 형사소송법 제298조에 따르면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사망하는 경우의 죄명을 상해에서 상해치사로 변경할 수 있고,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라면 공소사실을 변경할 수 있으나 다만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을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재판부 역시도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서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소장 변경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요. 재판부에서 공소장에 문제를 발견한 경우 보통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해라 요구하거나 의견을 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간혹 그런 절차 없이 그냥 재판부 직권으로 공소장에 손을 대는 경우가 있거든요. 청취자분들께서는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이 부분이 궁금해 하실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서 오늘 관련 케이스들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변호사님도 혹시 그런 케이스 보신 적 있으십니까?


◆ 김현준 : 네 엄밀히 말하자면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 의아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우리 판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라면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 인정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직권으로 다른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 수뢰후부정처사죄로 기소한 공소사실을 공소장 변경 없이 뇌물수수죄로 인정하거나 강간이나 위력 간음에 해당하지 않을지라도 미수범을 인정한 케이스들은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오프닝에서 이야기했던 고무통 엽기 부부 사건 이것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소장 변경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준 : 이 사건은 2015년에 실종되었던 20대 여성이 2019년 같은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A의 집 고무통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던 사건인데요. A와 남편 B가 피해자에게 성매매를 강요하였고 피해자가 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자 피해자를 죽인 뒤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에 시멘트를 들이부은 후에 자신의 동생을 불러서 고무통에 넣어 유기하고 있었던 엽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검사는 살인죄로 이들 부부를 기소했는데, 1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의 진술과 이미 백골로 변해버린 피해자의 유골만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 부부가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서 A에게는 징역 15년, B에게는 징역 7년을 각 선고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게요. 5년 동안이나 시신이 담긴 고무통을 잘 숨겨왔던 거잖아요. 근데 이게 어떻게 들통난 겁니까?


◆ 김현준 : B씨와 이혼한 직후에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A씨가 2019년 3월 7일 새로 생긴 남자친구와 술자리에서 4년 3개월가량 숨겨왔던 비밀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술이 오른 A씨는 친동생처럼 여겼던 애가 남편과 눈이 맞은 것 같아 홧김에 때렸더니 그만 죽더라. 너무 겁이 나 시신을 고무통에 넣은 뒤 우리 집 2층 베란다에 놔뒀다라는 말을 했고, A씨의 남친은 술자리가 마친 뒤 밤새 고민하다가 다음 날인 8일 112에 신고하면서 전모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살인죄에서 상해치사죄로 적용 혐의가 바뀌긴 했지만 형량은 양형 기준보다 높은 형 받았죠.


◆ 김현준 :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 기준인 상한이 7년이었고, 현재도 상해치사죄의 양형 기준의 최상한 8년에 불과합니다. 재판부가 약 2배가 넘는 15년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으로 높은 형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대법원 양형 기준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거 이것도 재판부 재량인 거죠?


◆ 김현준 : 네 맞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은 권고적 효력만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대법원 양형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양형 기준에 벗어나는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이를 판결서에 양형 이유를 기재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 정도를 주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재판부 직권으로 공소장이 변경된 케이스 최근에도 있었죠.


◆ 김현준 : 흥미로운 사건이 제주도에서 있었는데요. 피고인은 편의점에서 직원을 매대에 있는 커터칼과 비닐 우산으로 위협하고 냉장고 문짝을 파손해서 특수협박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 6개월을 선고받았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이 커터칼을 들고 직원에게 마치 휘두를 것처럼 위협하였고, 비닐 우산을 들어서 이리저리 휘둘렀던 점을 근거로 해서 공소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재판부는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봤던 겁니까?


◆ 김현준 :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CCTV 화면상에 피고인이 커터칼을 집으려 손을 뻗었던 것이고 비닐 우산을 겨눈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공소장은 십자수 놓듯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하고 써야 한다는 첨언까지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부분을 변경하였고 1개월 감경된 징역 5월을 선고하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같은 경우 재판부가 덧붙인 말이 있는데 저는 이거 보면서 굉장히 드라마 대사 같다 이렇게 느꼈거든요.


◆ 김현준 : 네 재판장은 여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라는 피고인에게 여자친구에게 잘하길 바란다. 범행 당시 피고인의 입을 막고 껴안아 범행을 제지했다. 피고인의 전과도 상당한데 나였으면 바로 헤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요. 보통 재판부가 수없이 많은 재판들을 하다 보니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잘 하지 않는데 간혹 인생에 있어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시거나 현실적인 직언을 해주시는 분들 보면 참 감사하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관련 케이스 하나 더 살펴보면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던 학원장에 대해 재판부가 직권으로 감형을 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 여론이 들끓자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해명글까지 올렸었잖아요.


◆ 김현준 :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학원장에 대해서 1심에서는 징역 8년을 선고했었는데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된 판결이었습니다. 원심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강간죄가 인정되었었는데, 항소심에서는 경찰들의 수사에 따른 것만으로는 피해자에게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강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라는 점이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에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증인 채택이 새롭게 필요하다는 의중을 밝혔고 피해자에 대해서 증인 채택이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이때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그대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또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판단해서 무죄가 아닌 직권으로 범죄 사실을 변경해서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인정하였고, 이와 같은 사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이례적으로 적극 해명글을 올렸습니다.


◇ 이원화 :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그게 좀 부족했는지 해명글도 올리셨네요.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요?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요? 재판부 직권으로 변호사를 해임시킨 케이스가 있었어요.


◆ 김현준 : 최근에 굉장히 유명했던 사건이었는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인근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던 피의자 최윤종의 국선 변호인이었는데요. 이 국선 변호인은 기소 후 첫 공판이 열리기 전까지 접견도 증거 기록에 대한 열람 복사조차 하지 않아서 업무 불성실을 이유로 국선 변호인 선정 결정을 취소하고 최윤종에게 다른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 주었습니다. 피고인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직영인 만큼 사건의 중요성과 엄중함을 고려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였는데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흉악범을 떠나서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본권인 만큼 재판부가 기본권 보장에 앞장선 사례라고도 보여집니다.


◇ 이원화 : 재판장 직권으로 피고인들을 재판 중에 법정 구속시킬 수도 있잖아요.


◆ 김현준 : 맞습니다. 피고인이 공판 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 판사가 이런 경고를 먼저 합니다. 그렇게 도주 우려가 있거나 구속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법정 구속이 충분히 가능한데요. 최근에는 1살 어린 여중생 손등을 담뱃불로 지지는 등 집단 폭행한 10대가 재판 도중에도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도 또다시 갔다 오고 보호관찰 기관에도 오토바이 훔치고 이렇게 범행을 계속해서 저지르자 선고도 하기 전에 판사가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오늘 사건 X파일에서는 재판부 직권에 대한 이야기, 특히 공소장 변경과 관련된 케이스 위주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이쯤 되면 청취자분들께서 궁금해 하실 것 같은 게 재판부가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거나 적용 혐의를 바꿨으면 하는 경우 재판부가 직권으로 진행할 것이냐 아니면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할 거냐 이건 어떻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라거나 이런 기준 같은 게 있나요?


◆ 김현준 :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한번 살펴볼 만한데요. 예외적으로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지 않아서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친 다음 변경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위법이 있는지에 관련해서 대법원은 심판 대상을 명확히 특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김 변호사님 개인적인 의견은 어떠세요?


◆ 김현준 : 사실 공소장에 문제가 있거나 적용 혐의를 바꿨으면 하는 경우라면 재판부가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해서 피고인 측에서도 해당 범죄가 문제될 수 있다는 사정을 미리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좋다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공소장 기재 내용을 바탕으로만 다투고 있는데 갑자기 재판부에서 이건 축소 사실이다라고 하면서 이를 유죄로 인정하게 된다면 사소한 부분이라도 다퉈야 될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를 다투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재판부의 직권 판단으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 피고인 역시도 쉽게 인정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은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공소장 변경 없이 재판부 직권으로 가중 처벌하는 건 부당하다 이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적도 있잖아요.


◆ 김현준 : 동일한 취지이긴 한데, 대법원은 검사가 형법상 사기죄로 기소됐는데 공소장 변경 없이 형이 더 무거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의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인정하게 된다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점에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동일한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라도 범행 방법이 다르다면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한 사례였습니다. 재판부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일생의 재판을 한번 받아볼까 말까 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소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재판부에서도 조금 더 친절함을 발휘해서 가능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공소장 변경을 통해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에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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