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의료체계, 기형적이다" 서울대 김윤 교수, 의대 정원 확대 주장하는 이유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6-12 14:43  | 조회 : 728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6월 12일 (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 (더좋은 보건의료연대 공동대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 (이하 이현웅):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원정 출산. 현재 의료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입니다. 동네 소아과 의사들은 폐업을 선언하고, 환자들은 긴박한 상황에 갈 수 있는 응급실이 없어서 뺑뺑이를 돌다가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도 하죠. 우리 대한민국 의료계,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초고령화 시대의 국민 건강권과 환자 중심 의료체계 확립을 고민하기 위해 모인 단체라고 합니다. 더 좋은 보건의료연대 공동대표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 (이하 김윤): 네 안녕하십니까.

◇ 이현웅: 앞서서도 제가 얘기했는데 응급실 뺑뺑이 또 병원 오픈런 원정 출산... 참 요즘에 의료계를 두고 보도를 통해서 전해지는 단어들이 자극적인데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 현장 상황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 김윤: 우리 정부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의사들과 병원들이 원하는 정책 위주로 정책을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대단히 기형적인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 이현웅: 기형적이다.

◆ 김윤: 네, 그게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촉발이 돼서 곪아 있던 문제가 하나씩 터지는 상황,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병원이나 의사들이 원하면 아무 데나 병원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제도를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입원 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사는 의사협회가 계속 반대해서 지난 20년 넘게 못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의사 한 명이 보는 입원 환자 수가 외국에 비해서 4배나 더 많아져 있는 상황이고 예전에 비해서 의사 수는 늘었는데 의사 1명이 보는 입원 환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해 온 상황입니다. 이런 것처럼 이건 단적인 예고 우리 의료시스템의 곳곳에 이렇게 의사하고 병원한테는 유리한데 그걸 다 모아놓고 보면 시스템적으로는 굉장히 무정부적이고 기형적인 상황이 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 이현웅: 기형적이다라고 표현을 해 주셨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서 한 가지씩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싶은데 먼저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요, 지금 지난달 말에 70대 노인이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고요.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말씀해 주신 그 비슷한 문제입니까?

◆ 김윤: 네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20년 넘게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문제인데 문제가 될 때마다 정부하고 의사는 응급 환자가 많아서 특히 경증 응급환자가 많아서 병원이 중증 응급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게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응급환자 수가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하고 비교해 보면 한 3분의 1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 환자의 구성도 전체 환자 중에서 경증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더 높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응급실이 붐비는 이유는 응급실에 의사가 적어서. 그러니까 응급환자를 치료하고 진단할 의사가 부족해서 응급실에 환자가 적체되는 거고요. 또 다른 이유는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공간이 아니고 사실은 응급환자를 살려놓고 응급환자를 진단해서 분류하는 곳입니다. 최종적으로 이 환자가 입원을 해야 할 환자인지, 중환자실로 가야 되는 환자인지, 수술을 받아야 되는 환자인지를 분류하는 곳인데. 그 분류가 끝난 다음에도 병원에 빈 병실이 없고 빈 수술실이 없고 빈 중환자실이 없으니 상당 시간 그냥 응급실에 계속 환자가 적체되어 있는 상황. 그렇다보니 응급 의료진들의 부담이 큰 거죠.

◇ 이현웅: 말씀해 주신 대로면 지금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 중에 한 가지가 경증 환자 병상을 내주는 방식으로 중증 환자를 받겠다는 건데 이게 교수님 말씀대로면 적절한 해법이 안 될 수도 있겠네요.

◆ 김윤: 진단이 틀렸으니 대책도 효과적인 대책이 되기가 어렵죠.

◇ 이현웅: 그렇군요. 그러면 당장 응급실의 의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잡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시는 거죠.

◆ 김윤: 그리고 병원이 가지고 있는 병상도 있고 중환자실도 있고 많은 의사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병원이 가진 자원의 대부분을 현재는 외래를 통해서 입원하는 비응급 환자한테 쓰고 있는 거거든요. 응급환자한테는 아주 일부만 쓰고 있고요. 그런데 응급환자한테 더 많은 병실을 중환자실을 수술할 의사를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현웅: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또 보면 대부분 개인 병원 쪽으로 많이 진로를 잡고 개원을 하고 이런 상황에서 대형병원이나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의사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 이 얘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던데요.

◆ 김윤: 네, 첫째로 대학병원 같은 경우는 외과 의사, 흉부외과 의사, 내과 의사 이런 의사들을 응급실을 전담하는 의사를 교수 요원으로 뽑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게 소수의 인력을 뽑아서 이게 퐁당퐁당 이틀 걸러 하루씩 당직 서게 만드는 게 아니고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만 당직 서도 되도록. 그리고 당직 선 다음에는 외래 진료 보지 않아도 되도록 그렇게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면 지금도 대학에서 큰 병원에서 일할 전문의를 구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현웅: 지금 그 말씀을 반대로 하면 현재 일하고 계신 분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당직 근무하고 당직 근무를 하고 나서도 외래 진료를 보고 이런 상황입니까?

◆ 김윤: 최악의 상황에서 그렇습니다. 물론 다 이틀에 한 번씩 서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면 3일이나 4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서시는 분들이 상당수이고, 그분들이 대부분 당직근무를 서고 난 다음 날 아침에 외래 환자를 100명, 150명 이렇게 봐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의과대학 졸업하고 전문의를 받았는데  내가 정말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대학에서 일하면 소위 워라벨이 안 나오고 너무 힘들 것 같고 월급도 적고 이러니까 이제 개원을 하는 쪽을 선택하는 의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거죠.

◇ 이현웅: 그렇군요. 지금 또 의협과 정부가 계속해서 얘기를 하는 게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문제인데 혹시 의대 정원을 늘리면 해법이 될 수 있습니까?

◆ 김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현재 의사 부족의 문제, 우리나라 필수 의료시스템이 붕괴하고 지방의료가 붕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인 거죠. 그것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의대를 지금 2025학년도부터 증원을 한다고 쳤을 때 이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시간까지를 고려하면 지금으로부터 한 10년도는 지금과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이 돼야 하는 건가요? 당장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요.

◆ 김윤: 의사 인력의 분포를 개선하는 대책이 있을 수 있고요. 대책을 고칠 의사 분포를 개선하려면 사실 우리 의료체계에 굉장히 근본적인 정책들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의를 받은 사람들이 예전처럼 대학에 있지 않고 개원을 많이 하잖아요. 개원을 많이 하는 이유가 개원의의 소득이 대학 교수의 월급의 지금 2배 수준까지 올라갔거든요. 그렇게 된 이유가 하나는 개원가에서 비급여 진료가 너무 만연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요.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책정해 주는 시스템이 대단히 기형적으로 되어 있어서요. 설명하기는 좀 복잡한데 지금 현재 상황은 어떠냐 하면 대학병원의 진찰료보다 의원의 진찰료가 더 높게 책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이상한 실정을 만들어 놓은 거죠. 그러니까 설명을 드리면, 예를 들어서 의원의 진료비가 재작년에 100이었는데 작년에 80밖에 안 되면 진료비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 높여서 그걸 100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에요. 그러니까 진료비의 총액을 의원의 진료비의 총액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거죠. 그런데 이제 환자들이 점점 더 큰 병원을 선호하고 큰 병원에 가는 환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의원의 환자는 줄어들고 그렇게 진료비 총액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니까 의원의 진료비의 단가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의원의 진료 수입이 더 올라가게 되어 있는 거죠.

◇ 이현웅: 혹시 반대로 120인 경우에 100에 맞춰서 진료비를 깎기도 합니까?

◆ 김윤: 그런 시스템은 아니고요. 

◇ 이현웅: 네 알겠습니다. 일각에서 나오는 '외국인 의사들이 온다' 이런 얘기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짧게만 답변 듣겠습니다.

◆ 김윤: 가능한 대안일 수는 있는데 언어적인 장벽이 커서 현실적인 대안 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부 영상의학과처럼 환자 보지 않고 판독하는 과 이런 데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현웅: 알겠습니다. 다음은 소아과 문제인데 지금 자녀들 있는 집안에서는 이 소아과 문제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병원 가기 힘들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소아과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윤: 소아과 문제를 두 영역으로 나눠서 봐야 되는데요. 하나는 중환자, 입원 환자, 응급실 환자의 영역하고 일반적으로 동네 소아과를 가는 영역으로 나눠봐야 하는데.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영역은 입원환자, 중환자, 응급환자의 영역이고 동네 소아과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언론을 통해서 소아과 오픈런 이런 보도들이 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 또는 일부 소아과 의원에 한정된 상황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는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 이현웅: 예를 들면 감염병 같은 게 있었을 때 말씀하시는 건가요.

◆ 김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소아과 의원 수는 줄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소아과 의원에서의 진료량은 한 지난 7,8년간 20%가량 줄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계속 응급실 뺑뺑이도 그렇고 응급환자와 중환자의 문제인데 이거는 소아과보다 다른 과를 선택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니까 당직할 의사가 부족 하고 당직할 의사가 부족하니까 응급환자, 중환자, 입원 환자 진료 기능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는 거죠. 그래서 소아과 진료의 절대적인 수입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다른 과를 진료하는 것에 비해서 기회비용이 적고,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 보니까 소아과 진료 영역에서 공백이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현웅: 그러다 보니까 수도권은 그나마 소아과를 찾아갈 만 하고, 줄을 서면 진료라도 받을 수 있는데 지방 같은 경우는 원정 출산 얘기까지도 나오잖아요. 지역에 대한 의료공백 문제도 심각한 것 같은데요.

◆ 김윤: 분만도 그렇고 소아과 진료도 그렇고 우리가 저출산 때문에 과거 한 20년을 놓고 보면 분만도 절반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소아과 환자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산부인과, 소아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환자가 줄었는데 병원 숫자는 그대로니까 잘 유지가 안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인력이 줄고 인력이 줄다 보니까 24시간 365일 환자를 봐야 되는 분만이나 소아과 입원 응급이 잘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역설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분만센터, 어린이 진료센터 같은 것을 지정해서 거기에 인력을 몰아주고 센터가 충분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지금은 소아과 환자를 보는 병원이 대개 의사 1명, 2명 이렇게 두고 진료를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는 응급환자 중환자를 볼 수가 없으니까 적어도 한 병원에 소아과 전문의 6명 정도는 고용해서 볼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1시간 이내에 소아과 진료를 다 응급진료 입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계획을 해서 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되는데 정부가 안타깝게도 여전히 그런 정책 대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소아과를 기피하고 또 지역을 기피하는 상황인데 말씀해 주신 대로 가려면 이것도 결국 수가 인상 이런 게 답입니까? 어떻게 됩니까.

◆ 김윤: 아니죠. 근본적으로 소아과 진료 체계, 소아 의료의 공급 체계를 개편하는 게 우선이고요. 그렇게 해서 소아 환자를 24시간 365일 봐야 되는 병원의 수가를 집중적으로 올려주는 방식 그게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이현웅: 예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지역 의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혹시 어떻게 보시는지요?

◆ 김윤: 지역 의사제가 필요하죠. 왜냐하면 지금 수도권에 의사의 집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더 암울한 상황은 지방 의대의 학생 중에 한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 학생들입니다. 그러면 이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서 나중에 다 수도권으로 올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실력 있는 의사라고 해도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의사가 없으면 의료 취약지구,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의과대학 병원을 늘리면 지역 출신을 가령 한 80%쯤 뽑고 또 그중에서 의과대학 졸업하고 전문의 받고 난 다음에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해야 지금 지역의 의료 공백을 10년, 20년 뒤에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지방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돼서 지방이 소멸되는 상황이 10년, 20년 뒤에는 올 수도 있습니다.

◇ 이현웅: 정말 들어보니까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좀 적절한 대안, 적절한 해법이 나올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윤: 네 고맙습니다.

◇ 이현웅: 이렇게 김윤 교수와 인터뷰를 해 봤고요. 김윤 교수와 또 다른 시각을 가진 분들의 인터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인터뷰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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