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 PD: 장정우 / 작가: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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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넷플릭스 성(性) 예능물, 우리 사회는 어디까지 관대해야 할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5-09 18:02  | 조회 : 757 

[열린라디오 YTN]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방송일 : 202356(토요일)

진행 : 최휘 아나운서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최휘> 최근 넷플릭스 신규 프로그램 중 성 산업에 대해 조명한 +인물이라는 콘텐츠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진행자의 다른 프로그램 하차 요구까지 나온 상태인데요, 오늘은 이를 둘러싼 이슈들 짚어보려 합니다. 먼저 프로그램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면요?

 

김언경> 넷플릭스 프로그램의 제목은 <‘+인물’>입니다. 방송의 취지는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한다는 것입니다. 국민MC라고 말해도 손색없는 방송인 신동엽 씨와 가수 성시경 씨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425일에 그중 일본 편 총 6편이 공개된 건데요. 구성을 보면 1편은 일본의 성인용품 및 성인 VR방 등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줬고요. 2편은 일본 AV의 여성 연기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본AV는 실제 성행위가 포함되어있는 성인용 영상물입니다. 3편은 AV 남성 연기자와 감독을 인터뷰하는 내용이고요. 4편은 성인용품 회사를 소개했고요. 5편은 일본의 호스트바를 찾아가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습니다. 6편은 일본의 평범한 커플 2팀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마무리했습니다. 각 편당 30분 정도로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최휘> 소장님 말씀만 들어도, 일반 방송에서 다루는 수위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직접 방송 다 보셨죠. 어떤 생각 드셨어요?

 

김언경> 저는 방송을 보기 이전에 기사부터 봤는데요. 기사에서 신동엽 씨는 AV 배우와 함께 직장 상사와 신입사원 역할극을 펼쳤고 AV 촬영을 간접 체험했으며, 성적인 은어와 비속어가 여과 없이 나왔습니다. 성적 수위가 지나치게 높으며 모자이크 처리 없이 성인용품을 등장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보기 전에 정말 대단히 지저분한 내용이 아닐까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방송을 다 보면 생각보다는 괜찮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콘텐츠를 우리나라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으로 살펴본다면 심각합니다. 이 콘텐츠는 방송심의규정 30조 양성평등, 35조 성 표현, 40조 성기 성병 등의 표현, 27조 품위유지 등의 여러 조항을 위반했다고 평가될 겁니다. 우리 방송에는 방송되기 불가능한 수위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 방송은 넷플릭스 청소년시청불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렇게 놓고 봤을 때는 신동엽 씨나 성시경 씨는 저급한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나름 애를 썼고요. 전반적으로 촬영 분위기는 밝고 깔끔했습니다. 게다가 AV라는 것이 여성 출연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으며, 호스트바 역시 한번 가볼만 한 곳 같고, 일본 청춘남녀들은 AV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성시경 씨가 마지막에 말한 것처럼 어떤 직업이든 그걸 진심으로 대단히 열심히 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구나 일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할 정도였습니다.

최휘> 그럼 실제로 본 방송물에선 언론이 지적했던 선정성 문제가 크지 않았다는 건가요?

 

김언경> 그렇게 들리시죠? 저도 처음 이 방송을 봤을 때, 신동엽 씨의 진행 그 자체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에 신동엽 씨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데 뭐가 문제라는 거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요. 바로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이 방송은 아주 산뜻하고 유쾌하게 일본의 AV 시장 등을 소개해줍니다. 그래서 이 방송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일본 AV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호기심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AV의 문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방송은 그저 선정적 주제를 청소년시청불가 수위에서 적당히 즐겁게 구성한 방송으로 보일 것입니다. 바로 이 점. 일본 AV를 접해보지도 않았고, 그 시장의 문제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일본 AV 시장을 미화시켜 소개해주었다는 점, 그 안의 문제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방송의 위험성이라는 것이죠.

 

최휘> 일본 AV의 문제점을 보여주지 않고, 미화하여 소개해주고 있다는 지적해주셨는데요. AV 산업이 양지로 올라와도 되는 것인지 의문 들거든요. 실제론 어떻습니까?

 

김언경> 넷플릭스 <+인물>에서 여성 AV배우들은 "싫으면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환경", "(AV 촬영시) 대본에 없는 행위를 하거나 멋대로 구는 경우는 없다"고 말합니다. 남성 AV 배우들도 여성배우를 매우 존중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나우, HRN가 지난 2016년 발간한 'AV산업에 의한 여성·소녀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성년자 등 젊은 여성들에게 일반 잡지나 CF, TV녹화라면서 모델, 연예인 데뷔 등을 제안하여 계약서를 쓰게 한 후, 성인물을 찍게 하고, 부조리한 계약서를 들이대며, 고액의 위약금을 요구하며 협박하여 AV출연을 강제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HRN 보고서에는 계약사기를 통한 미성년자 유인·협박·성폭행·강제촬영 등 실제적인 범죄를 포함한 일본 내 성착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담겨있습니다.

 

게다가 넷플릭스 <+인물>에서는 배우나 감독의 말을 통해서 매우 정교하게 합의된 내용으로 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말했지만, HRN 보고서에는 자극적인 'AV상품'을 만들기 위한 "잔혹한 방식의 성폭행"들이 "계약 혹은 연기"로 둔갑되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의 없는 가학적 행위, 심지어 성폭행 장면조차 영상에서는 그저 동의한 상태에서의 연기로 연출된다고도 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피해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피해 유발자로 낙인찍힌다고 합니다. HRN 측은 "젊은 여성의 무지와 곤궁을 이용해 성행위를 강요하고, 그 내용이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런 내용을 거의 몰랐습니다. 따라서 이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인물>을 봤을 때와 이걸 알게 된 이후의 감정은 정말 천지차이였습니다. 저는 이 방송이 아무리 일본 현지를 찾아가서 일본의 성문화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화려한 면, 밝은 면만 담고 그 이면의 문제를 취재하여 전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분명한 왜곡이며 이는 시청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방송이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휘> 진행자인 신동엽 씨 하차 요구가 일고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언경> 지금 신동엽 씨가 왜곡된 성문화를 홍보했다SBS 예능 프로그램 'TV 동물농장'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하차는 너무하다고 두둔하는 목소리가 팽팽합니다. 저도 정말 많은 의견을 읽어봤는데요. 사실 제가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정답을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동엽 씨는 이번 논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돌아봐야 한다고요. 신동엽 씨는 지상파에 주로 출연하며, 가족 시청 시간대에 주로 방송하는 그야말로 국민 MC’입니다. 하지만 그는 마녀사냥등의 방송을 통해서 성적 농담을 즐겨 하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성 담론을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주어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넷플릭스 <+인물>마녀사냥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안이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동엽 씨가 지난달 28일 백상예술대상 진행자로 나서면서 저 역시 도전하고 있다. 저는 재밌는 것도 좋아하고, 야한 것도 좋아하고,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는데요.

 

분명한 것은 이번 논란의 본질은 성에 대해 너무 개방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해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개방주의 대 엄숙주의'의 싸움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부적절한 성 착취 산업의 문제를 너무 미화한 방송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 거기에 신동엽이라는 국민 MC급의 진행자가 있어서 방송은 더욱 화제가 되고, 그에 대한 책임으로 신동엽 하차라는 요구까지 제기되는 것입니다. AV를 반대하는 일본의 한 인권 운동가가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 문제를 글로벌 문제로 함께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디 인권 침해에 가담하지 말아주세요.” 이 말을 듣고 나니 일본AV는 단순히 성 문화를 소개하는 맥락으로 다뤄서는 안될 소재였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논란이 방송에 있어 인권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신동엽 씨의 성적 유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적 유머일수록 인권 감수성이라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 이번 논란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언경> 감사합니다.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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