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6조 원 대박기업, 비법은 '회피 기술'에 있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1-25 17:18  | 조회 : 1237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1월 25일 (수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고명숙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전문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슬기로운 생활을 위한 "생활백서", 매주 수요일은 대한민국 특허청과 함께하는 '독특허지~ 기특허지~' 시간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신제품이나 신기술 대부분은 알고 보면 촘촘한 특허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요. 해외 독점기업이 쌓아둔 특허장벽을 무너뜨리고 기술 수출만으로 대박을 이룬 국내 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어떤 제도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제도인지,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고명숙 전문위원 모시고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고명숙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전문위원(이하 고명숙): 안녕하세요. 

◇ 이현웅: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고명숙: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특허전략개발원 고명숙 전문위원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IP-R&D 특허전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기술 수출만으로 6조원 대박이 난 기업이 있다는데,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해주신다면?

◆ 고명숙: 네, 알테오젠이라는 회사인데요. 알테오젠은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입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총 4건, 약 6조원의 기술수출을 했습니다. 알테오젠의 대박난 기술은 히알루로니다제라고 하는 효소 단백질 제조 기술입니다.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인슐린처럼 간편하게 피하주사 형태로 주사할 수 있도록 바꾸어 주는 기술입니다. 그러니까 한 달에 서너 번 병원에 가서 2~3시간 누워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을 이 기술을 사용하면 집에서 환자 스스로 복부나 허벅지에 주사를 놓으면 되는 것이죠. 상당히 혁신적인 기술이죠. 
그런데, 이 기술은 알테오젠이 처음 개발한 기술이 아니고, 할로자임이라는 미국 기업이 이미 2005년에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은 기술입니다. 할로자임은 14년 동안 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었고 매년 3500억원의 로열티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술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수백건에 이르는 특허장벽 때문인데요, 알테오젠은 이 특허들을 모두 회피해서 특허침해소송을 당하지 않고 사업화를 하고 기술수출을 할 수 있었던 거죠. 
 
◇ 이현웅: 뭔가 대단한 성과인 것 같긴 한데, 어려운 내용이 많이 나오네요. 특허 장벽과 특허 회피라는 게 뭔가요?

◆ 고명숙: 기업이 특허권을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술을 독점해서 돈을 벌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콜라를 처음 만들어서 독점하려고 콜라라는 특허를 받았다고 해보죠. 그럼, 다른 사람들은 콜라를 만들어 팔면 특허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에 콜라를 만들어 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이다는 침해가 아니니까 만들어 팔 수 있겠죠. 이런 것을 특허 회피라고 합니다. 그래서 선두기업은 이런 상황을 미리 생각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여러 개의 특허권으로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특허 장벽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콜라뿐만 아니라 사이다, 탄산수, 토닉워터, 에이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기존 특허와 차별화해서 등록할 만한 특허권들을 받아두는 거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이 특허들 때문에 탄산음료 시장에 진입하기 상당히 어렵게 됩니다. 

◇ 이현웅: 이 기업도 선두기업의 특허 장벽을 뚫고 특허 회피를 해서 성공했다는 거군요. 그 비결이 뭡니까?

◆ 고명숙: 특허청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에서는 IP-R&D 전략지원사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특허전략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알테오젠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었고, 기술이 사업화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할로자임의 두터운 특허장벽이었습니다. 신약개발은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수십 년의 개발 기간이 들기 때문에, 보통은 아주 철저히 특허장벽을 만들어서 후발기업이 아이디어를 조금이라도 모방하지 못하게 해서 시장을 독점하려고 하거든요. 할로자임이라는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알테오젠의 니즈는 이 할로자임의 특허장벽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IP-R&D 특허전략을 지원하게 되었구요. 2주에 한 번씩 저와 변리사, 알테오젠 3자가 만나는 전략회의를 했는데, 사실 저도 상당히 긴장했었습니다. 특허 한 건을 회피하는 아이디어를 내도 그 회피전략이 다른 특허를 침해하는 내용일 수 있어서, 수백 건의 회피전략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거든요. 이러한 작업이 세 달 동안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루어졌고, 결국 수백 건의 특허에서 미세한 틈새를 찾아내서, 회피가능한 물질의 범위를 도출하게 되었구요. 특허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사업화할 수 있는 방향을 알테오젠에 제공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 이현웅: 굉장히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작업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타 기업의 특허를 회피하고 사업화에 성공하면, 또 다른 후발주자가 내 기술을 모방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고명숙: 네 그렇습니다. 누군가 알테오젠이 했던 것처럼 알테오젠의 특허를 회피하려고 하겠죠. 그래서 이번엔 알테오젠의 기술을 특허장벽으로 무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할로자임의 특허장벽은 사실 굉장히 훌륭한 사례예요. 그래서, 다시 할로자임의 주요 특허들을 리뷰하면서 알테오젠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고 특허장벽을 구축했구요, 이 특허들이 현재 수십 개 국가에 출원되어 있습니다.

◇ 이현웅: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IP-R&D 사업,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언제 어디서 신청할 수 있는지도 설명해주시죠.

◆ 고명숙: IP-R&D 지원사업은 5개월 동안 특허전략 전문가와 변리사가 기업 연구자와 1주나 2주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분석된 특허에 대해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기업에 필요한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에 문제가 없는 R&D 방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홈페이지나 사업시스템에서 기업 모집 공고를 하고 있구요. 신청한 기업들 중에서 좋은 기술로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우선 선정하여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 이현웅: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창업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고명숙: 특허는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아이디어 창고입니다. 그래서, 특허를 읽지 않는다면 이미 세상에 알려진 아이디어를 중복으로 연구할 가능성이 높고 특허도 등록받지 못하게 됩니다. 반면, 특허를 읽는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 더 훌륭한 아이디어가 탄생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도 특허청 심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상당히 많은 특허를 읽었던 것이 상대성 이론을 정립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만약, 스타트업 CEO 분들이 힘든 중에도 틈틈이 특허를 읽는다면 반드시 다른 기업보다 두 배는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하실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노력에 저희 IP-R&D 지원사업이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 이현웅: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고명숙 전문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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