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똑똑~똑” ‘우영우’변호사가 문 앞에서 3초 세는 진짜 이유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8-05 14:10  | 조회 : 2152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8월 5일 (금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 2부, <이슈in터뷰> 시작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극 중 우영우 변호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우영우 변호사 말처럼 자폐는 커다른 범주 안에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요. 오늘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하 오진승): 안녕하세요. 

◇ 이현웅: 선생님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밌게 보셨나요? 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한 장면이 있다면요?  

◆ 오진승: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일단은, 그동안 자폐인 분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많았잖아요. 조승우 씨가 연기한 <말아톤>이라든가, 주원 씨가 연기한 <굿닥터>, 이 주인공분들도 일종의 자폐 스펙크럼 장애를 가진 환자분들인데. 그동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분들특유의 단조로운 어조라든가, 반향어라든가, 손가락을 튀기는 등의 상동증적 행동 이런 것들은 이미 다른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는데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분들은 사실 의사소통의 질적 저하가 있다고 하거든요. 단어를 다 알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부족하고, 그리고 텍스트 그대로 해석을 하는 부분이 있으세요. 예를 들어 극중 장면에도 나오는데, 판사님이 자꾸 우영우 변호사가 불편한 질문들을 하니까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면서 "앞으로는 질문할 때 손들고 질문하세요"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데 사실 그 말은 우리가 봤을 때 좀 언짢은 뉘앙스잖아요. 그리고 손 들고 질문하라는 얘기가 진짜 질문을 손들고 하라는 게 아니라 “나 불쾌해, 그러니까 당분간 질문하지 마” 이런 (뉘앙스인데) 우영우 변호사님은 이게 저 판사님의 법정 규칙이다 라고 있는 그대로 해석을 해서 내면의 어떠한 판사님의 감정이라든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진짜 손을 들고 계속 질문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이, 사실 자폐 스펙트럼 환자분들이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생활을 할 때 “쟤 이상해, 왜 쟤는 눈치가 없지?” 이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는데 그런 장면이 드라마에서 잘 그려진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앞서서 의사소통의 질적 저하 부분을 말씀해 주셨는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들은 어조가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특징적인 건가요?

◆ 오진승: 보통 단조로운 어조이기도 하고요. 아나운서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우리가 얘기를 하다 보면 어떤 리듬이 있잖아요. 말을 할 때, 또 질문할 때, 끝을 이렇게 올린다거나 “안녕? 뭐 하셨어요?” 이렇게 해야 되는데 높낮이가 보통 분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 이현웅: 드라마 속에 ‘반향어’라는 것도 나오잖아요. 이것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들의 일반적인 증상 중 하나라고 해야 되나요?

◆ 오진승: 맞습니다. 많이들 호소하시는 증상들 중에 하나고요. 그리고 꼭 바로바로 따라 하기보다는 ‘지연 반향어’라고 해서 현재 대화 나눈 부분들을 갑자기 1시간이나 2시간 뒤에 따라 하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 증상들을 모르는 분들은 당황하고, “왜 이런 걸 얘기를 하지” 이렇게 오해를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이현웅: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 중 하나가 극중에서 우영호 변호사를 보면 김밥만 먹잖아요. 횟집을 가더라도 김초밥만 먹고요. 이렇게 김밥만 먹는 것도 자폐 스펙트럼과 관련이 있나요?

◆ 오진승: 주된 증상 중 하나고요. 동일성에 대한 고집 그리고 융통성이 없이 뭔가 집착을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은 같은 길로만 다니고 같은 음식만 드시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우영우 변호사는 김밥만 먹는데 마치 이 드라마를 보고 이제 모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시는 것처럼, “그러면 자폐인들은 다 김밥 주면 좋아해” 이럴 수 있는데 우영우 변호사가 김밥을 좋아하는 것뿐이죠. 다른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분들은 또 다른 음식들에 집착을 하실 수도 있고요. 그리고 꼭 같은 자리에 앉아서 먹어야 한다거나 같은 방식으로 먹어야 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중간에 다른 음식으로 바뀌기도 하나요?

◆ 오진승: 그럴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그런 변화를 주는 게 굉장히 어려울 수 있고요. 우영우 변호사는 고래를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김밥이 아닌 다른 음식을 먹었을 때 고래 장난감을 준다거나 고래 관련 영상을 보여준다거나 이런 교육들이 어릴 때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사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분들을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그 환자분들의 어떤 특성이나 습성을 보호자분들한테도 교육을 해서 어릴 때부터 이어진다면 아나운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김밥만이 아닌 다른 음식들도 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섣불리 생각했을 때 김밥 말고 더 맛있는 음식들을 “이것도 먹어봐”하는데, 이분들은 단순히 그냥 한 가지 음식을 좋아한다 이런 수준이 아니라 작은 변화에 대해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시거든요. 그분들한테는 엄청난 괴로운 일일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 이현웅: 음식에 대한 선호 차원이 아닌 거네요. 우영우에서는 김밥이라 다행이지만 건강에 해로운 음식 뭐 이런 거에 꽂힐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주변에서 걱정을 상당히 많이 하실 것 같은데..

◆ 오진승: 그렇습니다. 그나마 김밥은 채소도 있고 단백질도 있고, 다양한 부분들이 섞여 있는 음식이기는 한데 말씀하신 대로 건강에 해로운 음식들을 자꾸 먹는다면 어떻게 보면 교육적인 부분이 필요해서, 그런 부분은 대처하고 교체하는 게 필요한데 이런 것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 이현웅: 이런 문제로 누군가가 호소하신 적도 있습니까?

◆ 오진승: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렇게 한 가지 음식만 안 먹어요. 이런 걸로 병원에 방문하시는 경우는 없어요. 왜 그러냐 하면 그런 걱정을 한다는 건 약간의 사치라고 해야 하나요. 더 심각한 증상, 더 조절 안 되는 증상들이 많기 때문에 “김밥만 먹어요” 이런 거는, 자폐인 가족분들은 뭐라도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시기 때문에 보통 병원에 보호자분들이 데려오시는 경우는 자해를 한다거나 자기 손을 깨물고 머리를 벽에 박는 이런 증상들이 있거든요.어릴 때는 그런 게 제지가 가능한데 점점 덩치가 커지고 그러면 자폐인 환자분들이 자해 행동을 했을 때 그거를 컨트롤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그러다 보면 환자도 다치실 수 있고 보호자분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오시거나 입원까지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 이현웅: 드라마 속에서 우영우 변호사 말고 다른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이 나오는데 긁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그 부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우영우 변호사 보면 누군가 포옹을 하거나, 아니면 처음 만나서 악수를 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걸 어려워하는 모습들도 보이기는 하는데 실제로도 이런 것들을 어려워하나요?

◆ 오진승: 일단은 눈마주침이 잘 안 되는 게 증상 중에 하나고요. 그래서 어머니들이 자폐 진단을 할 때, 한 4살, 5살 이쯤 진단이 많이 되는데, 그때 말씀하시는 게 아이가 눈마주침이 적다, 말이 늦다, 이런 증상으로 많이 데리고 오시고요. 그리고 이것도 특징 중 하나인데 어떤 자폐인 분들은 특정 감각에는 더 예민하고 그리고 특정 감각에는 둔감해요. 그거는 환자분마다 다른데. 우영우 변호사도 보면 시끄러운 소리에 좀 예민해요.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있고 아마 신체적인 접촉도 그런 부분에 예민하게 느껴서 못 견뎌하는 부분이 있고요. 반대로 특정 감각에는 둔감한 경우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더위나 추위를 잘 못 느껴서 계절과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다닌다거나 혹은 통증에 둔감해서 어디가 다쳐도 잘 모르고 다닌다거나 그런 증상들이 있고 어떤 자폐인 분들은 진공청소기 소리에 힘들어 하는 분도 있고, 오히려 어떤 분은 진공 청소기 소리를 좋아해서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있는 분들도 있고, 다양합니다.

◇ 이현웅: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숫자를 세는 이유는 뭔가요? 

◆ 오진승: 많은 자폐인 분들이 그러지 않을까 하는데 이거는 자폐랑 별개로 강박 장애인 것 같거든요. 강박 장애는 우리가 흔히 많이들 느끼시는 결벽증 같이 하루에도 여러 번 손을 씻고 물건을 정리정돈 하는 이런 증상들을 말하는데,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그래서 손을 자꾸 씻어야 하고, 물건을 정리해야 하고, 그리고 어디를 걸을 때 선을 밟지 않는다거나 이런 건데. 우영호 변호사도 문 안에 들어가기 전에 숫자를 세지 않으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극중에 우영우 변호사의 친모로 나오는 태산 로펌의 태수이 변호사도 백화점에 가서 구두를 정리하는 그런 행동이 나오거든요. 강박장애도 어떻게 보면 유전 경향이 있어서, 제가 봤을 때는 자폐 증상과는 별개로 강박장애 증상. 그건 별도로 진단을 해야 되지 않을까.

◇ 이현웅: 회전문을 무서워하는 건 어떤가요?

◆ 오진승: 이것도 제가 봤을 때 회전문의 소리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자폐 환자분들의 행동 자체가 자폐가 없는 분들 행동에 비해서는 동작이 굼뜨고 신체 밸런스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신속하게 행동하는 게 어려워서 그러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유전의 영향이 있을 수 있나요?

◆ 오진승: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모든 정신질환 자체가 유전 성향이 있는데요. 유전 성향이 있다는 게 부모님 가족 중에 있다고 해서 100%다, 이런 건 아니고 그런 질환이 없는 가족들에 비해서 진단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정도로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이현웅: 혹시 늦은 상황에서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나요?

◆ 오진승: 대부분은 선천적으로 발생을 하는데, 자폐 스펙트럼. 말 그대로 스펙트럼이다보니까 다양한 환자분들이 존재하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심각한 증상을 가지신 분들은 조기 진단이 되고요. 어느 정도 언어 발달은 되는데 조금 늦은 정도라면 조금 늦게 진단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아니고 자폐 스펙트럼에도 여러 가지 진단명들이 섞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거를 자폐 스펙트럼으로 하나로 묶으면서. 우영우 변호사처럼 독립적인 행동을 하는 분들도 있고 그리고 보호자분들이 옆에 24시간 붙어 다녀야 하는 환자분들도 있는 것처럼 다양한 환자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단 자체는 조금 늦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이현웅: 우영우 변호사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천재성을 띠는 경우가 많을까요? 

◆ 오진승: 서번트 증후군, 고기능성 자폐, 이런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큐나 이런 것들이 월등히 높으신 분들이 있고 지능이랑 상관없이 특정 영역에 뛰어난 부분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지하철 노선도를 다 외운다거나 공룡 이름을 다 외우신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사실 암기력이 뛰어난 분도 있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영우 변호사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외우는) 이런 게 많이 도움이 되는데 실제로 지하철 노선들을 다 외운다고 해서 어떤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오해하시는데 사실 어떤 뛰어난 암기력이 있어도 이거를 상황에 맞게 잘 이용하고 상대방과 소통을 하면서 해야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데. 엄청난 암기력을 지녔지만 사회적인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면 이거를 잘 활용하기 어렵기는 해요. 실제로는 그런 부분들이 있고요. 그런데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해서 예체능이라든가 음악, 미술 이런 것에 재능이 있는 분들은 있어서 그런 재능을 발견을 하면 보호자분들이나 특수 교육 하시는 분들이 그런 쪽으로 재능을 키워주려고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 이현웅: 봄날의 햇살 최수연 변호사나 친구 동그라미, 직장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처럼 우영우 변호사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 더 감동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 모두가 이 부분을 더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아요?

◆ 오진승: 맞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폐인 보호자분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것을 환자분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라든가 이런 편견 때문에 많이 상처받고 고통받는다는 얘기를 하시거든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봄날의 햇살이라든가 동그라미, 정명석 변호사님처럼 어떤 멘토가 될 수는 없지만 그냥 이렇게 외출하는 환자분들이 있으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고. 또 공공장소에서 본인도 예측하지 못한 행동들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갑자기 소리를 지르신다거나, 행동이 갑자기 커진다거나. 그런데 그게 누구를 공격하려는 행동이나 이런 게 아니고 그분들 특유의 증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너무 이상하게, 무섭게 보시기보다 인내를 갖고 기다려주시는 배려가 있다면 정말 너무 좋지 않을까. 누구나 봄날의 햇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이현웅: 오늘 말씀 너무 잘 들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오 투 더 진 투 더 승 전문의와 함께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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