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2월 22일 (수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 박성우 특허청 심사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영화 기생충과 함께 전 세계에 알려진 ‘짜파구리’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닮은 점이 있다는데요. 시간도, 형태도 전혀 다른 짜파구리와 거북선,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요? 매주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지켜주는 박성우 심사관과 자세히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성우 심사관(이하 박성우): 안녕하세요. 발명을 사랑하는 특허청의 박성우 심사관입니다.
◇ 이현웅: 저는 모르겠어요. 짜파구리와 거북선,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거죠? 글자 수까지 전혀 다른데요.
◆ 박성우: 지난주에 거북선 얘기 나눴는데 거북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억하십니까?
◇ 이현웅: 조선의 군함, 판옥선에 덮개를 결합해서 만들었다고 했죠. 아, 그럼 짜파구리도 짜장라면과 매운라면의 결합이네요. 공통점 찾았습니다!
◆ 박성우: 제대로 기억하고 계시네요. 지난주에 거북선 얘기하면서 결합발병에 대해 잠깐 스쳐갔는데, 오늘 자세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결합발명이란 하나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여러 개의 장치 또는 수단, 방법을 결합한 발명을 말하는데요. 현존하는 대부분의 발명이 이 결합발명에 속합니다. 이 결합발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주합발명(Aggregation)과 조합발명(Combination)이 있습니다. 언뜻 듣기에 이해가 잘 안 되실 거 같아서 제가 예를 들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실내에 모양은 선풍기와 비슷한데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온풍기 많이 쓰시죠?
◇ 이현웅: 네, 선풍긴 줄 알고 자세히 보면 날개가 없는 온풍기 많이 쓰죠.
◆ 박성우: 온풍기로 주합발명의 예를 먼저 들어볼게요. 시장 같은 곳에 가면 시계도 보고, 온풍기 바람도 쐬려고 온풍기에 디지털시계를 붙여놓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 때 이 시계가 타이머 기능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한 결합으로 이뤄져서 따로 따로 각자의 기능을 수행할 뿐, 서로 기술적인 상호작용을 하진 않죠. 이런 경우의 발명 1+1인데, 서로 영향을 주진 않는 발명을 흔히 주합발명이라고 합니다. 이걸로 특허성을 인정받기는 어렵죠.
◇ 이현웅: 온풍기에 붙은 시계를 보고, 시간이 되면 내가 알아서 꺼야 하는 거군요? 이건 제가 봐도 특허 받을 기술은 아닌 것 같아요.
◆ 박성우: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합발명 같은 경우에는, 타이머가 내장된 온풍기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시각도 표시되고 온풍기의 동작시간이 타이머에 의해서 제어가 되는 거죠. 이런 경우는 두 가지 기능이 서로 전기적·기계적으로 결합해서 상호작용을 하고, 그에 따른 상승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특허성이 인정됩니다.
◇ 이현웅: 이제 알겠습니다. 단순하게 붙여두기만 해선 특허가 될 수 없고, 서로 상호작용을 해야만 특허성이 인정이 되는 거군요.
◆ 박성우: 그렇습니다. 그럼 퀴즈 한번 내볼까요? 온도계가 달려 있어서, 먹고 있는 음식의 온도를 잴 수 있는 젓가락이 있습니다. 특허성이 있다, 없다?
◇ 이현웅: 정답, 있다!
◆ 박성우: 딩동댕~ 그럼 젓가락에 온도감지 기능이 내장돼서,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젓가락이 있습니다. 특허성이 있다, 없다?
◇ 이현웅: 정답, 있다!
◆ 박성우: 그럼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같이 요리해서, 두 가지 맛이 묘하게 섞인 짜파구리를 만들었다. 특허성이 있다, 없다?
◇ 이현웅: 짜파구리는 둘이 합쳐져서 더 맛있어졌으니까 특허 인정! 특허성이 있다! 결합발명품 아닙니까?
◆ 박성우: 짜파구리의 경우는 좀 다른데요. 짜파구리는 기계장치의 결합발명이 아닌 일종의 음식의 결합발명입니다. 제가 방송 전에 검색을 해 보니 일단 농심에서 상표등록은 되어있는데 특허출원을 한 건 없었고요. 짜장 소스에 관한 출원이 있긴 한데 이건 짜파구리와 관련된 것으로는 볼 수 없고요. 아마도 누군가가 우연히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어보니 기상천외한 맛이 나서 SNS랑 입소문이 퍼져 유명하게 된 거 같은데요. 짜파구리처럼 음식의 결합발명 경우에는 A라는 원료와 B라는 원료를 섞어 맛이 좋다던가, 향이 좋다던가, 식감이 또는 색상이 좋다던가 했을 때, 그때의 함량비나 과학적이고 객관화된 실험데이터를 제시하게 된다면, 음식의 발명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관능적 평가가 인정되면 특허성 여부도 검토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결합발명의 또 하나로는 지난주에 이야기 나눴던 거북선인데요. 거북선은 특허성이 있다, 없다?
◇ 이현웅: 정답, 있다! 그러고 보니까 거북선도 조합발명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 박성우: 네, 거북선은 조선시대의 전투함인 기존의 판옥선 위에 거북이 등 모양의 두꺼운 덮개를 씌우고, 거기에 철침을 꽂고, 포탄이 나오는 용머리를 결합시켰고, 그 결과 이것들이 서로 결합해서 전투력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상승시킨 거니까 이 또한 조합발명으로 볼 수 있다고 봅니다.
◇ 이현웅: 짜파구리와 거북선의 공통점, 이제 확실히 이해됩니다. 이런 조합발명, 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박성우: 또 다른 조합발명으로, 1434년 세종 16년에 왕명으로 장영실, 김조, 이천이라는 분들이 만든 자격루를 들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님, 자격루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 이현웅: 자격루라면 물시계 아닙니까?
◆ 박성우: 그렇죠. 자격루는 스스로(自) 치는(擊) 물시계(漏)라는 뜻인데요. 자격루는 단순한 물시계가 아닙니다.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드릴게요. 이 복원된 자격루의 실제 크기는요. 가로 9m, 세로 2m70cm, 높이 4m67cm이고요. 작동원리를 살펴보면요. 파수호라는 큰 항아리에서 흘러내린 물이 수수호라는 길쭉한 원통 속으로 들어가면 살대라는 막대기가 떠오르게 되고요. 그 살대가 떠오르면서 그 위에 있는 쇠구슬을 건드리고, 쇠구슬이 떨어지면서 동판 한쪽을 치면, 나무로 된 인형 3구가 종과 북·징을 쳐서 시보장치를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남아있는 것은 중종 때 만들어진 자격루의 일부인 파수호 3점과 수수호 2점뿐입니다.
◇ 이현웅: 뭔가 엄청 과학적인데 마지막엔 또 나무 인형이 나오는 게 독특하네요. 귀엽기도 하고요.
◆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렇게 물의 부력을 이용한 기존의 물시계에다가, 쇠구슬의 중력을 이용하여 모두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시보장치를 결합했으니까, 이 자격루도 거북선 못지않은 우리 선조들의 훌륭한 조합발명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 이현웅: 그렇군요. 그 당시에는 휴대폰이나 손목시계 같은 게 없으니까 이런 시보장치를 통해서 시간을 알 수밖에 없었을 텐데, 정말 실생활에 꼭 필요한 귀중한 발명품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박성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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