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 방송시간 : [월~금] 13:00~14:00
  • PD: 김세령 / 작가: 강정연

인터뷰전문

사회적참사 트라우마의 골든타임은 3일.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ㅡ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11-18 16:19  | 조회 : 1747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진행 : 김혜민 PD

방송일 : 20211118(목요일)

대담 :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센터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사회적참사 트라우마의 골든타임은 3.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지금 흐르는 노래는 자신의 환자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 아픈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임세원 교수의 추모곡입니다.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이 코너는 말 그대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보고 듣고 말하는 시간인데요.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자 합니다. 사회적 또 국가적 재난 트라우마를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할까요. 이런 이야기 한번 나눠볼게요 포항 지진 트라우마 센터에 이영렬 센터장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이하 이영렬)> 안녕하십니까.

 

김혜민> 반갑습니다. 센터장님. , 사실 잊고 있었어요. 포항 지진을. 부끄럽게도. 너무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트라우마 센터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떤 곳입니까.

 

이영렬> 말 그대로 포항 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분들. 심적 피해도 상당히 많지 않겠습니까. 그분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인데 포항 지진 직후에 만들어지지 못하고 2년이나 지나서 작년 1127일 개소한 거는 이제 그 사이에 우여곡절이 좀 있었죠. 이게 뭐 누구 책임이다. 어느 정도 지원해 주는 그런 게 있었고. 저는 이제 포항 지진 당시에 그때는 복지부 소속 의무직 공무원이었는데, 국립부곡병원장 신분으로 현장의 재난심리지원단 업무를 총괄했어요. 제가 그래서 그 인연으로 2019년도 8월에 퇴직하고 1127일에 개소할 때 개소 준비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초대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혜민> 포항 지진이 4년 전 20171115일에 1차 발생을 했고, 그리고 2018211일에 또 2차 발생을 했습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우리 포항 재난 심리를 컨트롤하고 계셨던 거네요.

 

이영렬>지진 나면 그다음 날 현장에 도착을 해서 한 달 동안 있었고요. 그리고 2차 지진 때는 그 외에는 또 일주일 나가 있었고 그랬습니다.

 

김혜민> 어떤 치료를 받게 됩니까. 그럼 여기에서는.

 

이영렬> 지진 트라우마 센터라는 것이 의료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약물 처방은 못 합니다. 사실 약물 처방 필요하신 분은 지역 의료기관이 연계해 드리고, 그거 빼고는 다 한다고 보시면 되고요. 정신과 의사 할 수 있는 그거 빼고는 다 하고. 그다음에 이제 정신과 의원에서 보다 좀 더 특화된 것이 EMDR이라든가 바이오 피드백라든가 이런 식의 어떤 트라우마에 특화된 치유를 하고. 또 이제 우리가 결국 이게 어떤 사회적 관계, 대인관계에서 풀어가야 될 문제가 많기 때문에 또 신체도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그런 신체활동 프로그램이나 사회 증진 활동 프로그램을 또 추가로 해서 결국 좀 전인적으로 저희가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반이다. 이건 저희뿐만 아니라 대부분 트라우마 센터가 다 똑같습니다.

 

김혜민> 트라우마 센터가 우리나라에 몇 개 정도 있습니까.

 

이영렬> 전부 8개 있습니다.

 

김혜민> 제가 광주 트라우마 센터는 알고 있거든요.

 

이영렬> 광주가 제주를 같이 지금 위탁 받아서 하는 걸로 알고 있고, 그 다음에 안산에 세월호. 그 다음에 저희가 포항 지진. 그다음에 전국에 우리나라 복지부 소속의 국립정신병원이 5개가 있는데 권역별로. 그 각 병원 내에 또 권역별 트라우마 센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김혜민> 그러면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생긴 건 포항하고 안산 정도라고 보고.

 

이영렬> 포항, 안산, 광주. 광주는 5.18

 

김혜민> 알겠습니다. 포항 지진만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요. 좀 그런 게 있습니까.

 

이영렬> 포항 지진은 우선 가장 큰 게 지금도 제가 외부에서 굉장히 많이 듣는 얘기가 그게 언제 때 얘기인데 아직 하느냐. 그다음에 후쿠시마하고 쓰촨에 비해서 너무 미미하지 않냐. 물론 맞습니다. 그건 맞는데 첫 번째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물론 그 앞에 경주 지진이 있었지만 일단 피해 규모가 비교가 안 되고요. 여기는 재물 규모만 3천억. 저쪽은 한 100억 대. 이런 차이가 있고 두 번째는 그것도 되게 황당한데 그게 무슨 지열 발전소에 일어난 촉발 지진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굉장히 충격이 컸던 거죠. 사실은 저도 현장 지원을 그때 나왔을 때 지열 발전소,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을 유언비어라고 생각을 해서 좀 심하게 말하면 편집증? 이런 생각까지도 해서.

 

김혜민> 음모론이다. 이거는.

 

이영렬> 아니, 어떻게 사람이 지진을 일으키냐. 그랬거든요. 근데 그 얼마나 그 당한 분들이 충격이 크시겠어요. 그런 것들이 가장 큰 부분으로 지금 남아 있고 그 후에 진행되는 과정들이 기다, 아니다. 그다음에 보상이다. 아니다. 보상은 어렵다. 누가 책임져야 되니까 구제로 가자. 그 구제도 또 다 줄 수는 없으니까 어느 정도로 제안하자. 이런 과정이 제가 보기엔 계속 피해자분들의 어떤 마음을 후벼 파는 과정이 있다 보니까 사실은 물적 피해에 비해서 심적 피해가 크게 남았고. 거기다 하나 엎친 데 덮친 경우로 잘 아시겠지만 작년에 코로나 재난이 시작될 때 대구 경북 지역에 시작됐잖아요. 포항이 경북에서 제일 큰 도시고 경북의 중심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이제 더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결국은 참 어렵고 힘들고 이런 분들이 많이 남으신 거죠. 그런데 아까 PD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차는 떠나가 버렸고. 4년 전 일이 돼버렸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사라져 갔고. 그러니까 이제 남은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심정이. 이제 그분들을 저희가 좀 어떻게든지 도와드리려고 하고 있는 입장이고 그렇습니다.

 

김혜민> 지진이라고 하면 우리가 이건 뭐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거. 하늘이 그냥 뭐 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해도 이게 충격이 있는데 이게 아니라 이거 어떻게 보면 인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이영렬> 인재일 수 있다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320일 정부 합동조사단에서 규명이 됐음에도 자꾸 다른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그정부 합동조사단에서 규명이 된 거거든요. 그다음에 그전에 인재다, 인재 아니다, 라고 하는 과정에서 인재라고 주장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매도했는가. 그런 부분들이 포항 분들에게 굉장히 아픔으로 남아 있죠.

 

김혜민> , 그렇군요. 이게 그냥 단순히 포항 지진만으로 말할 수 없는 많은 얘기들이 있네요. 그렇군요. 아까 전에 우리 센터장님께서 아, 이거 언제적 얘기인데 지금 그거 하고 있어. 그거 뭐 피해 규모도 크지 않잖아. 이 말이 굉장히 상처라고 하셨는데 사회적 참사를 대할 때 어떤 말을 하는지가 그 사회의 감수성을 나타내주는 건데, 우리가 그런 식의 표현을 너무 쉽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게 피해자들한테는 정말 그 트라우마를 두 배, 세 배 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영렬> 약간 제가 제 선을 넘는. 저는 정신과 의사인데 그냥 트라우마 심리 치유나 잘 하면 되지 이런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또 공박을 당할 수 있는데 제가 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까 이제 양쪽을 다 보는 거죠. 항상 반복되는 데자부 같은 모습들이 있거든요. 가해자로 지목되는 국가 사회 어쩌고저쩌고 기업 이런 분들이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누가 그러고 싶었겠어요. 그거에다가 어떤 불가능하신 부분이 섞여서 뻥하고 터져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 사실 이쪽도 좀 억울하고 저쪽은 황당하고. 이런 상황이 되는데 여기서부터 되게 중요한데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원상회복이고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피해자분들이 국가 사회를 믿고 신뢰하라, 라는 얘기는 무지 많은데 국가 사회가 피해자분들을 믿어주는 모습은 제가 많이 못 봤어요. 그분들은 항상 뭔가를 요구하고 하나를 주면 두 개를. 이렇게 하면서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이분들이 계속 피해의 흔적을 계속 갖고 낙오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이분들은 계속 이 주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혜민> 피해의 흔적을 가지고 낙오하게 만든다. 그걸 다름 아닌 국가와 공동체가 하고 있다.

 

이영렬> 그 처리가 굉장히 제가 보기에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마는 조금 더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항 지진 피해자들 뭐 개인별로 다 다르겠지만 어떻게 삶의 현장에 잘 복귀를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이영렬> 저희 센터 개소일에 현재까지 등록되신 분이 한 2천 분 정도 되고 그다음에 저하고 심층 상담 진행하시는 분이 한 400분 정도 되시는데, 그분들만 놓고 본다면 절반 이상이 아직은 아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고 포항 시민 전체 지진을 겪으신 분들을 본다면 많은 분들이 복귀하셨죠.

 

김혜민> 하지만 트라우마라는 게 복귀한다고 다 나았다. 이렇게 말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영렬> 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거듭 말씀드리는 게 실제로 현실적으로 어떤 재난의 영향으로 삶이 달라져서 원래대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그래도 비슷하게라도 가지 못하고 낙오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이 낙오하는 분들을 어떻게 끌고 갈까 하는 것. 이거를 제가 현장에서 많이 느끼는 거죠. 이분들한테 심적으로 심리치료를 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그런 부분에서 제가 하면 할수록 문제의식을 많이 느낍니다.

 

김혜민> 그래서 센터장님께서 공동체의 역할을 굉장히 많이 주장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이분들의 심리 치료는 전문가가 하는 거고, 그다음에 결국은 지속 가능하게 안정적인 삶을 보내려면 공동체의 역할을 말씀을 하셨는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좀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이영렬> 이것도 제가 주저하는 얘기인데요. 보통 무슨 민사소송 같은 데 가면 100 0은 좀 없고요. 손해를 좀 나누지 않습니까. 그 교통사고가 나도 뭐라고 그러냐.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가해자로 지목되는 분이 특정한 정말 나쁜 가해자였어요. 광주 같은 경우. 그 외에는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돼버린 거예요. 뭐 후쿠시마도 그랬고 강릉 산불도 그랬고 포항 지진도. 아니, 거기 지진이 날 줄 누가 확실히 알았으면 누가 지열발전소 지었겠어요. 대충 짓고 그다음에 여러 가지 데이터가 있지만 무시하고 어떻게 적당히 넘어가다가 어, 이렇게 된 거잖아요. 솔직히. 그러면 그런 부분에서 좀 나누는데 그래도 국가 사회. 대기업. 이를테면 가습기 살균제 같은. 그 여유가 있잖아요. 삼성 허베이 스프릿 호도 마찬가지. 거기도 여유가 좀 있잖아요. 그러면 조금 더, 조금 더. 그다음에 여기 이분들 좀 이해하고 받아주고. 그다음에 또 하나 보상이라는 구제를 받거나 이게 또 편차가 있어요. 불공정하다는 게 아니라 절차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이 지역 공동체는 우리가 남이가. 그럼 이걸 내가 받은 걸 나눠줄 수 없지만 다른 기회. 또 사회간접자본이나 이런 걸로 나오는 거에서 좀 더 이렇게 낙오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줄게. 그런 걸 말씀드리는 거죠.

 

김혜민> 알겠습니다. 보상 얘기하셨는데 참 보상 얘기 꺼낼 때 많은 분들이 저희가 임세원 교수님 추모 코너이기도 하지만, 임세원 교수님이 의사자로 저희가 이제 지정하려고 애쓰고 노력할 때도 참 많은 오해를 받았거든요. 보상 문제만 나오면 사람들이 그렇게 예민해져요. 그것 때문에 또 피해자들이 얼마나 상처받겠습니까.

 

이영렬> 그게 가장 중요한 게 감수성 문제인데요. 감수성이라는 게 제가 볼 때는 눈높이거든요. 약간 옆으로 나가는 얘기고 생방송인라 그렇기는 한데 제가 오늘 마이크까지 와서 앞에 홀에 들어오면서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그렇다고 평균 이상의 지성과 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처음이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여기서 맨날 이용하시는 분한테는 당연한 거지만 그 사이 중간 중간에도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나 좀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거든요. 재난이 나면 제가 삼성 허베이 스프릿 호부터 지금까지 한 10여 년을 이 현장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게, 우선 가해자로 보통 특정되는 국가 사회. 소위 강자라고 하는 분들은 경황이 없으세요. 사실은 그러고 싶지도 않았는데 일이 터지잖아요. 이분들도 피해자분도 경황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초기에 이렇게 매칭돼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 부분들이 대충 넘어가 버리는 거예요. 그다음에 이제 거기서 법안, 이렇게 삼천포로 돼가지고 막상 그분들한테 실제로 어떤 피해 구제나 보상이 이루어진 시점은 대개 상당히 시간이 지났었는데 그때 턱 하니 그걸 받아보면 오면 이건 아니잖아. 그렇지만 이미 수습될 수 없는 이만한 길을 와버렸어요. 그러면 이제 이분들이 행복하지 않으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약간 이상한 얘기지만 이런 거를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 이게 무슨 도움이라고 해야 되나. 이런 재난에 대한 지원도 조금 디자인이 필요하다.

 

김혜민> 그거는 맞는 말씀인 거 같아요.

 

이영렬> 컨트롤타워 얘기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컨트롤타워 플러스, 피해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 중간에 의사소통 역할. 뭐라도 좋은데 하여튼 정말 여기서 네고시에이터 같은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김혜민> 트라우마 센터는 정말 아픈 분들을 치유하는 사후적인 이야기고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안타깝게 이제는 사회적 참사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자연적 사회적 환경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이런 일이 또 닥칠 수 있으니 그때 후회하지 말고, 보상하는 체계라든지 입증하는 체계를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좀 로드맵을 만들자. 그런 말씀이신 거죠.

 

이영렬> 민방위 훈련처럼 보상 훈련도 좀 필요하고요. 재난에 대한 방제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해요. 방제 훈련은. 그런데 피해 구제나 피해자들한테 접근하는 과정에 대한 훈련을 제가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그냥 그게 닥쳐서 그다음부터 진행되다 보니까 서툴잖아요. 그래서 서툴고 그 의학에서 어떤 결정적 시기에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트라우마의 골든타임은 제가 가서 경험해 보니까 3일이에요. 3일 동안 이 사람이 어떤 대접이나 어떤 충격을 받았느냐 이런 것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각인이 돼서 가요 그때 최초에 어떻게 정부나 그런 책임성 있는 기관이 어떤 식으로 나왔느냐. 이 부분에 대한 것이 앞으로 사회 갈등 해소의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김혜민> 우리가 위기 가운데 있을 때 전문가가 딱 와주면 그게 뭐 백 마디의 위로보다 의지가 된단 말이에요. 불이 났을 때 소방관이 와주고 아플 때 의사가 와주고. 그것처럼 내가 그 재난 현장에서 탈출된 이후에 국가라든지 조사 기관에서 나와준다면, 그게 얼마나 이제 내가 좀 살 수 있는 방법이 생기겠구나, 라는 확신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런 측면의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사실 우리 센터장님이 태안 때부터 국가 트라우마 사회적 재난에 굉장히 문제의식을 갖고 이쪽에 일을 하신 분이라서 오늘 이렇게 얘기를 해 주시는데, 왜 정신과 의사로서 특별히 이 부분에 사회적 재난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이영렬> 솔직히 말하면 부끄럽습니다마는 제가 그런 거에 무슨 어떤 뜻을 세워서 한 건 아니고요. 제가 태안에서 태안이라고 하면 안 돼요. 정확하게 삼성 허베이 스피릿 호를 통해서. 자꾸 태안이라고 하는 바람에 가해자, 피해자 혼동되고 태안 분들은 그것 때문에 피해를 많이 받으셨잖아요. 삼성 허베이 스프릿 호 기름 유출 사고. 그건 딱 이름이고 그거 외우려면 그냥 삼성 기름 유출 사고가 맞습니다. 제가 그게 왜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아니라고 하냐면 태안 국민들이 장사가 안 되는 일이 있으니까,

 

김혜민> 알겠습니다. 삼성 기름 유출 사고를 접하셨어요.

 

이영렬> 그런데 그때 제가 국립공주병원장 신분이었는데 복지부 명예에 의해서 나갔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재난을 이상하게 많이 나가게 됐어요. 또 부병원장 때는 경주 지진, 포항 지진, 밀양 세종병원. 퇴임하기 직전에는 진주 안인득 살인방화 사건까지. 그러다 보니까 이제 그림이 이렇게 보이잖아요. 그리고 이게 좀 더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기고 관심이 가고.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김혜민> 그렇군요. 그러면 선생님. 트라우마가 개인적 이유도 있지만, 아까 말씀하신 여러 가지 사건들처럼 국가적 재난, 사회적 참사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면 개인적 이유와 사회적 이유로 발병된 트라우마가 차이가 큽니까.

 

이영렬> 크죠. 큰 게 아까 말씀드린 데 일단 그냥 원하든 원치 않든 자연스럽게 가해자 피해자 구도가 형성이 돼 버리고 그다음에 가해자는 되게 절대 강자. 그다음에 피해자는 다수, 지역, 하나의 공동체. 그렇게 되잖아요. 그러면 이게 피해자가 같은 트라우마를 받고, 같은 피해를 받은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건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이 피해를 좀 더 확대시키고 재생산할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고요. 상처를. 또 하나는 이게 공동체이기 때문에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측면도 있거든요. 그런데 거듭 강조합니다만 이렇게 이쪽으로 가느냐, 이쪽으로 가느냐의 이니셔티브는 놀랍게도 가해자의 어떠함에 대해서 많이 결정되더라고요.

 

김혜민> 그러니까 가해자는 절대 강자. 피해자는 힘없는 다수인데 이 힘이 가해자 쪽으로 가는 게 훨씬 많더라.

 

이영렬> 가해자가 이걸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그때 저는 가해자, 피해자가 서로를 좀 믿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도 상식 있는 사람이고 나 같이 처자식 있는 사람이고 똑같은 사람이 아니냐 하는 측면에서 같이 공감대를 찾아가야 되는데 아까 말하는 대로 양쪽 다 불신과 두려움과 질시, 편집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 이게 사실은 이게 적이 아니었는데 점점 적 같은 상황이 되고, 적대적으로 나오게 되고, 지금 대부분 사회적 참사가 그렇게 악화됐잖습니까.

 

김혜민> 맞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너무 아픈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에도 이게 뭐 본질이 어디 가 있는지 모르겠고, 이것 때문에 그 안에서 서로 싸우고 가해자 피해자 이런 혼란들이 국민들 사이에 있으면서 이게 제2, 3의 가해들이 막 이루어지는 것 같았거든요.

 

이영렬> 지금 계속 얘기하지만 첫 번째. 그 보고가 들어왔을 때 감수성 문제였어요. 결국은 정부 대응의 감수성 문제였어요.

 

김혜민> 아까 말씀하신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 무게 중심을 잡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 역할을 언론이나 선생님 같은 전문가들이 하셔야 되는 거잖아요.

 

이영렬> 언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김혜민>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런 코너를 하는 것이고요. 제가 뭐 그렇게 가벼운 무게는 아니니까 제가 중심을 좀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포항 지진 트라우마 센터 이영렬 센터장과 함께 하고 있는데 지금 문자로도 저도 잊고 있었네요. 포항 관련해서. 이런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계십니다. 1742 님도 포항 지진, 정부와 사회의 부실 대응인 것 같다고 또 이렇게 말씀 주셨고요. 그런 말씀을 하신 걸 봤어요. 미시적 개인의 트라우마가 공동체라는 거시적인 회복과 함께 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선생님 같은 이런 트라우마 센터 하는 전문가들 말고요. 혹시 그냥 저희 같은 일반 시민들이 이런 국가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분들을 어떻게 대하고 해드릴 수 있을까요.

 

이영렬> 시민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어렵겠죠. 그런데 이제 연대나 그런 것들은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 연대로 인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을 수가 있고요. 그다음에 저는 사실은 좀 특이한 경우거든요. 그러니까 진료실에서 한 사람을 상담하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까 특이한 경우는 간 경우고요.

 

김혜민>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피해자가 다수의 공동체다 보니까 장점과 단점이 있었잖아요. 제가 그걸 느꼈던 게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엄마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다큐멘터리를 하러. 그런데 이 엄마들이 다른 데서 못 웃으시는데 엄마들끼리 있으시면 깔깔거리고 웃고 우리 아이 얘기를 편하게 하시는 거예요.

 

이영렬> 슬픈 건 다른 사람이 볼까 봐 못 한다는 거죠.

 

김혜민> 저도 엄마들 웃는 모습 보고 더 많이 울었는데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의 이런 모습들이 있구나. 특히 이 국가적 재난의 피해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이영렬> 우리가 꼭 기억해야 되는 게 누구도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피해자가 되고 나면 그분들이 피해자가 되고 싶어서, 또는 계속 피해자로 남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몰아가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좀 생각을 바꿔서 아니 저분이 왜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저러고 있을까. 이렇게 좀 생각을 하고 다시 바라보면 답이 보인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그분들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도록 초동 조치. 거듭 강조합니다만 첫 3일 매우 중요합니다. PD님께서 여성분이니까 저도 와이프한테 많이 혼나는 게 그런 건데, 임신했을 때라든가 그럴 때 남편이 어떻게 했다 하는 게 평생 가죠. 똑같습니다. 그 며칠. 그 일주일. 그때 정부 공무원 관련자가 어떻게 했느냐.

 

김혜민> 그 임신했을 때 초기에 기억을 잊지 못한 이유는 임신이라는 건, 내 삶을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거든요. 여성 개인에게 있어서. 그런데 이 사건을 일으킨 동시에 같이 일으킨 사람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는 다른 일이냐. 이러면 열 받는 거거든요. 그거랑 똑같은 거죠. 국가재난은 분명히 가해자가 있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든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이영렬> 방어적인 태도에도 굉장히 많이 상처를 받는데 사실은 가해자로 지목되는 분도 두렵기 때문에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양쪽에 다 두려움이 있는 거예요. 정말 많이 듣는 얘기 이런 거거든요. 들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저는 공무원 생활도 같이 했으니 양쪽 얘기를 다 듣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측면도 어떤 면에서 인간이 굉장히 이기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해야 될 부분은 분명히 있는 거고.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라면 한번 다가가나 보자. 오히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김혜민> 아니.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해자는 거의 절대 강자인데 억울한 면도 있고, 화가 나는 면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이 가질 수 있는 행동은 아니죠. 그건 본인이 해결해야 할 감정의 문제고요. 그걸 행동으로 나섰을 때는 정말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시민들에게도 엄청난 상처와 분노를 일으킨다는 걸 가해자들이 아셔야 될 거예요.

 

이영렬>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하셨는데 그런 사회적 약자를 절대 강자인 분들이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고, 사실은 그쪽과 동일시를 하면서 자기가 이 사회나 국가에 대한 어떤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거든요. 굉장히 중요합니다.

 

김혜민> 알겠습니다. 저도 이 사회적 재난 트라우마 얘기를 하다 보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건 제 얘기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어느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얘기예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게 다른 코너 오셨을 때보다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트라우마 환자들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게 자존감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자존감이 어떤 의미에서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서 중요할까요.

 

이영렬> 그러니까 자기 인생을 봐야 돼요. 내가 지금 가해자 얘기를 피해자 쪽으로 돌리면 피해자분들이 여러 가지 얘기를 하시는데 제가 꼭 질문하는 게 있어요. 당신의 상처가 지금 어느 정도입니까.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이것저것 다 얘기하셔서 나는 지금 어떤 상태요. 그래서 그럴 때 다시 묻는 게 뭐냐 하면 보통 신체를 다치신 분은 병원에 오셔서 의사한테 제가 전치 몇 주입니까, 를 물어봅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 질문은 제가 그럼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심리적 피해로 오시는 분들은 그걸 안 물으세요. 제 첫 번째 스텝은 자신의 인생이 여전히 소중하다는 거. 내가 살아야 한다고 하는 동기를 먼저 이렇게 올려드리거든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투쟁도 좋고 다 좋은데 이게 전부 기본적으로 당신이 살기 위한 건데 그 목적을 잃어버리는 순간 이분들 일어서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삶을 얘기하는 거죠.

 

김혜민> 그리고 이 마음도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사회적 트라우마를, 이렇게 재난을 겪으신 분은 왜 하필 나야. 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하필 나야. 이 생각이 너무 본인을 괴롭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영렬>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되게 어려운 문제인데요.

모든 분들은 자기 트라우마가 자기 나름대로의 스토리로 이해가 돼야지, 정리가 돼요.

 

김혜민> 자기의 스토리로 그 재난이 이해가 가야 된다.

 

이영렬> 그 얘기가 자기 나름대로 고유한 어떤 자기 인생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가 돼야 돼요. 그걸 전문적으로 무슨 네러티브 치료라고 하는데 복잡한 얘기 빼고. 그래서 그런 스토리가 자기 안에서 기승전 그래도 살아야겠다, 로 정리가 되도록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게 전문가 역할이고. 지역사회나 어떤 트라우마 전체를 봤을 때 기념관이라든가 기록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기록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기록과 그런 것들을 연계하고 연계해서 이것이 어떤 스토리로 정리가 되느냐.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회나 국가나 어쨌든 이런 큰일이 있어났을 때. 포항도 마찬가지고요.

 

김혜민> 알겠습니다. 오늘 선생님 포항에서 여기까지 또 와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사회적 재난으로 트라우마를 갖게 된 분들 분명히 이 방송 듣고 계실 거거든요. 응원의 한 말씀 해주세요.

 

이영렬> 지금 많이 말씀을 드려서 더 추가할 말씀은 없고 아까 오히려 저는 거꾸로 이미 그분들 다 열심히 사시려고 하잖아요. 피해자분들. 사실은 가해자분들에게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인데 조금만 그분들에게 손을 내밀어주시고 좀 도와주시면 아마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그분들이 더 빨리 자기 삶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래야 이 일이 끝나는 것이다. 피해자가 자기 삶으로 돌아가야 이 일이 끝나는 것이다. 이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혜민> 알겠습니다. 6635님이 대형 화재나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에 시스템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문자 보내주셨습니다.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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