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화성의 어드벤처, 위험한 놀이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9-03 11:14  | 조회 : 2117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방송일시 : 202193(금요일)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출연 : 서철모 화성시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아이들이 뛰어오는 놀이터에서 언젠가부터 모래 바닥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에는 놀이터에 다녀오면 운동화며 아이들 주머니에서 모래가 한 움큼씩 나오곤 했는데, 요즘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고무바닥이나 우레탄 바닥으로 설치되면서 모래투성이인 모습은 정말 옛말이 됐죠. 그런데,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놀이터가 너무 안전하면 오히려 불합격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세계를 돌아 화성 속으로’, 오늘은 세계 속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나보겠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날 서철모 화성시장 화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철모 화성시장(이하 서철모): , 안녕하세요.

 

최형진: 저도 그랬고요. 저희 어린 시절 떠올려보면, 놀이터 모래에서 뛰어놀고 집에 들어가면 운동화, 주머니에서 모래 나오곤 했거든요. 우리나라의 놀이터가 그동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다치지 않도록 많은 변화를 거쳐 왔잖아요, 그런데 유럽에서는 오히려 이런 안전한 놀이터보다 위험한 놀이터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죠?

 

서철모: 우리에겐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유럽에는 놀이터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소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기계처럼 찍어내는 놀이터가 아니고 아이에 맞게 놀이터가 디자인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건 아이들한테 놀 기회를 제공하면서 위험을 제거하는 게 아닙니다. 위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창의력을 배워나가게 하자, 그러니까 솜 속에 아이들을 두면 아이들은 위험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위험을 줘서 위험을 어릴 때부터 배우게 하는 거죠. 그게 유럽에서는 아시아랑 다른 놀이터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최형진: 그러면 우리나라 놀이터가 좀 잘못된 거 아닙니까?

 

서철모: 잘못된 것보다 저희는 아이들이 창의력 있길 바라면서도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거죠. 또한 행정은 시에서 만든 어린이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다치면 그게 전부 다 민원으로 돌아온다는 두려움이 너무 컸던 거죠. 아이들한테 미래지향적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는 키즈카페처럼 여기서 안전하게 놀기만 하면 돼, 이런 생각이 커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익숙해진 거죠.

 

최형진: 그런데 지금 방송을 부모님들이 들으시면, ‘놀이터가 위험해야 된다고?’, 이렇게 화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왜 위험해야 된다는 겁니까?

 

서철모: 위험해야 된다는 건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입니다. 그 위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커나갈 것인지를 아이 때부터 시도하는 거죠. 우리가 아이들에게 다가올 위험만 생각해서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런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도 도전할 수 없는 것이 되는 거죠. 그래서 아파트 놀이터를 가면 천편일률적입니다. 요새는 심지어 정글짐 같은 것도 만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떨어질까봐, 저희 어릴 때는 정글짐을 위험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최형진: 그거 가지고 놀았으니까요.

 

서철모: 그러니까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서 경험을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어야지,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최형진: 그럼 시장님 말씀 들어보니 우리 사회는 과잉보호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좀 드는데요?

 

서철모: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외국에서는, 외국 게 모든 것이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 자식한테 가장 많이 바라는 것은 창의력 있고 도전하는 모습을 부모들이 다 기대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으로 가면서 우리가 과연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나, 여기에는 물음표를 갖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시장을 3년 넘게 하면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창의력을 키울 수 없어요’, 이러한 민원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민원은 위험하지 않은데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없을까요?’, 이러한 민원이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아이들이 그네가 조금만 균형을 잃고 조금만 움직여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약간의 균형을 잃으면 손을 더 꽉 쥐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아이들 나이에 맞춰서 만들어줄까 하는 디자이너적인 생각이 필요한 거죠. 놀이터조차도.

 

최형진: 물론 아이의 신체를 심하게 훼손할 수 있는 깨진 병이나 낡은 난간 같은 위험은 당연히 제거되어야 하는 거고, 아이들이 위험을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서 이런 놀이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시장님이 이렇게 얘기하시지만, 사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게 있거든요. 직접 가서 보고 오신 놀이터 소개를 해주시죠.

 

서철모: 한두 군데가 아니라 다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제가 저희 아이 열 살 때 뉴질랜드에서 키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거기의 놀이터는 대부분이 아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게 만듭니다. 안전장치가 반드시 있습니다. 아이들이 넘어져서 잠깐 아플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이 넘어져서 울면, 이게 잘못된 놀이터라는 시각이 있어요. 아이들이 넘어져서 잠깐 아픈 게 크게 상처를 받으면 당연히 안 되죠.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넘어져서 상처가 안 나게 아파도 과잉적으로 대응하는 걸 바꿔야 된다. 유럽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아이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키운다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놀이시설에 대한 정의도 유럽에서는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놀이시설을 이용하면서 아이들의 창의성이 빼앗기면 안 된다는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제가 처음 봤을 때 되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가 거기서 몇 개월을 지내면서 보니까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됐어요. 호주나 뉴질랜드에는 실내 수영장의 3미터, 5미터 풀을 개방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실내 수영장에서 3미터, 5미터 풀을 열 살짜리, 다섯 살짜리한테 뛰게 한다면 매우 위험하게 생각합니다.

 

최형진: 못 가게 막잖아요.

 

서철모: 그런데 수영장 밑은 물이라 뛰어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관리를 잘하면. 위험할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리고 그 아이가 맞춰서 1미터에서도 뛰어보고, 2미터에서도 뛰어보고, 3미터에서도 뛰어보는 연습을 해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1미터에서 뛰는 걸 아예 만들지 않기 때문에 초등학생이 5미터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거죠.

 

최형진: 그렇군요. 시장님 말씀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애청자님께서 철봉, 평행봉 하다가 떨어져보기도 하고 흙도 묻혀보고라고 하셨고. 한 애청자님께서는 시장님 말씀에 공감해서 세상이 이렇게 위험한데, 위험을 배우는 게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시장님 말씀에 공감을 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도 놀이터를 안전하게 바꾼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좀 걱정되는데, 아이들이 많이 다치진 않을까요?

 

서철모: 우리가 위험한 놀이터라고 해석을 하면 위험하지만, 위험을 배워가는 놀이터라고 하면 달라집니다. 실제로 놀이터 중에서 유럽이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율 조사한 걸 보면 유럽 놀이터의 안전사고율은 1.76%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의 놀이터 사고율은 7%고요. 미국은 3.56%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줌으로써 훨씬 안전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너무 안전 위주로 하다보니까 아이들이 작은 것을 놓쳐가는 거죠. 여기서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에 조금만 위험해지면 아이들이 사고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감당할 수 있는 연습을 안 하는 거죠. 갓 태어난 아이들이 걷는 모습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걸을 때까지는 수없이 넘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넘어졌을 때 아이들이 큰 상처를 나지 않게 해주는 게 중요하지,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한 번도 못 걷게 한다면 그 어린이는 걸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필요한 거고 전문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네를 흔들지 마세요할 때, 과연 아이들이 평행으로 왔다갔다하는 기계적인 그네를 타야하나, 약간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되나, 이런 걸 배워가게 하자는 겁니다.

 

최형진: 그렇군요. 지금 시장님 말씀하시는 걸 정리해보면, 무언가 획일적인 안전규정에 따라서 아예 위험성 자체를 제거해버리면 아이들 스스로 안전을 지켜낼 기회고 박탈당하고 창의력을 키우거나 호기심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위험하지만 오히려 안전한 놀이터라는 건데, 화성에도 이런 위험한 놀이터가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좀 해주세요.

 

서철모: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화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어린이 나이에 맞춰서 어떻게 모험심과 창의성을 키울 건지가 놀이터의 본질이지, 위험이 본질이 아닙니다.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을 통해서 모험심과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키워나가는 겁니다. 저희가 병점동 일원에 만들어진 창의생태놀이터라든가, 신리천의 참여형 놀이터, 이러한 관내 29개 공간에 작고 큰 놀이터를 도전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외나무 다리라든가 언덕 슬라이드라든가, 경사놀이터, 통나무 허들넘기 등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 합니다. 기존에 아파트에서 놀던 놀이터와 달라서 제가 몇 번 가보고 다섯 살 된 저희 손녀도 데리고 가봤는데 아주 신나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훨씬 더 안전을 배우게 되고 있고요. 화성시에는 관내 10년 이상 된 놀이터를 지역주민들과 논의해서 당사자들과 놀이터 디자이너가 참여해서 놀이터를 그 어린이의 의견과 부모의 의견을 반영해서 놀이터를 적극적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형진: 시장님, 저도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아주 어렸을 때 친구들 중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네를 타거나 했던 친구들이 조금 더 모험심도 있고 혼자 헤쳐 나가는 힘이 있는 친구들 같아요. 그래서 놀이터에서 어떻게 노느냐가 지금 돌이켜보니까 굉장히 중요한 것 같거든요.

 

서철모: 그렇습니다.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서 무엇을 배워야지 놀이를 통해서 시간만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연령에 맞게 놀이터에서 무엇을 배울 것이냐는 철학을 두고 놀이터를 만든다면 놀이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냥 시간만 보내는 곳이 아니고 배운다는 걸 못 느끼면서 배우게 만드는 공간이 놀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최형진: 유튜브 보이는 라디오 댓글창으로 애청자 분께서 화성시장님, 여러 번 나오시는데 진취적인 분 같아요라고 하셨는데요. 진취적이세요?

 

서철모: 저는 제가 되게 도전적이고 진취적입니다.

 

최형진: 알겠습니다. 오늘 시장님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 의견 많이 보내주시고요. 제가 얼마 전에 쌍둥이 아빠가 된 마음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놀이터는 사실 여러 연령대 아이들이 함께 이용하지 않습니까. 그럼 시설도 아빠의 마음이지만, 아이들 나이에 맞춰서 있었으면 좋겠고, 또 놀이터의 가장 큰 단점이 비오면 못 놀아요. 이거 어떻게 안 되나요?

 

서철모: 저희가 화성시 신나는 놀이터라고 해서 작년 11월에 개관했는데요. 아파트를 짓는 아파트 단지 회사와도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안에 놀이터를 지을 때 실내에도 같이 만들고 모험심 있는 놀이터를 만들자, 우리의 신나는 놀이터에는 무엇이 있냐면, 암벽 클라이밍이 있습니다. 여긴 보통 5~7세까지 이용하는 놀이터인데, 아이들이 암벽 클라이밍을 하다가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 밑에 안전하게 해뒀기 때문에, 제가 몇 번 가봤는데요. 아이들이 떨어지는 걸 불안해하다가 나중에는 떨어지는 걸 익숙해합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게 익숙해짐으로써 자꾸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는 도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실내 놀이터를 점점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실외에서 할 수 있는 자연을 이용한 놀이터와 실내, 인공을 이용한 놀이터의 조화를 되게 중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작년 11월에 개관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분들을 받지 못하고 제한된 분만 받습니다. 시에서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곳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보다 실내 놀이터 공간에 많은 시 재정을 투입하려고 합니다.

 

최형진: 애청자님 의견 보내주셨습니다. ‘어릴 때 놀이터 없어도 흙장난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놀이터에 아이들 반 어른들 반이네요. 말씀 들어보니까 조금 위험해 보여도 놀 때는 조금 모르는 척 해줄 수 있는 용기가 부모인 저에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저도 정말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또 다른 애청자님께서는 안전한 놀이시설 얘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위험한 놀이터는 또 처음이에요.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라고 보내주시면서, 시장님 생각에 굉장히 많은 부모님들이 동의를 해주셨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서철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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