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슬기로운 언어생활] "언어에서의 <프로 불편러>, 비하 대상 아닌 영예로운 명칭"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11-23 12:07  | 조회 : 1669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11월 23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신체와 관련된 말, 사람의 특성에 관련된 말 등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말에 포함돼야 
- 시민의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언어의 변화
- 바이든 '당선인', '당선자', 다르게 부르는 이유는?
-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2007년 이후 언론에 '당선자' 아닌 '당선인' 요구
- 헌법 67조, 68조에 기록된 '당선자', 헌재의 '당선자' 판결에도 '당선인' 사용하는 언론
- '당선자'가 비칭이라고 하는 잘못된 인식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2부는 11시에 만나는 슬기로운 백과사전 준비했습니다. 매주 월요일엔 라이프 백과사전을 펼쳐봅니다. “#내가_이제_쓰지_않는_말들” 정의당의 장혜영 국회의원이 만든 SNS 해시태그인데요. 일상생활 속에서 혹은 글을 쓸 때 등 과거에는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에 관해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 등 짧은 글을 자유롭게 작성하고,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려 함께 이야기 나눠보자는 겁니다. 반대로 이런 주장도 있습니다. 이미 바꿔 사용 중인 표현을 원래대로 돌려놓자. 최근 언론에서 바이든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표현하면서 올바른 변화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돌려놓자는 주장이 들려오는데요. 어떻게 다른 건지, 우리는 이런 변화에 대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에서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님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날이 점점 추워졌고,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도 어제였습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당선인’과 ‘당선자.’ 같은 말 아닙니까?

◆ 신지영: 형진 씨 뉴스 많이 하시잖아요. 뉴스 많이 하시니까 아실 텐데, 뉴스 읽으면서 최근에 바이든 다음에 어떤 말을 많이 하셨어요? 당선인? 당선자?

◇ 최형진: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 것 같은데요?

◆ 신지영: 그런데 옛날에도 뉴스 하셨잖아요. 어땠어요?

◇ 최형진: 당선자?

◆ 신지영: 왜 갑자기 당선자가 당선인으로 바뀌었을까요? 이거 바뀐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아까 해시태그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가_이제_쓰지_않는_말들, 이거는 이런 이유 때문에 안 썼으면 좋겠다, 이유가 있잖아요. 그러면 당선인, 당선자는 왜 이렇게 갑자기 어느 날 당선자에서 당선인으로 했는데요. 최근에 바이든 같은 경우에는 정말 압도적으로 당선인이 훨씬 많더라고요. 그러면 우리 어른이들에게 한 번 여쭤볼까요?

◇ 최형진: 저는 당선자, 당선인. 어차피 사람 인(人), 놈 자(者)?

◆ 신지영: 놈 자(者)는 그러면 ‘놈’인가요?

◇ 최형진: 사람이잖아요,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 신지영: 그런데 놈 자(者) 말씀을 하시면서 움찔하셨네요? 그러면 ‘자’ 자가 들어간 단어가 뭐가 있어요?

◇ 최형진: 이전에 장애자. 현재는 장애인으로 통용하는데요.

◆ 신지영: YTN에 많은 직종이 있죠. 방송국에 많이 계시는 분. 

◇ 최형진: 기자인가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러면 기자는 왜 바꿔 달라고 안 하죠? 기인이 되나요, 그러면? 저는 공부하는 사람이잖아요. 공부하는 사람을 뭐라고 하죠?

◇ 최형진: 학자. 

◆ 신지영: 그러면 저는요? 과학 하는 사람은?

◇ 최형진: 과학자.

◆ 신지영: 자 자로 들어가는 것들을 우리가 사람을 의미하는 한자어 접미사가 네 가지가 있어요. 그것들을 오늘 주로 쓰는 게 네 가지인데, 자(者)가 있고요. 그리고 가(家)가 있죠. 탐험가, 이런 것들. 그다음에 인(人)이 있죠. 그다음에 사가 있어요.

◇ 최형진: 박사(博士), 그런 거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런 사도 있고, 스승을 의미하는 사(師) 자도 있고요. 변호사 같은 것도 있고요. 사 자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러면 자부터 볼게요. 자를 보면, 과학자, 철학자, 언어학자, 문학자, 사학자, 고고학자, 교육자, 이럴 때 자를 붙이죠. 굉장히 많죠. 이런 자도 있고, 노동자, 근로자, 참석자, 요새 확진자, 그다음에 기술자, 연기자, 보균자, 이런 자 자도 있죠. 두 그룹이 조금 다르죠. 그렇지만 다 자를 가지고 있죠. 또 기회주의자, 권위주의자, 관료주의자, 실용주의자, 운명론자, 이럴 때도 자가 붙어요. 약간의 결이 다른 세 개의 그룹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첫 번째 그룹을 보면 전문성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 이럴 때 자 자를 붙이고, 이럴 때는 약간 존칭 같이 붙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그룹은 어떤 특정한 일을 하거나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 이럴 때 자 자를 붙이고, 그거는 존칭은 아니지만 그냥 아무 비칭도 아니고, 존칭도 아니고 그런 것들이죠. 환자라든지, 노동자, 근로자, 다 마찬가지죠. 그다음에 세 번째가 어떤 사상이나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자로 불러요. 그래서 기회주의자, 권위주의자, 이런 식으로요. 어떤 그룹에도 비칭은 없어요, 자가. 그러니까 그냥 사실은 우리가 한자 새김을 할 때 사람 인, 그러고 놈 자. 이러다 보니까 이 놈이 마치 비칭처럼. 지금은 비칭으로 사용되니까요. 그러나 옛날에는 그런 뜻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한자 새김이라는 것은 옛날에 만들어진 거니까요. 그래서 사물을 의미할 때도 있었고, 일반적인 사람을 의미할 때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무슨 자를 무슨 인이나 다른 것으로 바꿀 것이 아니라 놈 자를 사람 자로 새김을 바꾸면 되거든요. 사실은 사람이니까요, 지금의 의미로는. 단어라는 것은 의미가 역사적으로 바뀌게 되거든요. 그 당시에는 놈이 비칭이 아니었고,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을 이야기했다고 하면, 지금은 일반적인 사람에 놈을 안 쓰잖아요. 그러니까 그 놈이 지금은 사람이 되는 거죠. 사람 자, 이러면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번에는 가로 가볼게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가가 되게 많이 붙어요. 건축가, 안무가, 사업가, 원예가, 작곡가처럼요. 이런 사람들은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그 분야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 그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 그럴 때 가 자가 붙죠. 두 번째 그룹은 문장가, 탐험가, 웅변가, 실무가, 전략가, 사교가, 활동가처럼 이것도 역시 한 분야에 능력이 탁월한 사람. 이 가 자는 대체로 다 좋은 데 써요. 좋은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 쓰죠. 그다음에 특성이나 경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쓸 때도 좋은 말로 써요. 예언가, 명망가, 낙천가, 애처가, 독서가, 애주가, 공상가처럼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아주 비칭은 아니죠. 이런 식으로 가를 쓰고 있고요. 탐험가, 야심가, 음모가도 마찬가지죠. 인 같은 경우를 다음으로 보면, 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그것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를 때 인을 쓰는데요. 광고인, 문학인, 법조인, 의료인, 방송인, 이럴 때 인을 쓰잖아요. 이 인은 그러니까 자하고 되게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약간 결이 다른 게 인을 쓰면 더 총칭적인 의미가 있어요. 

◇ 최형진: 그렇네요. 포괄적이고 넓은 의미 같습니다.

◆ 신지영: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사를 보면 수가 조금 적어요. 이 사는 뭐냐면 스승 (師) 자예요. 그래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스승과 관련된 것. 교사, 의사, 도사 같은 거. 그럴 때 쓰고요. 직업이면서 기술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때 또 이 사 자를 씁니다. 재단사, 분장사, 미용사, 간호사, 영양사, 사진사, 이발사, 이렇게요. 이럴 때는 스승 사 자를 써요. 그런데 사 자는 또 스승 사 자만 있는 게 아니라 선비 사(士) 자도 있거든요. 그래서 변호사, 이럴 때는 선비 사 자를 써요. 그런데 사 자가 또 있어요. 일 사(事) 자를 쓰는 그룹이 있는데, 판검사가 그래요. 판사, 검사는 일 사 자를 써요. 스승 사도 아니고, 선비 사도 아니에요. 우리가 사 자 들어가는 직업 그랬을 때 사는 그러니까 세 가지 종류가 있었던 거예요.

◇ 최형진: 이렇게 참 많은 것으로 불리니까 오늘 처음 정리가 되는데요. 청취자 분들께서 문자로 의견을 주고 계신데요. 문자로 “저는 당선‘인’이라고 해요. ‘자’는 왠지 낮게 보는 듯해서요. 그런데 이런 예를 듣고 있으니까 아리송해진다”고 하셨고요. “저는 그냥 바이든이라고 합니다.” 

◆ 신지영: 조금 더 이어가볼까요? 당선자, 당선인 궁금하시죠? 이게 사실은 당선자는 개별적인 사람을 의미한다고 했고, 비칭이 없어요. 사실은. 그냥 새김이 조금 비칭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요. 과학자를 과학자들이 나를 왜 자라고 부르느냐, 이렇게는 안 하거든요. 당선자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이게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헌법에도 67조하고 68조에 대통령 당선자라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게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때예요. 2007년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 이후에 언론에 당선자라고 부르지 말고,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 이러면서 언론에서 당선인을 그대로 받아 적기 시작했는데, 사실은 이것은 옳지 않은 거죠.

◇ 최형진: 보면 권위주의적인 의식이 강하게 묻어있지 않나. 

◆ 신지영: 그런데 재밌는 것은 언론의 태도예요. 헌재에서는 당선자가 맞다고 판결을 내렸어요.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쪽 선관위법이라든지, 공직선거법에 당선인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래서 당선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하면서 인수위원회에서 고집했고, 언론도 그것을 받아서 당선인이라고 하고 있고요. 그러고 나서 재밌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당선인이라는 말이 쓰이다가 최근에 총선 때도 당선인, 당선자가 막 쓰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미국 대선에서는 정말 하나 같이 방송에서는 당선인으로 굉장히 많은 언론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신문에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칼럼 같은 것들이 나오면서 당선자를 계속 쓰고 있는, 그런 입장을 하고 있는 언론이 있고요. 한겨레나 경향 쪽이 그렇게 쓰고 있고, 왔다 갔다 하는 언론도 있고, 또 어떤 곳에서는 당선인으로 거의 KBS, MBC, 그다음에 YTN도 당선인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이 문제점들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최형진: 그런데 사실 들으시는 분도 그렇고, 저도 들으면서 느끼는 게 당선자나 당선인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거든요. 지금 문제의식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 단어 자체에 권위주의적인 의식이 있어서 문제라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신지영: 네, 그렇기도 하고요. 잘 보면 장애자가 장애인으로 바뀌게 된 것도 결이 약간 다른데, 같이 취급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사실은 장애인을 호칭하는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사실은 장애자가 되기까지도 굉장히 어려웠어요. 옛날에는 불구자라고 했거든요. 불구자가 언어의 줄다리기를 통해서 장애자가 됐고, 그다음에 언어의 줄다리기를 통해서 이것이 가지고 있는 개념적 의미가 아니라 연상적 의미들 때문에 장애인이 차별당하고, 이런 것들 때문에 호칭을 바꿔보자고 해서 89년에 장애인 협회가 법을 만들면서 장애인 차별 금지법으로 해서 장애인이 된 거죠. 이것과 과연 당선자가 비칭이라고 하는 잘못된 이식 때문에 당선인으로 바뀌어서 모든 언론들이 갑자기 대통령을 향해서, 특히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서 당선인으로 바꾸는 이 태도. 이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보자. 이런 이야기죠.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오늘 참 의미 있는 시간 역시 이어가고 있는데요. 문자로 “과거에 흔히 썼는데 지금은 안 쓰는 표현, 쟁이”라고 하셨는데요. 난쟁이처럼 과거에는 참 많이 썼던 말입니다. “쟁이, 장이, 뭐가 다른가요?” 이렇게 여쭤보셨는데요.

◆ 신지영: 장이는 장인들을 의미하는 거고요. 그다음에 쟁이는 약간 비하하는 말이죠. 그래서 특히 신체와 관련된 것. 어떤 사람의 특성과 관련된 것. 그것을 낮잡아서 이야기하는 것. 이런 것들은 말씀하셨듯이 우리 사전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말 목록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장혜영 의원이 SNS를 통해서 지금 11월 2일부터 없어져야 하는 말들, 더 이상 쓰지 않는 말들, 이런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14명의 작가와 시작했고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이야기하는 언어의 줄다리기죠. 언어의 줄다리기 운동에 참여를 해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최형진: 문자로 “할아버지들께서 동생의 아내 명칭을 제수씨가 아니고 계수씨라고 쓰셨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 단어인가요?” 하셨거든요.

◆ 신지영: 계수 같은 경우에도 계 자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제수, 계수.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사실은 이것 자체가 문제가 됐잖아요. 뭐라고 부를 거냐, 이 호칭으로 부를 거냐.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이름에 님을 붙일 거냐, 이런 이야기들도 굉장히 많이 있으니까 가족 호칭에 대해서는 다른 결로 생각해보자. 

◇ 최형진: 가족끼리 여러 협의를 거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지난 시간에 저희가 말씀을 나눴듯이요.

◆ 신지영: 그렇죠. 

◇ 최형진: 말이나 표현을 바꾸는 것은 항상 시간이 걸렸던 것 같은데요. 이럴 때 보면 변화 요구가 생각보다 빠르게 받아지는 것 같아요.

◆ 신지영: 어떤 것들을 변화 요구가 안 해도 되는 변화에,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당선인은 당선인으로 바뀔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권력에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가가 그대로 드러나죠. 그런데 어떤 표현은 빨리 바꾸자,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자기하고 관련이 없으니까 바뀌지 않는. 이런 것들을 한 번 같이 바라보자, 이런 생각을 해보자는 거죠.

◇ 최형진: 조금 전에 해시태그 운동을 말씀하셨는데요. 혹시 해시태그 운동을 통한 언어의 줄다리기, 여기에서 나온 단어 몇 가지만 소개를 해주시죠.

◆ 신지영: 이슬아 작가가 했던 칼럼 썼던 것을 보면서 다른 작가의 글을 인용하면서 두 가지 병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고,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작가가 몸이 안 좋아서 투병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나는 투병하지 않는다. 왜 병과 싸우느냐. 병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병은 다스리는 거다. 그래서 나는 투병이라는 말 싫고, 치병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거예요. 굉장히 의미 있는 이야기죠. 또 하나는 어떤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 모두 다 잃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건강 중심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병을 가진 사람은 루저냐, 다 잃은 사람이냐. 병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 들어보면 건강을 잃었으니까 나는 모든 것을 잃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말자.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최형진: 이렇게 생각해보면 사회적 약자를 함부로 이야기하는 그런 말들이 참 많았어요. 이제는 과거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 신지영: 줄어가고 있죠. 왜냐하면 우리가 그만큼 시민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경제적 여유, 그다음에 우리가 선진국임을 그대로 요즘 상황에서 보고 있잖아요. 시민의식이 굉장히 높구나,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고요. 과거에 그 속도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이 됐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 불편러,’ ‘PC충,’ 이런 말들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사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자꾸 깨어있는 시민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뭐가 불편한지를 깨닫기 위해서예요. 진짜 ‘프로 불편러’가 되기 위해서 공부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프로 불편러’가 비하의 대상이 아니고, 조롱의 대상이 아니고, 이제는 어떤 우리가 ‘프로 불편러’라는 것이 굉장히 영예로운 명칭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냈으니까요.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그렇습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 중에 올빼미도 있다고. 예전에 군대에서 유격훈련 갔을 때 올빼미”라고 하면서, 사실 군대 가본 분들은 다 알 겁니다. 올빼미라고 하면 뭐 945번 올빼미 악! 이렇게 했거든요.

◆ 신지영: 그게 뭔가요?

◇ 최형진: 훈련병을 올빼미라고 통칭해요. 

◆ 신지영: 왜 그럴까요? 잠을 자지 말아라, 이런 뜻인가요?

◇ 최형진: 모르겠습니다. 왜 올빼미가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 신지영: 그거 한 번 우리 청취자 분들 중에 알고 계신 분이 있는지, 한 번 여쭤봤으면 좋겠네요. 왜 올빼미일까요?

◇ 최형진: 그때 당시에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인데, 지금 생각하면 각자 개개인의 인격이 있는데 몇 번 올빼미로 통칭했다는 게.

◆ 신지영: 그러네요. 개성을 잃어버리고. 

◇ 최형진: 군대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이제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쭉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어요. 내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바뀌는 말과 반드시 바꿔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빠른 속도로 바뀌는 말. 여기에도 태도가 들어가는 게 아닌가. 어떤 것을 바꿔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드는데요. 

◆ 신지영: 누가 요구하는가에 따라서 왜 우리는 확 바뀌기도 하고, 안 바뀌기도 할까. 이것에 주목을 해야 한다는 거죠.

◇ 최형진: 결국 거기에는 권력이 들어가 있다. 

◆ 신지영: 그런 것들을 사실은 감시하고, 그다음에 계속해서 생각하고 깨어있어야 할 것이 언론인데, 과연 언론이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빠르게 바꿔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굉장히 슬펐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 최형진: 그러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민들, 혹은 애청자 분들의 입장에서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할까요?

◆ 신지영: 계속 목소리를 내야죠. 왜 언론, 너희들은 당선자를 당선인이라고 부르느냐. 헌법에도 당선인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리고 왜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고 하느냐. 인수위원회 그 당시에도 많은 목소리를 냈었어야죠, 국민들이.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생각해보자, 이런 겁니다.

◇ 최형진: 사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약자의 목소리는 묻히고, 이런 권력자의 한 마디 때문에 단어가 완전 바뀐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교수님과 저희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이런 부분을 맞서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 신지영: 네, 열심히 언어의 줄다리기해보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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