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시간 : [월~금] 17:00~19:00
  • 진행 : 신율 / PD: 신동진 / 작가: 강정연, 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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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강사 "성교육은 야한 이야기 하는 시간?… 어른들도 성 인식 바뀌어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7-07 19:34  | 조회 : 1596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10~19:00)
■ 방송일 : 2020년 7월 7일 (화요일)
■ 대담 : 조아라 공감N소통 성교육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성교육 강사 "성교육은 야한 이야기 하는 시간?… 어른들도 성 인식 바뀌어야"

◇ 이동형 앵커(이하 이동형)> 어제오늘,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죠.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에서 바나나에 '콘돔 끼우기 연습' 성교육을 진행하려고 준비물을 챙겨오라고 알렸더니, 이걸 안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해당 실습은 없던 일이 됐다는 내용입니다. 이 문제를 놓고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도 벌어지는 중입니다.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정확하게 가르쳐주는 게 오히려 더 낫다“며 교사의 성교육 방식을 찬성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문가 의견 들어보죠.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공감N소통 성교육연구소 조아라 소장입니다.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 조아라 공감N소통 성교육연구소 소장 (이하 조아라)>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소장님은 언제부터 성교육을 해오신 겁니까?

◆ 조아라> 2009년부터 성교육 강사로 일을 시작했고요. 올해 11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 이동형> 10년 전에 처음 하셨을 때보다 사회적 분위기나 공감도가 많이 달라졌죠?

◆ 조아라> 많이 달라졌죠. 학교 현장에 가면 ‘성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낮아졌구나. 불신이 있구나.’라는 것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데요. 10년 전에는 내용과 상관없이 성교육 시간이 생겼다는 자체에 대해서 기대감이나 호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의무 교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까, 가면 ‘아, 다 아는데.’ 이런 반응이 많고. 최근에는 남자 청소년들이 제가 아직 교육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인사밖에 안 했는데, ‘여가부에서 나왔어요? 페미예요? 군대 다녀왔어요?’ 이런 얘기들을 꺼내면서 저항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 이동형> 네. 10대 젊은 남학생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저항감이 든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하나 마나 한 소리를 왜 하느냐?’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제가 지금 40대 중반인데, 저는 성교육이라는 것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장님 말씀처럼 10년 전에는 ‘야, 이런 게 생겼구나.’라고 다들 신기해했는데, 지금은 ‘다 아는 것을 왜 하냐?’ 이렇게 됐다는 거죠?

◆ 조아라> 네.

◇ 이동형>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조아라>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굉장히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이른 나이에 성교육을 시작하고요.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만 4세부터 아동 성교육이 의무화되어 있고, 핀란드 같은 경우에는 연간 40~50시간 교육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연간 15시간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차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아는 것 왜 해요?’라고 하는 게 이번에 바나나로 콘돔 시연을 해보겠다는 교육과 맞닿아 있는 게, 부모님들이 이번에 거세게 항의하셨잖아요? 그것처럼 실제 현장에서는 진짜 아이들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 다루기를 두려워해요. 민원이 들어올까 봐.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교육 내용이 정형화되고 아주 기본적으로 흘러가는 게 있어서, 아이들이 ‘성교육 시간은 재미없어. 별로야. 어차피 궁금한 것 안 알려주잖아.’ 이렇게 기대감이 많이 낮아져 있죠.

◇ 이동형> 그러니까 외국 사례를 보면, 초등학교부터 콘돔 사용하는 법을 직접 가르치더라고요. 그렇게 하면서 연구 결과가 있던데, 그렇게 반복 학습을 하다 보면, 나중에 실제로 관계가 생길 때 자연스럽게 콘돔을 찾게 되고 피임을 하게 된다는 얘기죠. 그런데 지금 우리 같은 경우는 ‘실습 한 번 하려는데 이렇게 학부모들이 항의하면, 그러면 성교육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런 주장도 있을 것 같아요.

◆ 조아라> 네. 실제로 제가 성교육 가기 전에 요청받은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고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성교육 받은 것에 대해 부모님에게 얘기했을 때, 부모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않는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을 제가 받았고요. 중학생을 대상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 예시를 뽀뽀로 들었었는데, 교육 끝나자마자 담당 교사분이 쫓아오셔서 중학생밖에 안 됐는데, 왜 예시를 뽀뽀로 하냐고, 손잡기 이상은 예시로 들지 말라는 얘기를 하기도 해서, 현실과 괴리가 있습니다.

◇ 이동형> 부모님들이 성을 좀 터부시한다는 게 큰 영향일까요?

◆ 조아라> 사실 성관계나 피임에 대해 교육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시는 부분이 아이들이 혹시나 호기심에 성관계를 가지게 될까 봐. 그것을 제일 두려워하시거든요. 그런데 실제 통계를 보면, 2019년도 건강행태조사를 보면,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이 5.9% 정도입니다. 10년 전 통계를 보면 5.1% 거든요. 성교육을 10년 동안 했다고 해서 아이들의 성관계 경험률이 높아지지는 않아요. 대신 피임 실천율은 10년 전이 41%였는데, 지금은 58.7%까지 올라왔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뭔가를 모르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하게 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청소년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교육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부모님이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동형> 그러면 이번 같은 일이 전남 담양만의 문제가 아니고, 늘 이런 항의를 반복해서 겪으시겠네요?

◆ 조아라> 항의하는 것을 겪는다기보다 항의할까 무서워서 이런 교육을 학교에서 못 하게 하시죠.

◇ 이동형> 네. 항의하게 되면 그런 수업은 진행할 수 없을 테고. 전남 담양도 결국 이 일을 못 했잖아요?

◆ 조아라> 그렇죠. 못 하죠. 그래서 요즘은 항의하는 부모님도 계시지만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양육자분들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성교육 과외가 생겨났어요. 그래서 학교나 공교육 제도 내에 있는 기관이 아니라, 사설 기관을 이용해서 성교육 과외를 의뢰하시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 이동형> 네. 저 같은 경우도 저에게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성교육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거든요. 그러면 공교육에서 해주면 좋잖아요. 세세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해주면 좋아할 것 같은데, 반대하는 학부모도 계시고, 찬성하는 학부모도 계시고. 그 중간지점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겠네요?

◆ 조아라> 그렇죠. 중간지점을 찾기가 어려운데, 아무래도 해달라고 요구하는 쪽보다는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조금 더 안전하니까, 학교에서는 구체적인 성관계나 피임 교육을 하기보다는 지양하는 쪽으로 닫아 두는 편이죠.

◇ 이동형> 그것을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잖습니까?

◆ 조아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하.

◇ 이동형> 네. 알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시기로, 우리는 1년에 15시간 정도 한다고요?

◆ 조아라> 네.

◇ 이동형> 이게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까?

◆ 조아라> 현재 보건 교과가 선택과목이에요. 보건 교과를 통해서 15시간 운영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학교 측에서 보건 교과 시간을 확보한 시간은 그때 하면 되고, 확보 못 한 학교의 경우에는 짬짬이 창세 시간이나 다른 교과와 연계해서 진행되고요. 사실 저 같은 외부 강사 경우에는 의뢰받는 강의 대부분이 일회성의 성폭력 예방교육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교육의 흐름이 분절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이 굉장히 의미 있는 것 중 하나가, 어쨌든 성인이 돼서 제도권 밖으로 벗어나면 내가 개인적으로 애정을 갖고 따로 시간을 내지 않는 이상은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사실 공교육에서 성교육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고. 또 예전에는 성범죄 피해 촬영물이 나오게 되면, 사람들이 그게 피해 촬영물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음란물이라고 규정하고 서로 소비하려고 했거든요. 가해자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이게 범죄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공감을 해주셨고, 또 실제로 행동을 하셨고. 그래서 성교육이 아직 미흡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가 이정도라도 온 것이 성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그런데 성폭력 예방 교육과 성교육이 함께 되면 좋겠는데, 일선 학교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우선시하는군요.

◆ 조아라> 네.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외부 강사에 의뢰할 때는 대부분 폭력 예방으로 분절화돼서 오다 보니까, 사실은 성폭력이 통계마다 다르긴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는 사이인 경우가 80%가량 되거든요. 딱히 악인이 한다기보다는, 연인 사이나 아는 사람이나, 신뢰 관계에 있던 사람이나, 권력 관계에 있던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그래서 애정이나 이런 것을 가장해서 성폭력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사랑 따로, 폭력 따로, 건강 따로. 이렇게 따로 교육을 하니까,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 닥쳤을 때는 이게 성폭력인지, 아니면 내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지 굉장히 헷갈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 이동형> 과거 저희 세대만 해도 한 번도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아까 말씀하신 음란물 같은 것으로 잘못 배운 성 지식이 많단 말이죠. 그러니까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데, 아직 현장에서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되겠네요. 그게 오랫동안 내려온 유교 문화 때문일까요?

◆ 조아라> 아무래도 문화 자체가 조금 그런 부분도 있고요.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 실무자들이 겁내는 부분. 그런 부분이 많고요.

◇ 이동형> 실무자들이 겁낸다는 것은 민원이나 항의 때문인가요?

◆ 조아라> 네. 그런 부분도 많고, 본인 역시도 성에 대해 불편하신 거예요. ‘이런 얘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불편감, 성인식 자체가 조금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성교육을 야한 이야기하는 시간, 은밀한 이야기하는 시간. 마음속으로는 그런 시각이 조금씩은 있어서 불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이동형> 성인들의 성인식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조아라> 네. 감사합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공감N소통 성교육연구소 조아라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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