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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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볼턴 회고록에 비밀 굉장히 많아...가려서 봐야 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6-24 20:11  | 조회 : 1592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10~19:00)
■ 방송일 : 2020년 6월 24일 (수요일)
■ 대담 :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박원곤”볼턴 회고록에 비밀 굉장히 많아...가려서 봐야 해”

◇ 이동형 앵커(이하 이동형)> 김정은 위원장, 북한군 총참모부가 계획했던 대남 군사행동 실행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죠. 이런 가운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은, 예정대로 오늘 미국 전역에 출간됐습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이하 박원곤>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볼턴 회고록 이야기하기 전에, 침묵을 이어온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원인 분석을 해 봐야할 텐데, 왜 그런 것 같습니까?

◆ 박원곤> 숨 고르기는 분명하죠. 4일부터 시작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공세, 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는 것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는데, 전반적으로 북한이 이번 보류 발표를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이 나름대로 정책 결정의 과정을 다 보여주기는 했었거든요. 16일에 총참모부가 공개 보도를 냈는데, 매우 이례적이죠. 그 당시에도 이런 것들을 자기네가 위임받아서 계획을 세우겠다고, 17일에 바로 4대 군사행동을 얘기했고,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을 받겠다고 얘기했거든요. 그렇다면 1주일 기다렸죠. 4대 군사행동에 당 중앙군사위에서 비준을 하느냐 안 하느냐. 오늘 발표가 났는데, 내용을 보면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원래부터 계획한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뭔가 변화가 있어서 보류했다고 판단이 됩니다.

◇ 이동형> 강온 양면작전은 아니겠네요. 강온 양면작전이라면 처음부터 계획을 했을 텐데.

◆ 박원곤> 그렇죠. 4일 김여정의 담화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암시하고 계획되어 왔었던 것이거든요. 그날 발표했던 것들이 하나씩 시행되는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일단 멈춘 모습을 보이고 있죠.

◇ 이동형> 북한 매체는 남한에 대한 비난 기사도 삭제했다고 하더라고요.

◆ 박원곤> 네. 그렇습니다. 삭제했고, 확성기도 다시 철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것은 보류고,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이고요. 지금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의문점이 남은 것들이 있죠. 사실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설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난주 하와이 회담이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에서 무언가 논의가 되어서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했다. 그 설의 기반이 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1970년대부터 한반도 문제에 깊이 개입한 것은 사실입니다. 안정을 우선시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마찬가지거든요. ‘북한이 일방적으로 긴장을 고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 국가가 반대의 입장을 가질 수 있고, 그런 것이 하와이 회담에서 얘기됐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고요. 하나는 북한 군부에서 일부 문제 제기를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첫 번째 군사행동이 개성공단에 군사 재주둔 아닙니까? 거기에 포병부대가 들어간다고 했는데, 포병부대 같은 경우는 위에 가림막 같은 은폐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개활지에 들어가면, 사실 굉장히 취약한 상황이거든요. 아까 확성기도 보셨지만, 확성기는 북한이 한국의 비대칭 전력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한국이 확성기를 트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굉장히 괴로운 것이거든요. 그것을 가지고 도발도 했었고, 한국과 협상도 여러 번 했는데, 북한이 그것을 먼저 시도하니까, 전방에 있는 지휘관들을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죠.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판단이 됩니다.

◇ 이동형> 확성기 설도 있고, ‘최근 정세를 보고’라는 말을 살펴봤을 때는 존 볼턴 보좌관이 낸 회고록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 꽤 노력했다. 북한이 봤을 때는 매번 미국말만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 박원곤> 글쎄요. 그게 영향을 줄 수는 있는데, 그게 결정적인 영향일지는 저희가 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이 말한 4대 군사행동 자체가 무리수가 분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첫 번째 금강산과 개성공업지구에 북한이 부대를 전개하는 것. 이것은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개성과 금강산에 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만약에 군대를 배치한다면 이것을 무력화시키는 거죠. 6.15 같은 경우 북한에서도 굉장히 중요시하는 남∙북 간 합의인데, 그것을 이렇게 쉽게 무력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 같은 경우는 비무장지대 GP, 북한은 민경 초소라고 얘기하는 것. 그것은 9.19 군사합의 폐기거든요. 9.19 군사합의는 북한이 나름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과연 그렇게 쉽게 파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문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죠.

◇ 이동형> 네. 그런데 철회가 아니고 보류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다시 행동할 수도 있겠다.

◆ 박원곤> 네. 그렇죠. 특히 발표에 나온 것 중 봐야 하는 것이 ‘예비 회의’라는 것이 나왔잖습니까? 예비 회의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고, 북한에서 잘 없던 것이고요. 예비 회의라는 게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본 회의를 하기 전에 예비 회의를 하죠. 그런데 그 예비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 회의에 올릴 안건을 결정하는 것이거든요. 북한이 지금 하는 것을 보면 그런 모습들이 보입니다. 예비 회의를 통해서 이번 대남 군사행동에 대한 안건을 본 회의에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거든요. 그 의미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이 안건을 본 회의에 올릴 수 있다. 굉장히 신속하게 다시 원상 복귀가 되고, 보류가 철회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 국방부에서도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이것은 철회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죠.

◇ 이동형> 김여정 부부장이 악역을 자처하고, 해결사로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로 그려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박원곤> 그것은 지금까지 4일 김여정의 담화로 시작해서 정설입니다. 일단 서로 간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 그리고 북한 체제 상황에서 2인자가 있을 수 없죠.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것을 통치하는데, 본인은 나중의 극적 반전, 사실 오늘이 극전 반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극적 반전을 위해서나 나중의 협상을 위해서 뒤로 빠져 있고, 대신 김여정을 내세워서 대남 비난과 대미 비판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기는 한데요. 그런데 좀 이상한 부분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김여정 같은 경우 직함이 부부장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을 통솔하는 모습이 나오고, 4일부터 담화에 나온 것을 보면, 한 번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그 한 번만 있었고, 나머지의 모든 담화는 김여정 부부장의 일종의 지시를 받아서 가는 형태거든요. 그렇다면 이것은 후계자의 모습이죠. 그것도 우리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을 계기로 해서, 대화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습니까?

◆ 박원곤>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말씀드린 것처럼 전혀 설명 없이 보류라고 했거든요. 그 설명이 없다는 것은 한국에 설명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설명이 없었습니다. 지난 4일부터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을 격동해서 삐라 살포 투쟁에 내세우게 된 것이거든요. 대규모 군중 집회도 있고, 1,200만 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런 설명 없이 딱 한 장의 보류라고 오늘 나왔으니까, 이것이 며칠 내에 북한 정권에서 나름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그 설명의 맥락을 보면, 과연 한국과 대화를 재개할지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로서는 좀 조심스럽지만, 우리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는 아직 안 느껴집니다.

◇ 이동형> 네. 어떤 분석을 보면, 국내 정치용으로 그렇게 한 번 흔들었던 것이다. 이런 분석도 있던데, 북한 경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 박원곤> 북한 경제 상황은 매우 안 좋죠. 코로나 때문에 안 좋고, 그것은 이미 여러 번 확인됐고요. 지난 5월 우리 국정원 국회 보고를 보면, 평양에서도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참여했던 당정치국회의에서 주요 안건이 평양 인민 생활의 보장입니다. 평양이라는 곳은 북한의 모든 물자가 우선적으로 모이는 곳인데, 그곳에서도 물자가 부족한 것이 분명하고, 사재기가 있다면 전반적인 북한 경제가 매우 안 좋은 것이죠. 그래서 이번 공세에 대해서 대부분의 핵심적인 분석의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북한이 경제가 안 좋으니까, 북한 사람들, 인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서 그 불만을 북한이 쉽게 외부로 돌린다. 이번에는 특히 남한 정부와 탈북민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 분석들이 있었는데, 오늘의 보류로 인해서 그 분석도 좀 지켜봐야 할 상황으로 돌입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네. 각종 매체, 노동신문을 통해서 계속해서 남한에 대한 비난을 하고, 이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지금 뒤엎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좀 혼란이 있을 것 같아요.

◆ 박원곤> 네. 무언가 마무리가 있어야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삐라를 살포하고 나서 했다면 모르겠는데, 준비하는 와중에 갑자기 멈췄으니까, 제 판단에는 북한 주민들도 굉장히 의아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그래서 이례적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고. 중앙일보에서 낸 ‘중국이 북한에 식량을 80만 톤 지원했다.’ 이 보도는 한쪽에서는 신빙성이 없다는 얘기도 하고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 박원곤> 그 가능성은 사실 확인이 필요한데요. 처음 북한이 4일부터 공세를 시작할 때, 중국과의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는 있었죠. 5월 초에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를 잘 극복한 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지금 굉장히 어려우니까, 뭔가 중국과의 사전 소통이 있어야 이런 공세가 가능하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혹시라도 중국이, 그나마의 지원을 막으면 굉장히 어렵다. 80만 톤 설도 거기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고요. 아까 말씀드린 미∙중 간의 하와이 회담 이후에 있었던 어떤 것도 결국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더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고, 지원을 끊는다고 얘기한다는 그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이 중국은 있죠.

◇ 이동형> 네. 그러면 볼턴 회고록 이야기를 좀 해보면, 교수님은 볼턴 회고록 중 어떤 부분을 주목하고 보셨습니까?

◆ 박원곤> 이 회고록을 읽을 때, 우리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워낙 민감한 내용이 있어서 국내외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는데, 회고록은 많은 참고 문헌 중 하나입니다. 역사, 외교사를 공부하고 재구성할 때,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이른바 30년 법칙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30년이 지나야 비밀문서가 해제됩니다. 보통의 역사가들은 그것을 가지고 역사를 재구성하고, 그 와중에 이런 회고록은 참고 문헌으로 보는 것이죠. 이른바 교차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그렇기 때문에 이 회고록은 특히 본인의 시각이 들어가 있는 것이죠.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 사실을 해석하는 부분에 본인의 시각과 인식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니까, 그것을 우리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보통은 회고록이 나오더라도, 현직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 행정부가 진행되는 동안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4년이나 8년 후에 회고록이 나오죠.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특징 중 하나가, 이번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첫 사례가 아니라 그 이전에 제임스 매티스(James Norman Mattis) 국방장관 회고록도 작년에 나왔어요. 이게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전체적인 난맥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생각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썼다는 것도 우리가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요. 대신에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존 볼턴의 위치는 매우 중요한 위치입니다. 모든 문서들이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서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대통령의 지시는 거꾸로 그렇게 내려가거든요. 각 부처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맞죠.

◇ 이동형> 네. 이 회고록을 다 믿을 수도 없고, 다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어쨌든 볼턴 시각에서 쓰인 것이고, 백악관에서는 볼턴은 그것이 일어난 방에 있지도 않았다. 이렇게 폄훼하는 그런 상황인데, 우리 정부에서도 볼턴이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더라고요.

◆ 박원곤> 네. 사실 판단이 어렵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싱가포르 회담 성사과정이 지금 나왔죠. 그게 우리 정부에서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난데, 기억하시겠지만 2018년 3월에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이 북한에 가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바로 워싱턴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납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길 원한다는 일종의 초청을 한 것인데, 지금 볼턴 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정의용 실장이 초청한 것을 중간에 얘기했다. 그렇게 얘기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거든요. 이것은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의 영역입니다. 둘 중 하나가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다는 거고요. 그다음에 볼턴 보좌관이 쓴 것을 보면, 그렇기 때문에 미∙북 간의 접촉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이것은 긍정적인 의미로 쓴 것이 아니거든요. 이것은 해석의 영역이죠. 제가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이것을 읽을 때는 사실의 진위 여부가 있고, 해석의 여부가 있다. 그것을 잘 가려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네. 어쨌든 고위 공무원이 퇴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런 것을 썼다는 것이 의아하기는 합니다만.

◆ 박원곤> 매우 의아하죠. 제가 읽어보니까 이 안에 비밀 내용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정의용 실장과 같이 얘기한 것들이 다 비밀이거든요. 그것을 원래는 그 문서가 있어요. 그 문서를 해제 신청을 하고, 그 문서를 기반으로 써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자기가 썼던 노트, 사실은 그 문서를 보고 썼겠죠. 그렇다면 이것은 비밀 누설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동형> 그러니까 고위급 공무원 정도 되면 비밀 엄수 각서 같은 것도 쓸 텐데 말이죠. 이 책이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분명히 있는 것이죠?

◆ 박원곤> 네.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책의 핵심은, 볼턴 보좌관도 이것을 노렸다고 생각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무지하고, 변덕스럽고,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만 쫓아가느냐, 뭐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죠. 그것을 아예 기록으로 나와서 사례별로 얘기를 하니까 그 파장이 큰 것이고요. 우리는 한국 문제만 얘기합니다만, 이 책에 중국이랑 베네수엘라 등 굉장히 많은 국가들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 문제는 심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중국 문제를 활용했다는 그 내용들이 들어 있거든요. 그렇다면 한∙미 관계도 그렇고 북∙미 관계도 그렇고,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하기가 매우 어렵죠. 협상이라는 것이 어떤 기반을 갖고, 서로의 공통된 이익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만 쫓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확인된다면, 앞으로의 미국의 신뢰성이 이미 훼손됐습니다만,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이동형> 네. 베네수엘라, 이란도 있습니다만, 일본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베는 김 위원장을 믿지 않았고, 한반도 종전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한 내용이란 말이죠. 아베 입장에서도 이것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울 것 같아요.

◆ 박원곤> 그 비밀내용들이 많이 등장하고요. 볼턴 보좌관이 처음부터 일본의 카운터 파트가 야치 쇼타(일본 안보 사령관)거든요. 야치에 대해서 자기와 100% 생각이 같았다고 시작을 합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을 같이 전제했고, ‘6자 회담에서 나온 행동 대 행동의 접근방식이 잘못됐다.’라는 것이 볼턴 보좌관의 생각이었는데, 일본도 거기에 동의했다는 거죠. 그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모든 과정에서, 특히 외부로 다 알려진 거죠. 한∙미 간 중요한 회담이 있거나 북∙미 회담 전에 늘 아베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 순간에 아베 수상이 얘기했던 것은 굉장히 반대의 입장들, 비판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 볼턴 보좌관의 회고록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 거죠.

◇ 이동형> 네. 당장 오늘 같은 경우도 북한이 대남 군사 행동을 보류한 것에 대해서 일본 정부도 입장을 냈는데, 남∙북 관계가 더 이상 긴장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거든요. 그런데 이 기사의 댓글을 보면, ‘일본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정적으로 달리더라고요. 그런 것을 봤을 때, 일본도 곤혹스럽지 않겠나 생각이 되는데, 지난번 비밀문서 나온 것을 보니까 민주당 힐러리 같은 경우도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왔지 않습니까? 이번 볼턴 회고록도 아베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면 소위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이 한반도 통일을 정말로 바라지 않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 박원곤> 그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기본적으로 통일을 바라지 않을 수 있고요. 통일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을 싫어할 수 있는 것이죠. 통일 과정에서 흔히 상정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가 전쟁도 있을 수 있고, 급변 사태도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굉장히 큰 변화고. 미국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통일에 대해서 우리가 늘 얘기하는 것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야죠. 주변국이 부정적인 입장이라면, 우리가 설득해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도 우리가 충분히 보지 않았습니까?

◇ 이동형> 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방한이 늦어지더라도 하기는 할 것이다. 그것은 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이니까. 그때 북한 문제에 대해서 신중하게 우리를 위하는 쪽으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 박원곤> 중국과 논의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의미 있는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거든요.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유일하게 중국이 북한과 경제교류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갖고 있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위기의 상황에서는 우리도 중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요. 그 이후에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서도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지금 걱정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경우 중국이 북한을 더 감싸 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요. 그러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는 거죠.

◇ 이동형> 네. 제가 여쭤본 이유가 남∙북 직접 대화는 상당 기간 동안 어려울 것이니까, 그렇다면 외교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해서 여쭤봤고. 미국 같은 경우에도 트럼프가 지금 북한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우리는 북∙미 간에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합니까?

◆ 박원곤> 북∙미 간에는 지금 북한도 그렇고, 일단은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레드라인, 금지선을 만약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쏘게 되면 그 선을 넘게 되고,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대선전에서 밀리고 있지 않습니까? 굉장히 강력한 조치로 치고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2017년에 우리가 경험했던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요. 더 중요한 것은 조금 긴 호흡으로 봐야 합니다. 선거가 11월에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될지, 민주당의 조 바이든(Joe Biden)이 될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거든요. 그 이후에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한∙미가 협의를 하고, 우리 정부는 준비할 필요가 있겠죠.

◇ 이동형>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가다가는 정권을 뺏길 수도 있을 텐데, 혹시 북한 문제를 자신의 선거에 활용한다거나, 이용하려는 생각도 분명히 있겠죠?

◆ 박원곤> 북한 문제를 이용할 수는 있는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은, 자신의 선거에서 북한이 호재로 쓰이기보다는, 악재가 되는 것을 막기를 원하죠. 레드라인을 넘으면 분명히 악재가 됩니다. 그리고 미국선거가 외교정책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제한되죠. 경제 문제, 실질적인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ICBM 같은 것을 쏘는 것은 대단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되니까 그것은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 11월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양보하고, 일종에 했던 깜짝 쇼를 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했는데 제 판단에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 이동형> 네. 다시 북한 이야기 여쭤보면, 김여정 부부장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왔을 때, 청와대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성토했단 말이죠. 그 메시지에 대해서 북한이 재비난하지는 않고, 무시했단 말이에요. 그것도 의도적이겠죠.

◆ 박원곤> 당연히 셈법이 있었겠죠. 김여정 부부장 같은 경우에 문 대통령을 비롯해서 아주 거친 비난을 했었는데, 그 이후에 우리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그렇지만 김여정이나 장금철 같은 개인이 담화를 낸 것은 아니고, 노동신문을 통해서 비판을 해오긴 했죠. 그렇지만 비판의 수위도 전과 비교해서 굉장히 낮아졌어요. 이걸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 이것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죠. 우리가 세게 나가니까, 북한이 오히려 물러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북한 나름대로의 시간표가 있으니까 숨 고르기를 하면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네. 제가 청와대 메시지를 물어본 것은 내일 6.25 70주년 기념 대통령 연설이 예정되어 있으니까,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이란 말이죠. 그 메시지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 박원곤> 제가 청와대에서 만약 연설문 초안을 작성한다면 굉장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의 의도를 저희가 모르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갖고 나가야 할지 정하는 것이 굉장히 힘든데, 그러면 저는 이런 것을 제안할 것 같아요. 그러면 원칙으로 가아죠. 김대중 정부 때의 햇볕 정책에 3대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무력도발 불용원칙, 두 번째가 흡수통일 배제, 세 번째가 남북 화해, 협력이었거든요. 두 번째는 상관이 없으니까, 그때 얘기했던 것처럼 무력도발 불용한다. 절대 안 된다. 대신에 남북 화해, 협력은 추구하겠다. 그 정도의 원칙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동형>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듣죠. 오늘 출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원곤> 네. 감사합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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