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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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박형주 / PD: 박준범

방송내용

진흙을 뭉쳐 공 모양을 만드는 것과 도넛을 만드는 차이 (6/12 금)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6-22 16:33  | 조회 : 85 

그래핀의 세계 (6/12 금)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총장 박형줍니다. 2010년 노벨물리학상이 그래핀 분야에 수여됐죠. 태양전지나 터치 패널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그래핀은 금속보다 수백배 강해서 골프공에까지 사용됩니다.

그래핀은 2차원 물질이라고 불립니다. 원자들을 평면에 펼쳐서 연결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원자 하나 두께의 얇은 판 같은 게 만들어집니다. 원자가 위아래로 못 움직이고 평면으로 펼쳐져 있으니 2차원 물질인 거죠. 보통의 물질은 온도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라는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합니다. 얼음을 가열하면 원자의 운동이 활발해져서 액체가 되고, 더 가열해 원자가 미친 듯이 뛰면 기체가 되죠. 그런데 원자 하나 두께의 얇은 판은 가열해도 원자가 맘대로 뛰어다닐 수 없어요. 뻔한 2차원 판 위에서 어디로 가겠어요. 그래서 예전엔 이런 2차원 물질은 상태가 바뀌지 못할 거라고 여겼습니다.

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인은 이 주장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얇은 판에서도 원자의 회전 같은 제한적인 방식을 통해 상태의 변화가 가능하고, 이런 본질적인 상태 변화를 위상적 불변량이라는 수학적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2차원 물질 같은 이색적인 물질의 위상적 상태 변화를 이론적으로 규명한 업적으로, 위상물리학이라고 불리는 새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위상수학은, 외형의 변화와 무관한 물체의 본질을 다루는 수학 분야입니다. 진흙을 뭉쳐서 공 모양을 만들어 보세요. 이 공을 툭툭 치면 박스 모양으로도, 피라미드 모양으로도 바꿀 수 있죠. 하지만 이런 부드러운 과정으로 도넛을 만들어 낼 방법은 없어요. 손가락을 공 가운데에 찔러서 진흙 일부가 없어지는 걸 무릅써야 도넛이 나올 테니까요. 파괴는 본질을 바꿉니다. , 구와 피라미드는 위상적으로 같지만, 구와 도넛은 위상적으로 다른거죠. 두 번의 파괴 과정을 거치면 구멍 두 개가 뚫린 도넛이 나옵니다. 이건 공이나 도넛과 위상적으로 다릅니다. 여기에서 도넛 구멍의 개수는 지너스라고 하는 본질적인 수인데, 위상적 불변량의 예입니다. 공의 지너스는 0이고 도넛의 지너스는 1입니다. 진흙을 툭툭 쳐서는 모양의 본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지만, 파괴의 과정을 거쳐 구멍을 만들어 내면 지너스가 변하고, 모양이 본질적으로 변합니다.

위상적 불변량이 물리적 통찰을 표현한다는 관점이 탄생시킨 게 위상물리학입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번 연구는 미지 세계의 문을 연 것이며, 수학과 물리학의 아름다운 연계를 보여 줬다고 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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