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영준책방] 인생2막, 다시 독서하고픈 중년에게 처방하는 책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1-20 15:28  | 조회 : 134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영준책방] 인생2막, 다시 독서하고픈 중년에게 처방하는 책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제제 앞으로는 네가 꽃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얻어 오는 것이면 모르지만 말이다. 약속하겠니? - 약속해요 선생님. 하지만 꽃병은요? 늘 비어 있어야 하나요? - 이병은 결코 비어있지 않을 거야. 난 이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이 꽃을 갖다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 조현지>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오늘은,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중, 일부분 읽어드리면서 문 열었습니다.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할게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이하 남영준)> 안녕하세요.

◇ 조현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오랜만에 읽어보는데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제제와 선생님의 대화, 맞죠

◆ 남영준> 네, 그렇습니다.

◇ 조현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 남영준 교수님이 청취자분을 위해서 고르신 건데요. 영준책방은 매주, 월요일.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연에, 맞춤 책 처방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게시판 문 열려있거든요. 사연 보내주시면, 다음 주에 처방해 드릴게요. #0945, 단문 50원, 장문 100원의 유료문자로 보내주셔도 좋구요! 모바일어플 앱, 유튜브 보이는 라디오 채팅창으로 말머리 ‘책처방’ 달아 주시면 됩니다. 자, 그럼 이번 주 주인공 사연을 소개해 드릴게요.

◇ 조현지> 김재빈, 학창 시절에는 참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3일 부독서 구중생형극” “일생에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말을 늘 새기고 있었죠. 저는 아르바이트로 책을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정말 오랫동안 책을 가까이하지 못 하고 있어서 마음에 가시가 돋을 정도입니다. 이제 다시 책을 읽고 싶은데, 환갑이 넘은 지금,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뜻 마음에 와닿는 책이 없네요. 영준 교수님께 한번 부탁드립니다.

◇ 조현지> “3일 부독서 구중생형극” “남자는 모름지기 일생에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인데요?

◆ 남영준> 네, “3일 부독서 구중생형극”은 안중근 의사께서 옥중에서 쓰신 유명한 글귀,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를 빗대서 말씀하신 것 같고요, “일생에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인데요. “남자는 모름지기 일생에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하셨어요. 사연을 보면, 김재빈 청취자님은 젊었을 때, 다독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는 게 뭔지.. 청취자님은 그 좋아하던 책도 뒤로하고 가족들을 위해 정신없이 나의 꿈도 뒤로 하고 달려오셨던 것 같습니다. 예순이 넘어서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책을 찾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김재빈 청취자님께 처방해드릴 책은, 앞서 영준책방의 문을 열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입니다. 혹시 읽어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시 한번 읽으셔도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아직 읽지 못하셨으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 조현지> 이 책을 저는 오래전에 읽어봐서,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은데요. 어떤 장면에서 나온 건가요?

◆ 남영준> 이 장면은 천진난만한 제제가 남의 꽃을 함부로 꺾어서 학교 관계자가 혼내달라고 항의하자 선생님이 제제의 마음을 알고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천진난만한 제제도 귀여웠지만 선생님의 말씀도 너무 멋지지 않나요?

◇ 조현지> 선생님을 위해 꽃을 꺾어온 제제의 마음을 헤아리고, 꾸지람하는 대신 따뜻하게 설득한 거군요. 정말 따뜻하네요.

◆ 남영준> 저는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적도 많았지만, 소설책을 읽다가, 가슴이 얼얼해져서 잠시 멈추고 하늘을 본 적도 많았습니다. 이 책은 많은 감동을 준 소설 가운데 단연 최고였습니다.

◇ 조현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중에서 어떤 부분이 교수님 마음을 얼얼하게 했을까요?

◆ 남영준> 주인공 제제가 아무 생각 없이 짓궂은 동네 아저씨. 아리오발두가 가르쳐준 저급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부분입니다. 아버지가 무서운 목소리로, 그 노래를 어디서 배웠냐고 제제를 혼내고는, 다시 불러보라고 하는데요. 6살짜리 철없고 순진한 제제는 아빠한테 맞을까봐 시키는 대로 그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자 아빠는 자기에게 반항하는 줄 알고, 제제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손찌검을 합니다. 그러면서 아빠는 어디 또 불러보라고 윽박지르는데요. 제제는 맞으면서 이렇게 속으로 생각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께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조현지> “내 눈은 아빠의 손찌검에 따라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나는 노래를 그만두어야 할지 아빠가 시키는 대로 계속 불러야 할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픈 가운데에서도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것이 내가 맞는 마지막 매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 남영준> 이런 가슴 먹먹한 구절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곳곳에 있습니다.

◇ 조현지> 그런데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는 책인데요. 60대 김재빈 청취자님께 추천하는 이유가 있나요?

◆ 남영준> 저는 이번 사연에 어떤 책을 추천할까 생각을 했는데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떠올리면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 이유가 먹먹함의 리바이벌이었습니다. 사연 주신 분이 젊었을 때 가졌던 감정을 한 번에 확 되돌릴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도 저는 여러 차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먹먹함은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조현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한창 재미나게 책을 읽었던 시절을 되돌려주게 만드는 작품이군요.

◆ 남영준> 그렇습니다. 사연 주신 청취자님, 독서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시도가 아닙니다. 자전거를 어릴 때 배워두면 수십 년이 흘러 어른이 되어도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독서는 몇 년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그 감각이 줄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억척스럽게 견디고 살아온 지난 세월의 경험 덕분에 젊었을 때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면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도 더 많이 보이고,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 감정도 훨씬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 조현지> <나의 오렌지 나무>로 잠시 잠들었던 독서 감성을 깨웠다면, 그 뒤에는 어떤 책으로 시동을 걸면 좋을까요?

◆ 남영준> 또 다른 한 권입니다. 장영희 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입니다.

◇ 조현지> 장영희 님은 수필가이자 번역가시죠. 소아마비 장애와 암투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글들을 남기신 거로 기억해요.

◆ 남영준> 네, 그렇습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장영희 님의 대표적인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이렇게 살아라’라고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문장들이 일반적 형태입니다. 본인이 겪고 아파하여 마음에 나오는 글로 이루어진 좋은 에세이도 있지만, 그저 현란한 말과 글로 예쁘게만 써서 감동이 되지 않는 에세이도 많습니다. 그런데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연 주신 분처럼 세상을 열심히 힘들게 헤쳐 온 분에게는 그런 풍파를 겪지 못한 세대가 느끼는 감동과 깊이가 훨씬 크고 깊을 것입니다. 그중에 한 구절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께서 읽어주시지요.

◇ 조현지>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아.. 이 문장들 역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데요?

◆ 남영준> 그렇죠? 일생을 아직 살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이 말들에 대해 ‘그저 예쁘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연을 주신 청취자님 연배의 독서가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다 알고 있는 문구가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같은 책을 이해함에 있어 세상을 겪고 실패를 통해 성공을 만들어본 세대와 그런 경험이 없는 세대와 하나의 책을 보고 느끼는 감정의 크기는 매우 다릅니다. 제가 감히 예측하건데 사연 주신 분은 이 두 권의 책으로 시동을 걸면 틀림없이 과거 젊을 때보다 빠르게 왕성한 독서열차의 속도를 금방 따라잡을 것입니다.

◇ 조현지> 혼자 하는 독서도 좋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독서하는 것도 즐거운데요. 김재빈 님도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동아리 가입하시면 어떨까요?

◆ 남영준> 네, 지금까지는 제가 지역 공공도서관에 독서동아리나 문화프로그램에 가입을 권유하였습니다만, 청취자님은 독서오거서와 아르바이트로 책 판매까지 할 정도로 책에 애정이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독서동아리를 구성해보세요. 정말 의외의 분들이 나와 똑같은 독서취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 조현지> 내가 직접 독서동아리를 구성할 수 있나요?

◆ 남영준> 네, 그렇습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즐겁겠지만 도서관이란 실제 공간에서 독서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도 엄청나게 즐겁고 유익할 것입니다. 인생 2막에 책을 매개로 또 멋진 인간관계를 만들어 행복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조현지> 네, 오늘은 오랜만에 독서를 하고 싶어 하시는 다독가 청취자님께,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장영희 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영준책방.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다음 주 책처방도 기대해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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