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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명칭, 새로운 단어 고민해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0-01 10:33  | 조회 : 2364 
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0월 1일 (화요일)
□ 출연자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지난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촉발돼서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요. 최근에는 빠르게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닐슨코리아 버즈워드의 분석인데요. 일본 제품 불매 관련 게시글 수, SNS 언급 횟수 등을 조사해보니까 많이 줄었다는 거예요. 향후 한일관계에 따라서 불매운동의 추이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오늘 저희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서는요. 장바구니에 담긴 일본 대신 우리말에 담긴 일본, 한 번 확인해볼까 합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안녕하세요.

◇ 노영희: 오늘 우리 언어에서 걷어낼 일본어의 잔재, 이게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 신지영: 요새 SNS를 중심으로 해서 불매운동이 많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가 지금 말씀하셨듯이 약간 소강상태에 있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우리 언어에 일제강점기의 언어가 굉장히 많이 담겨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오늘은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노영희: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일본어에요? 아니잖아요.

◆ 신지영: 일본에서 온 단어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대통령이란 단어를 꼼꼼하게 톺아보면 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대통령, 크게(大), 거느리고(統), 다스린다(領). 이거 민주주의 국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표의 이름 아닌가요. 우리가 그러니까 민주주의에서는 주권자가 국민인데 우리 노영희 변호사님은 잘 아시겠지만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조는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이렇게 되어 있는데 주권이 국민이잖아요. 그런데 국민이 거느려지고 다스려지는 존재는 아니죠. 그런데 우리가 우리의 대표를 대통령,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좀 이상하다, 이런 생각이 들죠.

◇ 노영희: 그런데 그러면 영어로 president 이런 것도 대통령이란 뜻이잖아요. 그럼 그 president라는 말도 이런 식의 뜻인가요?

◆ 신지영: 그렇지는 않죠. 왜냐하면 미국이 대통령제를 만들었던 나라잖아요. 그 나라에서는 자신들이 일종의 대표를 세우면서 그 대표를 어떻게 부를까. 그전에는 왕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 사람을 왕으로 부를 수는 없잖아요. 왕정에 염증을 느꼈던 사람들이 신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갔으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 논의 끝에 president, 즉 ‘pre’ 앞에 ‘side’ 앉다, 앞에 앉아있는 사람. 즉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president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 노영희: 대통령이란 말은 사람들을 다 거느리고 다스린단 뜻이 많이 들어가 있고, president라고 하는 말은 앞에 앉아서 대표한다, 이런 말이 들어가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럼 이 단어가 어떻게 ‘president’가 ‘대통령’으로 번역됐을까. 일본을 통해서 번역이 됐는데요. 일본에서는 1860년대 정도의 문헌에서 이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발견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미국에 대통령제가 있으니까 그것을 번역한 말이죠. 그 당시에 동양 쪽에서는 다 ‘통령’이라는 직책이 있었는데요. 그것에 ‘대’ 자를 붙여서 대통령, 이렇게 붙였고요. 당시에 일본은 지금도 그렇지만 왕조잖아요. 왕이 있으니까 왕은 거느리고 다스리는 존재니까 세계관에 너무 맞는 거죠. 그래서 대통령, 이렇게 이름을 붙인 겁니다. 그랬는데 이게 이제 조선으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당시에 대한제국으로 들어오는데 1881년 이헌영이란 사람이 쓴 <일사집략(日槎集略)>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가장 처음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책에 넣은 사람입니다.

◇ 노영희: 1881년도에요.

◆ 신지영: 왜냐면 이분이 당시에 통신사로 일본을 가요. 그래서 일본에서 4개월을 머물면서 보고 듣고 한 것들을 일기 형식으로 쓴 책이 바로 일사집략인데요. 그 일사집략의 6월 10일자 기사를 보면 이분이 이제 일본에서 신문을 보게 되고요. 그 신문에서 미국 대통령이 총격을 당했다, 이런 내용의 기사를 읽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란 단어를 처음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이게 뭐지? 하고 거기에 각주를 달아 놓습니다. ‘곧 왕을 이른다’ 미국의 왕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그러면서 1881년 그 책과 함께 대통령이란 단어가 국내로 수입되게 된 거죠.

◇ 노영희: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은 없고, 대표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아니까 우리나라하고 비슷하게 이 사람도 왕과 같은 존재인가 보다, 라고 해서 이렇게 해석을 했다는 건데. 지금 4251 쓰시는 애청자 분께서 질문 하나 하셨어요. ‘일본 잔재가 있으면 안 됩니까? 불행한 식민 역사이지만 그것도 역사이고 언어는 늘 변하는데요.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위험한 사고가 아닐까요?’ 라고 질문 주셨어요.

◆ 신지영: 굉장히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가 이것에 대해서 늘 생각해야겠죠. 예를 들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 한다고 우리 경제가 달라질까? 이런 질문과 크게 보면 궤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제 언어라는 건 우리의 생각을 굉장히 지배하기도 하고 그런 건데요.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자. 이런 의미도 있지만 우리가 대통령이란 단어가 어떻게 해서 들어왔나. 우리의 생각을 잘 담고 있는 단어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과정,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 노영희: 우리말 속에 숨어 들어있는 그 뜻이나 일본의 잔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다 보니까 지금 여기서 하나씩 배워가고,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 지금 하는 거다. 이런 이야기신 거죠?

◆ 신지영: 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제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요. 지금 대통령제를 우리는 하고 있는데 왜 제왕적인 모습을 보일까. 혹시 이것이 우리가 이름에 대해서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존재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 국민의 주권이 훼손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표자를 어떻게 이름 붙여야 하는지, 그런 논의과정이 우리에게 있었는지, 그 논의과정 끝에 일본의 수입산 대통령을 쓴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우리의 대표자를 그냥 번역했던 그대로 대통령이라고 한 건지. 이런 생각을 해보는 과정이 우리에게 있었나. 이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 노영희: 우리가 쓰더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연유가 뭔지, 이런 걸 알고 쓰는 게 중요하니까 필요하다는 얘기신 건데. 우리나라에 대통령이라고 하는 말을 만들어서 전한 일본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제를 채택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건 무슨 뜻이에요?

◆ 신지영: 없습니다. 대통령제가 아니라 입헌군주제죠, 일본 같은 경우에는요. 그러니까 대통령제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은 대통령이라고 번역했지만 실제로 자기네들은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만 같은 경우에는 이원집정제를 하고 있고, 거기에는 대통령에 준하는 그런 직함이 있죠. 총통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동양에서는 세계관이 아무래도 총통, 역시 총괄해서 거느린다, 이런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우리의 개념을 잘 담고 있는 명칭, 우리가 명칭을 붙일 때는 아무렇게나 붙이지 않죠. 우리의 생각을 잘 담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점검하고 명칭을 붙이게 되고,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겠다 하면 명칭을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 노영희: 그렇군요. 그러면 ‘각하’라고 하는 단어는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어요?

◆ 신지영: 각하라는 단어는 원래 동양에서 우리가 경칭이, 옛날엔 귀족사회였으니까요. 경칭이 있었죠. 여러분이 사극을 보면 폐하가 있고 전하가 있고 이런 단어가 있는데요. 왕이나 황제에게만 그런 경칭을 쓴 것이 아니고요. 귀족들에게도 경칭을 썼습니다. 그래서 정승의 경우에는 합하라는 경칭을 썼고요. 그다음에 각하라는 경칭은 그보다 아래인 판서, 정승판서 할 때 판서들에게 썼습니다. 지금의 장관 정도죠. 그러니까 장관에게 붙였던 경칭이고요. 또 재밌는 것은 이 각하라는 경칭이 장관에게만 붙였던 것이 아니라 세손에게도 붙였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데요. 세손이 우리나라 역사에 나오는 게 두 번이 있습니다. 세손이면 왕의 손자죠. 세손을 책봉하고 난 다음에 세손한테도 경칭이 있어야 하는데 옛날에는 수명이 짧았잖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세손에게는 부를 명칭이 옛날엔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인조 때 기록을 보면 왕조실록을 보면요. 조선왕조실록에 인조 때 기록을 보면 세손이 있는데 이 세손을 뭐라고 불러야 하느냐. 이게 지금으로 하면 국무회의의 논의 대상이 된 겁니다.

◇ 노영희: 주제였어요?

◆ 신지영: 네, 주제였어요. 그래서 막 이렇게 부르자, 저렇게 부르자 하다가 각하라고 부르자,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원래 우리가 세자에게는 저하라는 말이 있었죠. 그런데 인조 때 현종 같은 경우에는 세손이었는데, 당시에 현종이 세손이었을 땐데요. 현종은 부르기도 전에 인조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래서 실제로 불린 것은 영조의 손자인 정조였습니다. 그래서 정조는 각하라고 불리고요.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정조가 각하라고 불립니다.

◇ 노영희: 그럼 왜 ‘대통령 각하’ 그랬을까요?

◆ 신지영: 그러니까 그게 일본의 영향이죠. 왜냐하면 일본 같은 경우에는 왕이 있었고 그 왕이 파견한 관리가 있었는데 그 관리를 각하라고 불렀고요. 그 각하라는 경칭을 붙여가지고 불렀는데 그 당시에 조선총독이 있었죠. 조선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조선총독이었어요. 그 조선총독에게 각하라는 호칭이 불리게 된 거죠. 그러니까 조선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각하였고, 그리고 난 다음에 대한민국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가장 높은 사람에게 붙였던 경칭, 각하가 대통령에 대한 경칭이 되었던 거죠.

◇ 노영희: 뭔가 좀 더 존경하고 권위를 불어넣어주고 싶어서 합쳐진 거예요, 좋은 말들끼리?

◆ 신지영: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죠. 각하는 굉장히 경칭 중에서 낮은 경칭이었죠. 그러나 우리가 민주주의인데 대통령에게 경칭을 붙일 필요가 있느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재미있게도 노태우 정권 때 대통령 선거공약 중의 하나가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 않겠다’

◇ 노영희: 그렇죠. 그래서 ‘님’으로 바꾼 거죠.

◆ 신지영: 그런데 그 ‘님’으로 바꾼 것은 김대중 정권 때입니다. 실제로 노태우하고 김영삼 정부 때는 공식적으로는 각하라는 칭호를 쓰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각하라는 칭호를 썼다고 합니다. 계속 쓰이다가 김대중 정권 때 인수위원회에서 각하라는 호칭 없애자. 이렇게 됐고 대통령님이 되었고요. 지금 제가 문제제기를 하는 건, 과연 대통령님은 괜찮은 건가.

◇ 노영희: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 신지영: 그렇죠. 대통령님이라는 것이 어색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란 호칭 자체가 민주주의에 맞지 않은 건 아닐까? 이런 논의를 우리가 한 번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노영희: 우리 그동안에 대통령은 내버려두고 뒤의 것만 계속 바꿨는데 알고 봤더니 오히려 앞의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얘기네요. 그러면 님하고 씨하고 이런 거 보면 우리 사실 님이 더 높다고 생각하고 씨는 조금 낮게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똑같은 건가요?

◆ 신지영: 왜냐하면 씨로 불리는 사람들이 이름이 있는데요. 씨로 불리는 사람하고 님으로 불리는 경우가 좀 다르니까요. 이름에 씨를 붙이면 좀 낮아 보이는 그런 것 때문이겠죠.

◇ 노영희: 어쨌든 언어라고 하는 것은 보면 볼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참 특이하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교수님.

◆ 신지영: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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