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트렌드 따라잡기! 뉴트로, 언박싱, 좀비 열풍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2-22 17:31  | 조회 : 2905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생생경제] 트렌드 따라잡기! 뉴트로, 언박싱, 좀비 열풍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매주 금요일 ‘토론 아니고 수다.’ 다양한 주제로 함께 수다 떠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세상을 읽는 트렌드 관련 수다인데요. 함께 수다 떨어주실 두 분 모셨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빌 엠브레인 이사 모십니다. 안녕하세요?

◆ 김헌식 문화평론가(이하 김헌식)> 네, 안녕하세요.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이하 윤덕환)> 안녕하세요.

◇ 김혜민> 오늘 트렌드를 따라 잡아보는 시간인데요. 첫 시간 주제가 바로 ‘뉴트로’입니다. 먼저 김헌식 평론가님께서 뉴트로라는 게 뭔지 개념 설명을 해주세요.

◆ 김헌식> 뉴트로는 새롭다는 뉴(New)에 레트로를 결합한 단어죠. 그래서 그냥 복고 상품인 것 같은데, 새로움이 있는 상품이라든지, 공간이라든지, 그런 것을 총칭해서 말합니다. 올해의 유행 키워드로 많이 매체에서 언급되고 있죠.

◇ 김혜민> 그러면 이사님, 그냥 복고와는 다른 거예요?

◆ 윤덕환> 제가 알기로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그냥 복고는 레트로. 복고는 40, 50대 중심, 과거 경험에서 기반하는 현상이라고 하면, 뉴트로는 10대와 20대가 중심이고요. 10대와 20대가 주도한다고 하는 것은 이게 경험에 근거하지 않은, 새로움의 일종이라는 거죠.

◇ 김혜민> 몇 년 전에 ‘응답하라’ 시리즈 나왔잖아요. 그건 복고죠?

◆ 윤덕환> 그렇죠. 복고죠.

◇ 김혜민> 그런데 그 응답하라 시리즈를 그 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가 새롭게 창출하면 그게 뉴트로가 되는 거고요? 

◆ 윤덕환> 그렇게 명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두 분에게는 그러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복고 상품이 있습니까?

◆ 김헌식> 저는 이런 거죠. 사무실에 후배 녀석이 옛날 오락기를 놔뒀어요. 약간 연령대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서로 사이가 안 좋거나, 다툼이 있을 때는 한판 하자, 해서 이용하기도 합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종류의 격투기 게임 많이 하죠. 그러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경향이 종종 있어요.

◇ 김혜민> 그것을 하면 풀립니까?

◆ 김헌식> 일종의 수단인데요. 그렇지만 추억의 오락기 말씀을 드렸는데, 이게 뉴트로가 되려면, 옛날 게 그대로 오면 안 되고요. 디자인이 조금 바뀌어요. 복고라고 하면, 옛날 방식의 오락기가 그대로 오는 것이고, 뉴트로는 요즘에 선호하는 색상이라든지, 디자인이 유선형으로 바뀌는 형태로 출시하는 것이죠. 그것은 옛날에 있던 게 아니기 때문에요.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사람한테도 통할 수 있는 측면이 있죠.

◇ 김혜민> 그러니까 예를 들면, 스트리트 파이터를 VR로 만든다? 

◆ 윤덕환> 요즘 유행하는 건 ‘갤러그’에요. 구글 스토어에 찾아보시면 80년대 했던 갤러그를 리메이크한 지금 앱스토어에서 유로 구매하는데, 굉장히 높은 순위에 있습니다. 단순한 슈팅 게임인데 엄청 재밌어요.

◆ 김헌식> 제가 아이템을 돈 주고 안 사는 사람인데, 3,000원짜리 두 개 샀습니다. 그러니까 뉴트로는 이런 식으로 양쪽을 다 잡을 수 있는 거죠.

◇ 김혜민> 그러네요. 그러니까 복고에 감성을 가지고 있는 세대와 이것을 새롭게 여기는  새로운 세대를 다 잡을 수 있는 거네요. 

◆ 윤덕환>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를 이분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또 기성세대도 리뉴얼된 새로운 제품을 소비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면도 있죠.

◇ 김혜민> 오늘 제가 방송 들어오기 전에 기사를 봤는데요. ‘괄도 네넴띤.’ 청취자분들 아세요? 이게요. 팔도 비빔면을 이렇게 쓴 거래요. 그런데 제가 들어오기 전에 기사를 봤는데, 팔도 비빔면, 괄도 네넴띤 되니 7만 5,000개 23시간 만에 완판. 이 기사가 지금 가장 많이 읽은 기사에요. 이사님, 일단 먼저 팔도 비빔면과 괄도 네넴띤은 뭡니까?

◆ 윤덕환> 그것을 종이에 써서 약 20m 바깥에서 보면, 비슷하게 보입니다. 글자가. 괄도 네넴띤이나 팔도 비빔면이나 굉장히 비슷하게 보입니다.

◆ 김헌식> 비슷한 게 ‘세종머왕’이라도 들어보셨어요? 띵작. 띵작이 명작이에요. 명작을 멀리서 보면, 띵작인지, 명작인지 몰라요.

◇ 김혜민> 노화가 오지도 않았는데, 왜 멀리서 봅니까?

◆ 김헌식> 그것은 급식체라고 해서 청소년, 10대 중심으로 해서 그들끼리 소통하고자 하는데, 기성세대와는 소통을 덜 하고 싶을 때, 그들만의 은어를 사용하는 거죠. 옛날에도 쓴 경험이 많지 않았습니까? 세대마다 그들만의 쓰는 커뮤니케이션 단어가 있는데, 그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고요. 그것이 조금 재미있게 포장된 게 팔도 비빔면이 나온 거죠. 괄도 네넴띤이 된 거죠.

◆ 윤덕환> 원래 급식체 전에 ‘야민정음’이라고 있었어요. 디씨인사이드 야구 갤러리에서 처음 출발한 건데요. 아까 멀리 보라고 했잖아요? 멀리 보라는 의미는 반드시 의미 있는 게 아니고, 그냥 비슷하면 돼요. 예를 들면 멍멍이다, 이렇게 멀리 보면 댕댕이라고 해도 멍멍이로 보이는 거예요.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 거기서 의미를 찾으면 안 되기 때문에요.  

◆ 김헌식> 이걸 들으면 잘 모르고요. 글자를 써보십시오. 써보면 알 수 있어요. 

◇ 김혜민> 그런데 두 분은 이게 재밌어요?

◆ 윤덕환> 재미없어요.

◆ 김헌식>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고 이해를 하는 거죠. 왜냐하면, 저희 10대 때도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서 쓰는 것이 청년기나 젊은 세대의 정체성이거든요.

◇ 김혜민> 말씀하신 것처럼 그 세대가 그 세대만의 언어를 만들고 쓰는 것은 변하지 않는 하나의 물결이라고 해도 이게 상품으로까지 나오는 건 너무 새로운 일이잖아요? 실제로 팔도 비빔면을 괄도 네넴띤으로 바꾸고 나서 7만 5,000개가 23시간 만에 완판됐다잖아요. 이게 저는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 김헌식> 대단하죠. 그래서 그것에 자극받아서 농심에서도 ‘해피 라띤’을 만든다고요.

◆ 윤덕환> 그거 평론가님 군대에 있을 때 나온 라면 아닙니까?

◇ 김혜민> 저는 들어본 적 없어요.

◆ 윤덕환> 굉장히 저렴하고, 약간 된장 맛이 나는 건데요. 그것을 재출시한다고 해요. 

◆ 김헌식> 여기에 두 가지가 있는 건데, 하나는 예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제품들을 이런 식으로 야민정음체로 부활해서 부각시키는 것도 있고요. 기억 못 하셨잖아요?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조금 아까운 게 있어요. 출시했는데, 잠깐 있다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것을 다시 진가를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 소환하는 두 가지 유형이 지금 현재 있는 거죠.

◆ 윤덕환> 여기서 제가 재밌는 예언을 하나 해볼까 합니다. 고민해봤는데, 팔도 네넴띤은 앞으로도 완판할 것 같아요. 그런데 해피 라면은 안 팔리거나 덜 팔릴 것 같아요. 왜냐하면, 브랜드의 차이가 아니라 뉴트로라고 하는 현상의 핵심을 잘 보셔야 하는데, 뉴트로는 단순 복고가 아닙니다. 이게 10대와 20대가 주도하는 현상인데, 그들에게 복고와 40, 50대의 복고는 달라요. 10대와 20대의 뉴트로는 새로움의 일종이에요. 10, 20대가 경험하는 복고인 뉴트로의 핵심 경험은 새로움과 독특함입니다. 희소성. 그러니까 이 안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냐면, 재미라는 요소를 꼭 느껴야 해요. 팔도 네넴띤은 재밌어요. 해피 라면은 해피 라띤이 되지 않은 한 이것은 무조건 재미없습니다. 10대와 20대가 보기에 뉴트로는 재밌고, 새로운 복고인데, 해피 라면은 그냥 과거에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차이입니다.

◇ 김혜민> 그러면 SPC 삼립이 이번에 ‘우카빵’과 ‘떡방아빵’ 내놓는데요. 떡방아빵은 1989년에 출시했던 제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거 기억하세요?

◆ 김헌식> 저도 기억에 없는데요?

◆ 윤덕환>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을 재밌는 방식으로 재해석해야 이것이 1020 세대들한테 재미의 요소로 다가오지, 과거에 나왔다고 다 쏟아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뉴트로라는 문화가 지금 식품업계까지도 지배하고 있는데, 요즘에 그러면 뉴트로 컨셉의 카페도 굉장히 많더라고요. 다방, 약방. 을지로, 종로 일대에 많다고 하던데, 평론가님 가보셨어요?

◆ 김헌식> 사실 익선동이 이런 공간으로 새롭게 뜨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커피 같은 경우에 개화기 때 들어올 때 그냥 커피로 들어온 게 아니고, 양탕국으로 들어왔거든요. 서양에서 들어온 일종의 탕약으로 생각한 것이죠. 탕약 카페라고 하거나, 양탕 카페라고 하나, 이런 식으로 붙여지는 게 뉴트로. 그런데 중요한 것은 거기에 공간적 개념이 나온다는 거죠. 지금까지는 보면, 대개 라면이라든지, 과자라든지, 우유라든지, 이런 것을 얘기했는데요. 공간적으로는 이런 개화기 스타일이 현대의 카페와 결합한 형태로 익선동을 중심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는 현상도 있죠.

◆ 윤덕환> 을지로, 이쪽에서 핫 플레이스라고 뜨고 있는 곳이 무슨 회관 같은 곳도 있어요. 옛날 회관. 예전에는 커피와 양주, 이런 것을 많이 팔았는데, 그런 것을 팝니다. 지금은 커피와 맥주를 팝니다. 2019년 전혀 안 어울리는 상품들이 어울리죠. 그런데 이것은 사실 뉴트로 현상하고 분리해서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거기에 10대, 20대가 안 갑니다. 거기에 커피 마시러 가는 게 아니고, 언론이나 매체를 찾아보시면 이 두 가지 현상이 섞여 있는데요. 40대, 50대 이상이 추구하는 복고 현상하고, 10대와 20대 중심의 뉴트로 현상하고는 엄연하게 다른 현상이에요. 이것을 구분해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지금 이 카페들은 뉴트로라기보다는 복고라고 봐야 합니까?

◆ 윤덕환> 그렇죠. 전통적인 복고의 개념을 띄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혜민> 아예 타겟층이 다르군요. 요즘에 방직공장도 카페로 만들고 하는데, 이런 것도 그런 복고의 일종이라고 봐야 할까요?

◆ 윤덕환> 복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죠.

◆ 김헌식> 그게 아마 강화도에서 방직 공장을 카페로 만들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원래 제가 도시 재생할 때 거기 자문을 해주고 했었어요. 그런데 방직 공장에 왜 카페가 결합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식으로 컨셉을 잡으면, 새로운 세대들이 안 가요.

◇ 김혜민> 그러면 새로운 세대들이 갈 만한 공간은 어떻게 꾸며야 할까요?

◆ 김헌식> 일단 아까 지적하신 것처럼 의미에 상관없이 재미가 있어야 하거든요.

◆ 윤덕환> 그러니까 이것에 자극을 받는 사람들은, 1020 세대는 새로움이라는 가치가 조금 더 빨리 와 닿게 되어 있어요. 그중 하나의 아이템이 기성 40대 기자분들이 보기에는 이거 옛날 거야,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이 옛날 것에 반응하네? 이렇게 보는 건데요. 사실 10대, 20대의 관점으로 보면, 완전 새로운 거예요. 본인들이 경험한 상품도 아니거든요. 그 상품을 보면서 떠오를 게 뭐가 있겠어요? 이 사람들한테는 그냥 새로움의 하나일 뿐인데, 이것을 보는 사람들이 연령대가 높다 보니까 오인 해석된 현상이 아닐까, 저는 과감하게 이렇게 던져봅니다.

◇ 김혜민>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헌식> 저도 일정 정도 공감해요. 예를 들면, 지금 데스크에 앉아계신 분들이 다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프리즘 자체를 복고에 방점을 찍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 윤덕환> 뉴트로나 레트로나 다 똑같네, 하면서 이것을 뭉개서 보는데, 다른 거죠.

◇ 김혜민> 제가 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옛날 문방구 같은 데를 갔어요. 저 어렸을 때는 종이인형 잘라서 옷 갈아입고 하는 게 있었거든요. 너무 반가워서 저는 샀는데, 우리 아이는 처음 본 거예요. 저는 옛날 것이지만, 우리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 거죠.

◆ 김헌식> 그거 얼마나 가지고 놀았어요?

◇ 김혜민> 별로 관심이 없더라고요. 만약에 그 친구가 거기에 매력을 느끼면 그건 뉴트로가 되는 거예요?

◆ 윤덕환> 중요한 것은 주체가 누구냐 하는 거죠. 뉴트로의 담론을 만드신 분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기중심인 것 같지만, 사실 선택하는 사람들은 10대, 20대죠. 그분들이 선택을 해야 올라가는 거지, 거꾸로는 통용이 안 된다는 거죠.

◇ 김혜민> 그러면 이 방송을 듣는,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뉴트로를 중점으로 해서 창업할 것인가, 아니면 복고를 중점으로 창업할 것인가를 판단해서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거네요?

◆ 김헌식> 그런데 창업하시는 분들 대부분 다 그 세대가 아니고, 다른 세대이기 때문에 거기서 에러가 발생한다는 거죠.

◆ 윤덕환> 창업을 할 때 꼭 고려해야 할 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복고라는 아이템이 뜬다고 본인의 경험으로 복고로 하면 안 돼요. 1020 세대 뉴트로의 핵심은 뭔가 희소성 있는 것들이에요. 이 측면에서 보면, 이 시장은 커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하고, 어떤 세대의 복고 경험을 소구해야 하느냐, 이 두 가지 포인트를 꼭 기억하셔야 하는데요. 10대가 지금 뉴트로에 반응한다고 그 아이템으로 가면 안 되는 게 10대와 20대는 기본적으로 취향의 주기가 굉장히 짧아요. 그리고 실적을 빨리 내는 세대이기 때문에 여기서 크게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4년 하반기에 한국을 뒤흔들었던 과자가 있어요. ‘허니버터칩’이라고요. 복고는 아닌데, 주목해볼 만한 사례인 게 그때는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편의점에 몇 달 치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잘 안 팔립니다. 새우깡보다 덜 팔려요. 문제는 그때 제과 업체가 공장을 더 지었어요. 투자가 엄청나게 들어왔는데, 조금 실패했죠. 비슷한 현상이 2012년에 흰 국물 라면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어요. 꼬꼬면. 그 두 가지 현상이 딱 1년 갔습니다. 조사를 해보면 20대가 크게 반응해서 크게 출렁했는데, 지속 가능성이 매우 짧았다는 거예요. 물론 제가 보기에는 이게 10년 뒤면, 꼬꼬면이나 허니버터칩이 복고의 아이템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현상이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한번 고민해보고, 장기적으로 복고 아이템을 하고자 한다면, 제가 보기에는 4050 세대 이상을 뚫어야 합니다. 지금 보면, 여전히 가요 프로그램부터 해서 여러 가지 아이템이 70, 80, 90이에요. 그 시대에 청년기나 청소년기를 보냈던 이 경험들이 있었던 1, 2차 베이비부머가 워낙 숫자가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돈을 쓰거든요. 복고를 하려고 하면, 장기적으로 그 시장을 공략해야지, 뉴트로에 반응이 있다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약간 리스크가 크다고 봅니다.

◆ 김헌식> 저도 생각나는 사례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뽑기방이라는 게 있었어요. 그게 유행한다고 하니까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생겼어요. 다 망했어요. 물론 그것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창업하신 분들인데요. 주변에서 다 비어 있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주기가 굉장히 짧고, 시장 자체가 소규모적인 것인데, 이것을 확 늘려버리는 바람에 수많은 분들이 실패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레트로 같은 경우에도 그 비율이 부분을 차지하는 거지, 이게 전반을 휩쓸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큰 패착이 될 수 있는 거죠.

◆ 윤덕환> 창업을 하신다고 하면, 아이템 자체가 어떤 연령대의 복고를 지향하느냐, 이 경험을 잘 구분하셔야 할 것 같아요.

◇ 김혜민> 네, 뉴트로는 그 시기가 굉장히 짧다.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창업하는 데 있어서는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그냥 문화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코드로 보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 아니고 수다, 트렌드 수다. 진짜 수다에 능한 두 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요. ‘언박싱’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언박싱은 뭡니까?

◆ 김헌식> 간단하죠. 언(Un)이라고 하는 것은 풀어낸다는 것이니까 박스를 풀어낸다는 뜻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서 주로 하는 건데, 주문한 물품이 상자에 담겨 오잖아요. 그러면 사실 제 입장에서도 어린 시절에 종합 선물 세트라든지, 장난감을 받았다고 하면, 긴장되잖아요. 뭐가 들어있을까. 뭐가 들어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것이 언박싱. 박스를 풀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그것을 유튜브를 통해서 진행자가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건데, 사실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언박싱부터 시작한 겁니다. 아이들이 장난감 갖고 싶은 게 굉장히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알려주고,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효율성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언박싱 콘텐츠가 되겠죠.

◇ 김혜민> 이사님은 이거 들어보셨어요? 

◆ 윤덕환> 저는 언박싱이라고 해서 복싱을 안 한다는 얘긴가 했습니다.

◇ 김혜민> 저는 이거 알아요. 저희 아이가 7살, 5살인데, 얘네들은 택배가 오면요. 택배를 열면서 자기 혼자 이야기를 해요. 이것을 유튜브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튜버들이 이런 언박싱을 하더라고요. 저는 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이번에 알았어요.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물건도 이렇게 한다는 거죠?

◆ 김헌식> 그렇습니다. ‘하울’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하울은 주로 화장품이라든지, 명품을 많이 소개해주는 현상 자체를 이야기하죠. 여기에는 일종의 대리만족의 개념이 많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죠.

◇ 김혜민> 대리만족의 개념이요. 그런데 대리만족이라고 하면, 그냥 후기를 볼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저 이 물건 샀어요, 하는 사진을 볼 수도 있는데요. 왜 꼭 이것을 영상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서 푸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나요?

◆ 김헌식> 거기에는 약간 다른 개념도 들어가 있는데요. 자기가 소유하지 못한 물건들을 누군가 대리해서 쓰는 모습 자체를 충족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거기에 대해서 다 알게 되면, 남한테 나중에 과시할 수 있어요. 내가 갖지 않아도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구동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요. 하울과 언박싱이 그렇게 결합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 윤덕환> 실제로 언박싱을 찾아보면, 고가의 IT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이사님은 누군가가 IT 제품을 이렇게 언박싱 하면서 올린 영상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세요? 

◆ 윤덕환> 그게 제품마다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언박싱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의 심리    하고, 이것을 보는 사람의 심리도 구별될 것 같은데요. 올리는 사람들은 분명히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시욕구나 이것에 관련된 지식을 조금 더 드러내고, 자기가 전문가로서 포지셔닝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목적이 뚜렷한 것 같은데요. 이것을 보는 사람들의 욕구는 제가 보기에 김헌식 평론가님의 얘기처럼 대리만족의 욕구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특히 고가 IT 제품 같은 경우에는 저도 이것을 본 경험이 있어요. 작년에 책을 보려고 태블릿을 하나 샀는데, 텍스트로 된 설명서를 보기 귀찮아서 몇 개 찾아보니까 금방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비슷한 다른 태블릿에는 이런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는 것을 단 몇 분에 쉽게 알 수 있어서 정보를 이해하는 차원이 더 중요했다고 보입니다. 실제로 IT 제품 쪽의 언박싱 유튜브가 조금 더 많아요.

◆ 김헌식> 여기서 중요한 지점인데요. 예전에 포털 서비스가 왜 성공했냐면, 예상과 달리요. 대부분 과제나 숙제할 때 정보를 검색해서 시장이 큰 것이거든요. 검색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학습이나 이런 것들이 영상으로 습득되기 때문에 당연히 유튜브라는 동영상 사이트를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거기에는 너무나 자세하고, 상세하고, 예상하지 못한 쓰임까지도 개발해서 알려주거든요.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다고 하니까 거꾸로 포털이 위기가 되는 상황이죠.

◆ 윤덕환> 딱 2년 전만 해도 제품 후기는 블로그 형태로 올라왔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텍스트로 봤는데, 이게 1년 반 전부터 유튜브 영상으로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거죠. 그것은 검색=유튜브=인터넷. 이 시대가 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혜민> 그러면 기업들도 앞으로 이런 형태로 홍보할 수 있겠네요?

◆ 윤덕환> 그렇죠. 직접적으로는 기업이 이 홍보를 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많이 들어요. 

◆ 김헌식> 일단 기본적으로 전문가가 아니고, 일반인. 아까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들의 전문성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일반인들 시선에서 그것을 진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는 분들은 쏙쏙 잘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만약 기업이 직접적으로 나서게 되면 문제가 되니까 후원을 하거나 광고를 붙여주거나 하는 형식으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블로그 같은 경우도 파워블로거가 왜 망했냐면,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렇게 됐거든요. 과연 유튜브도 그렇게 될 것인지, 그런 점은 따져봐야겠죠.

◇ 김혜민> 그러면 아까 전에 이사님께서는 IT 관련된 것을 본 적이 있으시다고 했어요. 평론가님은 보신 것 있으세요?

◆ 김헌식> 주로 저는 ‘먹방’을 많이 보는데요. 먹방에서도 언박싱 같은 것을 하는 거예요. 신제품이 나오게 되면, 그것을 거기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거죠. 그래 가지고 불닭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해외에서 난리가 났어요. 우리나라 제품인데, 오히려 해외에서 좋은 반응이죠. 왜냐하면, 스파이시 푸드라고 해서 매운 음식이 세계적으로 통용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이 국내만이 아니고 해외까지도 알려지고, 이런 식의 것도 있어서요. 품목은 다양하다고 볼 수 있죠.

◇ 김혜민>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고가의 화장품 같은 것. 

◆ 김헌식> 그것은 여성들 맞춤으로 진화한 것이고, 여성들도 새로운 제품이 굉장히 많이 나오잖아요? 그게 해외와 연관될 수도 있죠. 우리나라 화장품들이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앞으로 품목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오늘 토론 아니고 수다. 저희가 지금 뉴트로 관련된 이야기 나눴고요. 언박싱 관련된 이야기도 나눴어요. 조금 시간이 남아서 혹시 두 분이 봄이잖아요? 봄에 이런 트렌드 정도는 하나 알아야 한다는 것 하나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윤덕환> 봄에 저는 혼자 노는 문화가 더 확대될 것 같아요. 혼자 스테이테이션이라든지, 이런 아이템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오늘도 사실 미세먼지 경보가 나와서 혼자 어느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면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아마 여행 계획도 혼자 세우시는 분들도 많고, 그래서 1월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1인 체제가 일상화된 시대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 일상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봄에요? 혼자 있으면 즐거우세요?

◆ 윤덕환> 사실 언박싱이나 이런 아이템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거기서 밥을 먹는 것을 보는 것도 같이 먹으면 되는데, 그것을 혼자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먹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보고 싶은 거죠. 일상적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의 결핍에서 시작된 것이 유튜브 열풍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헌식> 혼자 말씀하시니까 작년에 한 통계자료가 나왔는데요. 혼자 꽃놀이 가시는 분들이 상당히 늘어났다고 합니다. 꽃놀이하면 주로 몰려가시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지금은 1인용 방석 하나 들고, 이어폰 끼고, 유튜브 보면서 캔 하나 들고 가서 꽃 보면서 즐기는 거죠.

◆ 윤덕환> 한편으로는 완전히 고립된 것은 아니고요. 요즘에는 다 SNS에 올리려고 혼자 가세요. 거꾸로 떼로 가서 그것을 보면 올리기 위해서 가지 않거든요. 혼자 있는 모습을 찍거나 촬영을 해서 올리기 위해 혼자 가시지, 떼로 가는 것은 사실 올리기 위한 적격한 조건은 아니죠.

◇ 김혜민> 또 봄에 전파할 만한 트렌드가 있다면요?

◆ 김헌식> 저는 콘텐츠 차원에서 봤을 때는 ‘좀비’ 코드가 있을 것 같아요.

◇ 김혜민> 말씀하셨지만, 요즘에 좀비 드라마도 나오고요. 그게 이유가 뭡니까?

◆ 김헌식> 지금 난리가 났죠. 넷플릭스 때문에 좀비가 뜨게 된 것이거든요? 190여 개 국에 한꺼번에 풀리다 보니까 한국 좀비가 이렇게 색다르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거든요. 한국 좀비는 특징이 있어요. 굉장히 빠르고요. 무술도 해요. 그리고 아크로바틱해요.

◇ 김혜민> 그런데 그 좀비가 말씀하신 넷플릭스에서 나온 드라마 말고 그전에도 좀비 관련된 콘텐츠가 있었잖아요?

◆ 김헌식> 좀비가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문화적으로 뭐와 관련이 있냐면, 일상적 불안감하고 관련이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불안감이 증폭되면, 200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하게 좀비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좀비 영화도 스타일이 몇 가지로 나눠져요. 어쨌든 좀비 장르가 생길 정도였는데,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사람들이 일상적 생활을 할 때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복고도 이런 영향이 있거든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고가 98년도에 적자였다가 돈을 막 벌기 시작한 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성인들이 안락했던 과거의 기억이 있는 거죠. 복고와 관련 있는 거죠. 그다음에 일상적 불안감을 어떤 식으로 펼치냐면, 일본에서도 최근에 좀비 형태의 새로운 드라마인데, 그 순간 뭔가 절실한 과거를 떠올리면서 삶의 의욕을 다시 느낀다는 드라마가 있어요. 

◇ 김혜민> 그러면 지금 좀비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셨는데, 한국 좀비 스타일은 2019년의 트렌드를 반영한 스타일인가요?

◆ 김헌식> 그게 액션 영화하고 좀비가 결합하는 건데요. 중요한 것은 사회·문화적인 말씀을 하셨는데요. 원래 좀비라고 하는 것은 대뇌 신경계가 망가져서 인간답게 움직이지 못하고 본능만 살아있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이 왜 이것에 열광하냐면, 비인간화에 대한 기본적인 공포심이 있는 거죠. 비인간적으로 살고 싶지 않은데, 좀비처럼 살게 되는 상황들이 젊은 세대일수록 더 가중되고 있거든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게 ‘진격의 거인’이라는 만화였어요. 그 거인의 특징이 뭐냐면, 어떤 공격을 해도 거인이 이겨요. 전체 시스템에서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존재감을 진격의 거인에서 표현했거든요? 그것도 시대상을 대변한 거죠. 청년들이 사회를 바꿀 수 없는, 굉장히 비참한 현실. 그것을 다루고 있다고 보입니다.

◆ 윤덕환> 한국식 좀비를 보니까 ‘창궐’하고 이번에 ‘킹덤’하고 있는데요. 특징이 좀비가 나오는 이유가 자본, 권력, 이런 사람들이 자기의 욕망을 위해서 바이러스를 만든다든지, 혹은 의학적으로 잘못된 처방을 해서 임금을 살려둬서 호가호위를 한다든지, 이렇게 나오고 있거든요. 시스템의 부조리를 담고 있습니다. 전부 다. 발생 원인이요. 그래서 이런 곳에 착안해서 좀비 외에도 그런 콘텐츠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혜민> 오늘 토론 아니고 수다, 트렌드 이야기 나눴습니다. 뉴트로, 그리고 언박싱. 그리고 봄에 어울리는 트렌드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혼자 놀기와 좀비로 끝났습니다. 좀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인 의미까지 이렇게 대본에 없는 것 잘해주신 것을 보니까 두 분은 수다에 능한 분들이 맞습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헌식> 고맙습니다.

◆ 윤덕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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