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현의 생생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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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따져보니 기대할 사업도 있더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1-31 17:21  | 조회 : 4072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최준영 前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전문연구관



[생생경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따져보니 기대할 사업도 있더라”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예비타당성 후폭풍이 거셉니다. 하지만 선정된 지역에서 후폭풍이 봄바람으로 불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이 발표된 날에 생생경제에서는 그동안 쭉 문제제기를 했던 경실련을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어봤었는데요. 오늘은 본격적으로 도대체 어떤 사업들이 선정됐고, 이 사업을 통해서 어떤 것들을 지원받고, 그리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자세히 뜯어보려고 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전문연구관을 지내셨고요. 현 율촌의 전문위원으로 계신 최준영 박사 모셨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이하 최준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박사님, 저희 말고 타 경제 프로그램에 많이 나가셨더라고요. 박사님을 경제 프로그램에서 많이 초대하는 이유는 아마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전문연구관이라는 경력이 주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 최준영> 국회 안에는 의원님들만 계신 것이 아니고, 의원님들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산에 관련해서는 예산 정책처가 있고요. 그다음에 예산 이외에 각종 법률이라든지, 해외 사례, 이런 것을 지원해드리는 입법조사처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100여 분 정도가 근무하고 계시는데, 우리나라 모든 분야. 헌법에서부터 이를테면 야생동물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계세요. 그러면 의원님들이나 의원실에 계신 보좌진들이 저희한테 질의를 해주시는 거죠. 해외 사례를 찾아달라, 이런 법은 무엇이 문제냐, 옛날에 이것을 어떻게 바꿨으면 좋았을 텐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의견을 달라,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각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분석을 해서 제출해드리는 거죠. 쉽게 말하면 국민들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지만, 의원님들을 뒤에서 서포트하는 기관이고요. 저는 거기서 10년 정도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하고, 지금은 법무법인 율촌으로 옮겨서 다른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국회의원들이 하는 가장 큰 일은 입법인데, 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의 영역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자문을 위원들이 하는 거군요. 거기에 대한 답변을 하시는 거고, 박사님께서 보통 주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보니 환경, 도시계획, 이런 부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이번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신 게 아닌가 싶어요. 오늘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뜯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번에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과 상생 발전이 예비타당성 면제의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준영> 실제로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것은 정부가 예산을 들일 때 이게 과연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뜯어봐야겠죠. 우리도 집에서 냉장고를 하나 새로 사려고 하면, 이게 살만한 건지, 아니면 조금 더 써야 하는지를 보듯이, 정부도 마찬가지거든요. 여러 가지 기법들, 복잡한 절차나 제도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통해서 제일 끝에 가면, 어떤 결론이 나오냐면, 돈이 얼마 들어가는데, 이것으로 해서 얻는 편익이 얼마야, 그래서 그게 손해가 나지는 않아. 이렇게 되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가는 거고요.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사업을 못 하는 거죠. 물론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1을 넘었다고 해서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고, 1을 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못 하는 것은 아니에요. 상당히 중요한 지표가 되는 건데요. 이렇게 하다 보니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무슨 일을 하기가 쉬워요. 그런데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는 다리를 하나 만든다든지, 아니면 철도를 하나 놓는다든지, 도로를 하나 만들어도 이용하는 사람이 적을 가능성이 높겠죠. 그러다 보니까 엄격하게 서울과 수도권, 지방, 이런 것을 똑같은 틀로 만들면, 아무래도 지방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나름 여러 가지 어드밴티지를 주기는 합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고 해서 조금 점수를 얹어주는 식으로 가는 거죠. 그렇게 해도 사실은 사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방에서는 그런 이유로 불만이 조금 쌓입니다. 우리가 이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묶어놓고 우리보고 뭘 하라는 거냐, 이러다 보니까 결국 정부에서 이번에 결정을 내린 거죠. 그러면 그동안 너희들이 해보고 싶었던 사업들, 쭉 올려보세요, 해서 다 걷어보니까 70조에 이르는 사업들이 올라왔죠. 그중에서 그나마 한번 해볼 만한 사업이고, 과거 여러 번 논의가 됐던 사업들. 그리고 이것은 꼭 필요하다, 빨리 해야겠다 싶었던 사업들을 골라 가지고 이번에 24조 원 정도에 발표한 것이죠. 

◇ 김혜민> 그런데 박사님, 제가 얘기를 듣다 보니까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 있어서 제일 기본이 되는 것은 경제성인 거잖아요? 그런데 상생 경제와 경제성은 어떻게 보면 반대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다른 개념이라고 저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성을 따지다 보니 불균형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까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이 문장만으로는 모순이 있는 것 같아서요.

◆ 최준영>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게 기준을 엄격하게 잡으면, 지방에서는 할 사업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지역 균형 발전. 이 사업은 경제성으로만 보면 도저히 안 되지만, 이것을 해서 이를테면 관광객도 조금 가고, 지역에 일자리도 생기고, 그런 점수는 수도권에는 부여가 안 됩니다. 지방에 그런 점수를 더 부여해주면, 점수가 점점 올라가겠죠. 그렇게 해서 1점에 거의 맞춰서 되는 사업들은 그동안 했어요. 그런데 그런 작은 사업들은 해볼 수가 있는데, 예를 들면 새로 철도를 놓는다든지, 고속도로를 놓는다든지, 이런 것들은 상당히 단위가 커지다 보니까 그런 식의 평소에 지원해주는 것 가지고는 사업이 계속 미뤄져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불만이 점점 쌓이고, 특히 요즘 지역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까 뭔가 이렇게 놔두면 우리 다 죽는다, 라는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정부가 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김혜민> 지역 경제 붐업을 위해서도, 상생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겠네요.

◆ 최준영> 상생 발전이 정부에서 내세운 명분이고요. 실제로 더 기다려보면, 아마 경제적 효과가 꽤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어떤 사업들인지 살펴볼게요. 일단 박사님께서는 최고의 승자는 단연 경남이다, 라고 하셨어요. 사실 경남이 전북이나 이런 데보다는 인프라도 잘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발전된 곳인데, 왜 사업은 경남이 제일 많나, 이런 생각도 했거든요?

◆ 최준영> 사실은 원래 계속 어렵다가 조금 더 상황이 안 좋아지면, 체감을 잘 못합니다. 그런데 조금 괜찮다가 갑자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든지, 뭔가 사건·사고가 생겨서 힘들어지면, 상당히 타격으로 다가오죠. 경남은 말씀하신 것처럼 거제라든지, 중공업 벨트죠. 대한민국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다른 경제권이 있다고 하면, ‘부·울·경’이라고 하는 영남권 해안벨트인데요. 지금 사실 통영의 조선소 6곳이 있었는데, 다 문 닫았어요. 다 실업자가 되셨죠. 그다음에 거제도 같은 경우도 조선 경기가 추락하다 보니까 실업률이 10% 이상 올라가고요. 이렇게 내버려두다 보면, 미국에서 말하는 러스트 벨트처럼 그냥 몰락한 산업단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이미 취하고 있었고요. 이참에 그러면 과연 무엇이 문제였느냐, 라고 생각을 해보니까 경남 쪽에, 특히 거제라든지, 경남 내륙, 이런 지역들이 너무 소외되어 있었다. 교통편도 불편하고, 이참에 파격적으로 이쪽에 새로운 투자를 해가지고 뭘 열어보자, 생각을 했던 것이고요. 사실은 이 발표가 있기 전에 처음부터 남부 내륙철도라고 해서 김천에서 구미까지 이어지는 한 170km의 새로운 고속철을 놓겠다, 라는 발표들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어요. 이 노선 하나만 해도 4조 7,000억 원이 들어가는 큰 사업입니다. 재밌는 것은 우리나라 최장 단선 고속철도가 될 겁니다. 복선은 아니고요. 단선으로 일단 놓기로 되어 있는데, 일단은 전체 사업비가 24조 원인데, 그중에서 한 사업에 4조 7,000억을 집어넣었으니까 엄청 큰 것을 가져간 것이고요. 그다음에 부산 신항이라고 있습니다. 부산에 새로 만든 큰 항만이 있는데, 여기서부터 김해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도 새로 개설하기로 했죠. 물론 행정구역으로 따져보면, 사실 부산 쪽 사업이라고 분류해도 되지만, 지나가는 길이 경남 김해 쪽을 지나가다 보니까 이건 경남 쪽 사업이죠. 그리고 이번 사업의 특성은 SOC뿐만 아니고, 각종 R&D, 연구·개발과 관련된 지원도 많이 들어있어요. 이런 것들을 전국에 똑같이 나눠주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공장도 많고, 연관되어서 같은 돈을 집어넣으면, 사업이 효과적으로 될 데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남 쪽에 힘이 더 실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조선업이 어렵다는 건 우리가 다 알죠. 말씀하신 것은 공부 잘하는 애가 성적 조금 떨어지면, 충격이 더 큰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최준영> 사실은 경남 쪽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수도권에 계신 분들은 체감을 잘 못하시는데, 정말 영남 조선 쪽, 이런 쪽을 보면,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충격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 지금 힘든 시기를 잘 넘어가지 않으면, 나중에 세계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쫓아갈 수가 없는, 그런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 김혜민> 박사님 말씀을 들어보면요. 뉘앙스가 경남 지역 이번에 예비타당성 면제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할만 했다?

◆ 최준영> 경남 쪽이라기보다는 이번 사업들이 경기가 매우 안 좋잖아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고요. 정부 예산을 써야 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사실 흑자가 나면 좋죠. 하지만 정부에서 흑자가 났다는 것은 돈을 제대로 안 썼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힘들면, 정부는 적자를 감내하고라도 돈을 조금 써서 사업을 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늦어진 사업들이 많았어요. 이참에 한번 여러 가지 골고루 사업들을 진행해보는 차원에서 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경남 이야기했으니까 그러면 전북 이야기를 먼저 해보죠. 새만금 국제 공항 건설을 최고의 ‘망작’이라고까지 표현하셨어요?

◆ 최준영> 전북에 계신 분들에게 혼날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왜냐하면, 전북분들한테는 이 새만금이 30년 동안의 숙원이었다면서요?

◆ 최준영> 맞습니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하겠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전북이 엄청난 평야지대가 많아요. 농업이 중심인 지역이니까 그 농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환경이 많이 바뀌다 보니까 새만금을 우여곡절 끝에 만들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 이런 여러 가지 계획 변경, 갈등, 이런 게 많았죠. 지금은 어떻든 도시도 조성하고, 공단도 만들고, 이런 식으로 계획이 바뀌었는데, 하다 보니까 전북에서 생각해봤을 때는 교통이 많이 불편한 거죠. 이것까지 뭔가 외국에서 편하게 와야 할 것 같은데, 인천공항에 내려 가지고 다시 갈아타고, 여기까지 오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 김혜민> 그런데 외국에서 전북에 뭘 보러 갈까요?

◆ 최준영> 그래서 사실은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겁니다. 전북의 전체 인구가 200만이 안 돼요. 185만 정도 되는 곳이고, 전주, 익산, 이런 대도시 정도 합하면 120만 가까이 돼요. 그러면 나머지 지역은 사실 거의 인구가 희박한 지역이 되어 버렸거든요. 여기다가 지금 국제공항을 짓는다고 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누가 가지? 하는 의문이 첫 번째로 들고요. 그다음에 전북에 계신 분들이 밖으로 나가면 될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지방 공항들이 전북보다 인구가 더 많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 문 닫은 공항도 꽤 많아요. 전북 같은 경우는 김제에 예전에 공항을 만들었다가 중간에 사업을 중단하고, 지금 배추밭으로 쓰고 있어요. 그런 아픔이 있는데요. 상황이 더 좋아진 것도 아닌데, 왜 굳이 공항을. 더구나 8,000억으로 잡혀있었는데, 이게 부지가 어디가 될지도 정확히 모르겠고요. 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만드는 데 8,000억으로 과연 가능한가? 제 상식으로는 그것보다 0이 하나 더 붙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 이 사업이 진행되도 문제가 될 것 같고, 제대로 진행이 안 되면 또 전북에 계신 분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게 도대체 뭐냐, 하실 것 같다는 거죠.

◇ 김혜민> 그러면 공항이 아니고, 전북에 필요한 SOC 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래도 전북분들도 혜택을 누리셔야 하잖아요?

◆ 최준영> 네, 맞습니다. 사실 거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전북이 대표적이지만,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SOC 가지고 지금 지방의 어떤 쇠퇴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느냐, 이 문제를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사실 많은 지방에 계신 분들은 특정한 시설들. 바다를 건너서 가로지르는 교량이 하나 생긴다든지, KTX가 새로 들어오면, 우리 지역이 많이 좋아질 것 같아, 하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은 KTX가 생긴 이후에 오히려 많은 분들이 서울로 집중되는 결과를 보이죠. 예전에는 동네 병원에 가시던 분들이 이제는 서울로 가고요. 이런 식으로 가다 보니까 전북에 어떤 시설이 필요하느냐고 하면, 참 대답해드리기가 어려워요. 180만 정도 되는 도시인데, 전주를 제외하고 나면, 큰 도시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해서 최근 하이닉스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거기다가 어떤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사람이 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죠. 대한민국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었기 때문에요.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치고 있어서 SOC 말고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서 이제는 고민을 해봐야 하는 단계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네, 오늘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 대한 뜯어보기를 최준영 박사와 함께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 있죠. 분명히 있습니다. 동의하고요. 경실련과 인터뷰도 했지만, 정부가 잘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이 사업을 어찌 되었건 정부가 철회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 최준영> 당연하죠.

◇ 김혜민> 그러면 이 사업이 어떤 것인지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요. 정확하게 알아야 감시할 수 있고요. 그래야 나중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인터뷰를 조금 더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박사님, 우리 경남 이야기했고, 전북 이야기 했어요. 수도권 이야기도 해야죠. 수도권 사업이 없었죠? 평택 오송 하나?

◆ 최준영> 평택 오송 사업은 사실 전국구 사업으로 들어갔죠. 실제로 어느 특정 지역에서 챙기기가 어려운 사업인데, 이것을 안 하면, 전국민이 힘든 그런 사업이에요. 그래서 이참에 사업이 들어갔죠. 저는 이 사업 하나만 해도 이번에 24조 원 쓰는 그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정도예요. 서울에 계신 많은 분들이 KTX를 타면, 서울역, 아니면 수서역에서 이용하시죠. 그러면 철도는 우리 도로와 똑같아서 하루에 다닐 수 있는 철도의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한 노선 당 180회 정도 생각하시면 되요. 서울역에서 180회 출발하고, 그다음에 수서역에서 180회 출발하면, 360번인데, 문제는 이 각각 출발하는 선들이 평택에서 만나요. 그래서 오송까지 가서 거기서 경부선과 호남선으로 갈라지죠. 그러다 보니까 중간에 병목 구간이 생기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4차선 도로가 2차선 도로로 줄어들었는데, 그 2차선 도로를 이번에 4차선 도로로 확장하는 사업인 거죠.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못 하고 있었어요. 

◇ 김혜민> 박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예비타당성 면제를 할 정도의 사업이라면, 많은 국민들이 더 누릴 수 있는 게 경제성의 기준이 될 수 있겠네요?

◆ 최준영> 사실은 경제성이라는 것을 평가하는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금 많은 분들이 비판하시는 예비타당성의 가장 큰 문제는 잘라서 봐요. 무슨 말이냐 하면, 방금 오송에서 평택까지 KTX를 더 많이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노선인데, 이 오송-평택 구간에서 얻는 이익이 별로 없어요. 서울에 계신 분들이나 부산에 계신 분들, 목포, 광주에 계신 분들이 더 편하게 오고갈 수 있도록 중간을 더 넓혀주는 건데, 그러면 전체를 놓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현재 기준으로 보면, 사업하는 구간만 보고 평가하도록 되어 있어요. 

◇ 김혜민> 그게 자치단체장들의 실적, 국회의원들의 예산과 연관이 있을 수 있겠죠?

◆ 최준영>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어요. 우리가 생각했을 때 합리적이지 못한 거죠. 주말마다 막히는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그런데 주말 교통량은 포함이 안 돼요. 그런 기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다음에 언론 보도에서 보셨겠지만, 신분당선 연장, 이런 게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만약 이 사업비 전체가 1조 원이다, 그러면 이미 새로 만든 택지 지구에 들어가신 분들은 교통 분담금으로 이미 5,000억을 냈어요. LH에서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 나머지 5,000억만 가지고 정부에서 예산을 들여 가지고 이게 수익성이 나는지, 안 나는지를 평가하면 될 것 같은데, 현재 기준에 따르면 전체 1조 원짜리의 사업으로 다시 평가를 해야 해요. 그러니까 5,000억 사업이면 당연히 경제성이 나올 텐데, 이미 돈도 절반은 확보되어 있는데, 1조 원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 같잖아요. 이런 식으로 가다 보니까 여러 가지 불만들이 많은 거죠. 

◇ 김혜민> 그러니까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자체를 그냥 대놓고 반대하는 것, 물론 그 명분에 대한 반대도 필요하지만, 지금 박사님이 하신 것처럼 그 안의 모순이나 과정에서의 부족한 부분, 이런 것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과 그것을 통해 ㅂ뀌는 것들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최준영> 사실은 그게 더 필요하죠. 이번에 일단 급한 사업은 이렇게 처리한다, 그다음에 제도를 바꾸겠다. 우리가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울 때도 보통 4, 5년에 한 번씩 바뀌지 않습니까? 그런데 예비타당성에 관한 기준들은 변하지 않고 있어요. 그 사이에 대한민국은 엄청나게 바뀌었고,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변화 없이 단발성 사업으로 이렇게 간다고 하는 것은 아쉬운 면이죠.

◇ 김혜민> 그동안 지자체들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민하고 했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냥 단순하게, 일회성으로 처리한 거군요.

◆ 최준영> 이번에 한 번은 우리가 인심 쓸게, 그러면 다음 번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려고?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 김혜민> 그리고 그 문제가 나왔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안 그래도 지금 청취자 문자가 왔어요. “박사님, SOC 완공되고 나서 혹시 적자가 나면, 지자체에서 유지비를 충당해야 하나요?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지방 경제에 더 악영향을 줄 우려는 없나요? 이 책임은 누가 지나요?”

◆ 최준영> 사실은 그런 것이 가장 큰 문제죠. 가령 이를테면 철도는 만들 수가 있어요. 철도를 만들고 나면, 당연히 코레일이나 이런 곳에서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운영자를 따로 선정해야 해요. 그런데 운영자가 안 나타나요. 왜? 들어가면 보나마나 적자인데, 그러면 그 사업을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결국은 정부가 공기업한테 부탁을 하든지, 아니면 지자체가 우리가 보조금을 드릴 테니까 들어와 주세요, 해서 결국은 가는 거죠. 이것 자체로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질 우려가 있어요. 많은 분들은 철도가 왜 이렇게 보급이 안 되느냐, 라고 불만을 제기하시는데, 우리가 도로는 만들고 나면 각자 알아서 차를 가지고 다니지만, 철도는 별도의 운영회사가 또 비용을 들여서 해야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 전체 철도에서 소수의 몇몇 노선을 빼고 나면, 대부분 다 적자에요. 이것들이 상당히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힘들고, 그러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게 맞는데, 그러면 지자체에서는 가뜩이나 없어서 못하고 어려운데, 그 돈까지 1년에 수백억씩 부담한다고 하면, 정작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복지나 의료, 교육 관련해서 쓸 돈들이 더 줄어드는 거죠. 아까 청취자분께서 지적했던 이야기가 상당히 타당한 이야기고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완공될 때까지 계속 고민을 해서 어떤 방안이 있는지, 국가가 전부 부담할 수는 없으니까 뭐가 합리적인지에 대해서 논의를 해봐야 합니다.

◇ 김혜민> 제가 이 면제 사업 발표난 날 경실련 하고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때 단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면제 사업을 선정하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아닌 선출직 공무원들이다. 그게 굉장히 문제다.

◆ 최준영> 저는 그 의견에 대해서는 상당히 찬성할 수가 없는 게 대한민국이 선출직 공무원, 그러니까 선거로 뽑히신 분들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서 가신 거죠. 그분들이 마음대로 하실 수는 없지만, 어떻든 어떤 결정을 하라고 그 자리에 가신 거고요. 만약에 기계적으로 제도에 의해서만 간다고 하면, 굳이 왜 우리가 힘든 선거라는 것을 통해서 사람을 뽑겠습니까? 그냥 데이터에 넣고, 컴퓨터로 두드리면 나오는 결과대로 나오면 되는 거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것이고, 서로가 합의에 의해서 어떻게 보면, 단기적으로는 비합리, 불합리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타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거죠.

◇ 김혜민> 판단을 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참조해야 하는 것은 기본 아닙니까?

◆ 최준영> 그렇죠. 그런데 그 전문가라는 분들이 과연 어떤 기준으로 볼까요? 만약에 아까 전북 이야기를 했는데, 전북에 계신 교수님이나 전문가가 오셔서 판단하시면, 이것은 경제성이 안 나옵니다, 그러면 당장 그건 수도권의 이야기죠, 라고 비판하실 겁니다. 정답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서로가 타협을 봐야 하는 것이고,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게 민주주의의 비용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혜민> “교통은 사람의 핏줄과 같잖아요. 원활한 도로망은 예타 면제 우선순위 아닐까요?” 하셨어요. 박사님이 생각하시기에 예타 면제를 해준다면,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게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최준영> 실제로 기준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차가 막혀서 가만히 차가 서 있어요. 그러면 여기에 대한 환경적 비용이 많이 들겠죠? 그런데 이런 것들은 잘 반영이 안 돼요. 대기오염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차가 원활하게 잘 빠지고, 그다음에 사람들이 차를 이용하지 않고, 철도로 이동할 수 있으면, 훨씬 그런 것이 줄어들 텐데, 그런 이득들은 현재 계산에 들어가 있지 않은 거죠. 어떻게 보면 지금 굉장히 좁은 측면에서 경제성을 판단하는데, 경제라는 것들은 폭이 넓습니다. 환경도 고려해야 하고, 미래 세대도 고려해야 하고, 그다음에 지금은 낙후되어 있지만, 우리가 5년이나, 10년 정도 투자하면, 이후에 좋을 수도 있다. 제가 항상 예를 드는 게 지하철 2호선. 지금 엄청 미어터지죠. 그런데 처음 만들 때, 제 어릴 때 기억으로는 테헤란로가 허허벌판이었어요. 여기다가 왜 도대체 땅을 파서 지하철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만들고 나니까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들어서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기준에서 20년 후를 내다보고 뭔가 사업을 한다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예요. 하지만 그 가능성을 믿고, 한번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더군다가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고, 특히 지방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할 때는 뭐라고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이 예타 면제가 노무현 정권 때 나왔습니까?

◆ 최준영> 원래 예비타당성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시행됐었고요. 그 이후에 면제라고 정식으로 붙인 것들은 첫 번째 대표적인 사례가 호남 고속철이죠. 지금 광주 송정역까지 이어지는 건데, 경제성만 평가해보면요. 0.3이에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경부 고속철이 버젓이 다니고 있는데, 왜 우리 호남 쪽은 손해를 봐야 해? 하는 당연한 질문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리셔 가지고 이것은 경제성만 가지고 평가할 것이 아니다, 라고 해서 사업을 했던 거죠.

◇ 김혜민>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경제성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 박사님이 말씀하신 경제성에 여러 가지 개념들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 최준영> 저는 제도가 중요하지만, 제도 위에도 정치가 있고요. 그것을 위해서 우리가 대통령도 뽑고, 의원도 뽑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김혜민> 그렇습니다. “다 이기주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예요. 자기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막무가내로 예타 면제해달라고 할까요?” 예산에 대한 문제를 해볼게요. 예산 걱정들을 많이 하는데, 박사님은 크게 걱정할 부분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최준영> 제가 농담처럼 항상 하는 이야기가 대한민국이 ‘가오’가 없지, 돈이 없냐. 대한민국 돈 많은 나라고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지출할 수 있어요. 이런 말씀드리면, 대부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시는데, 2019년 정부 예산이 540조 됩니다. 이번에 24조 원이거든요. 그런데 24조 원 1년에 쓰는 것도 아니고, 남부 내륙철도 같은 경우는 사업이 예정대로 잘 진행되면, 2028년도에 달려요. 앞으로 거의 10년 남은 사업이죠. 그러면 나누기 해보면, 실제로 1년에 한 2조, 3조 원 정도 들어가는 사업이란 말이죠.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동안에 안 썼던 사업들은 늦게라도 지금 해야 하는 문제고,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해야 하는데, 이를테면 수도권에 수원, 인천을 연결하는 수인선 같은 경우는 지금 20년째 공사하고 있어요. 그다음에 신안산선이라고 여의도에서 시작해서 안산, 시흥까지 가는데, 이건 신분당선하고 형제거든요. 같이 ‘신’ 자가 붙었잖아요. 사업은 같이 시작했는데, 신분당선은 열차가 달리고 있는데, 여기는 아직 삽도 못 뜨고 있어요. 이런 사업들,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다 답이 나왔던 것이거든요. 그리고 아까 오송, 평택 말씀드렸는데, 서울역에서 기차 타시면, 금천구청까지는 옛날 기차 다니던 그 길로 다니잖아요. 여기가 이미 포화 상태에요. 여기 예비타당성 조사를 이미 옛날에 했습니다. 1.0이 훌쩍 넘어요. 그런데 사업을 안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사업들은 사실 하면, 할수록 많은 유리한 점이 있는데, 자꾸 밀리는 거죠. 그래서 이런 말씀하시면 또 SOC, 토목, 너무 삽질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저는 강하게 말씀드리면, 토목은 복지다, 이런 말을 제가 가끔 쓰거든요?

◇ 김혜민> 그거 보수정권이 많이 얘기했던 것 아닙니까?

◆ 최준영> 그런데 실제로 보면 대한민국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이 매우 저렴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저렴하고 안전한 교통수단은 없잖아요. 이것은 정부가 돈을 집어넣어서 많은 국민들한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이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저는 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업들 자체를 누구의 돈벌이 수단, 이렇게 보는 것은 너무 편협한 게 아닐까, 누구나 국민들은 다 편리하게 이동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오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 대해서 뜯어봤습니다. 최준영 감사하고요. 조금 더 저희가 지켜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생생하게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사님.

◆ 최준영>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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