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9년 1월 18일 금요일
□ 출연자 :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 서울의 많은 기억, 자연 발생 골목길 생태계 보존해야
- 청계, 을지로 지역은 대한민국 아이텐티티 생겨난 곳
- 가게만 보존하고 공간 체험 보존 못한 피맛골 사례
- 보존해야 할 것 골라내는 눈이 필요한 시점
- 지켜나가야 할 것 선택하면 양보해야 할 것도 함께 생각해야
- 재개발, 속도조절 하려면 지자체 예산 투입도 고려해야
- 공공기관이 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 개발의 주체자 되어야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연결하겠습니다. 유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이하 유현준): 안녕하세요.
◇ 장원석: 앞서 박은선 활동가와 이야기 나눠보고 지금 현재 상황, 그리고 서울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이런 것들 여쭤봤는데.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도시재생의 의미부터 살펴볼까요?
◆ 유현준: 일단 서울이 워낙 낙후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한국전쟁 이후에 급속하게 제대로 된 건축물들도 잘 지어진 게 없고, 도시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골목들이고 한데.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사실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그런 골목들의 모양 같은 것들, 이런 것은 보존가치도 있고 그 안에 많은 생태계들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존할 필요가 있고요. 그리고 시설이 너무나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또 재개발 할 필요가 있고. 하드웨어적으로는 좀 재개발이 필요하고요. 소프트웨어적으로 봤을 때 그곳에 있었던 많은 기억, 생태계들은 또 유지·보존할 필요가 있고.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그런 문제가, 어려움이 많은 그런 도시기도 합니다.
◇ 장원석: 그게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고민일 텐데요. 1960~1970년대의 청계천·을지로 지역 하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볼까요? 혁신 건물도 있었다고 들었고요, 그 당시에.
◆ 유현준: 사실 60~70년대라고 치면 우리나라가 산업이 태동하는 시기잖아요. 그리고 모든 인구들이 농촌에서 서울로 다 이동하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는 장소였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곳에 많은 소매점뿐만 아니고 어떤 산업시설들도 있고, 여러 가지 것들이 그 안에서 이뤄져서 당연히 우리의 근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봅니다.
◇ 장원석: 그런 흔적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그래서 있는 건데요. 지난 2000년대 중반에, 2005~2006년 그때도 세운상가를 철거해서 오세훈 전 시장이 공원으로 만들고 초고층 빌딩을 세우겠다고 계획했지만 여러 가지 경제적 문제 때문에 무산됐는데요. 그리고 광화문 지역에 있는 피맛골 개발, 여기가 실패사례로 많은 분들이 평가하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유현준: 예, 그곳이 사실 피맛골에서 우리가 보존을 한다고 하면서 열심히 노력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게 거기 있던 식당들을 많이 보존하긴 했는데. 문제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가치 중의 하나가 골목길의 모양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조선시대 때부터 있어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좁고 구불구불한 그 모양을 보존했어야 하는데, 사실 그 주변의 단층짜리 건물은 당연히 다시 지어야 하는 그런 노후된 건물이었기 때문에 지하주차장 만들면서 새롭게 주상복합 건물을 만들 필요가 있었죠. 그런데 그러면서 디자인을 할 때 피맛골 골목길 모양을 유지한 상태로만 했더라도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럼 분명히 거기를 저층형으로 만들다 보면 용적률에, 개발하시는 분은 말도 안 되는 사업성이 나오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을 위해서는 또 뒤쪽에, 안 보이는 쪽에 좀 더 고층으로 허용해주면서 좀 도시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장원석: 사실 주상복합 건물 상가들 사이에 자리 잡은 옛날 집을 가더라도 옛날의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그러면 그렇게 피맛골 개발 실패사례 중에서 길, 도로 형태를 보존하지 못한 것을 꼽아주셨는데요. 차량 위주의 정책을 세워서 그런 건가요?
◆ 유현준: 아니죠. 저희가 사실 뭘 보존하고 유지하려면 뭘 보존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눈이 필요한데요. 그것을 보는 판단이 좀 잘못됐던 거죠. 저희는 가게만 유지하면 다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희가 그곳에서 느꼈던 공간 체험이라고 하는 그것을 놓친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을지로 같은 경우에도 사실 저희가 많은 철공소와 제품 제작할 때 필요한 노하우들이 축척된 가게들과 식당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중에 어떤 가게들은 그냥 가게로써의 기능만 유지하면 되는 거고 굳이 꼭 그 자리에 없어도 되는 것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시행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1층은 상업시설도 평당 1억에 분양해서 사업성이 나오는 데인데 공업사가 1층에 있으면 문제가 되니 그것을 만약에 4층이나 5층 같은 데로 올려서 실내형 공장으로 만들어주면 그러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을지면옥 같은 경우는 사실은 1층에서 접근성이 좋은 데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러면 그것은 그 위치에 그대로 위치시키고 골목길의 모양을 유지하고. 결국에는 가게라고 해서 다 똑같은 가게일 수는 없고요. 업종에 따라서, 하는 일에 따라서 이게 사람들이 접근성이 좋아야만 하는 가게인지, 아니면 그곳에 있거나 그 근처에만 있어도 되는 가게인지를 분리를 일단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골목길을 다 보존하라고 하면 도저히 현대식 빌딩이 나올 수가 없으니, 골목길 중에서 정말 중요한 골목들을 선택해서 그것들을 유지·보존하고, 그것 때문에 디자인상으로 거기에 저층화돼서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은 배후에 고층으로 허용해주면서, 그럴 때는 시에서 층수제한이나 이런 것들을 좀 완화시켜줘야겠죠. 우리가 보존해야 할 것들을 선택하면 양보해야 할 것들도 항상 함께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 장원석: 그렇군요. 다만 획일적인 기준으로 어떤 한 기준에 맞춰서 개발하다 보면 피맛골 같은 그런 실패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 부분이 역시 좀 어렵기 때문에 지금처럼 탁상행정으로 행해왔던 건데. 이번에 청계천·을지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점을 참 신경 써야 할 것 같거든요. ‘서울은 알츠하이머의 도시다’ 이렇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가 성명서에서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이 부분에서 중점을 둬야 할 점도 방금 전에 설명하신 그런 점이 되겠군요?
◆ 유현준: 네. 이게 사실 되게 재개발의 문제를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해도 안 되고요. 계속 과거의 것이 항상 옳았다고 하는 쪽으로만 판단을 내리면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 있으니까, 그것은 우리 이 시대에서 해야 할 책임을 사실 안 하는 걸 수도 있어요. 이 시대가 우리가 보존할 것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현실적인 방법. 지금 예를 들어서 무조건 생각해보고서 좀 차분히 합시다, 라고 이야기하면 지금 디벨로퍼로서 맨 처음에 토지보상을 하거나 하면서 은행돈을 엄청 빌렸을 거라고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매달 이자를 몇 십억씩 낼 텐데 그러면 불과 몇 년, 1년도 안 돼서 아마 도산할 거예요, 아마 그 회사는. 그러니까 이 사람 입장에서도 자기 목숨 걸고 빨리 진행하려고 할 거고, 저쪽에서는 앞에서 말씀하신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둘을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현실의 모든 테이블에 이걸 다 내놓고 시작해야 하는 거예요.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면 사실 LH나 SH 같은 공공기관에서 이걸 심도 있게 조사를 해서 사실은 신도시 개발이라든지 이런 편안하게 도시를 만드는 쪽으로 가지 말고, 많은 인력들을 사실 이런 데다 쏟아 부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걸 개발업자한테 넘겨서, 이 사람들은 단기로 빨리 개발하고 이익을 얻어서 빠지려는 생각밖에 안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걸 장기간으로 자기 자본금을 투자할 돈도 없는 분들이에요, 사실은 디벨로퍼라는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는 나라에 있는, 혹은 시가 갖고 있는 예산을 넣어서라도 그런 이자 문제 압박 때문에 빨리 서두르는 것들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래서 아까 시행사와 상인들 사이의 마찰 부분도 그렇게 같은 맥락으로 설명해주셨어요, 활동가께서.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오래된 도시를 개발하고 보존하고, 그 균형을 찾는 것은 참 숙제잖아요. 이것을 참 모범적으로 잘했다고 예를 들 수 있는 도시가 있을까요?
◆ 유현준: 뉴욕 같은 경우에 그런 사례들이 있죠. 예전에 그리니치빌리지 같은 쪽에다가 큰 고속도로를 뚫으려고 했던 일이 있었는데 시민들이 막 들고 일어나가지고 워싱턴스퀘어 쪽도 보존하고 옛날 오래된 건물들도 보존했거든요. 그래서 그게 지금 아주 좋은 사례로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하고는 약간 결이 다른 걸 우리가 찾아야 해요. 그 당시에 뉴욕이 그리니치빌리지를 보존했을 때는 이미 5층짜리 오래된, 그러니까 고밀화된 도시죠, 걔네들은 이미. 그리고 건축적으로 보존가치가 있을 만한 건물이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사실은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에 지어진 건물들은 다 구조적으로 문제도 많고 상하수도 시스템들도 그렇게 뉴욕의 오래된 건물만큼 좋게 돼 있지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건축 수준으로 따지면 건축적으로는 다시 부수고 지어야 하는 상황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우리가, 제가 자꾸 무형의 보이지 않는 골목길 모양만 보존하자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그거거든요. 옛날 서양의 사례들에서는 얘네들은 건물도 보존하고 골목길의 모양도 보존했다면, 우리는 건물을 보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면 건물은 다시 짓고 골목길 모양을 보존하는 쪽으로 가자는 얘기,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건물의 수명을 다한 것까지 억지로 끌고 가다가 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그 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은데요. 그러면 끝으로 건축학자로서 지금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라든지 행정당국 관계자에게 제언을 해주신다면요?
◆ 유현준: 지금 이런 재개발들에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개발의 주체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까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가치평가를 해줄 수 있는 중간에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그런 기관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사실 거기 가게 있는 분들은 우리는 여기서 장사 잘된다, 나가기 싫다. 그런데 사실 증거를 보면 세금신고를 제대로 안했기 때문에 현금으로 장사하는 것들도 많고 그래서 기록에 남아있는 게 거의 없거든요. 그러다 보면 이것을 기업의 평가를 내리기가 애매한 상황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그런 분들은 사실 세금신고나 이런 기록들이 없는 상태에서 그걸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에 대한 문제들, 중간에서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그걸 잘 조율해줄 수 있는 기관, 언론중재협회 같은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평가를 정확하게 해줄 수 있는 양쪽에서 신뢰할 만한 기관을 만드는 게 제가 볼 때는 급선무인 것 같아요.
◇ 장원석: 알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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