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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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공론화로 알아본 대학입시제도 개편"-안호림 교수 8/11(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8-13 17:59  | 조회 : 2107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8월 11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디어에 비춰진 시사이슈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시간입니다. 안호림 교수모시고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 어떤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오셨나요?

안호림: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은 지난해 신고리 원전 5, 6호기 문제에서 시도했던 공론화위원회에서의 검토를 거쳐 나온 것인데요. 공론화 위원회에서의 숙의 과정을 거쳤는데도 개편안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번에 발표된 대입개편안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이번 개편안은 공론화 위원회의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입니다. 개편안 주요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안호림: 핵심은 수능위주 전형을 현재 수준보다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정시 선발 비율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구체적인 정시 선발 비율은 결정하지 않고 교육부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은 절대평가를 어떤 과목까지 확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번 권고안에서는 전 과목으로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처럼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은 상대평가를, 영어, 한국사는 절대 평가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교육부는 최종적인 개편안을 이달 말 경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나운서: 이번 대입개편안은 공론화 위원회라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걸쳐서 의견을 모은 것인데요. 공론이 무엇인지 공론화위원회가 대체 어떤 조직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안호림: ‘공론조사’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공론조사는 여론조사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의 제임스 피시킨 교수가 제안한 것입니다. 여론조사는 응답자들이 이슈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조사에 답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의견의 질과 응답자들의 판단이 믿을 만한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공론조사가 여론조사와 다른 점은 응답자들에게 이슈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많은 정보와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공론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충분한 고민을 한 이후에 결정을 내리게 되니까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됩니다.

아나운서: 이번 정부 들어서 공론화 위원회를 거쳐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은 두 번째지요?

안호림: 지난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재개 건을 가지고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서 정책결정을 내린 것이 첫 번째입니다. 공론화가 이번 정부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닙니다. 일찍이 2005년에 재정경제부가 8.31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시도한 신고리 5, 6호기 공론조사는 이전에 실시된 공론조사에 비해 비교적 공정하게 이루어졌고,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자신이 결정하기 힘든 문제를 국민에게 떠민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위원회는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나요?

안호림: 공론화 위원회 구성 자체는 지난 4월 30일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공론화 위원회에서 검토할 입시제도 개편안들이 확정된 것은 두 달 가까이 지난 6월 20일이었습니다. 총 400명으로 이루어진 시민참여단은 7월 10일에야 확정되었습니다. 실제 시민참여단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어 주에 불과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벼락치기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공론조사를 거쳤는데도 하나의 개편안으로 의견일치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안호림: 이번 공론조사에서는 전부 네 가지의 대입제도 개편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총 네 개의 안 중 가장 선호도를 보인 것은 제 1안입니다. 하지만 2등인 2안과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두 안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 지는 결론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1안과 2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안호림: 아이러니하게도 1안과 2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입시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안입니다. 가장 많은 이가 선택한 1안은 수능위주의 정시 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능은 상대평가로 유지하자는 안입니다. 이에 반해 2안은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안입니다. 추가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현재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이들이 87%로 압도적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53.7%에 달했습니다.

아나운서: 서로 상충되는 안이 둘 다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안호림: 한국 교육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겠지요. 정시를 확대하면 입시에서 공정성은 높아집니다. 수험생들에게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정시확대 찬성이 70% 가까이 나왔습니다. 정시를 확대할 경우 문제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공교육이 부실해지는 예전의 폐해들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수능을 절대평가화하면 일선 고교에서 입시위주 교육에 매달리지 않아도 돼서 공교육 정상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공정한 선발제도를 수립하는 게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대학입시에서 공정성도 중요하고, 공교육 정상화도 중요한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아나운서: 1년이나 유예하고 공론화 위원회까지 거쳤는데도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네요.

안호림: 공론화 위원회는 결국 다수 안을 결정하지 못한 채로 활동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결론이 나다 보니 대체 왜 공론화위원회를 거쳤는가 하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1년 전 대입제도 개선 개편안을 유예했을 때와 비교해서 나아진 것이 없이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아나운서: 언론은 이번 공론화 위원회의 결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안호림: 거의 모든 언론사가 비판적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비판 중 하나는 이번 사안이 공론화 위원회에서 검토하는 것이 적절했냐는 것입니다. 신고리 원전은 5, 6호기 건설을 재개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는 단순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입시제도는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합니다. 제도 자체도 복잡하지만, 이를테면 정시를 확대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한지, 아니면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한지 같은 효과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복잡한 사안이다 보니 시민참여단의 정책 대안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참여단의 정책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해 최종 투표 직전에 실시한 시험에서 정답률은 7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똑같은 문제를 2주 동안 3번이나 풀었는데도 말이죠.

아나운서: 또 어떤 비판이 있었나요?

안호림: 입시제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비판 대상입니다. 정부가 한국 교육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장기적 비전 없이 입시제도라는 지엽적인 문제만 몰두했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결국 교육부가 자신이 결정하기 힘든 사안을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서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교수님은 대학에 현재 재직중이니 입시제도에 관심이 많으실 수 밖에 없을텐데요.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세요?

안호림: 저야 교육전문가는 아니니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른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학교육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해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 얘기하자면 이번 입시제도 개편은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안호림: 현 정부의 전반적인 교육정책개혁 방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입시제도도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현재 입시제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무엇을 어떻게 고칠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공론화 위원회에서 정작 물어봤어야 하는 것은 대학입시개편안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정부가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개혁하려 하는데 이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나운서: 공론화 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호림: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었습니다. 무엇보다 정시비율을 확대하고, 절대평가과목을 몇 개로 늘리느냐 하는 세부적인 정책내용에 대해서 국민에게 물어보는 것이 과연 맞았나하는 의문이 듭니다. 정책이 국민의 뜻에 기반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바꾸고 운영할 것인가는 정책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이 결정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교육전문가들도 결론내기 힘든 문제를 국민에게 물어본다고 묘안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아나운서: 그럼 공론화 위원회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안호림: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론조사가 일반적인 여론조사보다 우월한 제도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서 보이듯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조사 결과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론조사를 머리수를 세는 데 사용한다면 결국 좀 더 나은 여론조사에 불과해집니다.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교육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안호림: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옛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교육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해야 하는 것은 당엽합니다. 정권마다 입시제도가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됩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교육문제는 교육제도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 사회구조와도 관계있는 사안입니다. 당국은 시일에 쫓겨서 졸속 개편안을 만들기 보다는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될 수 있는 교육정책의 큰 틀을 짜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론화 위원회를 거쳤다고 자동으로 민의가 반영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 언론의 비판에 겸허한 자세로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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