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5월 19일(목요일)
□ 출연자 : 조재룡 문학평론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한강 작품 번역가가 직접 선택, 좋은 번역이 한국문학 알린다”
- 유럽과 영미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문학
- 해외 한국문학 연구자 中, 日에 비해 적어
- 한국문학 지원 위해서는 한국학 자체에 대한 관심 끌어올려야
- 해외에서 주목하는 천명관, 김애란 등의 소설도 추천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소식으로 문학계가 뜨겁습니다. 더불어 번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조재룡 문학평론가 전화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조재룡 문학평론가(이하 조재룡):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선생님께서도 채식주의자 읽어 보셨을 텐데요. 어떤 내용인지 다시 한 번 소개해주시죠.
◆ 조재룡: 최근에 다시 읽은 것은 아니고요. 2007년 출간된 작품이니까 사실 오래된 일이에요. 그래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딱히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는데요. 어쨌든 연작소설집이고요. 죽어가는 개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차츰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간다는 생각을 하는, 세 가지 작품을 하나의 시점으로 쭉 연결한 작품입니다.
◇ 정병진: 저도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요. 보면 폭력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환기해주잖아요.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다.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나는 괜찮다.” 이러면서 여성성을 통해 극단적인 금식도 하고, 식물이 되어가는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서 비폭력에 대해서 외쳤던 내용이기도 하죠.
◆ 조재룡: 그럼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방식에 대한 거부하는 방식으로서 채식주의자라는 제목을 붙인 거고요. 그렇게 봤습니다.
◇ 정병진: 이번에 맨부커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우리 문학이 세계에 알려지기 위해서는 번역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구나, 이게 새삼 조명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 조재룡: 사실 번역이 굉장히 중요하죠. 매번 강조해서 말씀드리는데, 일단 영여권이나 프랑스어권에서 번역된 소설 같은 경우를 잠시 말씀드리자면, 예전에도 조세희나 황석영, 이청준과 이승우 작가의 작품들이 굉장히 좋은 평가들을 받아 왔고요. 이건 앞선 세대 작품이었고, 요즘 젊은 세대 작가들의 작품도 영어권, 프랑스어권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한강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은희경, 배수아, 박민규, 김연수, 김애란 등 몇몇 작가의 작품들이 현지에서 매우 섬세한 표현으로 주목을 받고, 또 다루고 있는 주제가 매우 특이하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고요. 소설뿐만 아니라 시도 마찬가지예요. 영어권에서 김혜순 시인, 최정례 시인, 김이듬 시인의 작품이 번역되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이런 일들이 지금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첨언하자면, 김혜순 시인이 올해 2월에서 4월 사이에 시집 3권이 동시에 출간되었고요. 그리고 김이듬 시인 역시 프랑스에서 곧 좋은 출판사에서 작품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우리가 이번에 세계 3대 문학상 중에 하나라는 그런 커다란 상의 수상에 많이 가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 문학이 유럽 쪽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었군요?
◆ 조재룡: 네, 계속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저희는 고은 시인의 문학상 수상 여부를 놓고 수차례 기대감과 아쉬움을 번갈아 느꼈기 때문에,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설국 있잖아요?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이것도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라는 번역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 조재룡: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노벨상 수상 자체에 주목해서 보도하는 것에 동의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아무튼 옳으신 말씀입니다.
◇ 정병진: 그렇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앞서 우리 작가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의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문학의 수가 해외에 진출하는 절대량 자체는 많은 편인가요? 적은 편인가요?
◆ 조재룡: 그다지 많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한국 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 연구자의 수가 중요한데요.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프랑스어권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건데요. 그런데 한국 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 연구자 수가 최근 들어서 증가하는 것은 분명해요.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 문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현지의 관심 같은 것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높았던 편이잖아요? 또한 일본이나 중국 정부가 외국에 있는 일본학, 중국학 연구센터에 대한 지원도 계속 체계적으로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프랑스 유학하면서 그런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한국의 경우도 지원은 굉장히 많이 해주려고 하고, 해주고 있는데, 지원의 방향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데에 오히려 주력하고 있는데, 그것도 좋은 방식의 지원이긴 하지만, 그 주체가 사실은 외국에서 관심을 먼저 가져야 하는 것이거든요. 한국문학을 번역할 해외의 한국학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달려들면 더 좋은 결과를 내겠죠. 그래서 좋은 방법이 있다면 번역 인력이나 번역 역량을 더 키우는 것이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고요. 번역에 대해서 말씀하셨으니까 한 마디 더 말씀드리면, 사실 외국의 경우에는 원작과 번역이 구분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채식주의자 수상을 번역의 힘이라고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데, 자국 문학이 아닌 외국 작품을 수용하는 문화권에서 볼 때, 번역은 사실상 유일한 책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영국 독자들은 한국어 원문이 뭔지 모르잖아요? 이것 또한 데보라 스미스 같은 뛰어난 번역자가, 한국어를 직접 배웠다고 하고, 만나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상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문학에 대한 안목이 있다는 거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서 번역하고 싶은 문학 작품을 직접 선택했다는 점이 중요해보이고요. 번역가가 자신에게 스스로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 작품이었고, 한강 소설의 가치를 알아보았다는 것, 그런 상태에서 행해질 때 이런 좋은 번역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 정병진: 알겠습니다. 데보라 스미스는 케임브리지대 영문과를 나오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다보니까 한국어에서 영문으로 번안된 문학 작품이 많이 없었다, 그러면서 뛰어들었다고 하더라고요.
◆ 조재룡: 많이 없죠. 사실.
◇ 정병진: 그렇다면 이렇게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시기에, 우리 청취자 여러분이 조금 쉽게, 내가 평소에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관심이 생길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다보면 문학적 저변도 쌓이고요. 문학평론가이신 조재룡 선생님께서 추천을 해주신다면 어떤 책들이 있을까요?
◆ 조재룡: 제가 추천에 적합한 사람은 사실 아닌 것 같은데요. (웃음) 저는 불문학자인데요. 불문학자 전공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한국의 소설이나 시, 특히 한국 젊은 작가들의 수준이 지금 굉장히 높다는 거예요. 우리는 잘 체감을 못하죠. 그런데 번역가 말씀을 앞서도 하셨는데, 그분 말씀도 그래요.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고, 한강 소설의 번역가도 힘주어서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점인데요. 일본이나 중국 문학과 견주어서 지금의 한국 문학도 여러 면에서 굉장히 흥미롭고, 매우 다양하다고 외국에서 말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례로 지난 달 9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시안 리터러쳐 리뷰’라는 잡지에서 봄 호에 한국 작품만을 다른 특집호가 꾸려졌어요. 그런데 여기서 다룬 작가들이 굉장히 젊은 작가들을 다뤘습니다. 그래서 천명관 같은 작가도 굉장히 잘 쓰는 작가죠. 김애란도 마찬가지고요. 김사과, 김이설, 김연수, 이런 요즘 정말 핫한 젊은 작가들인데요. 이런 소설이랑 김경주 시인, 김민정 시인의 작품들이 영어로 번역되어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직접 보지는 못하고 그런 보도를 보았는데, 보도를 보면서 사실 지금 언급한 작가들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층이 굉장히 다양하고요. 소설이나 시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그렇습니다. 에세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아마 서점에 나가서 무엇을 고르더라도 그 이상을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병진: 네, 작가 중심으로 골라주셨습니다. 천명관이나 김애란, 김연수 작가, 그리고 김경주 시인 등의 작품을 살펴보는 게 좋겠다, 마지막으로 해외 작가가 쓴 작품이 우리나라에 번역본으로 들어오는 경우, 일반인들이 봤을 때 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쉽게 좋은 책을 골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팁을 하나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조재룡: 일단 번역을 통해서 독자들이 저절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원문이 굉장히 어려운 텍스트라는 말이죠. 그런데 이것들을 독자들의 기대심리는, 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해서, 이건 쉽게 번역이 안 되는 거예요. 원문이 어려우니까,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 번역서가 가지고 있는 핸디캡 같은 것이 사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점을 조금 인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쨌든 다시 말씀드리면, 독자들이 독서를 통해서 저절로 노하우를 체득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고요. 여러 가지 모임이나 독서 서클, 이런 곳에 가보면 다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문학에 대한 관심, 그리고 꾸준한 독서 경험을 통해서 자기들이 선호하는 작가들을 가지고 있고, 특히 번역가 리스트도 가지고 있어요. 이 사람이 번역하면 반드시 본다,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독자 스스로 선호하는 작품들을 계속 발견하게 될 텐데, 이런 것들이 번역서의 경우는 번역자에 대한 선호와도 일치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서 노파심 때문에 말씀드린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서 번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요. 터무니없는 엉터리 번역 같은 것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앞서 이번에 받은 맨부커상이든 노벨상이든 너무 상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가 평소에 책 읽기를 생활화하자, 지난 1월 미국 주간지인 뉴요커에서도 그런 내용 지적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좋은 번역본, 이미 나와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을 꾸준히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겠다, 이렇게 알려주신 거죠?
◆ 조재룡: 그렇죠.
◇ 정병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조재룡: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조재룡 문학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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