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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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인터뷰]이세돌 9단 VS. 알파고, 4승 1패로 알파고 최종 승리... 이번 대국의 의미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3-15 20:42  | 조회 : 4309 
[정면인터뷰]이세돌 9단 VS. 알파고, 4승 1패로 알파고 최종 승리... 이번 대국의 의미는?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03/15 (화)
■ 대담 :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전 세계가 주목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마무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5번의 대국은 4승 1패로 알파고가 승리했지만, 이세돌 9단의 도전 정신과 아름다운 승부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는데요. 잠시 후에 이번 세기의 대국에 대해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다혜 기사님, 나와 계시죠?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 (이하 이다혜)> 네. 안녕하세요.

◇최영일> 일주일 전 첫 대국이 끝나고 이 기사님을 연결했었는데요, 오늘 이렇게 마지막 대국까지 모두 끝내고 다시 연결하게 됐습니다. 오늘 대국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 하셨어요?

◆이다혜> 네. 일단 제가 현장에 같이 지켜보면서요. 눈앞에 없는 상대랑 바둑을 두는 게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제가 직접 확인을 했고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면 표정을 보면 좀 드러나거든요. 그런데 보이지 않은 상대와 두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게 고독하지 않았나. 그래서 바둑 한판 이기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제가 몸소 느껴보았습니다.

◇최영일> 처절함, 고독함 아주 오늘 많은 단상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오늘 대국에 심판으로 들어가셨죠?

◆이다혜> 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었는데요. 평소 이세돌 9단이 바둑을 둘 때 상대를 기선제압을 하는 기 같은 게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 상대가 알파고다 보니까 그런 이득은 없었고요. 이세돌 9단이 승부수를 둘 때 기세 좋게 바둑을 두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알파고한테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게 좀 아쉽더라고요.

◇최영일> 그렇군요. 기가 통하지 않는다. 이거 참 답답함을 느낄 것 같아요. 우리가 말로 표현하긴 참 어려운데, 대국 초반부터 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데 호흡도 느껴지지 않고 심리적인 싸움에서도 뭔가 정보가 없고요. 분위기가 좀 달랐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요. 이9단이 2연패 후에 호텔에서 밤새 복기를 하면서 비책을 연구했다,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았습니까? 그때 이 기사님 같이 계셨죠?

◆이다혜> 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런 자리가 만들어졌는데요. 원래는 친한 사람들끼리 이 9단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든 자리였는데요. 오히려 저희가 위로를 받고 나왔어요.

◇최영일> 그래요. 어떤 얘기가 주로 나왔나요?

◆이다혜>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복기라고 해서, 자기가 둔 바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검토를 하는 것인데요. 그걸 하면서 기사들은 무얼 잘못했는지 깨닫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면 또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런 것을 알 수 있게 되거든요. 자기반성과 남은 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략회의를 했습니다.

◇최영일> 복기를 하면서, 이제 패했던 게임에 대한 복기를 하면서 이때 이렇게 두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하고 그런데 어떤 점에서 이 기사님은 이세돌 9단에게 위로를 좀 받으셨어요?

◆이다혜> 솔직히 저 같으면 너무 큰 시합에 졌기 때문에, 그날 당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세돌 9단은 숙소에 오자마자 바로 복기를 하기 시작해서 몇 시간이고 계속 복기를 하는 거예요. 식사를 하다가도 말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 하고 복기를 하고, 담소를 나누다가도 그런데 있잖아. 아까 그 수 이상하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본인이 둔 바둑을 연구를 하는 거죠. 그런 면을 보면서 바둑을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것 상관없이 바둑 자체에 대해 연구하는 자세를 보고 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나. 그렇게 좌절을 할 때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근성을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최영일> 이 9단이 4번째 대국을 우승으로 끝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다섯 번째 5국에서는 흑을 잡고 두고 싶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게 오늘 받아들여졌던 것이죠?

◆이다혜> 네. 맞아요. 4국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었거든요? 신의 한 수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감동적이었는데요. 오늘 5국은 원래 돌 가르기라고 해서 흑백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이 백으로 한번 이겨봤으니까 흑으로 한번 이겨보고 싶다고 해서 오늘 흑으로 한 것이었는데요. 사실 승률이 백이 더 좋기 때문에 보통의 기사라면 먼저 말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이세돌 9단은 도전정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일부러 자신이 불리한 조건으로 대국을 한 것이죠. 그런 걸 봐도 얼마나 대단한 승부욕과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최영일> 백의 승률이 좋으니까 백으로 이겼는데, 요번에는 불리함을 자처해서 한번 싸워보고 싶다는 것 이런 것이잖아요?

◆이다혜> 흑과 백 모두 이겨봐야 진정한 승리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최영일> 아주 불타는 투지였군요. 그런데요. 오늘 이 9단이 알파고 세력이 강한 우상변에 흑돌 하나를 긴급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지는 장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 돌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두 집을 내고 생존을 확보하는 작전을 썼는데 보통 이렇게 합니까 아니면 이게 특별한 수였나요?

◆이다혜> 일단 상대방의 집이 크기 때문에 침투를 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는데요. 그 이후에 이세돌 9단이 타협을 했는데 타협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복기했을 때 말을 했었어요. 이세돌 9단이 타협을 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알파고가 실력이 정말 좋아서 그 이후에도 이세돌 9단도 수많은 변화를 일으켰는데요. 그런데 흔들리지 않고 냉정, 침착 기계답게 승리를 지켜낸 것 같습니다.

◇최영일> 네. 알파고가 기계니까 냉정, 침착, 냉혹 그랬던 것 같아요.

◆이다혜> 웬만한 기사였으면 이세돌 9단이 그렇게 판을 흔들면, 판을 흔들거든요. 그런데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오늘 봤네요.

◇최영일> 네. 그러니까 알파고가 아까 저희가 뉴스브리핑에서도 전해드렸는데 한국기원 명예 구단증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한 프로9단 정도 받을만한 실력이라고 보셨어요?

◆이다혜> 그럼요. 이세돌 9단을 4대1로 이겼다. 이거 하나 자체로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을만하고요. 세계정상권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최영일> 오늘 경기가 막 끝나고 나서 이세돌 9단의 불계패가 확정이 되었지만 카메라가 계속 현장을 잡고 있는데 이세돌 9단이 이기고 진 것에 대한 느낌보다는 바둑 기보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뭔가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더라고요.

◆이다혜> 네 맞습니다. 사실 바둑을 졌을 때요. 기사들이 져도 기분 좋은 판이 있고 이겨도 기분이 안 좋은 판이 있는데 오늘 대국 같은 경우에는 이 9단이 내용이 마음이 들지 않았나 봐요. 끝나고 나서 자기가 오늘 내용적으로 봤을 때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이 아쉽다. 이런 표현을 했거든요. 그렇게 봤을 때 정말 프로의식이 뛰어난 기사인 게, 보통은 패배하는 걸 아쉬워하는데요. 끝나자마자 이 수가 아쉬웠다, 다르게 두었어야 하나 그걸 연구를 하더라고요.

◇최영일> 그 순간에도 복기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사실 5국이 승패는 갈렸습니다만, 경기의 과정을 저희가 지켜보고, 시청하면서 280수만의 불계패. 바둑판을 거의다 채우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5국 중에 처음으로 알파고가 초읽기에 들어갔었잖아요. 굉장히 팽팽한 승부였던거 아니에요?

◆이다혜> 맞아요. 굉장히 치열한 승부였는데요. 저도 알파고 초읽기를 하면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했는데 역시 실수하지 않았고요. 만약 그대로 집계산을 했다면 알파고가 약 두세 판정도 승리하는 바둑이었습니다. 1.5포인트면 상당히 미세한 바둑인데요. 끝까지 계가를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세돌 9단이 중간에 기권을 하는데 옆에서 보는데 얼마나 기권을 하기 싫어하는지 느껴져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최영일> 네.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중간에 보도가 되었던 게 이세돌9단이 선 실리 후 타개의 전략을 쓰고 있다. 이런 얘기가 보도가 되었는데요. 선 실리 후 타계 알파고에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보셨어요?

◆이다혜> 오늘 작전을 세우고 나온 게 아마 선 실리 후 타개였던 것 같아요. 먼저 집을 많이 벌어두고 알파고가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그렇게 세다고 판단을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공격하면 타개에 승부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알파고가 어느 순간에 공격을 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집 바둑으로 흘러가게 만들었어요. 이세돌 9단이 상당히 판을 잘 짰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이 9단이 바둑을 못 두었기보다는 알파고가 굉장히 잘 둬서 이긴 게 아닌가. 이렇게 평가합니다.

◇최영일> 아쉬움도 남고 감동도 있었고 지금 모든 매체들은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다섯 번의 대국 어떤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총평해주신다면요?

◆이다혜> 과학계뿐만 아니라 바둑계에도 획기적인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희는 정말 인공지능이 빨리 진화할지 몰랐거든요. 이 9단도 사석에서 본인 생각에는 10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빨리 발전해서 너무 놀랐다고 말씀을 했고요. 그리고 이번 대결을 계기를 정말 많은 분들께서 바둑에 관심을 가져주셨잖아요? 비인기스포츠였던 바둑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요. 바둑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이세돌이라는 기사를 알릴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최영일> 의미심장합니다. 이세돌 9단이 지금 바로 옆에서 이 인터뷰를 듣고 있다면 무슨 한마디 해주고 싶으세요?

◆이다혜> 저는 원래 이세돌 9단 팬이었는데, 이번 승부를 보면서 정말 진심으로 멋진 프로기사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바둑을 보면서도 울 수가 있구나, 그렇게 생각이 되었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최영일> 컴퓨터야 울고 웃을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감정이 아름다운 것이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다혜> 네 감사합니다.

◇최영일> 지금까지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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