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수)- 원맨밴드

M1)I Love Every Little Thing About You- Stevie Wonder
M2)Jenny Wren- Paul McCartney
M3)정신차려- 김수철


음악 용어 중에서 원맨 밴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한 사람의 밴드를 뜻하죠.
즉,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까지 부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용어는
북을 등에 메고 나팔을 부는 등, 여러 악기를 한꺼번에 연주하는
서커스단의 광대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원맨밴드라는 용어는,
노래를 비롯해, 기타, 베이스, 드럼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내는
뮤지션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 되었죠.

물론 실제 무대에서 이런 연주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용어는 주로 음반 녹음에 있어서
노래와 모든 연주를 혼자 맡은 경우에 쓰이고 있습니다.

여러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뛰어난 음악가 중에서도
원맨 밴드 형태로 음반을 녹음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입니다.
사실 원맨밴드 형태는 음악가들에게 엄청난 도전입니다.
혼자서 모든 악기에 능통한 상태인 것도 드문 일인데다가,
여기에 더해,
혼자서 모든 악기를 연주하기 때문에,
모든 악기가 어우러지는 합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원맨밴드 작업은,
녹음실에 혼자 들어가 드럼 파트를 녹음하고 들어본 뒤,
다시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의 악기를 하나씩 녹음한 뒤,
나중에 이 모든 트랙을 합친 반주 위에 노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맨 밴드 작업을 수행할 때에는,
음악이 완성되었을 때의 느낌을 실제로 확인하지 못한 채,
오직 머리속에서 이런 복잡한 작업의 결과물을 가늠할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이런 식으로 음반을 만든 뮤지션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닙니다.

원맨밴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가수로는
폴 메카트니, 스티비 원더, 프린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폴 메카트니는 비틀즈 시절부터
다른 멤버들을 뛰어 넘는 연주 실력을 지니고 있었죠.

비틀즈의 노래 중에는
폴 메카트니가 링고스타 대신 드럼을 연주한 곡도 있습니다.
이런 그였기에, 비틀즈 해체 이후 솔로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모든 악기 연주를 맡은 원맨밴드 형식의 노래를
여러 곡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이죠.
스티비 원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가수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도 전설적인 실력을 갖춘 뮤지션입니다.
그는 일렉트릭 베이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였고,
재즈 하모니카의 경우는
거의 해당 장르 자체를 창조해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가수 프린스는 다룰 줄 아는 악기만 50가지가 넘었다고 하죠.
특히 기타는 프로 연주자급이었다고 합니다.

프린스는,
팔이 2개뿐이라 라이브에서는 할 수 없이 밴드를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음악을 혼자 만들어내는 뮤지션으로 유명합니다.


천재적인 뮤지션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원맨밴드 형식의 음악은,
컴퓨터로 만드는 MIDI 음악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작업이 되었죠.

사실상 대부분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은
자신의 모든 음악을 컴퓨터로 혼자 만들어내고 있고,
다른 장르의 가수들도
이런 작업을 시도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해철의 2집 음반을 시작으로,
서태지의 5집과 6집 음반 등, 여러 앨범들이,
해당 가수들이 혼자서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컴퓨터나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작업은,
전통적인 원맨밴드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죠.

우리 가요계에서
혼자서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를 모두 연주한 음악가로는,
가수 김수철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요 최초의 원맨밴드 음반은 바로,
1989년에 발매된 김수철의 솔로 7집 음반입니다.
이 음반의 제목도 ‘원맨밴드’였죠.

이 음반 뒷면에 있는 참여한 사람 이름은 김수철뿐이었습니다.
작사/작곡/편곡/연주/노래 모두 김수철이 맡았죠.
김수철은 이 음반에서 기타/베이스/키보드/피아노/드럼을 모두
혼자서 직접 연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