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수 기자의 기업이야기] 부실기업은 어떻게 관리 되어야 하는가 -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7:00)
■ 진행 : 김윤경 기자
■ 대담 : 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
◇김윤경> 그들만의 뒷이야기, 기업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곽정수 기자의 기업 이야기입니다. 한겨레신문 경제부의 곽정수 선임기자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이하 곽정수)> 예. 안녕하세요?
◇김윤경> 포스코 건설 비자금 검찰 수사가 진행이 되고 있는데요. 오늘 한겨레에서 곽 기자님 단독 기사 쓰셨더라고요. 이 포스코 비리 의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진지오텍. 결국 문 닫게 된다, 라는 기사를 봤는데. 사실인가요?
◆곽정수> 예. 공식적인 오늘 공시는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인데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는데. 내부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고요. 2010년에 인수 과정에서 고가의 주식 지분을 사서 특혜 의혹이 무성했던 포스코플랜텍이요. 합병하기 전 원래 이름은 성진지오텍인데요. 포스코플랜텍하고 합병을 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는데. 옛날 성진지오텍은 포스코플랜텍의 울산공장이라고 불리는데요. 그 울산공장을 폐쇄하는 쪽으로 회사가 방침을 대략 정한 것으로 보이고요. 제가 내부에 취재를 해보니까, 포스코플랜텍 울산공장의 경영 부실이 너무 심각해서, 회사 전체를 살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울산공장,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성진지오텍이죠. 거기의 문을 닫고, 수익성이 있는 포항공장. 원래의 포스코플랜텍이죠. 그쪽은 유지하는, 이 분리회생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요. 현재 포스코플랜텍의 지분 중에서 포스코 쪽의 지분이 74%예요. 그러니까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포스코가 지난 24일 날 이사회 워크숍을 열어서 플랜텍의 경영부실 현황을 점검했고요. 내일, 30일이죠. 이사회 간담회를 다시 열어서 플랜텍의 울산공장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플랜텍의 운명은 결국 포스고 이사회에 논의하고, 또 결과가 나오면 채권단과 협의를 해야 하잖아요? 거기에 따라서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갈지. 아니면 워크아웃이나 법정 관리로 갈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 청산으로 갈지. 그 운명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김윤경> 그렇군요. 그런데 이게 참 정말 고가의 인수를 해서 특혜의 의혹이 있었는데. 경영 상태가 얼마나 안 좋았던 것인가요?
◆곽정수> 지금 이 플랜텍 울산 공장 폐쇄 취지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가장 근본적으로는 지난해에도 실적이 안 좋았고요. 올해 1분기 막 지났잖아요. 이제 4월이니까 1분기 지나서 2분기 막 시작됐는데. 경영 실적이 예상보다도 너무 안 좋아요. 참고로 말씀 드리면 지난해 경우에 플랜텍의 매출액이 6,200억 정도였는데. 당기순손실액만 2,797억. 거의 3,000억에 육박했어요. 매출액 6,000억 짜리가 3,000억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니 상황을 알 수가 있겠죠. 그리고 올 1분기에도 정상화 노력을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이미 적자가 400억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김윤경> 그러면 지금 포스코로서는 사실 포스코플랜텍의 울산공장, 옛 성진지오텍은 떨어내는 게 방법이긴 방법이겠네요.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서.
◆곽정수> 그러니까 그렇게 보는데. 거기다가 최근에 새로 돌발 사건이 또 터졌는데. 원래 이 성진지오텍의 사주가 전정도 씨라는 사람이에요. 그 양반이 그 회사에 경영권을 넘긴 다음에 세화엠피라는 회사를 다시 차렸는데.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공사대금 한 1,000억 원 정도를 횡령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검찰이 고소고발을 했는데. 그 돈을 되찾지 못하면 결국은 손실 처리 되잖아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거죠.
◇김윤경> 그런데 이 포스코가 이 때 인수를 한 것도 있었고, 계속 자본금 늘려줬잖아요. 증자를 했잖아요. 이렇게 해서 여기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마나 되죠?
◆곽정수> 지금 처음에 2010년 인수를 할 때 1,600억을 썼어요. 그리고 2013년도하고 2014년도 두 차례에 걸쳐서 증자를 했는데, 그 모두 들인 돈이 5,200억에 달해요. 결국 성진지오텍, 그러니까 포스코플랜텍의 울산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물론 거기에 설비가 남게 되면 설비는 매각해서 일부는 찾겠습니다만. 그 고철덩어리가 큰돈을 받기는 어려울 것 아니겠어요? 그렇게 되면 5,200억 대부분이 그냥 허공으로 날린 셈이 되겠죠. 아시다시피 포스코가 국민 기업이라고 불리는데. 5,000억 이상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엄청난 일이 벌어진 거죠.
◇김윤경> 그러면 이 과정에서 누구는 이득을 챙겼을 것이고,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구는 수습을 해야 하잖아요? 누구는 이득을 봤을까요?
◆곽정수> 그러니까 그 때 당시에 2010년에 두 가지 특혜 의혹이 제기 됐는데. 하나는 포스코는, 아까 말씀드린 성진지오텍의 원래 사주인 전정도 씨로부터 주식을 비싸게 샀어요. 주당 17,000원에 가까운 돈으로 샀고. 또 한 쪽에서는 산업 은행이 자기들이 갖고 있는 성진지오텍 주식을 전정도 씨에게 싸게 팔았어요. 9,000원 대로 팔았거든요. 같은 시기에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판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전정도 씨는 가만히 앉아서, 그 때 수백억 원의 이득을 챙겼는데. 그 부분이 그동안 계속 특혜 의혹으로 제기가 됐었고. 그러다 보니까 아시다시피 포스코나 산업은행이 CEO를 정부가 사실상 결정하는 그런 관행들이 계속 이어져 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정부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이 두 기관을 움직이는 힘이 분명히 뒤에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 이명박 MB 정부였으니까, 이명박 정부의 권력 실세가 여기에 작용을 해서 전정도에게 특혜를 안겨주고 그 중에 일부를 아마 챙겼을 것이다. 이런 의혹이 계속 제기됐거든요.
◇김윤경> 그러면 전정도 회장이 MB 정권의 누군가와는 친분 관계가 있는 건가요? 이번에 성완종 사태도 있고 그렇지만.
◆곽정수> 플랜텍이나 포스코 주변에서는, 특히 전정도 씨와 가까운 MB정부의 권력실세 이름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어요.
◇김윤경>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곽정수> 실제 거론되고 있고 언론에 보도도 됐으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은데. 대표적인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에요.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하고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김윤경> 그렇군요. 그러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도 관계가 있나요?
◆곽정수> 정준양 회장이나 당시에 산업은행 회장을 했던 민유성 씨. 이런 사람들은 어쨌거나 뒤에서 권력이 입김을 행사했더라도. 당시 특혜거래의 책임자들이잖아요. 그 사람들도 결국은 검찰의 몫인데. 검찰이 진실을 파헤치고 그 책임자를 규명해 내야겠죠.
◇김윤경> 그렇군요. 결국은 이게 정치적인 결정들이 경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그런 얘기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책임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검찰의 수사가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이런 정권의 실세와의 연관 관계. 정경유착이죠. 말하자면. 그런 것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뿌리 뽑아낼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곽정수> 그게 사실 관건인데요. 지금 우리 청취자분들도 아시다시피 포스코 수사가 일부 진행 중인 게 있잖아요? 포스코 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조성건. 그래서 지금 일부 관계자들이 구속됐고, 또 조만간 그 때 당시의 정동화 전 포스코 건설 부회장도 소환될 것이란 얘기도 있는데. 또 하나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성진지오텍의 전 사주인 전정도 씨가 포스코플랜텍 자금 유용한 것도 고소고발 됐으니까 검찰이 조사해야 하거든요. 그 다음에 근본적으로는 이 5,200억 원의 거액이 허공으로 날리게 된 근본 원인이 2010년도의 그 특혜 의혹. 이것도 밝혀야 하고요. 그런데 저도 걱정스러운 것은, 검찰은 2011년도에 이 부분을 상당 부분 수사를 했다는 거예요.
◇김윤경>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요?
◆곽정수> 아니 그러니까 2011년도에 전정도 씨가 협력 업체에게 고가로 대금을 부풀려서 되받는 방식. 여러 가지 그런 방식으로 해서 1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가 됐었어요. 기소가 됐었는데. 그런데 1심에서는, 실형선고를 받았다가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그 때 당시에 검찰이 전정도 씨를 수사하면서, 2010년도에 제기됐던, 이 특혜 주식거래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조사를 했다는 거예요.
◇김윤경> 그런데 뭐가 없었네요?
◆곽정수>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 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잖아요? 우리가 이명박 정부의 실세를 조사할 수 있었겠어요? 결국 못 한 거예요. 그때는. 검찰은 자료는 모으고 조사는 했는데 그것을 본격적으로 기소를 한다든가 그러지는 못한 것 같고. 결국은 그 문제가 지금까지 방치되다 보니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두 차례의 증자 문제라던가. 또 전정도 씨의 1,000억 대 추가 횡령 문제라든가. 이렇게 해서 손실 규모가 이미 5,000억 대로 커져버렸는데. 검찰이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규명해야 하겠죠.
◇김윤경> 그러네요. 2011년에 이렇게, 말하자면 궁지에 몰려서 다 잡을 수 있는 쥐였는데. 그냥 놔 준 셈이 되어버렸잖아요.
◆곽정수> 그렇죠. 그러면서 부실이 더 커진 거예요. 지난 5년 동안.
◇김윤경> 포스코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고. 하여튼 포스코를 둘러싸고 벌어진 모든 것들이 우리 경제에 굉장한 비용을 치루게 했고요. 또 신뢰를 잃게 하고. 이런 것들은 정말 돈으로 계산하기에도 어려운 피해 같네요.
◆곽정수> 그렇죠. 우리가 다들 알다시피 포스코가 지금 민영화 돼있습니다만. 대일청구자금까지 포함해서 국민의 혈세로 지어진 국민 기업이잖아요. 그래서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기간 산업의 역할을 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포스코가 아주 상처를 많이 입은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회사도 많이 흔들리고. 이걸 좀 바로 잡아야 하는데. 이번에 그런 계기로 마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윤경> 알겠습니다. 굉장히 자세하게 취재해 주셨고, 자세하게 말씀해주셔서 잘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곽정수> 네. 감사합니다.
◇김윤경> 한겨레신문 경제부의 곽정수 선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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