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피플
  • 방송시간 : [월-금] 19:15~20:00
  • PD : 주현정 작가 : 안향주

2011.03.25 (금) 이슈진단 '문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1-03-28 14:22  | 조회 : 2895 

이어서 문화 이슈를 알아보는 금요일 이슈진단입니다.
중앙일보 강혜란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1. 서바이벌 원칙에 어긋난 재도전으로 논란이 됐던 MBC ‘나는 가수다’가 결국 잠정 중단되죠. 새로운 PD가 투입된다고요.

= 이번 한주 인터넷을 들끓게 했던 문제의 프로그램이죠.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가 전면 개편을 하게 됐습니다. 김영희 PD가 교체되고 '재도전 논란'의 중심에 있던 가수 김건모씨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죠. 후임 연출로 ‘놀러와’를 맡고 있던 신정수 PD가 투입됐습니다. 최근 ‘세시봉 콘서트’로 돌풍을 일으킨 PD지요.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재정비하려면 시간이 걸려 4월 한달 정도는 결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MBC 측은 “5월초쯤 새로운 방송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은 한류 콘서트 등 특집프로그램이 방영됩니다.

2. 이 프로그램이 7명의 인기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불러 경연하는 식인데요, 김건모씨가 자진 사퇴하면 나머지 6명은 어떻게 됩니까. 한달 동안 기다리는 건가요.

= 아직까진 결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건모씨가 책임 지고 사퇴하면서 나머지 출연 가수들, 즉 박정현·김범수·윤도현·백지영·이소라·정엽 등 6명도 “우리도 그만 두겠다”며 동요하기도 했습니다. 매니저들이 향후 행보를 놓고 서로 토론하기도 했는데요, 아직 MBC의 개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결론을 유보한 상태입니다. ‘나는 가수다’는 지난 월요일(21일) 김건모의 재도전 무대를 포함한 2회차 촬영을 했습니다. 그러나 김영희 PD도 교체되고 김건모도 사퇴한 상태라 이 방송분을 계속 끌고갈 수가 없어서 이번주 일요일(27일) 저녁에 모두 털어버립니다. 그래서 ‘일밤’은 2시간45분 내내 ‘나는 가수다’로 채워지고요 또다른 코너 ‘신입사원’은 결방됩니다.

3. 상황이 초고속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만큼 MBC가 여론의 압박에 시달렸다는 뜻일 텐데, 지난주 방송에서 ‘재도전 결정’이 결정적이었겠죠.

=그렇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보신 분은 잘 알겠지만, 이날 미션은 80,90년대 명곡을 재해석해서 500명의 청중 평가단 앞에서 라이브로 부르고, 평가단 득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가수가 탈락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7위에 김건모가 호명되자 출연자들이 일제히 동요했습니다. 가수 이소라가 “이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요, 급기야 김제동이 “첫번째니까 재도전 기회를 주자”고 했지요. 제작진이 긴급회의 끝에 김건모 본인에게 재도전 결정을 맡겼는데, 김건모가 이를 수락했습니다. 이걸 방송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이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 등을 통해 격렬하게 항의했지요. 이게 무슨 서바이벌이며 평가단을 무시한 원칙 파기냐는 것이지요. 결국 방송 사흘 만인 23일 MBC는 김영희 PD 교체라는 초강수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어 사태의 중심에 있던 김건모씨가 “PD까지 교체된 만큼 모두에 대한 도리인 것 같다”며 자진 사퇴해 ‘나는 가수다’는 방송 4회 만에 뿌리째 흔들리게 됐습니다.

4.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나 관심치고는 너무 과한 게 아니냐 싶을 정도로 시청자의 반발이 거세지 않았나 싶은데요, MBC의 문책도 이견이 있을 수 있고요.

= 무엇보다 공영방송에서 원칙 파기란 게 시청자를 자극한 듯합니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서바이벌을 원칙으로 했으면 약속대로 탈락시켜야 한다는 거죠. 이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이 지켜볼 때 굉장히 긴장감과 몰입도를 요구하는데요, 첫 회부터 이렇게 허탈한 결과가 나왔으니 배신감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이란 게 가장 연장자인 김건모를 재추대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서요, 지켜보는 시청자 눈엔 마치 한국 사회의 서열 위계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비꼬는 의미로 이 코너의 진짜 제목은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나는 선배다’라는 말도 나왔죠.
하지만 MBC의 조치가 납득할 만한지는 의문입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를 취하면서 “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했는데요. 그동안 MBC의 논란이 됐던 여타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질타가 방송을 폐지하란 것은 아니었는데, MBC가 ‘오버’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힘 없는 예능 PD를 교체해서 ‘일벌백계’하는 제스처라는 지적입니다.

5. 아무튼 프로그램의 일정한 개편이 불가피해보이는데요, 인기도 높았지만 형식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지 않았습니까. 대표적으로 가수 노래를 점수로 매겨 떨어뜨리는 것 자체가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는 조영남씨의 발언도 있고요.

= 네 반대하는 쪽에선 또 가창력 위주 판정에서 주로 지르는 창법이 화려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장르 간 형평성 문제가 있고, 말로는 최고가수들의 최고무대를 선보인다고 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 식으로 노래보다 주변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노래 도중 인터뷰를 교차 편집하는 것,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 논리를 TV 예능에서도 봐야 하느냐 하는 불만을 냈습니다.
반면 서바이벌 장치가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 예능 프로의 존재 이유인 오락성을 충족시키고, 실력파 가수들의 열정적 무대를 TV 프라임 시간대에 만날 수 있어 아이돌에 국한됐던 예능을 다양화시키는 효과가 있고, 지나간 명곡을 편곡해 시청자들이 음악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옹호론도 있습니다. 오늘 한 온라인 서베이에선 ‘나는가수다’를 시청한 적이 있는 응답자의 67.1%가 앞으로도 볼 생각이 있으며, 김영희PD의 하차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하차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가 58%의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해프닝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대목도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보다 보면 가수들의 노래와 가창력에 더욱 감탄하고 몰입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오늘날 음악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방식이라는 거죠. 다시 말해 대중이 음악을 3분40초 그 자체로 즐기기보다 서바이벌이나 예능 속 스토리텔링 장치에 힘입어서 소비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크게 보면 대중음악 자체가 예능에 종속돼 있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나는 가수다’가 어떻게 새롭게 탈바꿈할지, 기존의 논란을 딛고 더 많은 시청자의 관심과 공감을 살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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