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4월 24일 (목요일)
■ 대담 :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YTN 라디오 생생경제 2부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취재부터 뉴스까지 한 큐에 전해드리는 시간인데요. <취재 수첩 생생타임즈> 시간이고요. 오늘은 한국경제신문의 강영연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기자님 나와 계십니까?
◇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하 강영연) : 네, 안녕하세요.
◆ 조태현 : 어제 신문 보면서 봤거든요. 롯데그룹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소식, 신문에 나왔던데, 직무급제가 일단 뭡니까?
◇ 강영연 : 네, 맞습니다. 먼저 직무급제가 뭔지부터 말씀을 드리면 직원들이 맡은 업무에 따라서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건데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직원에게 급여를 더 주는 방식으로 급여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겁니다. 직무급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는 것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 롯데가 처음입니다. 롯데 지주는 최근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그리고 웰푸드 등의 각 계열사에 맞는 직무 기반 인적자원 인사제도 도입 방안을 제출하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이들 핵심 계열사는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 뒤에 노동조합과 협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급제를 도입했는데 이에 이어서 나머지 계열사들도 내년까지 도입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누가 대상이냐 하면 연구개발직, 사무직, 생산관리직, 판매직 등 이렇게 수만 명의 직원들이 대상이 되고요. 일반 생산직은 제외된다고 합니다.
◆ 조태현 : 그러니까 현장직은 제외고 나머지 직군에 있어서는 직군마다 다른 급여를 받게 된다는 뜻인 거잖아요.
◇ 강영연 : 네, 맞습니다.
◆ 조태현 : 그러면 직무급제 도입하면 구체적으로 바뀌는 거 급여가 일단 바뀌게 될 것이고. 어떤 겁니까?
◇ 강영연 : 일단 롯데그룹은 전체 계열사의 직무를 40여 개로 구분을 하고서 직무 가치, 그리고 전문성에 따라서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롯데케미칼 같은 경우에 핵심 연구개발 파트는 레벨5를 봤고요. 가장 어려운 전문성을 갖춘 거죠. 공장 운영을 담당하는 생산 관리직은 이보다 낮은 레벨을 부여받는 식입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시장을 조사하고 상품을 기획하는 상품 개발자가 그리고 롯데 웰푸드에서는 마케팅 담당자 등이 높은 레벨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등급을 나눠서 1등급과 5등급의 기본급 격차가 20% 이상 나도록 설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똑같이 A등급의 평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5등급 부서에서 일하느냐 1등급 부서에서 소속됐느냐에 따라서 기본급이 크게 달라지는데요. 다만 레벨이 낮은 직군에 속하더라도 성과를 내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받을 수 있는데 롯데가 도입하는 방식이 직무급제와 성과급제를 합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개인별, 부서별 실적 평가액이 연동되는 성과급 같은 경우에는 직무급과 별도로 책정을 해서 지급할 계획인데요. 레벨1에 속한 직원이 개인 인사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레벨5 직원에 비해서 직무급은 덜 받아도 성과급을 통해서 만회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롯데는 순조로운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서 직원의 현재 연봉은 유지한 채로 상위 등급 직군에 추가 급여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는데요. 월급을 깎는 게 아니라 더 어려운 업무를 하면 더 주겠다는 겁니다. 롯데는 또 직무급제 도입과 함께 근무 기간에 따라서 그동안은 사원, 대리, 책임, 수석 이렇게 승진하는 게 있었는데 이런 직급제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 조태현 : 연공서열이나 호봉제, 이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데 세계적인 경쟁 시대에 적합한가를 두고는 논란이 많긴 많아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롯데에서 이걸 도입하겠다는 겁니까?
◇ 강영연 : 혹시 ‘롯무원’이라는 거 들어보셨나요?
◆ 조태현 : 저 대학 다닐 때 이런 얘기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요즘도 이런 말 쓰나 보죠?
◇ 강영연 : 네, 아직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롯데+공무원’을 뜻하는 단어가 롯무원이라고 하는데, 국내 주요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롯데 그룹 직원을 이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임금 체계나 기업 문화, 업무 강도 측면에서 롯데가 공무원만큼이나 보수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그래서 롯데 같은 경우에는 국내 주요 기업 중에서는 가장 늦은 2018년에 연봉제를 도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봉제 도입 이후에도 연차에 따라서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서열 시스템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분위기도 그대로라고 하는데요. 최근에 다들 아시겠지만 롯데그룹 같은 경우에는 유통, 화학 이런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설에도 휩싸인 적이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직무급제 도입을 통해서 인사제도를 개편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공무원과 같은 급여 시스템을 직무급제로 바꾸어서 소위 일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본 것인데요.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케미칼 그리고 롯데면세점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을 했습니다. 또 일부 계열사 같은 경우에는 희망퇴직을 신청을 받기도 했고요. 또 자산 매각 작업 한창인데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를 1275억 원에 그리고 또 일본 화학사의 지분을 또 2750억 원에 매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핵심 계열사들이 상반기에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한 게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노조를 중심으로는 직무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서 안착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조태현 : 기업 상황이 안 좋고 또 기업의 이런 뭐랄까요? 공무원적인 그런 문화가 있다면은 뭐 분명히 바꿀 필요는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노조에서 쉽게 받아들이기는 또 어려운 것도 현실일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 안착의 관건이 노조다 이런 이야기도 나올 것 같은데요. KDI라든지 다른 곳에서는 이런 직무급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런 보고서도 나오고 있나 봐요.
◇ 강영연 : 네, KDI 보고서가 최근에 나왔는데요.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따라서 평균 소비 성향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것이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을 한 겁니다. 기대수명 증가에도 생애 주기상 퇴직 연령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인데, 퇴직 후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또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을 대비해서 저축 성향이 상승하고 소비 성향은 하락했다는 건데요. 한마디로 노후가 불안하니까 현재 소비를 많이 줄이고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경직적인 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직무 그리고 성과 중심의 임금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정년퇴직 이후에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의 노동시장의 마찰적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고령층의 노동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는 건데 고령층이 노동을 많이 하게 되면 아무래도 저축 성향이 더 낮아지고 소비 성향이 커질 수도 있겠죠. 이렇게 또 고령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에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잠재 성장률 하락 압력을 또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 조태현 : 우리 경제를 오래 봤던 분들 노동 유연성 높여야 되고 이걸 통해서 생산성 역시 개선해야 된다는 말씀들은 다들 입이 닳도록 했던 이야기이긴 한데,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들 나오고 있습니까?
◇ 강영연 : 네, 대선을 앞두고도 이런 관련 논의가 화두 위에 올랐는데요.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해서 연공서열 기반의 기존 임금 체제를 직무 그리고 성과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법정 정년 연장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임금 체제 개편 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먼저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 최근에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있었는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년 연장에 임금 체제 개편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노동계가 지지 기반인 민주당 내에서도 기존의 임금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년을 연장하는 게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만큼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요.
◆ 조태현 : 그러니까 정년만 연장하는 거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 강영연 :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는 또 아예 임금 체제를 직무성과급제로 개편하자는 입장인데, 연차에 상관없이 맡은 직무에 따라서 임금을 주는 대신에 정년을 유연화하자는 게 당의 공식 입장입니다. 그래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도 직무성과급제 도입에는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김문수 후보 같은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인 지난 2월에 국회에서 열렸던 노동 개혁 토론회에서 연공급 임금 체제 그리고 수시 경력직 채용 문화, 기성세대 중심의 노동조합 활동이 청년 일자리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정년 연장 논의는 반드시 임금 체제의 개편과 연동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했고 한동훈 후보 같은 경우에도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제를 그대로 두고 법정 연령 정년만 높이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서 대선 국면에서 직무급제 관련된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하긴 청년층으로서는 엑셀 같은 거 못하고 이런 분이 자기보다 급여를 몇 배 받는다고 하면 굉장히 화나고 그럴 것 같기는 해요. 이런 직무급제 도입에 대해서 기자님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세요?
◇ 강영연 : 아무래도 요즘 같은 경우에는 잡중심이 아니고 스킬중심으로 인력 체제가 많이 개편이 되었다고 하잖아요. 워낙 빠르게 시스템이라든지 경제 체제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스킬을 연마하는 게 중요한데, 그 스킬의 연마를 강화하고 독려하기 위해는 이렇게 직무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조태현 :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된다는 이야기에는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신문의 강영연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강영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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