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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러분 도와주세요
작성자 : go***
날짜 : 2012-12-17 16:22
| 조회 : 3196
산소호흡기에 기대어 숨을 이어가고 있는 바깥양반의 모습을 봅니다. 한 평생을 저와 함께 했던 동반자의 가엾은 모습에 어느새 눈물도 흐릅니다. 이제는 중년을 넘어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 눈물도 마를 만큼 말랐지만 그래도 남았나 봅니다. 허나 주책이라 생각도 드는 그 눈물도 평범하게 살 수나 있어야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눈물 흘릴 새도 없습니다. 병든 남편을 데리고 거리에 나 앉게 생겼는데, 눈물은 무슨 눈물, 다 사치일 뿐이겠지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올해 예순을 넘긴 신**이라는 사람으로, 한평생 가난한 서민으로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광양시 중동 성호 1차 아파트 105동 1410호에 사는 입주민이기도 하고요. 제 남편이 암 선고를 받고난 후로 복된 말년을 살고 있다 말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다 하며 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신장암이 폐까지 전이되어 이제는 집에서 산소호흡기에 기대고 있는 남편의 병수발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세상 탓 안 했습니다. 모두가 운명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병든 남편의 마지막이라도 지켜볼 수 있는 집이 있음에 위안을 삼으면서 말입니다.
‘집’ 많이 배우고 높으신 양반들에겐 참 아무 것도 아닌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처럼 평생 먹고 사는 게 바빴던 사람들에겐 집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보금자리이지요. 비록 요즘 아파트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임대아파트에 들어와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그 알량한 행복조차 쥐고 살면 안 되는 게 제 운명인가 봅니다.
분양승인 시 소문에는 사기분양이라는 둥 흉흉한 말들이 돌긴 했지만, 뭐 저희처럼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임대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지은 아파트에서 그런 일이야 있겠거니 하고 입주했었지요. 그런데 소문이 사실이었습니다. 공무원과 불법임대사업자, 그리고 임차인 대표가 공모를 해 사기분양을 했다 하여 소송이 있었고 법원에선 분양승인 취소 및 효력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합니다. 법에 대해 일자무식인 제가 그 구체적인 내용이야 잘 모르지만, 어쨌든 저희야 법에 어긋남 없이 떳떳이 자격을 갖추고 사는 사람인만큼 법도 우리 편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처럼 모든 게 순리대로 돌아가겠구나 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법무법인 수인이라는 곳에서 저희더러 집을 나가라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한다는 말이었는데, 어려운 말 잘 모르는 저는 어쨌든 집을 비우라니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웃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수인 변호사들이 저희 집을 포함해 단지 내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는데 불법매도중개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법이 그러면 어쩔 수 없을 거라는 대답도 들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묻습니다!
정말 무식은 죄입니까? 법은 저희처럼 무식하고 힘없는 사람들 보호하라고 만들어진 것 아닌가요? 정말 피가 끓습니다. 현재 저희가 사는 성호아파트는 분양승인이 잘못 되었다고 해서 시청에서도 조사가 나왔고, 지금도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 곳입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저희 같은 못사는 사람들의 푼돈마저도 뜯어가고 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가라니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변호사란 사람들은 의뢰인을 변호해준 대가로 먹고 사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변호사들이 부동산 매매를 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 말입니다. 누구보다 법을 지키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이 법 좀 안다고 그것을 악용해서 파렴치하게 살고 있다니요. 하도 기가 막히고 답답하여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변호사협회라는 곳에 문의를 해보았답니다. 협회 측 또한 그 의도를 알 수 없으나 만일 악의적 의도에서 반복되는 행위라면 불법이라 여길 수 있다 했답니다. 하지만 협회 또한 그 이상의 도움을 줄 순 없다 합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변호사들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제 저희가 기댈 곳은 국민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제발 이 사악한 행위에 눈을 감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오늘도 누군가 집에 들어칠까 두려워 현관문도 꼭꼭 잠그고 살고 있습니다. 죄도 짓지 않았는데 죄인처럼 살고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분명 아실 겁니다. 누가 죄인인지, 누가 악한인지, 조금만 상식이 있어도 분명 정확한 판단을 할 겁니다. 저희가 길거리에 나앉은 다음에는 늦습니다. 그때는 저희 둘이 아닌 저 하나일 테니까요.
정말이지 저는 돈을 벌기 위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어디 가서 그 푼돈 벌지 못하지 않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구는지 모르겠습니다. 두렵습니다. 원래 배우면 그렇게 사악해지는 것인지를 알았다면 자식들더러도 공부하라 말하지 않았을 겁니다. 슬픕니다. 꼭 누군가를 죽여야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산다는 게 슬픕니다. 죽고 싶습니다. 차라리 제가 먼저 죽어야 우리 집을 덮친 치한들이 암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떼 내는 꼴을 제 눈으로 보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여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배운 것이라곤 남에게 해 안 끼치고 정직하게 살면 된다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가 배운 게 옳은 것임을 입증해주시길, 간곡히, 또 간곡히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