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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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 : 주현정 작가 : 안향주

2010.05.28 (금) 이슈진단 '문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0-05-28 16:27  | 조회 : 1959 


문화 관련 이슈를 알아보는
금요일 <이슈진단> 시간입니다.

중앙일보 문화부 <강혜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1. 사라졌다고 시끌벅적했던 '명성황후 표범 카펫'이 발견됐다지요?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있었다고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표범 카펫 한점을 공개했습니다. '덕근201'이라는 관리번호를 단 이 표범 카펫은 48마리 표범의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세로 6줄의 무늬가 있고 테두리에 붉은 천 장식이 있습니다. 또 뒷면에 황실용임을 뜻하는 오얏꽃 문양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와 동일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카펫이 1969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이관받은 '덕근' 유물의 하나로, 이전에는 덕수궁미술관에서 관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1963년 5월 3일 덕수궁미술관의 소장품 목록에 등장하는 것이 현재까지 남은 가장 이른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목록에는 '표피'가 아닌 '호피(虎皮)'로 등재돼 있었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청에서 표피 유물이 있는지 묻는 공문을 보내와 수장고를 확인한 결과 동일품일 가능성이 있는 유사 유물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2. 일단 잘 모르시는 청취자 분들을 대신해서요, 명성황후 표범 카펫이란 게 뭡니까. 실제로 명성황후가 쓰던 카펫인가요?

= 이름은 명성황후 표범 카펫으로 불리지만, 실제 사용 여부는 물론 이 카펫의 유출 경로조차 정확히 확인되진 않습니다. 이 사연이 참 기구한데요, 처음 이 카펫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미국 언론을 통해서입니다. 1951년 8월 20일자 미국 라이프지는 ‘병장의 기념품’이라는 제목 아래 ‘48마리의 표범가죽으로 만든 카펫이 군용백에 담긴 채 미국으로 전달됐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표범가죽 카펫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미군이 같은 해 서울의 한 고미술상을 통해 이 카펫을 사들였다고 합니다. 단돈 25달러를 주고 사들인 카펫은 미국 부모 집에 보내지는 항공배송료가 39.2달러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헐값에 싼 셈이죠. 부모는 이 카펫이 응접실에 깔 수 없을 정도로 큰 물건이라서 모피 판매상에게 팔려고 내놨다고 합니다. 이것이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미군 병장이 자신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이 카펫은 원래 서울 창덕궁에 있던 것으로 가치가 적어도 2만5000달러는 될 거라고 했다 합니다.

3. 창덕궁에 있던 카펫이 미군 수중에 넘어갔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혼란하던 시기라곤 해도 어처구니가 없군요.
아무튼 그 카펫이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된 겁니까?

= 미국 언론을 통해 ‘한국 명성황후의 유물인 값비싼 표범 카펫이 미국에 있다’는 내용이 알려진 뒤 현지 한국 공관이 즉각 나섰습니다. 당시 명성황후 표범 카펫 반환을 앞장서 촉구한 남궁염 초대 뉴욕 한국 총영사는 이 카펫을 국가 보물로 규정했습니다. 당시 남궁 총영사는 “신문에 실린 카펫 사진을 보는 순간 고인이 된 명성황후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황후는 외국사절로부터 굉장한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시 미 언론은 남궁 총 영사의 말을 빌어 이 카펫의 가치가 적어도 10만 달러 이상은 될 것으로 봤습니다. 한국 정부의 항의를 수용한 미국 정부는 문화재 반입에 관한 세관 절차 위반을 명분으로 이 카펫을 압수했고, 1951년 하반기에서 1952년 상반기 사이에 주미 한국 대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반환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4. 그런데 50년 가까이 한국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도 몰랐다는 것이죠?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견되기까지 처음 문제를 제기한 쪽도 시민단체였다고요.

= 이 유물의 행방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인터넷을 통해서였습니다. 명성황후 카펫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더라 하는 의혹이 퍼져나가자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조계종중앙신도회가 문화재청과 외교통상부에 행방을 묻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카펫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답변을 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문제로 확산되자 급기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를 뒤진 끝에 동일품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아낸 것입니다.

5. 유출된 것도 아니고, 국내에 있는 문화재의 소장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니 씁쓸하네요.

= 올해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해외 유출 문화재의 반환을 이루려는 노력이 각계에서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함부로 ‘환수’ ‘반환’을 말하기 전에 어떤 것이 약탈 문화재인지, 국내 소장 실태는 어떤 지가 면밀히 입증돼야 할 것입니다. 마침 올해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국외 소재 문화재 보호 및 환수 활동의 지원’ 항목이 신설됐다고 하니, 좀 더 실질적으로 우리 문화재의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겠다는 바람입니다.

6. 명성황후 표범 카펫 소동을 통해 우리 문화재의 보존과
유출 실태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다음으로 공연소식 준비하셨지요?

=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이 지난 14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해 공연 중입니다. 2006년 국내 라이선스 초연 된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비극적 러브스토리를 다룹니다. 1975년 사이공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부대의 철수가 시작되는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 전쟁과 사랑, 아메리칸 드림 등 굵직한 테마를 엮어가는 수작입니다.
‘미스 사이공’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뮤지컬 제작자인 카메론 매킨토시의 ‘4대 뮤지컬’ 가운데 가장 늦게 태어났습니다. 1989년 런던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이 때 주인공 킴 역할을 맡은 필리핀 출신 레아 살롱가는 이후 아시아 뮤지컬 여배우로서 가장 성공한 인물이 됐지요. 이번 공연에선 김보경과 임혜영이 순수한 영혼의 킴을 노래합니다. 또 킴을 이끌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기회주의자 엔지니어 역은 김성기, 이정열이 맡았는데요, 특히 김성기의 코믹한 카리스마가 압권입니다.
‘미스 사이공’은 모든 대사와 진행이 노래로 이뤄지는 이른바 ‘송스루 뮤지컬’입니다. 애절하면서도 웅장한 클로드-미셸 쇤버그의 음악이 극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 우리에겐 김연아선수의 2007-08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프리 배경음악으로 쓰여 더 친숙하지요. 또 미군의 베트남 탈출 장면은 공연 될 때마다 찬탄을 자아냅니다. 한동안은 실제 헬리콥터를 동원해 규모로 압도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실물 같은 영상을 활용해 신기한 마술 같은 장면을 선사합니다. 어떤 식으로 무대에서 헬기 탈출이 구현되는지, 오는 9월12일까지 공연되는 ‘미스 사이공’에서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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