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접근성 강화가 필요한 이유 #사법접근성 #사법접근센터 #이지리드 #범죄 #변호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6:47~06:57, 12:47~12:57, 19:47~19:57)

■ 진행 : 이승우 변호사

■ 방송일 : 2023년 8월 29일 (화요일)

■ 대담 : 이솔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법 접근성 강화가 필요한 이유

#사법접근성 #사법접근센터 #이지리드 #범죄 #변호사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판결문’ 관련 내용입니다. 판결문, 찾기도 읽기도 너무 어렵다고 하는 분들 정말 많습니다. 사건 파일 청취자 분들은 어떠신가요? 이러한 판결문의 내용을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변화를 주려는 판사들이 있습니다.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나가고 사회적 설명 기능을 높이는 노력을 ‘사법 접근성 강화’라는 표현으로 부를 수 있겠죠. 청취자 여러분 이 사법 접근성 노력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이솔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이솔 변호사(이하 이솔)>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오늘 나눌 얘기가 사법 접근성에 대한 얘기죠? 사건파일 청취자 분들에게 소개해줄 구체적인 사안이 있다고요?

◆ 이솔> 네,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안은 청각장애인인 원고가 서울 강동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관련 사안인데요.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서울 강동구청장이 작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모집을 공고하였습니다. 선천성 중증 청각장애인인 이 원고가 전일제 일자리에 지원했고 강동구에서는 수화로 대화할 수 있는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였고 이틀간 면접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원고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이에 원고가 이 불합격 처분이 불공정하다. 그러므로 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며 행정법원에 처분 취소의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작년 12월 원고의 이 청구에 대하여 이렇게 선고하였습니다. 판결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법부 최초로 ‘Easy-Read’방식으로 작성된 판결문이 등장했습니다. 재판부가 청각장애인인 원고가 판결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입니다.

◇ 이승우> Easy-Read 판결문을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어떤 건가요?

◆ 이솔> Easy-Read 방식이란 짧은 문장, 쉬운 어휘와 서술어, 삽화 등을 사용하여 문어체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발달 장애인등이 보다 쉽게 문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법부에서는 2022년 12월에 최초로 이 방식을 판결문에 도입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행정소송 Easy-Read 판결문의 특징을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이 사건의 보통 판결문의 절반 분량에 해당할 정도로 짧고 쉽게 작성되었고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서 보통의 판결문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것이 특징입니다.

◇ 이승우> 그러면 2개의 판결문이 존재하는 거겠네요?

◆ 이솔> 네, 그렇습니다. 판결문의 내용을 예를 들어서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중증 장애인에 대한 불공정한 선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원고가 어쩌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이 재판부의 판단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Easy-Read 판결문에서는 그림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본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발 받침대의 높이가 모두 같지만 세 사람 모두 경기를 관람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는 높이인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이승우> 재판부가 이 사건에서 Easy-Read 판결문을 작성한 이유가 있나요?

◆ 이솔> 네, 원고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탄원서에 ‘알기 쉬운 용어로 판결문을 써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요청을 당연한 권리라고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장애인이 평등하게 사법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보장하도록 하는’ UN장애인권리협약 제13조, ‘사법적 절차 전반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상호 의사소통의 대안 내지 보강수단을 개발하도록’ 권고한 2022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의견에 근거하여 판결문의 엄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Easy-Read 방식으로 최대한 쉽게 판결이유를 작성하게 된 것입니다.

◇ 이승우> UN에서 발표하고 있는 여러 가지 권리 협약들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비준을 하고 가입하고 있는 협약과 관련돼서는 단지 UN장애인인권권리협약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협약들도 법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솔> 네, 그렇습니다.

◇ 이승우> 우리나라에 Easy-Read 판결문처럼 사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또 있나요?

◆ 이솔> 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제도들은 크게 장애인을 위한 제도와 성폭력 등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있는데요. 먼저 장애인을 위한 제도는 법원은 시각 장애인을 위하여 2020년부터 점자 판결문 등 제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법원에 기일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 판결문, 기타 신청한 문서 등에 대하여 점자로 제공하여 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점자 제공 형태도 선택하여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점자 판결문 등 제공 서비스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점자 판결문 등 제공 서비스에 대한 신청은 총 11건에 그쳤다고 합니다.

◇ 이승우> 왜 이렇게 될까요? 법원이 많이 사건이 신청되지 않길 원하는 건 아니겠죠?

◆ 이솔> 네, 그렇습니다. 홍보에 대한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또 법원행정처는 2020년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하여 매년 형사·민사·가사절차 수어집을 발간하여 책자로 인쇄해 배포하고 있으며,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는 전맹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음성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는 음성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성폭력·학교폭력 피해자의 사법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도는요. 성폭력이나 학교폭력을 행한 자에 대한 행정청의 처분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이승우> 소송과 별도로 행정적 징계 상황 말씀하시는 거죠?

◆ 이솔> 네, 그렇습니다. 행정소송은 그 처분의 상대방과 처분청 당사자 사이에서만 진행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성폭력이나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법원에 본인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없곤 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올해 6월 30일 행정재판의 편의성과 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를 마련하는 ‘행정소송규칙’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습니다. 이제 행정소송규칙 제13조에 의하여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성폭력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성희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그 보호자로부터 처분에 관한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받거나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게 되면서 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행정소송에도 본인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 이승우> 오늘 ‘Easy-Read 판결문과 함께 우리나라의 사법 접근성’에 대해 얘기 나눠봤는데요. 사법 접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이솔>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의 확대, 판결문에 대한 접근성 향상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승우> 왜 그렇습니까?

◆ 이솔> 하급심 판결문 공개의 범위가 더욱 확대된다면, 많은 학자들과 데이터 마이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판결의 내용을 분석하거나 지지하기도, 비판하기도 하며 사법적 논의가 확대될 것입니다. 하급심 판결문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된다면 곧 민간 분야에서도 이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 이승우>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이솔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이솔>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