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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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흉악 범죄, 우리 언론은 현상을 제대로 보도했는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8-28 19:13  | 조회 : 901 

[열린라디오 YTN]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방송일 : 2023826(토요일)

진행 : 최휘 아나운서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최휘> 신림동과 서현역에서 흉기난동 사건, 그리고 대낮 등산로에서 성폭행 살해 등 최근 흉악 범죄가 잇다랐고, 온라인상에선 살인 예고 글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국민들,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오늘은 이런 흉악범죄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적절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하는데요. 소장님 일단 최근 일련의 보도들, 어떻게 보셨나요?

 

김언경> 이번 사건들이 워낙 일상적인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다보니, 시민이 느끼는 공포와 관심도 많습니다. 또한 피의자가 현행범으로 구속된다가 피의자 신상공개, 경찰 조사도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국민의 관심과 언론의 관심 모두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범죄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언론은 어떻게 해야하나 매우 고민되는 측면이 있죠. 오늘은 이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려 합니다.

 

최휘> 먼저 지나치게 많은 범죄 보도가 과연 공익적인가, 이런 고민이 들던데요?

 

김언경> . 범죄보도의 공익적인 측면이라면, 범죄사건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이나 오해를 바로잡고, 범죄예방과 안전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범죄피해자 지원할 수 있죠. 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우선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오히려 2차 피해를 주기도 하고요. 모방범죄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 언론보도들은 순기능만 준 것이 아니라 모방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87KBS <사사건건>에 출연해서 모방범죄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서현역 사건이 신림역 사건과 연결된 모방범죄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방송에서 그는 모방범죄는 자극에 의한 모방과 수법에 의한 모방으로 크게 나눠진다고 하면서요. “수법에 의한 모방이라 우려되는 것은 신림역 조선의 범죄가 흉기라든가 수법적인 측면이 너무나 자세히 공개되어서 수법과 자극을 동시에 받는 자극에 의한 모방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시사뉴스가 821일 보도한 <기자수첩 /잇따르는 묻지마 흉기 모방범죄, 언론·커뮤니티 자정 노력 기울여야>에서도 다수 전문가는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모방범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서현역 사건 가해자가 신림역’ ‘흉기등을 검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살인예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죠.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은 823일 오전 9시 기준 살인 예고 내용이 담긴 게시물 455건을 입건하고 이 중 204건과 관련된 21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20명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어요. 그리고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7일까지 검거된 65명 중 절반 이상이 10대 청소년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말하는 언론사의 언론보도가 아니어도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미디어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는 분명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방금 전 이야기한 시사뉴스 보도에서도 신림역-서현역 묻지마 살인살인 예고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단기간 내에 발생하여 모방범죄를 현실에 끌어들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과열된 언론보도가 과연 공익적인가는 우리가 되짚어봐야 합니다.

 

최휘> 일단 관련 보도가 너무 과열되었다. 이것은 순기능보다는 모방범죄라는 역기능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점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흉악 사건에 대한 보도는 당연히 되어야겠죠. 하지만 유독 피의자 중심적으로 조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김언경> 맞습니다. 아까 위에서 말씀드린 시사뉴스의 기자수첩에서는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진 뉴스보다는 범죄 재발 방지 및 개선하기 위한 대책 등이 부각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언론에서 묻지마 살인범죄자의 통합심리분석을 너무 자세히 보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많은 기사나 프로그램에서 범죄자의 범행동기, 그의 정신적 상태, 그의 발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범죄자의 범죄 의도, 동기를 파악하는 것은 분명 공익적 의미가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 더 차분하게 전문적으로 범죄자 연구를 하고 그 결과물들이 쌓여야 공익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급하게 경찰이 내놓은 조사결과나, 범인이 하는 발언, 아주 미흡한 근거를 가지고 여러 가지 추측을 하는 성급한 보도들은 사실 공익적 가치보다는 상업적 목적에 따른 보도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지나치게 지엽적인 내용들도 과연 할 필요가 있나 의문입니다. 가장 눈에 띄었던 보도는 서현역 피의자가 영재였다, 특목고를 지망했었다 등의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요. 제가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서현역 특목고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85일부터 23일까지 56건이 있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85<단독>을 단 보도 3건을 내놨는데요. <서현역 외톨이 테러범은 영재 출신...특목고 진학 실패에 정신질환 겹치며 비뚤어져> 등의 제목이었습니다. 이들 보도에서는 이제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 최원정이 “3년 전인 2020년 조현병 직전 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고요.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입상한 것,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에 진학한 이후 비뚤어졌다는 것을 보도했으며, 최 씨의 친형은 특목고에 진학한 후 명문대에 입학한 것까지 보도했습니다.

 

최휘>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피의자가 영재였다, 특목고 진학에 실패했다 등의 내용들을 우리가 왜 알아야 할까 불편한 마음이 든 분들 계실 것 같아요. 구체적으론 이런 보도,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김언경>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죠. 특히 2020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에게 마이크를 주고 그가 하는 여러 가지 말을 들려주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 불쾌하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월간지 <신문과방송> 20206월호에 게재된 김수아 교수의 <‘성실했던 조주빈표현까지피의자 성격·주변 반응 싣는 보도, 범죄자 변호에 악용될 우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이런 보도가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것 이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당시 n번방 피의자들이 평소 성실한 사람이었다거나, 범죄를 저지를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식의 지인의 평가와 학교나 학업 성적 등을 드러내는 보도들은 결국 감형 요소를 구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고요. 범죄자의 두 얼굴을 강조하고, 가해자를 악마로 묘사하는 것은 범죄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특정한 나쁜 개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문제에만 집중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또한 피의자가 과시욕을 드러내거나 변명을 하거나 향후 재판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언론이 그대로 중계하는 것은 단순 중계이자 여론 동조일 뿐, 심층적이고 문제 해결적인 저널리즘의 책임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발언을 중계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부분의 언론은 상업적 목적으로 그들의 발언이나 사생활 타인의 평가 등을 제목에 넣어서 보도했지요. 김수아 교수는 <“말수 적고 평범갓갓문형욱은 4년제 대학 건축학도>라는 제목이나 <‘갓갓문형욱, 돈 한 푼 안 챙겼다성적 취향이 범행 동기”> 등의 보도는 피의자의 성향에 대한 타인의 주관적 판단, 처벌을 줄여 보려는 피의자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부적절한 사례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편, 조선일보의 24일자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에서는 서사 없이 어떤 인간이 악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요구는 어떤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어느 지점에서 멈추겠다, 그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끝났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선정적인 범죄 보도를 경계해야겠지만 얄팍한 단순화에 빠지는 건 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범죄자의 범행동기 등은 잘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데이터를 통해서 단순한 악인으로만 처리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유사한 범죄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또한 사회적 병리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당연히 짚어봐야 합니다. 하지만 검거되자마자 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그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핀트가 빗나가거나 성급한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서현역 피의자 최원정 씨가 특목고를 지망했는데 실패한 뒤 좌절했다는 것, 그의 형은 특목고와 명문대를 나왔다 등을 보도하는 것이 과연 저널리즘에서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백보 양보해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학력지상주의가 빚은 폐해라고 분석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지 못해서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더라도 이는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에 의해 나온 결과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렇게 급하게 나오는 속보는 대부분 카더라성 추측일 뿐이라는 점에서 성급할 뿐 아니라 형이 특목고 명문대 진학 이런 정보가 전해지는 것은 과열된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이처럼 가해자의 이런저런 불행을 강조하며 이로 인한 피해의식, 적개심 등으로 범죄를 일으켰다 이런 식의 보도들은 모방범죄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성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휘> 최근 범죄보도로 인해서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극단적 공포와 혐오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죠?

 

김언경> 범죄보도를 할 때, 피의자가 정신장애이거나, 신경정신과 치료 병력을 가지고 있다고 성급하고 보도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여러 사건에서 거듭 강조한 바 있지만, 사실 언론과 경찰 현장에서 이 점은 계속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2023년 인권보도 참고사례집에서는 장애인이 범죄에 연관되었을 때, 장애를 부각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특히 범죄 발생 시 정신장애인 연관성을 추측해 보도하지 않기를 권합니다.”라고 하고요 있고요. 백보 양보해서 장애인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범죄와 장애의 연관성을 단정할 수 없을 때는 장애를 부각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보도는 그야말로 정신질환자는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라고 느끼게끔 하는 그런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부에선 흉악범죄 방지 대책으로 사법입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법입원제는 법원 또는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한 준사법기구가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큰 중증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이게 이루어지려면 정말 충분한 검토와 제도를 시행할 인프라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걸 하기엔 정말 시기상조라는 말이 많습니다. 지난 818일 마인드포스트에 실린 <“우리는 증상을 제거하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다. 삶이 있기에 치료도 있는 것”>이라는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 일동 명의의 기고문을 봤는데요. 여기에서는 서현역 사건 이후 모든 언론들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잠재적 범죄자인 것을 암시하며 왜곡된 프레임을 씌우고 있으며 정부도 사법입원 검토를 운운하며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격리, 감금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법입원제도 특성상 미국이나 독일처럼 절차조력인 등 당사자의 인권 보호 장치를 갖춘 상태에서 공감과 경험이 많은 판사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당사자의 삶보다는 의료권력 하에 사법입원의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사법입원제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는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84일부터 24일까지 총 729건 있었습니다.

 

최휘> JTBC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가해자에 이어, 신림동 사건 가해자 실명을 경찰보다 앞서 공개했죠. 소장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언경> 이 방송에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요. 저는 원칙적으로 피의자 신상공개에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합의하여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라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그것마저도 어기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드립니다. SBS2020년 조주빈 신상을 선제 공개했고, 당시 명분은 국민 알 권리와 추가 피해 예방이었습니다. JTBC피해자가 끝내 숨지고, 최윤종이 밤사이 구속된 데다 강력 범죄의 예방 효과 등을 고려해서 피의자 이름을 공개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신상공개 결정이 날 일을 이렇게 성급하게 발표하는 것은 공익성보다는 언론사의 욕심이 아닐까 이렇게 봅니다.

 

최휘> 마지막으로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김언경> 또 하나 아주 불쾌했던 것은 신림역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선족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고, 비슷한 의심의 댓글이 쏟아졌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금 검색 자동완성기능에는 신림역 칼부림 조선족이 뜨고 있습니다. 또한 724일 서울신문과 주간조선 기사의 제목에는 <“조선족 2, 도박빚, 이혼남신림동 범인 추측 난무>라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이런 제목만으로도 이미 범인을 중국동포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덮어높고 정신장애 아니면 중국동포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우리안의 혐오를 자성해야 하고요. 언론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팩트체크를 해야지, 오히려 그 정서를 부추기거나 이용해서 클릭수를 높이려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언경> 감사합니다.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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