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 진행: 이성규 / PD: 박준범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잠시만요] 수어통역사 박지연"청인·농인 하면 물고기 이름이냐고... 인식 개선 절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6-19 20:43  | 조회 : 1666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날짜 : 2023618(일요일)

진행 : 이성규 교수

대담 : 박지연 YTN 수어통역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수어통역사 박지연"청인·농인 하면 물고기 이름이냐고... 인식 개선 절실"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소리 하나로 여러분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세상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는 건 참으로 뿌듯한 일입니다. 그 일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하다면 더욱이 좋겠죠. 오늘 만나볼 분은 수어를 통해 청각에 불편을 겪고 계신 분과 세상을 연결하는 분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YTN 수어통역사 박지연 씨입니다. 수어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지연(이하 박지연)> , 안녕하세요.

 

이성규> 연예인 보는 것 같아요. 얼굴이 익어서요.

 

박지연> 감사합니다.

 

이성규> 청취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박지연> 안녕하세요. 저는 수어통역사 박지연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성규> 수어통역사, 옛날에는 수화로 불렀는데 지금 법적 용어가 수어통역사죠?

 

박지연> 맞습니다.

 

이성규> 무슨 직업이에요?

 

박지연> 한국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이고요. 저희가 농인과 청인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통역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성규> 뉴스에 많이 등장을 하셨어요. 다른 일도 또 뭐 하고 계신지 궁금해지네요.

 

박지연> 저는 지금 국가 공식 행사 통역 일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YTN 수어 방송을 보시는 농어인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그래서 그중에서 농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시사 뉴스를 제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뉴스의 뒷이야기나 아니면 뉴스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 그런 궁금한 것들을 제가 풀어드리고 있고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대학원 수어교원학과에서 지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성규> 수어교원학과, 그러니까 수어를 가르치는 분들을 위한 학과네요?

 

박지연> , 맞습니다.

 

이성규> 이미 수어를 너무 잘하시잖아요. 그런데 뭘 또 하세요?

 

박지연> 수어통역사라는 자격증이 있고요. 그다음에 수어교원학과가 새로 있어서 거기에서 수어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분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성규> 방송 통에서 자주 뵙긴 했지만 늘 수어하시는 분들이 검은 옷을 입잖아요. 왜 그런지 이유 좀 말씀 해주세요.

 

박지연> 아무래도 저희가 어두운 계통에 옷을 입어야 얼굴과 손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고요. 그리고 수어 통역을 보시는 농인분들의 눈을 덜 피로하게 할 수 있기 위해서 저희가 좀 검은 옷을 주로 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반지나 목걸이, 귀걸이나 매니큐어 이런 것도 반짝이기 때문에 수어를 보실 때 좀 방해가 되실 수 있으셔서요. 그런 것들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성규> 그러한 것들이 시선을 분산시켜서 소통에 방해된다는 거네요?

 

박지연> , 맞습니다. 제가 잠깐 문제 하나 드려볼까요? 흑인 같은 경우, 그러니까는 피부색이 저희랑 다른 톤인 흑인분들 같은 경우에 수어통역사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요?

 

이성규> 흰옷을 입지 않을까요?

 

박지연> 맞습니다.

 

이성규> 맞췄어요? 오랜만에 시험 봤네요. 수어통역사 분들, 여러 가지 동기가 있었겠지만 우리 박지연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수어통역사가 되셨나요?

 

박지연> 제가 20살 때 제 삶의 첫 번째 장애인분을 농인분으로 만났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어두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밝혀드릴 수 있을까,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수어는 봉사라는 의식이 좀 강해서 통역사가 되리라고는 정말 단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우연히 뮤지컬 통역 봉사를 한번 하게 되었는데 SBS 8시 뉴스에 제 인터뷰가 나오게 되면서 그 인터뷰를 우연히 방송을 하시는 선배님께서 보시고 또 찾아와 주셨고요. 그때 수어통역사 시험이라는 거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험에 운 좋게 합격을 하게 되었고 또 방송에 입문을 하게 되었고요.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성규> 뮤지컬 때 수어 통역은 어떻게 하셨어요?

 

박지연> 대본을 미리 받아서 한 세 번 정도 연습을 했고요. 연습 때 다 참여해서 소리를 수어로 계속 전달해 드렸습니다.

 

이성규> 뮤지컬 무대 앞에서요?

 

박지연> , 무대 바로 옆에 핀 조명을 주셔서 통역을 계속 했었습니다.

 

이성규> 그리고 어느 인터뷰 자료에 보니까 소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계기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박지연>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한 번 불이 난 적이 있었는데요. 사이렌 소리가 크게 났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안방까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저희 집만 대피를 못 했던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있었었어요.

 

이성규> 생각하면 좀 아찔하네요.

 

박지연> 저희 그때 마침 저희 초인종 벨이 고장이 난 상황이어서 문을 두드려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운 좋게 저희 남편이 탄 냄새가 난다라는 느낌을 받아서 새벽에 깬 거예요. 그래서 그때 대피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아찔했던 기억인데, 농인분들은 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위험할까 제가 다시 한 번 좀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성규> 지금 두 분은 청인이신데도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농인들이 소리 없는 세상. 이 속에서 정말 날마다 고난 행군을 하실 거예요. 그분들의 고난 행군이 참 궁금합니다.

 

박지연> 제가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재난 상황에서 가장 소외가 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좀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종합병원에 입원한 농아인 여자 동생이 있었는데요. 그 동생이 일화를 저한테 한번 이야기를 해줬어요. 본인이 화장실을 갔다가 나왔는데 갑자기 병동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썰렁한 분위기를 보고 이게 뭐지?’ 라고 가만히 서 있었대요. 갑자기 간호사 선생님이 화들짝 놀라서 막 달려오시더니 여기 왜 있냐고, 그래서 저 화장실 갔다 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지금 불 났다고 빨리 대피해야 된다고 얘기를 해서 얼떨결이 대피를 하게 된 상황을 저한테 알려줬어요. 재난 상황에 계단으로 대피하세요.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계단을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전광판이나 자막이나 이런 것도 없고요. 화장실 안에도 굉장히 고립된 상황이어서 생각보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여지가 많거든요. 그래서 그냥 단순히 그냥 사이든 소리가 아니라 반짝반짝한 것들로 알리는 것들이 화장실 안에 배치가 된다든가, 그런 장애인분들이 쉽게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요소마다의 뭔가가 필요하다라고 생각이 되어져요.

 

이성규> 심지어는 농학교 있잖아요. 학교에도 보니까 문자 띠로 서비스 주는 것도 부족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선생님이 수업하는 교실까지 내려가서 수업을 해줘야 전달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지금 학교라는 데도 그러니 일반 우리 지역사회라든가 전국을 이렇게 볼 때 농인들한테 상당히 불친절한 사회죠.

 

박지연> 민방위 훈련 같은 경우에도 사이렌 소리가 나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는 그 소리를 듣고 또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위험을 감지하고 인지하게 되는데 제가 아는 농아인 동생이 길거리 걸어가다가 갑자기 사람이 다 없어지는 거예요. 자기 혼자 덩그러니 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 거죠. 알고 봤더니 그게 민방위 훈련이었던 건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어떻게 보면 IT 선진국이잖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들의 이런 관심들이 모여진다고 하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성규> 수어도 상당히 중요하고 또 청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 가까이 다가감. 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수어에 대해서 좀 궁금한 게 있는데 한국에 수어의 날이라는 게 있죠?

 

박지연> , 수어의 날이 있습니다. 모르시는 분이 아마 많으실 것 같은데요. 저희가 201623일에 한국 수화언어법이 제정이 되었고요. 그 재정일인 23일이 바로 한국 수어의 날로 지정이 되어서 지금 기념일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성규> 농아인의 날도 있더라고요?

 

박지연> 농아인의 날도 있습니다. 농아인의 날은 귀 모양을 6, 3으로 형상화해서 63일이 농아인의 날입니다.

 

이성규> 방송 수어 관련해서도 궁금한 게 있어요. 많은 방송에서 자막을 함께 제공하잖아요. 그래도 수어는 상당히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박지연> 제가 영어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계속 해왔거든요. 그런데도 아직 영어 원문을 우리 한국어처럼 읽어내려가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농인분들에게는 제1언어가 수어이고요. 그리고 제2 언어로 외국어처럼 한국어를 대하시기 때문에 저희가 자막에 있어도 그 자막을 읽어내려감에 있어서 좀 어려움이 있으세요. 그래서 반드시 수어 통역이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가독성이 좋습니다.

 

이성규> 얼마 전에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에서 시작이 돼가지고 대중 가수들이 수어를 사용하고 공연할 때도 수어를 집어넣고 이러는데, 이런 것들은 좋은 현상이겠죠?

 

박지연> 수어를 이렇게 사용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어떻게 보면 보기 좋은 일인 거고요.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관심이 지속되어지고 그리고 농아인의 삶까지 연결되어진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수어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아미 중에서도 농아인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그 농인분이 방탄 콘서트장을 가고 싶고 또 통역 서비스를 받고 싶지만 그런 부분들이 좀 어려움이 있어서 저희가 따로 아시는 지인분들과 함께 통역 공연을 갔다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단순히 그냥 수어만이 아닌 농인의 삶까지도 같이 연결이 되는 문화들이 좀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되어졌습니다.

 

이성규> 청인들의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죠?

 

박지연> 많이 늘었습니다.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YTN 수어통역사 박지연 씨와 함께 하고 있는데요. 박지연 선생님, 우리가 이쯤에서 노래 하나 듣고 가는데요. 어떤 노래를 추천해 주시겠어요?

 

박지연> 에밀리아 존스의 맑은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인 노래입니다. ‘보스 사이즈 나우(Both Sides Now)’라는 노래입니다.

 

이성규> 그 노래가 왜 좋으세요?

 

박지연>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코다(KODA)’, 아마 다 아실 거예요. 거기에서 주인공 루비가 학교 학예회에서 부른 노래인데요. 아시다시피 루비의 부모님은 농인이세요. 그래서 그 부모님을 위해서 노래를 부르다가 수어로 함께 이 노래를 부르거든요. 굉장히 감동적입니다.

 

이성규> 박지연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에밀리아 존스의 보스 사이즈 나우(Both Sides Now)’ 듣고 오겠습니다.

 

Emilia Jones - Both Sides Now

 

이성규>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이 하나이듯이 얻는 것과 잃는 것도 모두 하나다. 이것 때문에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박지연> , 맞습니다.

 

이성규> 청인들의 인식이 조금씩 좋아진다고는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좀 난처한 경우가 있죠?

 

박지연> 지금 청인 또 농인,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제가 너무 감사한데요. 어떤 분은 제가 농인이라고 말하면 농업인으로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다음에 제가 수어 말씀을 드리면 물고기 이름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었어요. 그래서 그런 인식 개선들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성규> 방송하시다 보면 어떤 경우는 열심히 했는데 좀 불만스러운 분들도 있고 컴플레인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박지연> 농인분들은 굉장히 솔직하세요. 그리고 수어라는 언어 자체가 굉장히 정직하고 솔직한 직설적인 느낌의 표현력이 있기 때문에 제가 방송을 하다 보면요. 제 방송을 보통 점심시간에 많이 보시거든요. 협회에서도 식사하시면서 보시기도 하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시는데요. 더 좋은 표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영상 촬영을 찍어서 저한테 카톡으로 보내주시기도 하고요. 그리고 미국 워싱턴에 있는 농인분이 계시는데 주무시기 전에 매일 저희 YTN 뉴스를 보세요. 그 방송을 보시고 요약을 하셔서 저한테 매일 보내주세요. 저는 그 성실성에 진짜 놀라는데요. 그런 성실성을 보면서도 저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요. 또 그렇게 서로 소통하면서 제가 통역을 잘 하고 있는지 없는지 피드백도 하면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성규> 미국도 양 손 수어인가요?

 

박지연> 주력 손이라고 해서요. 오른손으로 대부분 쓰시고 우세 손, 비우세 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성규> 어느 나라는 한 손으로 하는 수어를 하고 우리는 양손을 다 쓰게 되는 수어죠?

 

박지연> , 자연스럽게 양손으로 다 쓰게되어 있습니다.

 

이성규> 수어에 따라서 일터 모습도 다르더라고요. 통역하시면서 이런 부분은 신경을 써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 지점도 있죠?

 

박지연> , 일단은 통역이라는 부분은 일단 오역하지 않아야 된다는 부분을 저는 되게 중요하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제가 뉴스를 종일 듣는 편이에요. 아침에 정오 뉴스 하기 전에 듣고 그다음에 뉴스하고 저녁에 또 뭔가 달라지는 게 있나, 없나 확인하고요. 그리고 타 방송 뉴스도 제가 중간에 꼭 모니터 하고, 또 다른 통역사 선생님들도 통역을 어떻게 하셨는지. 이런 표현들은 어떻게 쓰셨는지. 또 선후배들 간의 스터디 모임도 있고요. 그래서 항상 방송 통역은 모니터 하면서 잘 준비해야 하고요. 또 그만큼 건강 관리도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규> 건강도 참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저기 다니셔야 되고, 또 집중을 해야 되잖아요. 몸 상태가 좋아야 집중이 잘 되죠.

 

박지연> , 맞습니다.

 

이성규> 어느 기사를 봤더니 재능 봉사도 많이 하셨다고 나와요?

 

박지연> 보통 통역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장애인 단체에서 부탁을 하시면 제가 기꺼이 가는 편이고요. 그리고 병원 같은 경우에는 통역사들이 상주하지 않는 곳들이 많아요. 그래서 급하게 병원에서 콜을 할 때는 제가 가서 좀 도움을 드리는 편이고요. 얼마 전에 이제 농인 부부가 출산을 했는데 통역비를 줄 만한 형편이 아니어가지고 제가 개인적으로 가서 도움을 드렸거든요. 요즘에는 아예 탯줄을 자르는 거를 찍을 수 있게 되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모습도 동영상으로 찍고요. 너무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성규> 그런 건 급한 상황인데, 급하게 전화가 오거나 연락이 와서 요청할 텐데. 그때 어떻게 대처하세요?

 

박지연> 그때는 무조건 가야죠. 최대한 시간을 빼거나 만약에 제가 안 된다고 하면 주변에 다른 지인 통역사분들한테도 연락을 해서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성규> 그리고 공공 영역에서 통역을 많이 하신다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그러다 보면 전국 방방곡곡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초청할텐데요.

 

박지연> 국가 행사가 지방에도 많이 있는 편이어서요. 처음에는 내비게이션을 봐도 제가 길치여서 많이 고생을 했거든요. 그런데 자꾸 다니다 보니까 어느 날 갑자기 제가 깨달음이 왔는지 내비게이션을 볼 줄 알게 돼서요. 지금은 별 무리 없이 다니고 있고요. 또 지방자치 시대이기 때문에 지방마다 농아인분들도 만나고 거기 통역 선생님들 만나고 하면 정말 배우는 게 많아요. 저한테도 굉장히 유익한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이성규> 수어에 관한 인식도 지방마다 좀 많이 다르나요?

 

박지연> 수어 사투리 있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그 지방색이 있는 것처럼 수어도 그 지방 나름대로 약간씩의 차이점이 있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도 교류도 하고 또 배우기도 하고 합니다.

 

이성규> 늘 그렇게 바쁘시면서 두 아이를 어떻게 다 케어하세요?

 

박지연> 약간의 방임과 자발적 참여라고 하긴 하는데요. 지금은 일단 아이들이 좀 커서요. 제가 활동하는 데 어려움 없지만 어릴 때는 좀 많이 고생을 했습니다.

 

이성규> 지금 큰 아이는 몇 학년이에요?

 

박지연> 지금 큰 아이는 이제 고 1이 되었는데요. 이 친구가 유치원 다닐 때 교육을 잘 받아가지고요. 그때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저희 큰 아이가 일곱 살이고 작은 애가 세 살 때 제가 하필이면 그때 새벽 방송을 할 때였었어요. 그래서 새벽에 5시에 집에서 나갔다가 방송 끝나고 집에 오면 한 8시 반, 그때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했었는데요. 하필 그때 저희 남편이 출장을 가야 될 일이 있어서 새벽에 정말 아이들이 맡길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이 자고 있으니까 몰래 방송을 갔다 와야지 하고 자는 거 보고 방송을 갔다 왔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왔더니 경찰차가 저희 집 앞에 와 있었어요. 저희 큰애가 눈을 떴는데 동생만 있고 부모님이 다 안 계시니까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처럼 112에 신고를 했더라고요. 그래서 경찰분들이 오셔서 제가 방송을 끝나고 풀 메이크업으로 저희 집에 도착을 했는데 제가 인적사항 쓰면서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셨던 그 경찰관님의 얼굴이 아직도 잊지 못한 사건으로 남아 있어요. 진짜 큰일 날 일인 거죠.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들의 어려움들을 너무 잘 이해하고 알고 있습니다.

 

이성규> 수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시고 그게 또 직업인데요. 수어에 대한 청인들의 인식을 포함해서 이런 게 좀 제도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으세요?

 

박지연> , 저희가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외국에 사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 문화와 소통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사귀기 위함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는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저희가 수어를 배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어를 배워서 그 수어를 사용하고 있는 농인과 친구가 되었으면, 그런 목적으로 수어를 배우시고 또 함께하셨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수어찬양대회라든지 아니면 수어경연대회라든지 그런 걸 중심으로 수어를 배워서 어떻게 보면 나를 돋보이기 위한 수어들이 많이 보급이 되어져 있는데요. 그런 것보다는 내가 이 수어를 통해서 농아인의 친구가 되고 싶다. 또 농인과 함께 그분들의 장점, 또 그분들이 이런 모습들이 있었구나. 배울 점이 이런 것들이 있었구나라고 좀 긍정적으로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성규>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어로 말한다>를 쓴 로라 교수를 지난 겨울에 잠깐 만났거든요. 우리 한반도가 그런 마서즈 비니어드 섬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지연> 제가 늘 꿈꿔왔던 꿈 중에 하나입니다.

 

이성규>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수어통역사, 또 어떤 수어교육가가 되고 싶다. 이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박지연> 저는 매일매일 제 삶에 최선을 다하는 통역사로 평가받고 싶고요. 또 수어 통역뿐만 아니라 음성 통역도 넘나들면서 농인과 청인 모두에게 칭찬받는, 그래서 마음이 따뜻한 통역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YTN 수어통역사 박지연 씨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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