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 출연자 : 우윤근 前 러시아대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핵 비확산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인 비확산회의가 개최됐습니다. 대한민국 뿐 아니라 미국, 북한의 비핵화 협상 대표들이 모두 참가하는 만큼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됐죠. 그리고 2020년도 2달이 채 남았죠. 내년이면 한러수교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한러관계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인데요. 오늘은 조금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주 러시아대사를 지내셨던 우윤근 전 대사 스튜디오에 모시고 러시아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누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대사님, 안녕하세요.
◆ 우윤근 前 러시아대사(이하 우윤근): 네, 안녕하세요.
◇ 전진영: 대사님께서 주 러시아대사로 계셨던 기간이 어느 정도죠?
◆ 우윤근: 한 20개월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전진영: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주 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대사를 지내셨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대사님께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몇 달을 기다렸다가 임명장을 받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 우윤근: 네, 러시아만의 특징인데요. 대사 신임장을 1년에 두 차례정도밖에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6개월에 한 번 하기 때문에. 물론 사본을 외교부에 제출하면 외교관으로서의 활동은 가능합니다만, 그러나 국가 원수에게 정식 절차를 밟는데, 다른 나라들은 두세 달 만에 한 번씩 국가 원수가 외국 대사들 신임장을 접수하는데요. 러시아는 6개월, 한참을 기다렸다가, 아주 기다리게 하는 데는 소질이 있는 나라 같아요.
◇ 전진영: 그렇군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 우윤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19년 만에 스테이트 비지트라고 국빈 방문을 한 것, 그리고 월드컵에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출전해서 독일을 물리쳤죠. 제가 응원하고 있었는데요.
◇ 전진영: 경기장에 직접 가셨나요?
◆ 우윤근: 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정상 간에 회담하는 것, 또 러시아 의회에서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초로 연설하고,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전진영: 러시아대사로 계시는 동안 러시아 유력 정치인들과도 친구처럼 막역한 사이로 지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일본 측 대사들도 그렇게 노력했는데,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 우윤근: 러시아에 아주 정상급 외교관들이 많이 와 계신데요. 저는 전문적인 외교관이 아니고 정치를 하다가 갔는데, 러시아는 제가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연이 오래됐고요. 한국에 있는 러시아대사관에 고문변호사를 한 지가 꽤 됐고, 그런 연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 가서 보니까 러시아 정치인들이 저를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줬던 것 같고, 제가 러시아의 상하원 의원들하고 첫 대면을 하는 자리에서 제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저는 전문적인 외교관이 아니고,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딱 하나밖에 없다. 저는 젊은 날부터 러시아를 아주 사랑하고,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전원이 일어서서 소위 말하는 기립박수를 쳤어요. 한 20명 의원들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굉장히 가까이 지냈고요. 또 하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모스코바 주재하는 일본 대사, 굉장히 훌륭한 분입니다. 고쓰키 대사라고 노련한 분인데, 만찬에 초청했더니 그분께서 질문이 하나 있다, 뭡니까 했더니, 당신은 나보다 외교관 경력도 없고, 또 온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러시아 정치인들하고 그렇게 재미나게 어울린다는 소리가 있는데, 비결이 뭐냐고.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비결이라고 하는 건 없고, 한 마디 했어요. 내가 한국에서 정치했는데, 네 번째는 지역구에서 신임을 못 얻고, 낙선했는데, 러시아를 굉장히 좋아하고, 모스코바에서 한 번 내가 선거에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엄청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렇게 했더니 아주 일본 대사가 아주 재미난 이야기라고 했어요. 실제로 러시아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접근하기 어렵지만 일단 벽을 허물고 들어가면 굉장히 솔직하고,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고요. 저는 그 덕을 많이 보지 않았나.
◇ 전진영: 저희가 일반적으로 러시아라고 생각하면 말씀해주신 대로 딱딱하고, 무뚝뚝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 우윤근: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지만, 제가 대사 부임하기 전에 여러 가지 자료를 보니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러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랬더니 네 가지를 떠올린다고 해요. 첫 번째는 시베리아, 너무 추운 나라. 두 번째는 소비에트 유니온, 소련.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원조. 그다음에는 푸틴. 네 번째 보드카. 이런 것들이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떠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실제로 가서 보면 러시아 시베리아라는 곳은 이미 기후변화로, 또 기술의 진보로 자원의 보고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소비에트 유니온, 소위 말하는 소련은 무너진 지가 30년이 다 되어가고 있고, 굉장히 정치인들도 선거로 뽑고 있고요. 중국하고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죠. 그리고 의원들의, 저도 의원할 때 매주 지역에 내려갔습니다만, 러시아의 하원의원들도 저랑 친한 의원들이 많은데, 늘 주말이면 지역구에 내려갑니다. 어김없이. 그래서 과거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는 이미 기억 속에, 역사 속에 사라진 지가 오래 되었다. 와서 보면 많이 놀라요. 러시아를 우리 한국 분들이, 예전보다는 훨씬 많이, 내년에는 100만 명 정도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 전진영: 그렇군요. 이렇게 러시아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이니만큼 오늘은 저희가 우윤근 전 러시아대사님과 함께 국제무대에서의 러시아의 역할, 러시아 정치의 현주소, 또 한국과의 관계까지 짚어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러시아와 관련된 가장 최근 뉴스부터 살펴보면요. 얼마 전에 러시아에서 모스코바 비확산회의가 있었습니다. 각국 당국자들이 모인 자리였기 때문에 혹시나 북미, 남북 간 회동이 있지 않겠느냐,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만, 아쉽게 성사되지는 못했거든요. 어떻게 보셨는지요?
◆ 우윤근: 저도 그 뉴스를 보고 러시아가 사실은 상당히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대사로 있는 동안에도 러시아가 뭔가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중재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번에도 모스코바에서 미국과 북한, 또 남북 간의 대화를 러시아가 중재하면 어떨까 했는데, 역시 불발됐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아마 그런 마음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또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번에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전진영: 러시아가 비핵화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면 좋을까요?
◆ 우윤근: 아시다시피 러시아는 핵무기를 미국과 함께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군사 강국이죠. 또 핵무기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관련해서도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에서도 그런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조금 어려움이 있었죠. 또 유엔의 제재, 또는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이런 것 때문에 러시아의 역할이 사실은 굉장히 축소되어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북한의 핵 문제, 또 만일 핵이 있다면 그것을 폐기한다거나 했을 때 러시아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또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아무래도 지금 러시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북 간 러시아 철도 연결 부분이라든가, 시베리아 가스 파이프라인 설치 문제라든가, 이런 부분도 비핵화 논의가 잘 되어야만 성사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굉장히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우윤근: 네, 그렇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랄지, 또 가스 파이프라인, 이런 문제들이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요. 지금 장애물로 가장 크게 대두하고 있는 건 북한의 핵 문제, 이 문제가 조금만 더 진전되고, 해결이 된다고 하면 우리나라, 특히 물류가 중요한 나라 아닙니까? 그래서 또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는 앞으로 굉장히 블루오션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러시아대사로 계실 때도 대북 정책 관련된 의제를 조율할 상황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으셨을까요?
◆ 우윤근: 러시아는 우리 한국 정부,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굉장히 신뢰관계가 많이 두터워졌거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은 미국과 우리 한미 동맹 사이에서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를 아주 굉장히 강화하고 있고, 그래서 제가 있는 동안에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자면, 배가 한국에 와서 수리를 하려고 하는데, 한국 정부에서 한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수리하는 것에 애로가 있었죠. 이런 것들은 러시아에서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아닌가? 그런데 정부 차원에서는 우리가 다행히 러시아의 제재를 하는 나라는 아닙니다. 그나마 그런 오해는 없었지만 그런 것들이 늘 미국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한미 동맹 사이에서 외교 하기가 어려움이 있는 거죠.
◇ 전진영: 이 부분도 궁금합니다. 한국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러시아 정치권 입장도 궁금하거든요. 비핵화 논의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여야 간의 입장 차가 있는지요?
◆ 우윤근: 러시아 정치인들을 제가 비교적 많이 만난 외교관 중 하나죠. 국회의장부터 시작해서 외교위원장은 굉장히 가까이 지냈습니다만, 그분들이 의견을 솔직하게, 얼마나 이야기했는지는 제가 모르겠으나 나타난 바로는 남북관계에서 정말 평화 정착이 되기를 러시아가 제일 바라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나 중국보다도 러시아는 자기 나라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남북 간의 전쟁이 일어난다거나 북한이 핵 무장을 하게 되면 또 도미노 현상으로 일본도 핵 무장, 한국도 핵 무장, 이렇게 되면 여기가 화약고가 되기 때문에 러시아로서 이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러시아 정치인들이 만나는 사람 거의 대부분이 우리가 남북 간의 평화 정책을 정말 기대하고 있고, 북한의 핵 문제 해결도 우리가 바라고 있고, 유엔 제재에도 러시아가 동참했다. 북한의 핵 무장을 반대하는 제재에.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늘 말씀드리다시피 미국과의 관계에서 러시아가 과거에도 패권을 다투고 있었고, 지금도 미러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 못하고 있고, 우리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 것에 한계가 있구나, 하는 것을 제가 대사로 일하면서 절감했습니다.
◇ 전진영: 아무래도 현장에서 가깝게 일을 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이 체감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질문을 준 분이 계셔서요. 제가 대신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러시아는 정서적으로 서방 유럽인가요, 동방인가요? 우리와의 정서적 교감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하셨습니다.
◆ 우윤근: 굉장히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그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습니다. 저도 러시아를 좋아하고, 다닌 지가 20년 넘거든요. 상트 대학에서도 잠시 있어 보기도 하고요. 그랬는데, 아직도 잘 모르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러시아는 어떤 나라인가 하면 서양 사람의 얼굴로 동양적인 사고를 하는 나라다. 생김새는 굉장히 서구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고 체계는 굉장히 동양적인 사고를 한다. 그래서 굉장히 외로운 나라다. 서양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지만 서양 사람들의 사고는 대개 합리주의, 개인주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러시아 사람들은 굉장히 가족적이고, 집단적이고, 이런 약간 동양적인 정서를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동양에 와서 동양 사람들하고 마음이 조금 통하니까 가까이 지내려고 하는데, 얼굴 생긴 게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러시아는 정말 러시아다.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니고, 그들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명한 러시아의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러시아는 어떤 나라냐? 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라, 또 러시아는 보통의 잣대로 잴 수 없는 나라, 러시아는 있는 그래도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요. 그게 바로 우리는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니고, 그냥 우리는 러시아야. 서양 사람의 얼굴로 동양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외롭다. 제가 그래서 러시아 친구들한테 그래서 우리는 너희들의 진짜 친구가 되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문화, 음악이랄지, 특히 음악을 보면 우리하고 굉장히 많이 한이 많고, 정서적으로 굉장히 우리하고 가깝습니다.
◇ 전진영: 질문 주신 분께 충분한 대답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스페셜 인터뷰 우윤근 전 러시아대사와 함께하고 있고요. 청취자님께서 “대사님꼐서 보시기에 푸틴 대통령은 어떤 인물입니까? 우리나라 정치인 중 어떤 사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요?” 하셨네요.
◆ 우윤근: 제가 대사로 일했는데 그 나라의 대통령을 평가한다는 것은 외교적으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짧게 말씀드리면 푸틴 대통령을 몇 차례 만났죠. 제가 받은 인상은 굉장히 단단해 보이는구나, 그리고 러시아에는 딱 맞는, 러시아가 굉장히 큰 나라 아닙니까? 우리 대한민국보다도 170배가 넘는 나라인데요. 이 큰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상당히 맞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고요. 또 하나 재미난 것은 러시아 사람들이 키가 굉장히 큽니다. 외교장관도 굉장히 키가 크고, 다 180이 넘고, 90 가까이 되는 분들인데요. 푸틴 대통령은 제가 딱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저하고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갑자기 자신감이 솟았어요. 만나기 전에는 굉장히 단단하고, 체구도 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하고 비슷하기에 제가 갑자기 자신감이 들었어요. 저도 키가 크지 않은데요. 이 정도로. 외국 원수에 대한 평가가 적절해 보이지 않아서요.
◇ 전진영: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저희가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 동맹 체결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 보도가 있었거든요. 사실 중국이 군사 동맹을 체결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한데, 양국이 군사동맹을 과연 맺을까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우윤근: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중국과 러시아가 굉장히 동맹을 강화하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미국이 일본과 아주 공조를 강하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응해서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훈련도 합동으로 몇 번 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필요성을 깊이 공감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과거에 중국과 러시아에서 국경 분쟁이 있었고, 실제적으로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가 아주 동맹을 강화하지만, 그러나 옆 나라에 큰 나라가 있다는 것은 부담이 되는 거죠. 그래서 실제적으로 군사동맹까지 이렇게 맺을 수 있을까. 그거는 저로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전진영: 이번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대사님께서 러시아대사로 계실 때도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이 또 한러 수교 30주년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데요.
◆ 우윤근: 사실은 매년 러시아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교대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아주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렇게 추진했는데요. 물론 다른 데서 양 정상이 만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내년에는 3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께서도 한 번 가지 않을까, 제가 예측하고 있고요. 또 푸틴 대통령도 올해는 못 왔지만, 뭐 모르죠. 앞으로 한 달 보름 정도 남았는데, 내년에는 한 번 와야하지 않을까. 또 그럴 것으로 저는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런데 최근 조금 잡음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전투기들이 동해상에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러시아가 이런 잡음이 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을 못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반복됐던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우윤근: 저도 깊은 속내를, 제가 대사를 마치고 온 뒤에 일어나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러시아가 한국을 자극하기 위해서 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그때도 중국과 함께 군사합동훈련을 하다가 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과 일본을 의식해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전진영: 그리고 또 러시아 이야기를 할 때 중동 쪽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터키와 쿠르드족 갈등 상황에서 러시아가 키맨으로 떠올라서 굉장히 관심을 받았고요. 이번 미국의 철군으로 촉발된 시리아의 위기에서 단 한 명의 승자는 러시아다, 이런 분석도 있고요.
◆ 우윤근: 네, 그런 평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외교정책 중 하나가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러시아가 서포트를 하는 그런 형태라고 하면 중동과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주도권을 잡고 중국이 서포트하는 이런 형식이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리아에서 미국이 철군을 한다, 이렇게 해서 힘의 공백이 생긴 그 틈을 러시아가 굉장히 강하게, 특히 알 아사드 정권을 뒤에서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러시아는 지금도 미국과의 패권을 겨루고 있기 때문에, 특히 중동과 유럽에서는 미국에 양보할 수 없다고 하는 오랜 러시아의 외교 정책 중 하나라고 보입니다.
◇ 전진영: 오랜 외교 정책이니만큼 그러면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겠네요?
◆ 우윤근: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조금 발을 빼는 모양이니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전진영: 그리고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진출까지 러시아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정학적 영향력 확장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소련 시절의 세력권 회복을 목표로 둔 것 아니냐, 이런 분석도 나오거든요?
◆ 우윤근: 소련에서 러시아로 넘어오기는 했지만, 군사강국 아닙니까? 힘이 있기 때문에 힘이 있는 사람 잡고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인데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세계 최대의 군사강국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에 중동이나 아프리카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전진영: 네, 알겠습니다. 우윤근 전 러시아대사와 오늘 스페셜 인터뷰 함께하고 있는데요. 문자로 재미있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대사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방송에서 뵙는 듯하는데요. 러시아에서 드셔 본 보드카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은 뭐였나요?” 하고 질문을 주셨습니다.
◆ 우윤근: 러시아 보드카,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보드카를 좋아하는데요. 러시아는 보드카가 거의 평균적으로 맛이 거의 비슷합니다. 40도 맞춰놨기 때문에. 특히 제가 특정 상표를 선전하는 것은 오해를 사기 때문에, 러시아 보드카는 보드카 그 자체로 맛이 균일하기 때문에 어떤 보드카를 사 드셔도 맛을 보장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제가 보드카 회사에 무슨 광고맨은 아닙니다만 굉장히 좋은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진영: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고요. 저희 이제 마칠 시간이 다 됐습니다. 끝으로 워낙 정치권에서도 러시아대사 이외에 큰 역할을 해오셨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어떤 계획 가지고 계시는지요?
◆ 우윤근: 저는 제 일생에 가장 영예로운 순간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러시아에서 대사로 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이 부족했는데, 돌아보니 아쉬움이 많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제가 능력이 된다면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조금 더 발전시켜서 우리 대한민국에도 보탬이 되고, 러시아에도 보탬이 되고, 그래서 좋은 친구가 되는 데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네, 알겠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우윤근: 네,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우윤근 전 러시아대사였습니다.
※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KPF 디플로마 '러시아전문가' 과정 참여 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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