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시간 : [월~금] 09:10~10:00
  • 진행,PD: 전진영 / 작가: 강정연

인터뷰 전문

“브렉시트안 극적 합의했지만 英의회 산 넘길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0-18 11:44  | 조회 : 767 
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 출연자 : 김수정 영국 런던 통신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영국이 EU를 탈퇴하겠다고 했던 시한, 이달 말 31일입니다. 이제 보름도 채 남지 않았는데요. 한국 시간으로 어제 저녁, 영국과 EU가 극적으로 새 브렉시트 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물론 아직 남은 절차들이 있는 상황이라 낙관은 어렵습니다만 그동안 꽉 막혀있던 영국의 브렉시트 상황에 숨통이 좀 트일 수 있을지. 영국 런던에 있는 김수정 통신원, 전화로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신원님, 안녕하세요.

◆ 김수정 영국 런던 통신원(이하 김수정): 안녕하세요. 런던입니다.

◇ 전진영: 영국과 EU 간 간극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보도가 계속 나왔었는데 극적으로 새 브렉시트안에 합의가 이뤄졌네요.

◆ 김수정: 네, 그렇습니다.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지난 17일, 여기 시간으로 오늘인데요. 브렉시트 합의안이 가까스로 승인됐습니다. 영국과 EU 27개국 지도자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앞서 마련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는데요. EU 정상들은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이달 31일 이행될 수 있도록 EU 기관들이 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영국과 최대한 가까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길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진영: 핵심쟁점이었죠. 백스톱 조항을 포함해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들이 전해졌나요?

◆ 김수정: 네,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요. 이번에 체결된 새 브렉시트 합의안은 전환 즉, 이행기간이죠. 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 기존에 나왔던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영국과 EU 양측은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 즉 엄격한 통관과 통행을 막기 위해서 북아일랜드에 이중관세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기존 합의안에서 안전장치를 통해 하드보더를 피하려고 했지만 영국 측의 반발로 인해서 이번에 이렇게 다시 합의안을 정리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북아일랜드를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영역에 남기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게 됩니다.

◇ 전진영: 가장 예민했던 부분이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서 관세국경을 어떻게 세우는가. 이 문제였는데 이 부분은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가 되는 건가요? 

◆ 김수정: 법적으로는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간에 관세 국경이 생기게 되는데요. 그러나 양측은 합의를 통해서 실질적으로는 영국과 아일랜드섬 사이에 관세국경을 세우기로 한 겁니다. 즉 이렇게 되면 상품은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통관절차를 거치게 되고요. 기본적으로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모든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북아일랜드에서 다시 아일랜드로 넘어갈 위험이 있는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건데요. 양측은 공동위원회를 꾸려서 차후에 어떤 상품을 관세부과 목록에 올릴지를 같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관세를 부과한 상품이 실제로는 아일랜드로 넘어가지 않고 최종 목적지가 북아일랜드로 확정된다면 관세를 환불받을 수 있게 되는데, 관세 환불은 영국 측이 책임을 지고 하겠다, 이렇게 합의됐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 별도의 확인절차를 거치지는 않아도 되고요. 개인 간에 보내는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이렇게 새 합의안이 나왔기 때문에 영국 내에서도 관련 내용이 계속 속보로 전해졌을 것 같은데, 오늘 언론 반응은 어땠나요? 

◆ 김수정: 네, 말씀대로 17일 하루 내내 속보가 쏟아졌습니다. BBC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오늘 나온 새 합의안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고요. 또 이번 주를 마지막 승부다, 이렇게 부르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계의 반응, EU정상들의 반응을 빠르게 전달했습니다. 영국과 EU 관계자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내놨는데요.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이날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합의에 대해 "노딜보다는 합의가 항상 낫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정치적 싸움의 실체를 생각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EU 브렉시트 조정관은 트위터에서 "안타깝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됐다"면서도 "균형 잡힌 합의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하원 과반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또 유럽의회도 "이번 합의를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고, 공은 이제 의회로 넘어갔다"고 강조했고요.  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우리는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면서, "이 합의안이 영국과 유럽의회 표결을 거쳐 비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영국 정치권은 약간 실망이 뒤섞인 반응이 나왔는데요.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19일 의회 표결에서 합의안을 반대하겠다고 공언을 이미 했습니다. 코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모두 살펴보긴 해야겠지만 이대로라면 합의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반대표를 반드시 던지겠다"고 표명했습니다. 극우성향인 브렉시트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 역시 BBC방송에 출연해서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에게 노골적으로 좋지 않은 새로운 유럽 협약을 받아들이느니 연장을 해서 총선을 치르는 게 차라리 낫다" 이런 주장입니다.

◇ 전진영: 어찌 됐건 아직 EU정상회의에서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그런 절차가 남아있는 상태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존슨 총리가 합의를 이뤄낸 이 안을 영국 하원에서 과연 통과시켜줄 것이냐, 이 부분일 텐데. 현재 의회 분위기는 어떤가요?

◆ 김수정: 말씀대로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19일 영국 의회의 특별회의에서 새 합의안을 표결에 부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안건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영국은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이달 31일 실시하게 되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재협상 합의에는 겨우 도달했지만, 공은 다시 영국 의회로 넘어간 겁니다. 합의안은 승인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됩니다. 현재 영국 하원의 총 의석은 650석이고요. 집권 보수당이 하원의장을 포함해 289석, 제1야당인 노동당이 244석인데요. 문제는 보수당 단독으로는 320석 과반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온 DUP 역시 이미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는데요. 세 차례 표결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 역시 DUP가 지지하지 않는 합의안에 찬성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됩니다. 설령 보수당 의원 전원, 즉 지난달 초 당론에 반해 투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출당까지 됐던 21명의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전부 다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찬성하더라도 여전히 과반에는 못 미치고요. 결국 합의안이 승인투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노동당,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낮습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통과가 힘들지 않을까. 이렇게 보는 여론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그렇다면 영국 정치권에서 존슨 총리의 수정안 중에 안 된다, 우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하는 부분은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인가요?

◆ 김수정: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지지마자 즉각 반발했는데요. 코빈 대표는 "존슨 총리는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보다 더 나쁜 협상을 했으며 이는 의회에서 압도적으로 거부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유는 이번 협상으로 영국의 권리와 보호 문제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라는 건데요. 식품과 환경, 노동권 등이 EU 기준에서 분리되면 매우 위태로워질 거다, 이렇게 내다봤고요. 또 코빈 대표는 "이러한 매국적인 협상은 국가를 통합하지 못하며 반드시 거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브렉시트를 다루는 최선의 해법은 국민투표를 다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야당인 자유민주당의 조 스윈슨 대표 또한 이번 합의가 "우리 경제와 공공 서비스, 환경 모든 분야에 나쁘다" 이렇게 비난했고요. 집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 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 역시 합의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에 성명을 내고 "말 그대로 관세를 포함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슈를 지지할 수 없다. 부가가치세 문제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야당 측이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존슨 총리가 기존 주장과는 달리 EU에 상당 부분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BBC 등 현지 언론은 새 합의에 따라서 북아일랜드 지역이 EU와 영국 중 어느 관세 지역에 속하는지가 참 애매해졌다면서 결과적으로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지역 사이에 상품 무역을 가로지르는 국경이 생긴 셈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존슨 총리 입장에서는 생각해보면 합의안을 가지고 와도 영국에서 통과가 안 될까. 이런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존슨 총리는 어떤 입장인가요?

◆ 김수정: 의외로 존슨 총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입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서 “우리는 통제권을 되찾는 훌륭한 새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했다”면서 “이제 의회는 토요일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한다. 이후 우리는 생활비·국민보건서비스·폭력이나 범죄·환경 같은 다른 우선순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존슨 총리는 또 이번 합의안으로 영국이 2주 이내로 EU를 탈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나라를 다시 하나로 모을 수 있다” 이런 자화자찬 같은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수석 협상 대표는 17일 발표에서 존슨 총리가 장 클르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에게 19일 영국 의회의 승인을 받을 자신이 있다. 이렇게 발언했다고 전했는데요. 또 제이콥 리스 모그 보수당 하원총무도 "존슨 종리는 취임 85일 만에 전임자 메이 총리가 3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뤘다" 이렇게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변수는 남아 있지만 우선 존슨 총리가 각종 당근을 내세워서 토요일 승인투표 때까지 DUP를 비롯해서 의회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전진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영국 하원에서 존슨 총리가 가져온 새 합의안이 부결되면 존슨 총리의 입지는 가뜩이나 지금까지도 위태로웠지만 더 흔들릴 수밖에 없을 텐데요. 현지 언론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요?

◆ 김수정: 그렇게 존슨 총리가 위기에 몰릴 것이다, 이런 분석이 많은 반면에 또 흥미로운 것은 일각에서는 19일 승인투표가 부결될 경우 존슨 총리가 사임한 뒤 조기총선을 추진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지적을 하고 나섰습니다. '브렉시트 합의에 성공했지만 의회가 이를 가로막았다'는 점을 내세워서 존슨 총리가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분석인데요. 만약에 이렇게 조기 총선이 이루어지고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면 존슨 총리는 추후 승인투표에서 안정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전망인 겁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브렉시트 사태가 굉장히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불안하고 지치는 건 아무래도 영국 국민들이 아닐까 싶은데. 심지어 브렉시트 관련 뉴스를 보내지 않는 전문채널이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브렉시트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영국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전진영: 네, 말씀대로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무려 3년째 유럽연합과 협상을 이어나고 있는 셈인데요. 이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올해 영국 시청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로이터의 저널리즘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답변자의 1/3이 "브렉시트 때문에 뉴스를 보기 싫다, 뉴스를 전혀 보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인데요. 말씀대로 영국의 한 방송사가 브렉시트 보도가 없는, '브렉시트 프리' 뉴스 채널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정도입니다. 지난 16일 영국 스카이뉴스의 대표 존 라일리는 스카이뉴스가 '브렉시트 프리' 채널을 시작한다면서 "이는 제자리에서 돌고 도는 브렉시트 문제보다, 재기 넘치는 뉴스를 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영국 시청자들은 혼란하고 복잡한 브렉시트에 대해서 분명히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말씀해주신 내용만 들어봐도 국민들이 얼마나 피로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수정: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영국 런던에서 김수정 통신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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