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 PD: 장정우 / 작가: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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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조국 언론보도, 어뷰징 천국이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9-09 10:43  | 조회 : 1835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9월 7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조국 언론보도, 어뷰징 천국이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양원 PD>
1) 미디어 비평 시간입니다. 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김양원>
2)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일단 어제 실시됐습니다. 인사청문회 개최가 늦어지면서 언론을 통해 각종 의혹보도가 잇따랐고요. 사상 초유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이렇게 되자, 조국 후보자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답하겠다며,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는데요. 이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인사청문회가 급물살을 탔고요.
그래서 오늘 한번 얘기해보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언경>
일단 제 주변의 분들은 “중복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너무 많다”, “맥락과 관계없이 준비한 질문만 읽기만 한다. 무슨 기자가 질문을 저렇게 핸드폰을 보고 줄줄줄 읽냐”, “질문 거리가 없으니 루머 기사만 무한 반복한다”는 평이 많았어요. 저의 생각보다는 기자간담회 이후 언론의 보도들을 좀 전해보려고 하는데요. 우선 미디어스에서는 <조국 의혹 입증하는 기자의 ‘한 방’은 없었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습니다. 이 보도의 내용은 <조국 간담회' 기자들, 딸·사모펀드 의혹 반복 질문…조국 "위법은 없었다">이라는 소제목에 그대로 들어있는데요. 수 많은 질문이 기자들의 쏟아졌지만, 조국 후보자의 의혹을 분명하게 입증할 수 있는 그런 기자의 한방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양원>
3) 그래서, 그 다음날 대부분 시사프로그램과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이 '그래서 제발 인사청문회 좀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방금 한 질문을 또 하고, 이미 보도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한국 기자들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냐, 이런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언경>
저도 공감하는 지적입니다. 사실 저도 너무 바빠서 이날 모든 내용을 다 듣지는 못했고 중간중간 4시간 정도를 시청했는데요. 방금 전에 들은 질문과 답인데, 다른 기자가 거의 비슷한 내용을 또 하는 경우를 여러번 봤습니다. 한마디로 준비한 질문을 다 하고야말겠다는 그런 생각일뿐 특별히 질문을 듣자는 것은 아닌 태도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서 기자들 당사자들은 이런 반응도 나왔네요.

기자들이 민망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기자들의 변명도 있었습니다.

기자협회보 기사를 보면요. <새벽 2시까지 이어졌지만, 조국 해명으로 끝난 기자간담회>라는 기사의 소제목은 이래요 <당일 급조·강행… 현장 기자들 “기울어진 구도로 진행”, 청문회 무산 4시간 만에 시작, 기자단 ‘하루 연기 제안’ 거절당해, 초반엔 민주당 출입만 허용… 각 사 검증팀·법조팀 참석도 어려워, “기자들, 증인·자료 요구 못하고 욕먹는 환경의 간담회 들어간 셈”> 이 기사에서는 신문사 A 기자가 “겉으로는 기자단과 상의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통보였다. 준비시간도 부족해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기레기’ 지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간담회 취재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기자들을 사실상 들러리 세운 것”이라고 말하고요. 또 신문사 B 기자는 “기자들은 증인출석, 자료제출요구를 할 수 없다. 준비시간은 부족했고 실제 질문 수준도 높지 않았다. 무슨 질문을 하든 화살은 기자에게 돌아간다. 언론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모든 환경에서 들어간 셈이다. 개별 회사가 모인 국회 기자단이 몇 시간 내 빠르게 행동하기도 어렵고 판이 만들어졌으니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언론 자체가 놀아난 거라 본다”라고 하거든요. 이런 반응을 보이는 기자들의 볼멘 소리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김양원>
4) 저도 주변에서 기자분들이, 방송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혹은 타사에 계시는 기자분들이 사실 그 말씀을 하셨어요. 왜냐하면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오후 3시부터 시작됐잖아요? 그런데 시작하기 3시간 전에 통보가 됐고, 출입처 관련 시스템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이게 사회부, 정치부, 법조팀, 이렇게 나눠져 있잖아요? 그러니까 본인이 취재하는 카테고리 내에서만 움직이게 되어 있는 시스템인 거예요? 그런데 기자들은 원래는 조 후보자 관련된 기사 팔로우를 법조팀 중심으로 해오지 않았느냐, 그런데 기자간담회는 덜컥 국회에서 열렸다.

<김언경>
그렇죠. 국회 출입기자가 먼저 물어봤다.

<김양원>
5) 국회는 정당팀인데, 이게 완전히 출입처가 다르고, 그동안 팔로우 해온 전문지식이 있는 기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여유와 상황이 되지 않았다고 변명을 하시더라고요.

<김언경>
그런데 저는 어찌 되었든 각 사의 한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했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특별히 외국에 나가 있지 않는 이상은 법조팀 기자가 빠르게 가서 질문을 했으면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무조건 국회에 출입하는 기자만 출입할 수 있다고 한 게 아니라 국회에 출입하는, 등록되어 있는 언론사에서 한 기자가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물론 시간이 짧기는 했지만, 기사를 그렇게 많이 쏟아냈던 언론사들이 그 기사, 본인들이 쏟아낸 기사에 대해서 정말 듣고 싶은 해명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것을 그냥 했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민이 보기에는 우리나라 기자 수준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 답답하다는 생각. 그동안에는 국회의원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그런 말씀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구나, 이게 전반적으로 우리가 듣고, 말하고, 질문하고, 이런 게 굉장히 학습이 안 되어 있구나, 라는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제가 변명하기 참 어렵다. 이게 이번에 기자들이 자성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양원>
6) 그래서 일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바로 ‘근조한국언론,’ ‘한국기자질문수준’ 이런 게 상위에 올라오면서 참 부끄럽다, 그런 생각을 하신 분들도 있었을 것 같고요. 또 한편에서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황이 그렇게밖에 안 됐다, 우리가 기울어진 구도 속에서 사실은 우리 당할 줄 알고 들어갔다, 이렇게 변명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김언경>
그런 지적이 있었어요. 어린 연차의 기자들이 질문을 하느라고 질문을 자꾸 휴대폰을 보고 하고, 이렇게 한 말을 또 하고 이런 게 있다고 하시는데, 정말 그게 가장 아쉽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데스크 급이 가서 우리 언론사가 당신에게, 당신에 관련돼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것에 대해서 약간 영화처럼. 영화 보면 굉장히 노 기자들이 오셔서 정말 아프게 하는 질문을 하잖아요? 그런 멋있는 장면을 국민들은 기대했는데, 이렇게 정말 취재도 안 했거나 가장 어린 막내의 기자들이 와서 그야말로 받아쓰기 식 질문을 하고 있는 그런 모습이 민망했다는 거요. 그리고 조국 후보자 말 중에 이거 하나는 정말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밤 10시에 남성 기자들이 후보자의 딸의 집에 가서 취재를 시도했다고, 이거에 대해서 제발 이것은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를 했잖아요?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로 어느 기자인지 저는 모르겠지만, 이거는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가 조국 후보자를 검증하자는 것이지, 딸을 괴롭히자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양원>
7) 자고 일어나면 ‘단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조 후보자의  의혹을 따지는 각 언론사별 기사들이 계속해서 쏟아졌고요. 또 몇 시간 후면 그 ‘단독’이었던 기사가 다른 언론사의 또 다른 타이틀로 바뀌어서 계속해서 기사가 릴리즈 되는 그런 양상을 보였던 것 같은데요. 이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요즘에 뉴스를 소비하는 패턴하고도 연관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과거에는 신문지상에서 기사를 봤기 때문에 정해진 카테고리 안에서 기사를 넘기면서 이 기사도 있고, 저 기사도 있고, 다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주로 모바일과 포털로 기사를 접하다 보니까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뭐가 올랐나. 보통 1위부터 20위까지 나오잖아요? 그러면 첫 번째부터 스무 번째까지 뭐가 있는가. 그러면 대부분 조국. 가장 많이 본 뉴스 뭐 있나. 그러면 또 대부분 조국. 이러다 보니까 보고 싶지 않은데도 계속 그 기사를 클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요. 기자들도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뉴스 소비자들한테 많이 소구되는 기사들 중심으로 기사를 올리려는 경향, 이런 현상들이 이번에 조국 후보자 관련된 의혹 보도들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양상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김언경>
일단은 우리 언론의 소비 방식이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봐야 하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구조가 아니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실시간 검색어나 또는 많이 본 기사 위주로 하고, 또 포털이 우리에게 주는 그런 정보들을 본다거나 또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기사들을 많이 보는데, 그 SNS 기사도 사람들이 많이 보는 뉴스, 자극적인 뉴스 위주로 많이 노출되거든요. 그러면 적극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분이 아니라면 대부분 나에게 들어오는, 보여지는 내용들을 보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언론사 입장에서는 내 기사가 하나라도 누군가가 봐서 클릭을 해야 돈을 버는데, 이게 상업성과 시민들은 그 상업성과 상관없이 나에게 보이는 기사가 그거라는 것과 맞물리면서 특히 이번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는 어뷰징 천국이었다. 사실 그 누가 조국 후보자에 대해서 제대로 의혹을 가지고 무엇을 썼다기보다 70만 건이네, 뭐네, 카운팅도 혼란스러운데요. 그 수많은 언론보도의 대부분은 어뷰징 기사였다는 거죠. 그러면 그 많은 기사를 우리가 다 필요로 했는가? 우리 사회가? 그게 아닌데, 그 정도의 기사는 정말 필요 없는데, 언론 전체가 과잉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그런 보도를 쏟아내고 우리는 그 홍수 속에서 정말 다른 정보는 거의 보지 못하는. 그런데 이게 조국 후보자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의 찬반, 조국 후보자를 좋아하느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다른 수많은 뉴스가 묻혀 버린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여론을 왜곡하는 현상이 분명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김양원>
8) 그런 우려가 실제로 일각에서는 제기됐던 것 같습니다. 사실 처장님, 저희도 이런 조국 관련 기사에 묻혔던 김용균 씨 특조위 결과 보고 내용을 해주시려고 했는데, 저희도 오늘 조국 후보자 관련 언론보도들을 다루다 보니까 시간이 다 됐어요. 저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이런 것 같습니다.

<김언경>
이번에 묻힌 뉴스들이 중요한 내용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빨리 이 혼란을 자성했으면 좋겠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의혹 보도를 할 때도 제대로 하고, 그리고 아무리 중요한 의혹이 있어도 다른 내용들이 균형 있게 보도가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김양원>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언경>
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지금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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