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뉴스를 품은 음악] 7월의 거장, 주앙 지우베르투와 신중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10 14:16  | 조회 : 980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7월의 거장, 주앙 지우베르투와 신중현

음악은 소리의 높낮이, 장단, 강약의 특성을 정해진 시간 내에 보여주는 시간 예술인데요. 여기, 정해진 시간 내에 분초를 다투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남자가 있습니다. 청취자의 마음을 지휘하는 정 마에스트로!
뮤직과 M.I.C만 있으면 오대양 육대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 남자!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봅니다! <뉴스를 품은 음악>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이런 뉴스가 있었어요. “보사노바 열풍 일으킨 주앙 지우베르투 별세”. 지난 7월 6일에 별세 소식이 전해졌죠. 보통 ‘보사노바’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어도 보사노바가 어떤 건지는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당연히 주앙 지우베르투도 친숙한 인물은 아닌데, 우선 보사노바가 정확히 어떤 건가요?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이하 정민재) : 보사노바라는 말은 포르투갈어인데, 영어로는 ‘뉴 웨이브’, 우리말로는 ‘새로운 물결’이란 뜻입니다. 음악 장르 중 ‘뉴 웨이브’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아시는 분도 계실 텐데, 보사노바 역시 재즈의 한 갈래입니다. 말 그대로 기존 재즈와는 다른 새로운 결의 음악이었죠. 1950년대에 탄생한 음악으로 브라질의 삼바 리듬에 미국의 재즈 음악이 결합한 형태인데, 흔히 생각하는 빠르고 강렬한 삼바가 아니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삼바로 바뀐 거죠. 이렇게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실 텐데, 음악을 들어보시면 내가 자주 들었던 이런 음악이 보사노바구나 하실 정도로 친숙한 음악이에요.
 
조현지 : 그런 보사노바의 열풍을 일으켰던 인물이 최근에 세상을 떠난 주앙 지우베르투라는 분이군요.
 
정민재 : 그렇죠. 보사노바 인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이 한 장 있습니다. 1964년에 나온 [Getz/Gilberto] 앨범인데요, 보사노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브라질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브라질의 기타리스트이자 가수 주앙 지우베르투,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게츠가 의기투합해서 만든 앨범이죠. 보사노바라는 음악은 이 앨범으로서 전 세계에 알려집니다. 앨범에는 주앙 지우베르투의 아내 아스투르두 지우베르투도 참여해서 노래했는데, 산뜻한 창법과 목소리 톤으로 보사노바 보컬을 이래야 한다, 라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졌죠. [Getz/Gilberto] 앨범은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 중 한 장으로 남게 됐습니다.
 
조현지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앨범이라면, 사실 우리가 거의 다들 들으면 아는 곡들이겠네요. 보사노바와 주앙 지우베르투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는데, 보사노바 음악 중 노래를 한 곡 추천하신다면요.
 
정민재 : 되도록 1964년에 나온 [Getz/Gilberto] 앨범을 온전히 그대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50년이 훌쩍 지난 앨범인데 지금 들어도 낡은 기색이 없어요. 대단히 아름다운 작품인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앨범을 대표하는 첫 곡 ‘The Girl From Ipanema’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라는 뜻의 이 노래는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5위까지 오르기도 했던 히트곡입니다. 조금 전에 설명해 드린 주앙 지우베르투와 그의 아내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가 함께 부른 듀엣곡인데, 재밌는 건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는 원래 가수가 아니었단 겁니다. 녹음조차 해본 적 없는 아마추어였어요. 원래 이 노래는 포르투갈어로 된 곡이 원래 버전인데, 영어 버전을 만들면서 아스투르드 지우베르투가 영어를 잘하니 영어 부분을 그가 부르게 된 거죠. 그렇지만 들어보시면 아스투르드의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왜 아스투르드 지우베르투를 보사노바 보컬의 교과서라고 했는지 이해하실 거예요.
 
 M. ‘The Girl From Ipanema’ - Stan Getz & Joan Gilberto
 
조현지 : 이 노래가 이분이 부른 거였군요. 청취자분들도 많이 들어봤다고 문자 주셨어요.
 
정민재 : 아무래도 대단히 유명한 곡이어서요. 어린 시절에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이라면 미국, 영국이 다인 줄 알았을 때 이 노래를 듣고 라틴, 재즈에 관심을 가졌던 기억도 납니다. 이 곡은 발매 이후에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가 부르고 커버 버전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브라질을 대표하는 곡이기도 해요. 그래서 지난 2016년에 리우 올림픽이 열렸을 당시 개막식에서 역시 브라질을 대표하는 모델, 지젤 번천이 이 노래에 맞춰 스타디움을 가로지르는 워킹을 선보이기도 했죠.
 
조현지 : 지젤 번천과 이 노래... 엄청 우아했을 것 같네요. 주앙 지우베르투의 별세 소식이 음악 팬들에게 슬픔을 안긴 반면, 반가운 소식도 있었죠.
 
정민재 : 그렇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록의 대부 신중현 씨의 새 앨범 소식이었는데요,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나오는 앨범이에요. [신중현 헌정 기타 기념 앨범]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15일에 공개가 되는데, 수록곡은 8곡이 실려있습니다. 이 중 2곡이 신곡이고요, ‘빗속의 여인’을 비롯한 나머지 6곡은 기존에 신중현 씨가 발표하셨던 곡을 다시 매만진 곡들이라고 합니다. 앨범은 세 아들이 함께 만들었는데, 아시다시피 세 분 모두 뮤지션이죠. 기타리스트 신대철, 신윤철, 드러머 신석철이 각각 베이스, 키보드, 드럼을 맡아 녹음을 마쳤다고 합니다.
  
조현지 : 14년 만에 새 앨범이 나온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앨범 제목이 [신중현 헌정 기타 기념 앨범]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정민재 : 신중현 씨는 지난 2009년에 기타 제조사 펜더로부터 세상에 단 한 대뿐인 헌정 기타를 받았습니다. 펜더는 지미 헨드릭스를 비롯한 에릭 클랩튼, 리치 블랙모어 등 수많은 기타리스트가 애용한 기타 제조사죠. 신중현 씨도 펜더를 상당히 애용했는데, 펜더에서 음악가에게 맞춤형 기타를 선사한 건 신중현 씨가 다섯 번째였습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였죠. 신중현의 음악적 위상을 증명한 사례였는데, 정작 이 기타를 받았을 때는 이미 신중현 씨가 활동을 쉬고 있을 때여서 이 기타로 만든 앨범이 없었어요. 이번에 컴백하며 직접 인터뷰를 하신 걸 보니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그간 음반을 제작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해 복귀를 미뤘다. 하지만 내 연주가 헌정을 받을 수준인지는 세상으로부터 한 번은 평가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지 : 거장께서 그런 겸손한 말씀을 하셨군요. 그런데 모처럼 내는 새 앨범에 신곡보다 기존 발표곡이 더 많은 이유가 있을까요?
  
정민재 : ‘빗속의 여인’을 제외하면 ‘겨울 공원’, ‘안개를 헤치고’, ‘어디서 어디까지’, ‘바다’, ‘그동안’ 이런 곡이 실렸는데, 솔직히 보통 대중에 익숙한 곡들은 아니죠. 인터뷰에 따르면 활동 초창기, 1960년대 얘기겠죠, 당시에는 음반사에서 하도 재촉을 해서 녹음을 거의 날치기처럼 했다고 하더군요. 하루에 12곡을 녹음한 적도 있대요. 이게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당연히 음악가 입장에서는 그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았겠죠. 그래서 다시 녹음해서 제대로 들려주고 싶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조현지 : 어떤 음악을 들려주실지 기대가 되네요. 새 앨범으로 돌아오는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씨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신중현 씨를 두고 항상 한국 록의 대부다, 대중음악의 거인이다,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민재 : 1960년대, 1970년대 우리 대중음악을 얘기하면서 신중현이라는 이름을 빼면 얘기가 안 됩니다. 미8군 무대에서 음악 경력을 시작한 신중현 씨는 1963년에 한국 최초의 록 밴드 애드포, 당시 발음으로는 애드훠인데, 애드포를 만들면서 대중음악에 본격 입성했죠. 이때가 전 세계적으로 로큰롤, 록 밴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인데 비틀스와 시작 시점이 거의 비슷합니다. 그 정도로 우리 대중음악에 있어서 선구자였고요, ‘신중현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 가수, 인기곡을 대거 탄생시킵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펄 시스터즈, 박인수, 김정미, 바니걸스, 김추자 등등, 한국 음악의 슈퍼스타를 상당수 배출했습니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모두 맡은 건 물론, 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흑인음악, 재즈, 스탠더드 등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를 유려하게, 한국적으로 구사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조현지 : 한국 록의 대부, 한국 대중음악의 선구자라는 수식어를 받으실 만하군요. 노래를 한 곡 들어볼까요?
   
정민재 : 저는 이 노래를 신중현 씨가 만들었다는 걸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댄싱퀸, 김완선 씨의 1987년 2집에 실린 ‘리듬 속의 그 춤을’인데요. 저는 김완선 씨의 노래를 나중에 들은 세대니까 신중현 씨가 만들었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댄스 음악까지 하셨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한 거죠. 김완선 씨의 춤추는 모습을 직접 보고 만든 곡이라고 전해지는데, 후반에 나오는 록 기타 솔로가 특히 멋지죠.
   
M.  ‘리듬 속의 그 춤을’ - 김완선
   
조현지 : 김완선과 신중현의 조합, 이 노래가 다시 들리네요. 주앙 지우베르투와 신중현, 두 거장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오늘은 시간이 부족한 기분이 드는데, 마지막 추천곡은 어떤 곡인가요?
   
정민재 : 신중현 씨 새 앨범이 나오면 신중현 특집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못한 말이 너무 많은데, 신중현 씨가 초창기에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셨대요. 내가 한국인이니까 외국의 록을 해도 한국적인 록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신중현 씨의 초창기 음악들을 들어보면 서구의 로큰롤 형식과 음향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멜로디와 음계 같은 것들은 국악적입니다. ‘빗속의 여인’, ‘미인’, ‘아름다운 강산’ 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알 수 있죠. 오늘은 그중에서 ‘미인’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1974년 신중현과 엽전들 1집에 실린 곡이었는데, 당시에 3천만의 가요라고 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죠.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이 구절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강렬한 구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 네,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들으면서 <뉴스를 품은 음악> 마무리 할게요.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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