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빛과 그림자를 색으로 표현하는 작가, 정일모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09 15:29  | 조회 : 713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정일모 작가


빛과 그림자를 색으로 표현하는 작가, 정일모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초대석 시간입니다. 우리의 눈이 세상을 담는 창이라면요. 그 창을 통해 들어온 세상은 또 다른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원색을 통해 세상의 창을 그리는 작가, YTN 아트스퀘어 7월의 작가, 꿈을 꾸는 화가, 정일모 작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 정일모 작가(이하 정일모)>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오늘 초대석 오프닝 이 멘트가 참 작가님을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작가님 소개를 해드렸는데,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직접 소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정일모> 네,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 저는 정일모라고 하고요. 그림 그린다는 이유로, 또 YTN에서 전시하고 있어서 초대가 되었는데요. 이런 자리가 처음이에요. 너무 낯설고 어렵기는 한데요.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조현지>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YTN 아트스퀘어에서 전시 중인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인데요. 오늘 7월의 작가로 정일모 작가와 함께합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상암동 YTN 사옥 로비에 오시면요. 24시간 열려 있는 오픈 갤러리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작품 감상을 하실 수 있으니까요. 오늘 인터뷰를 듣고 정일모 작가의 작품이 궁금하다고 하시는 분들은 직접 오셔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그림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초대석으로 매번 작가님들과 만나면서 눈을 조금씩 떠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정일모 작가 그림 보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게 아주 진한 채색이었어요. 뭔가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아무래도 인상이 참 강렬하게 느껴졌거든요. 이런 색감을 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 정일모> 제가 본능적으로 그런 색들을 고르는 것 같아요. 머리에서 계산하지 않고, 몸이 먼저 그런 색들을 고르더라고요. 작가라면 형태와 색들로 표현을 하는데, 저는 형태보다는 색으로 전달되는 내용들이 더 강한 것 같고, 색에 또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색으로 많이 표현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색들이 더 강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조현지> 제가 원색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감이 한편으로는 살짝 어두운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것도 다 계산된 선택이겠죠?

◆ 정일모>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건 빛과 그림자거든요.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림들을 저는 좋아하고, 제가 그렇게 표현을 하고자 해요. 그래서 밝지만 그 안에 슬픔이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제 안에 그 두 가지가 다 있는 것 같아요.

◇ 조현지> 그러다 보니까 작품 속에서도 그런 느낌들이 표현이 되고, 그러면 제가 느낀 게 맞는 거네요?

◆ 정일모> 네.

◇ 조현지> 이렇게 작가님들이 나오실 때마다 확인을 받고 싶은 느낌이 들어요. 이제 작품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볼 텐데, 제가 가장 먼저 접했던 작품이 <데이지>라는 작품이었어요. 뭔가 조각보를 펼쳐 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 작품 역시 색감이 참 예뻐요. 그런데 또 작가님의 다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여기에 등장하지 않더라고요. 다른 작품들은 보면 인물이 정말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 모든 날이 성탄절이다, 이런 작품 제목이죠? 이것을 보고 저는 ‘마더’의 김혜자 씨가 춤추는 그런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고, 또 찾아보니까 같은 제목의 그림들이 여러 개 있더라고요.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팔과 다리를 들고 춤을 추는 듯한, ‘막춤’을 추는 듯한 여성분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거든요?

◆ 정일모> 그 영화가 정말 생각나네요.

◇ 조현지> 이 작품은 어떻게 그리게 되신 거예요?

◆ 정일모> 뒷모습 그림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뒷모습 그림이 40점 정도 시리즈로 있거든요. 인간의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 그림이에요. 그래서 상징적으로 뒷모습으로 그린 건데, 뒷모습 그림 중에 가장 끝에 그린 그림이에요. 빛과 그림자를 통합시키고자 하는 그림이어서 크리스마스가 예수가 탄생한 날이잖아요. 그 날만 탄생한 게 아니라 사실은 매일 태어나서 매일 새롭고, 매일 오늘이 기쁜 날이라는 건데요. 그림에 보면 팔 다리도 균형이 조금 안 맞는 것 같지 않으세요? 손가락도 열 개씩 되고, 손톱들이 떨어지고 있는데, 색깔이 막 떨어지고 있잖아요. 그런 빛으로 둔갑돼서 환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작품들인데요. 작품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제목의 그림들이 몇 개가 더 있어요. 

◇ 조현지> 저도 처음에 이 작품만 보고 이 작품 참 독특하다고 생각하고, 찾아봤는데, 여러 작품들이 있어서 더 궁금해졌는데요. 무려 40점이나 있다고 하네요. 앞서서 이 작품은 뭔가 기분이 좋은 그런 느낌을 담았다면, 저는 엄마라는 작품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작품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잠깐 설명을 드리면, 해가 지고 있는 어스름한 시간에 양손에 가방과 비닐봉지를 들고 뭔가 뒤로 치켜들어서 우리를 반겨주는 듯한 엄마의 모습? 엄마가 집에 오면서 한 손에는 봉지,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오는 것 같은데요. 제목을 몰라도, 누가 봐도 엄마 같은, 그런 작품인데요. 이 작품 제목 뒤에 괄호 치고 생의 경계에서, 라는 말이 있었어요. 괄호 안의 부제라고 할까요? 이 제목을 보고서 뭔가 뭉클한 느낌도 들었거든요? 이 작품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요?

◆ 정일모> 그 그림이 제 마음 속에 애잔하게 있는 작품이기는 해요. 실제 저희 엄마이기도 하고요. 엄마의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림 보면 배경에 시골의 집들이 보이잖아요. 저희 시골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고향에 제가 내려갔다가 엄마가 일 끝나고 들어올 때가 돼서 미리 마중을 나갔어요. 엄마가 마치 딱 오고 계셔서 엄마한테 요청을 했어요. 점프를 해달라고. 그러면 제가 사진을 찍고 싶어서, 엄마의 그런 활기찬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서, 하나, 둘, 셋, 했을 때 엄마가 뛰었는데, 몸이 안 뜨고 팔만 뜬 거예요. 제가 많이 찍는 컷이거든요. 그 장면을 찍는데, 뒤에 배경에 노을이 지고 있고, 전깃줄이 유독 많았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엄마의 생을 생각하게 됐어요. 한 사람이 태어나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기간 동안에 노을이 지는 지점이 엄마의 칠순이 다 된 나이와 맞아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 안에 엄마가 살고 있고, 엄마는 지금 노을이 지는 데까지 삶을 살아온 거고, 아직 저녁이 있고, 밤이 남아 있잖아요? 그런 엄마의 인생을, 뭔가 순간 스쳤는데, 너무 아련하고, 짠한데, 연민도 느껴지고. 엄마가 아닌 한 여자, 한 사람으로 봤을 때 그런 가슴에 느껴지는 것들이 순간 가슴에 접촉됐어요. 생의 경계와 엄마를 같이 묶어서 작품을 하게 되었어요.

◇ 조현지> 지금도 또 그 장면을 떠올리시면서 눈시울이 붉어지셨는데요. 설명을 듣고 나서 저도 작품을 떠올리니까 엄마는 딸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폴짝 뛰셨고, 그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이 작품 속에 담겨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취자님께서 “작가님의 그림은 늘 마음을 울리는 따뜻함이 있어서 좋습니다.” 보내주셨고, 또 “역시 설명을 듣고 보니까 너무 와 닿아요. 꼭 찾아봐야겠어요.” 해주셨고요. 다른 분은 “엄마를 마중 나가는 딸이라니 당신은 최고의 작가이기 전에 좋은 딸이네요. 부럽습니다. 왜 저는 기다리기만 했을까요.” 하고 엄마의 입장에서 보내주시기도 했고요. 다른 청취자님은 “방송 처음이라고 하시는데, 말씀 너무 잘하시네요. 그리고 목소리가 영화배우 전도연 씨하고 비슷해요. 매력적인 콧소리.” 해주셨는데요. 혹시 전도연 씨 성대모사 하실 줄 아세요? 

◆ 정일모> 평소 같으면 하고도 남았는데, 못 하겠네요.

◇ 조현지> 왠지 저희가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많은 분들이 궁금해서 YTN 사옥으로 몰려오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까 제가 작품 느낌 얘기하면서 이런 거 제대로 본 게 맞나요, 하고 확인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런 분이 또 계시네요. “저는 아이 픽업 가면서 봤는데, 빨간 채색에 나팔꽃을 나팔로 표현한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 아들도 그거 보면서 잘 그렸네, 그러더라고요. 작가님 그림 보고 있으면 따뜻하던데, 제가 느낀 느낌이 맞는 건가요?”

◆ 정일모> 일단 따뜻하다고 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고, 아이들이 제 그림을 좋아해요. 어떤 아이는 너무 쉬워, 나도 그리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는데요. 나팔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해도 될까요?

◇ 조현지> 그럼요. 나팔 작품들이 참 많아요. 원래 여쭤보려고 하는 질문에도 있었거든요.

◆ 정일모> 나팔 작품도 한 40점 정도가 있거든요. 나팔이 불고 있는 나팔도 있고, 나팔꽃도 있잖아요. 그 두 개를 합쳐서 제가 작품에 같이 넣었는데요. 부는 나팔의 의미는 우리 안에 있는 소리를 가지고 있는 본성의 빛을 겉으로 드러내서 표현, 표출하는 것들을 상징으로 했어요. 그 사람만 가지고 있는, 내고 싶은, 낼 수 있는 소리가 있잖아요. 그것들을 감추지 말고 드러내고, 발현하는 것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고, 나팔 소리는 그것을 더 초점화해서 작업을 했고요. 개인전도 나팔 소리라는 작업으로 했던 적이 있었어요.

◇ 조현지> 이번에 전시된 작품 속에서 <나팔소리 10>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저는 노란 배 모양을 보고 혹시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이 세월호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라고요?

◆ 정일모> 네, 맞아요. 그때 작가라면, 화가들이라면 시대를 반영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할들을 예술가들이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저는 했어요. 그 그림을 보면 아이들이 다 나팔을 불며 날아가고 있는데, 바다인 것 같잖아요. 배가 또 노란 배가 있기 때문에 바다인 것 같고, 또 하늘인 것 같이 표현을 했어요. 그때 그 영혼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날려주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제가 아니어도 이미 그 영혼들은 자유롭게 날아갔고, 그것들을 제가 표현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서 그렇게 작업을 하게 됐고요. 그 작업이 꼬박 한 달이 걸렸어요. 그 물결무늬와 하늘의 무늬, 줄무늬를 그리는 게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 조현지> 아마 그 시간 동안 작가님 나름대로 우리 친구들을 잘 보내주는 나름의 의식이랄까요?

◆ 정일모> 맞아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 조현지> 오늘 인터뷰 전에 신청곡을 요청해주셨어요. 어떤 노래인지 직접 소개를 해주시죠. 

◆ 정일모> 제가 5월에 거제도에 전시를 하러 갔는데요. 거기서 강정호 씨의 앨범을 하나 만나게 됐어요. 그 앨범을 듣다가 ‘섬마을 거제’라는 곡이 하나 있었는데요. 이 곡이 딱 듣는데, 제가 울컥했어요. 이유가 때 묻지 않고 너무 순수한 곡인 거예요. 저는 이미 이렇게 40대가 되었고, 지나왔는데, 그 노래에는 그때 순수한 청년의 감성이 들어가 있는데, 초심을 잃지 않게 하고, 처음으로 돌아가게 하고, 나를 순박하게 만들어지는 곡인 거예요. 그게 마치 저를 힐링해주어서 나를 위해 만든 곡이다, 제가 이렇게 생각이 들었는데, 강정호 씨한테 전화를 했어요. 앨범을 달라고. 여기서 틀고 싶다고. 그래서 제가 요청을 하게 되었는데요. 저도 그림 그리면서 이렇게 초심의 마음, 순박한 마음을 잃고 싶지 않고, 그것들이 노래와 매칭되어서 신청곡으로 드리게 되었습니다.

◇ 조현지> 시간 관계상 일단 작가님과는 여기서 인사 드려야 할 것 같아요.

◆ 정일모> 아쉬워요.

◇ 조현지> 그러니까요, 저도 아쉽습니다. 오늘 초대석 YTN 아트스퀘어 7월의 작가, 정일모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정일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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