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같이의 가치] 당신은 몇 등급인가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3-28 14:42  | 조회 : 808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이성규 한국 장애인 재단 이사장


[같이의 가치] 당신은 몇 등급인가요?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운동을 할 때, 누군가와 같이 하면 더 오래 할 수 있고요. 밥을 먹을 때도 누군가와 같이 먹으면 확실히 밥맛이 살죠. 그러고 보면 물건을 살 때도 이것과 저것을 같이 샀을 때, 할인 폭이 크잖아요. 함께였을 때, 함께 했을 때 빛나는 것이 ‘같이’의 가치가 아닐까요? 장애인식 개선 및 복지계 뉴스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같이의 가치>, 한국 장애인 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성규 한국 장애인 재단 이사장(이하 이성규)>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2주 전에 저희가 스페셜 올림픽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성황리에 잘 마무리됐나요?

◆ 이성규> 잘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도 44개 따고요. 또 은메달도 25개, 동메달 28개, 4위부터 8위까지는 리본을 획득했고요. 그렇게 잘 마치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뭔가 순위 매기기는 그렇죠.

◇ 조현지> 그래도 성적이 정말 좋은데요. 우리 선수들의 노력이 메달로서, 리본으로서 값진 보답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소식 들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또 어떤 주제를 준비해오셨나요?

◆ 이성규> 이런 얘기를 하면, 저도 마음이 아프고 한데요. 소고기에는 등급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한테 왜 등급을 매기느냐. 사람한테도 등급이 있다,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으세요?

◇ 조현지> 아니요, 그것은 옛날에 진골, 성골, 이런 거 아닌가요?

◆ 이성규> 그 계급 말고 장애인들한테 몇 등급, 몇 등급 해서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었잖습니까? 지금도 아직 있습니다.

◇ 조현지> 장애인 등급제 얘기하시는 거군요?

◆ 이성규> 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장애계 내에서는 상당히 인권에 관한 문제 아니냐, 어떻게 사람에 등급을 매기느냐, 이래서 폐지를 오랫동안 주장해왔고, 지난 대선 때 공약이 되면서 폐지가 곧 될 거예요. 그런데 그 부분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 조현지> 좋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을 등급으로 구분한다는 게 요즘 세상에서 듣기만 해도 껄끄러운 내용인데, 31년 동안 유지되 온 장애 등급제가 올해 7월이면 폐지된단 말이에요. 어떤 문제들이 있었나요?

◆ 이성규> 사실은 등급을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가 의학적 소견이었습니다. 의료적인 소견으로 이 사람의 팔과 다리, 청력과 시력이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가 기준이 되어서 했는데요. 요즘 손상에 대한 중요성보다는 앞으로 이 사람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느냐, 이렇게 점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31년 동안 그 패러다임 속에서 의학적 기준에 의한 손상을 바탕으로 등급을 매겼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요. 또 하나는 그러다 보니까 장애인이 등급에 의해서 등록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장애인이 되어 버리는 거예요. 낙인 효과가 있었다는 단점이 있었고요. 결국은 사람에 대해서 의학적 기준으로 등급 구분을 해서, 그 등급 안에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 이것은 인권 침해다. 이런 세 가지 정도의 정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조현지> 장애인 스스로 어떤 정도의 아픔이 있다, 이게 아니라 의사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의 장애다, 라고 판정을 내렸다는 얘기도 아까 해주셨는데요. 이런 장애인 등급제 관련해서 장애 당사자가 직접 공단에 편지를 썼다고요?

◆ 이성규> 네, 건보공단에 편지를 썼는데, 장애인 등급을 재판정 받으면서 그 전에는 어떤 서비스를 받았는데요. 등급이 조정되면서 서비스를 못 받았어요.

◇ 조현지> 그러니까 장애인 등급제라는 게 예를 들어서 1급, 2급, 3급이 있으면 급수가 높을수록 지원되는 항목이 많고, 낮을수록 지원되는 항목이 적고, 이랬던 거죠?

◆ 이성규> 그런데 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어떤 서비스에 대해서 신청을 하다 보니까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재판정을 받을 때 판정이 옛날에는 중증이었는데, 경증 판정을 받은 거죠. 이게 왜 그러냐면 의사한테 찾아가서 그 의사 소견서가 판정 위원회한테 간단 말이죠. 그런데 본인을 보지 않고, 당사자를 보지 않고, 서류로만 검사를 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장애판정을 해서 서류하고 사진만 보고 2급을 갑자기 줬어요. 1급이었던 사람에게요. 그래서 각종 서비스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뭐라고 얘기를 했냐면, 심사 때 제가 참여하면 안 될까요? 앞으로도 몇 십 년은 이 몸으로, 그러니까 혼자 의자에 앉을 수도 없고, 몸을 가눌 수도 없는 상태였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더 이상 좌절감에 빠져서 이 세상을 엉망으로 살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이런 이야기였는데요. 이런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조현지> 말씀하신 것처럼 정형화된 등급의 틀 속에서 개인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판정내렸다는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 이성규> 사실 미국이 됐든, 영국이 됐든, 등급을 한국과 같이 나눠놓고 여기에 장애 수당이라든가, 각종 감면, 공제, 이런 제도들을 거기에 맞추는 나라는 없어요. 미국과 영국 같은 곳은 그 사람이 필요한 게 뭔가, 지금 각종 주거 환경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다른 주거 환경 속에서 이 사람이 일상생활을 원만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오히려 교통비 보조가 더 필요한지, 아니면 병원을 더 자주 다니도록 건강 쪽에 치중하든지,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고,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의 등급제와는 많이 다르죠.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 이분도 근육병으로 그렇게 고생하시면서도 각종 첨단 장비를 붙여서 훌륭한 학자로서 끝까지 지원을 받도록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으로 보면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 사람이 몸이 얼마나 아프고, 불편한지보다는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 조현지> 비장애인들은 저를 포함해서 장애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계실 거고요. 지금 장애인 등급제 폐지 얘기를 들으시면서 그렇구나, 싶지만 나 하고는 먼 얘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장애라는 것은 순식간에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비할 필요도 있고,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장애라는 게 후천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더 많은 거죠?

◆ 이성규> 90% 정도죠. 후천적으로 된다고 나와 있고,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요. 90% 넘게 나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일단은 후천적으로 병과 사고가 많기 때문에 누구나 장애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고요. TV 프로그램 중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게 있죠. 그렇듯이 장애인도 어쩌다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면 세상에서 불편을 당하는 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거고요. 요즘 고령 사회가 되면서 어쩌다 장애가 아니라 누구나 장애. 인생 마무리는 누구나 장애가 되기 때문에 이제는 이런 부분들을 이게 삶의 한 과정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 이런 부분을 아로새길 때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조현지> 이렇게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건가요?

◆ 이성규> 등급제 폐지라고는 했는데요. 7월부터 폐지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완전한 폐지는 아니고, 폐지를 위한 반보 걸음을 뗐다고 생각합니다. 1등급부터 6등급까지 있었고, 1등급부터 3등급을 중증, 4등급에서 6등급을 경증으로 통상 분류했어요. 이것을 두 가지로 중증, 경증, 이렇게만 분류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분류를 해놓고 기존의 것을 활용하되, 이제 다시 조사표를 만들어서 다시 욕구 조사를 합니다.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을 조사하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이제는 맞추는 작업을 이제 시작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조현지> 그래서일까요? 여전히 허울뿐인 계획이다, 이런 비판도 많더라고요.

◆ 이성규> 그렇습니다. 허울뿐인 계획이다. 이것은 왜냐하면, 예산이 확보가 안 됐어요. 정부 예산이 많이 확보가 안 돼서 서비스를 받던 분들 중에 중증 장애인들은 오히려 서비스 받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못 받을 가능성도 많고요. 예를 들면, 장애인 콜택시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아직도 많이 기다리는데, 이제는 신청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더 오래 기다리는, 이용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거죠. 특히 중하신 분들은 더욱 힘들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반 보 내딛을 때 같이 검토하고 내딛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 조현지> 그래서 중증과 경증 두 개로 나뉘게 되면, 어쨌든 그 안에서 유동적으로 개인에게 맞춰서 서비스가 지원된다는 거겠죠?

◆ 이성규> 그렇죠. 중증, 경증으로 나눠놓고 그 안에서 개인에 대한 조사표를 통해서 조사를 하고, 그 사람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더 필요한지, 아니면 건강 관련 도움이 필요한지, 이런 부분들을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런 것이죠. 그런데 여기에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예산이 많이 확보가 안 돼서 장애인계는 아직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역시 무엇이든 복지 예산에 있어서는 돈이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면, 앞으로 장애인 등급제를 어쨌든 폐지하기로 결론이 난 거고요. 7월이면 폐지가 됩니다. 어찌 되었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방향을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 이성규>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도가 바뀌면서 변화가 생겼을 때 받던 사람들이 서비스를 못 받게 되면, 그것은 아쉬움이고요. 또 안 받을 사람이 계속 받아도 그것은 제도의 허점이고요. 안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꼭 받아야 했는데, 못 받은 사람들을 찾는 것과 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받은 부분을 가려내는 작업과 그리고 정말로 조사표가 개인의 욕구를 맞춤형으로 끄집어낼 수 있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제는 예산과 더불어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을 거예요. 1, 2년 동안요. 그때 면밀히 검토해서 설계를 바꿔야 할 때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조현지>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가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한 청취자님께서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장애 1등급을 받았다고 좋아하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참 씁쓸하네요. 감수성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의료나 공공 영역에서는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앞서서도 판정이라는 틀에 맞추다 보니까 이런 문제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정말 한 명, 한 명에게 귀 기울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 이성규> 개인. 개인이 제일 중요합니다. 모든 상황이 다 다르잖아요. 팔이 불편해서 등급을 만약에 2등급, 3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 팔이냐, 어느 부위냐, 이런 게 다 다르거든요. 그 개인에게 맞는 조사와 처방, 이게 대단히 중요한 것 같고요. 그 개인이 가장 소중한 인권의 주체이기 때문이죠.

◇ 조현지> 네, 오늘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봤는데, 이성규 이사장님, 오늘도 신청곡 있으시다고요?

◆ 이성규> 네, 개인, 사람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요즘 곧 벚꽃도, 부산은 다 폈더라고요. 서울로도 상경할 텐데요. 벚꽃보다도 저는 사람이 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신청합니다.

◇ 조현지> ‘같이의 가치’ 오늘 한국 장애인 재단 이성규 이사장님과 함께 했고요.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성규>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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