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월)- 여성 작곡가

M1)Bingen: Vision (O Euchari In Leta Via)- OSB Sister Germaine Fritz
M2)What`s Your Story Morning Glory- Julie London
M3)그대 있음에- 조수미


1179년 9월 17일 오늘은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라는 이름은,
가톨릭의 역사나,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
낯설 수밖에 없겠죠.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가톨릭 성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엄청난 업적을 낳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입니다.
위키백과에서는 폰 빙엔을
수녀, 예술가, 작가, 카운슬러, 언어학자, 자연학자, 과학자, 철학자, 의사,
약초학자, 시인, 운동가, 예언자, 작곡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폰 빙엔을 여성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부르고 있죠.
폰 빙엔이 저술한 신학서와 의학서, 식물학서는
서양지성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죠.
무엇보다도 폰 빙엔은
작곡가와 작곡한 음악이 현재까지 내려오는 인물 중
가장 오래된 사람입니다.
오늘날 남아있는 작품이 있는 작곡가 중에서 가장 오래된 인물이,
여성 작곡가라는 사실은
남성 위주의 사회로만 이어진 오늘날의 음악계를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이겠죠.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최초로
여성들만을 위한 독립된 수녀원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고,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에게도 무척이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여성의 역사에 있어서 폰 빙엔이 차지하는 위치는 무척이나 높은 것입니다.
힐데가르트가 작곡한 여러 성가와 전례극은,
지금도 연주회 무대에 올려지고 있고,
음반으로도 계속해서 발매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재즈나 팝 음악에 있어서도,
여성 작곡가의 존재는 무척이나 드문 편입니다.
음악적 재능 유무에 있어서 성별은 아무 상관없는 요소이지만,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막는 분위기 속에서,
여성 작곡가는 쉽게 배출되지 못했죠.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여성 재즈 뮤지션이 있죠.
바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메리 루 윌리엄스입니다.
1910년생인 메리 루 윌리엄스는
초창기 재즈 음악 발전에 큰 업적을 쌓은 천재 뮤지션이었죠.
텔로니어스 멍크, 디지 길레스피 같은
전설적인 재즈 거장들의 멘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연하고 받은 돈, 곡을 판 돈을 모두 남편에게 빼앗기면서,
힘겹게 뮤지션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고,
후배 남성 뮤지션들이 자신보다 먼저 빛을 보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루 윌리엄스는
활동 근거지를 유럽으로 옮기기도 하고,
더 이상 자신을 찾지 않는 콘서트 무대를 떠나 교육에 힘을 쏟기도 하면서,
어렵게 활동을 이어나갔죠.
메리 루 윌리엄스의 진가가 제대로 인정받게 된 것은,
말년인 1970년대가 되어서야 가능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루 윌리엄스가 흑인 여성이었기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것이죠.
역사적으로 많은 작곡가가 배출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 작곡가는 무척이나 드문 편이죠.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클래식 음악계에 있어서 최초의 여성 작곡가로 언급되는 인물,
바로 김순애입니다.
그대 있음에, 4월의 노래 등의 가곡으로 유명한 김순애는,
1920년에 태어나 이화여전 작곡과를 졸업하고,
경기여고 교사를 거쳐 1953년부터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죠.
남성 중심의 우리 클래식 음악계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굳히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던 사실에 힘입은 것이겠죠.
김순애는 이대 교수 시절,
미국 이스트만 음악학교와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유학한 이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날 진은숙 같은 세계적인 여성 작곡가가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은
김순애 교수의 선구적인 활동 덕분에 가능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