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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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초대석 "자살유가족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요" - 정규환 자살예방전문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7-25 14:15  | 조회 : 2451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7월 25일 (수요일) 
□ 출연자 : 정규환 자살예방전문가

전성기 초대석 - 정규환 자살예방전문가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살예방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규환 씨, 자리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규환 자살예방전문가(이하 정규환): 반갑습니다.

◇ 김명숙: 반갑습니다. 스튜디오 들어오니까 에너지가 느껴져요. 제가 <당신의 전성기, 오늘> 함께하면서 게스트로 모신 분 가운데 가장 어린 분을 만나서 제가 더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 정규환: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 김명숙: 보기만 해도 기운이 넘쳐나서요. 자살예방전문가로 강연하신다고 하지만 많은 분들께 정말 에너지를 팍팍 주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걸로 제가 들었어요. 춤도 추신다고요. 어떤 춤이에요?

◆ 정규환: 네, 춤도 추고 있습니다. 춤은 현대적으로 현대무용이나 힙합, 최근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추고 있어요.

◇ 김명숙: 전공이에요, 취미예요?

◆ 정규환: 전공해서 팀을 꾸려서 같이 하고 있어요.

◇ 김명숙: 멋지다. 그런데 그렇게 춤을 추시는 분인데 어떻게 자살예방전문가로 활동을 시작하셨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 정규환: 저희 집이 자살 유가족 집안이었기 때문에. 3대가 7명 정도가 다 자살로 떠났거든요. 할아버지 5형제가 다 떠나게 되어서. 저희 친척 형이랑 친누나가 13년 전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 있었는데 이제 그것을 극복하고 춤도 추고 세상을 밝게 살 수 있어서 지금 행복한 것 같아요.

◇ 김명숙: 지금 말씀을 너무 담담하게 하셔서. 그게 얼마나 사실 큰 아픔이고 극복하기 정말 어려운 아픔일 텐데, 지금 말씀으로는 그게 잘 와 닿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 가족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든 나와 이별했을 때, 특히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경우에는 세상을 떠난 분도 그렇지만 남겨진 가족으로서의 아픔이라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잖아요. 특히나 아까 3대, 아버님 형제들 이야기하셨지만, 바로 나의 누나가 그랬을 때 그걸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저는 참 궁금하네요.

◆ 정규환: 일단 당시 진짜 많이 힘들었거든요. 왜냐면 저는 솔직히 누나에 많이 의지했거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랑 떨어져 살고 누나에 많이 의지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좀 안식처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 저의 쉼터. 그런데 제가 20살 때 누나가 갑자기 유사도 없이 졸업식 날 떠났거든요. 

◇ 김명숙: 그 이유도 몰라요?

◆ 정규환: 이유는 그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나중에서야 알게 됐죠. 학교에 적응을 못 해서 누나가 졸업을 못하는 상황인데 부모님은 모르시니까, 졸업을 가야 하니까. 누나가 압박을 받다가 갑자기 투신자살로 그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너무 이해가 안 됐어요. 그리고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어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그런데 누나가 이제 없으니까 다시는 못 보니까 받아들여야 했을 때 되레 죽음이, 절망이 다가오니까, 뭐랄까 되레 명쾌해지는 거예요. 아주 심플해지고 더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그 안에서 솟더라고요, 힘이. 되레 그렇게 반전이 있더라고요.

◇ 김명숙: 평소에 성격이 워낙 밝은 성격인 것 같아요. 그런가요?

◆ 정규환: 맞습니다. 솔직히 좀 밝은 성격은 맞아요.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고.

◇ 김명숙: 그런 부분도 어쩌면 그런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 정규환: 확실히 도움은 됐어요.

◇ 김명숙: 그러면 이렇게 자살예방전문가로 강연도 하시고, 그러다 보면 실제 자살 유가족들과도 만날 기회가 많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잖아요. 그러면 그분들은 어떤 면들을 많이 힘들어하시나요?

◆ 정규환: 확실히 두 가지 측면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죄책감 때문에. 그들도 소중한 사람을 잃었기 때문에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기의 죄, 내가 문제였다, 그것에 너무 잠식되는 것 같아요. 나 때문에. 가족이었기 때문에, 사랑했고. 그리고 나머지는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태도인 것 같아요. 어쩌면 섣부른 이해, 답을 주려는 행동들이 우리를 더 다치게 하는 것 같아요.

◇ 김명숙: 어떤 위로도 사실 위로가 안 된다는 이야기로 통할 수 있을까요?

◆ 정규환: 네. 솔직히 쉽지 않아요. 어쩌면 기다려주고 바라봐주는 것.

◇ 김명숙: 그렇지만 또 주변의 사람들은 가만있기 뭐하니까 뭐라도 얘기라도 해주려고 하는 심정이 있잖아요. 그걸 중간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면 유가족들에게 뭐라고 말씀해주시는 편이세요?

◆ 정규환: 어쩌면 저도 그냥 한 사람의 유가족으로서 같이 다가가는 것 같아요. 어쩌면 섣부른 이해나 말을 하기보다 그들과 더 눈을 마주치고, 그들의 마음 상태를 더 살피고, 조금 더 그들이 들었을 때 아프지 않은 단어로 고민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심사숙고해서.

◇ 김명숙: 우리가 자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최근에는 많이 변화하긴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떠나신 분들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솔직히 있었어요. 최근에는 언론 보도도 그렇고 예방 차원에서 많이 자살에 대한 보도도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모방자살도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언론도 그런 부분에서 자제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는 사실 남겨진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나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나름 생각해놓은 게 많으실 것 같아요.

◆ 정규환: 저도 유가족이었고 이 일을 하면서 이 영역에 대해서 삶을 살다 보니까 느껴지는 건, 확실히 그래도 남겨진 자들에게 배려하는 제도는 있는데 아직은 너무 미흡한 상태인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나 너무 미흡하고, 특히 이들에게는 아픔의 위로도 있지만 재정적인, 실질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왜냐면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못하기 때문에 다 재정이나 생활고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더 도와주는 시스템이 아직은 너무나 약한 편. 실제적인 도움들, 그것이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 김명숙: 심리적인 여러 가지 위로나 그런 것도 필요하지만, 살아갈 방법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자살예방 대책뿐만 아니라,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게끔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살아갈 수 있는 대비책 그런 게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현장에선 그게 더 절실하게 느껴지신다는 거겠죠. 어떤 식으로 요구 같은 걸 갖고 계신가요, 유가족들이?

◆ 정규환: 그들은 더 외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이것이 너무 심각하다. 그런데 왜 이걸 더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없게 만드느냐. 어쩌면 지금 성범죄나 이런 것에 대해서 성교육도 다 공공기관에 들어가는데 왜 이것만 자꾸 숨기냐. 더 드러내자, 더 외치자. 이것이 더 그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 김명숙: 자살예방 대책뿐만이 아니라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요즘 사실 요 며칠 우리가 아주 참담하고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자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예방 차원, 대책 마련, 원인 규명 이런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특히 유명인이 그랬을 경우에는 사회적인 영향력이 엄청나잖아요. 물론 일반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적 파장뿐만 아니라 가족 내에 영향을 미치는 게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많기 때문에 이런 보도가 나오면 사실 조금 잊고 있던 유가족들도 다시 그 아픔이 떠오를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정규환: 저도 동일한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어쩌면 그들에게 그 일은 삶의 시간이 멈추는 시간이거든요. 다시 감정이입이 자기도 모르게 들어가요, 그것에 대해서. 그러면서 자꾸 옛날로 돌아가고 다시 침체되고 묶이고. 잘 살다가도 그렇게 한순간에 변하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저희 누나도 그때 어떤 연예인, 영화배우였던 것 같아요. 되게 인지도 있는 영화배우였는데 그 사고가 나고 2주 뒤에 누나도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러면서 그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고 더 느끼는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런 면에서는 보도할 때, 물론 사실적인 측면을 보도하는 건 좋지만 조금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건 저희가 여기서 논할 건 아니고, 우리 정규환 씨가 자살예방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니까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에서 느끼는 게 많을 거 아니에요. 아까 본인 스스로는 평상시에 밝고 긍정적인 마음이 많기 때문에 극복하기 그래도 좀 나은 편이었다고 하지만, 또 실제적으로 쉽게 하는 이야기로 평소에 약간 마음이 여리거나 어둡거나 내성적이거나 우울한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유가족들은 그것과 무관하게 극복하기 어렵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런 성향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 정규환: 확실히 성향도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자기의 기질이나 체질이나 환경 안에서 그렇게 더 우울하고 더 자기 안에서 갇히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환경도 있기 때문에.

◇ 김명숙: 어떤 경우에는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평상시엔 참 밝고 정말 성격도 강한 것 같았는데 이런 경우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주변에서 보실 수 있나요?

◆ 정규환: 그런 경우도 더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되레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결단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더 선택을 강하게 하더라고요. 그들을 보면 준비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순간의 충동도 있겠지만, 다 준비하는 게 있어요. 미리미리 쌓아놓은 것들이 터지는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런걸 어떻게 평상시에 예방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정규환: 스스로 마음 상태를 잘 체크하면서 점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했던 것 중에 되게 좋았던 건 감사의 보물들을 살면서 찾는 거였어요.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작은 것에서 감사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마음에 쌓아뒀을 때 조금씩 건강해지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 김명숙: 자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뭐라고 사실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쉽지 않고, 또 편견을 갖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죠. 세상을 떠나야겠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했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고 나면 또다시 시도하는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 많이 보셨어요?

◆ 정규환: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아요. 한 번 문이 열리면 계속 열리는 것 같아요. 한 번 열렸기 때문에.

◇ 김명숙: 그러면 그런 분들 혹시 보셨는지. 어떤 식으로 상담해주시나요?

◆ 정규환: 네, 몇 번 상담도 하게 됐고요.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꼭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그런 게 아니라 편안하게 그랬냐고.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얘기 안 해도 괜찮다고. 제가 얘기하면 된다고, 편안하게.

◇ 김명숙: 그분이 그냥 듣게만 하게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인도 그렇지만 그런 경우를 겪는 가족들이 있잖아요. 가족들도 그것 못지않게 마음이 상처가 될 것 같은데, 그런 분들께는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는 건가요?

◆ 정규환: 어쩌면 가족들이 진짜 힘들 것 같아요. 가족이지만 그래도 다른 이의 일이잖아요. 그런데 가족이기 때문에 같이 가는 건데. 어쩌면 가족이 정말 그걸 마음으로 같이 가주지 않는다면 진짜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당사자가 알아요, 그런 걸. 가족이 마음의 기준을 나랑 같이 가고 있는지. 내가 힘든데 자기들은 좋아하고, 그런 반대가 아니라 내가 힘들면 같이 힘들고 내가 기쁘면 같이 기뻐하고. 이 기준을 같이 간다면 분명히 그 사람이 더 좋아지고 가족도 더 잘될 거예요, 화합하고.

◇ 김명숙: 그러니까 다르게 보지 말고 나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 정규환: 네, 전혀 문제로 보지 말고.

◇ 김명숙: 사실 이게 말은 쉽지만 막상 그런 경우가 닥치면 쉽지 않잖아요. 그 쉽지 않은 것을 우리 정규환 씨는 성격을 자꾸 극복하려고 했다고 아주 편하게 말씀해주셨지만,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 정규환: 진짜 계기가 지금도 떠오르는 게 20살 때 누나 떠나보내고 나서 2주 동안 거의 정신을 못 차렸어요. 그러다가 아무 힘도 없는 거예요. 아무 힘도 없이 방 안에 누워만 있다가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제 숨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내가 살아있구나, 그리고 내가 살고 싶어 하는구나. 그래서 그때 딱 일어났어요. 살자, 살아야겠다.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이때가 저의 일어나는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러셨구나. 본인 스스로?

◆ 정규환: 네. 이때는 정말 스스로 그냥 어거지로 일어났던 것 같아요.

◇ 김명숙: 어거지로요. 그게 믿기지는 않거든요, 사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 정규환: 아마 또 다음의 계기가 26살 때 호주를 그냥 우연히 혼자 떠났거든요. 살고 싶어서, 쉬고 싶기도 하고. 그때 공항에서 어떤 부부를 우연히 만났고 그들을 따라서 우연히 어떤 한 교회에 가게 됐거든요. 거기서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조건없는 사랑, 그게 정말 컸던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러니까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신 거군요, 주변 사람들의 배려. 그만큼 그것을 선택하려고 시도했던 분들이나 아니면 가족들에게는 사랑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정규환: 네, 사랑이 너무 큰.

◇ 김명숙: 지금 자살예방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규환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노래 한 곡 듣고 와서 다시 계속 이어가도록 할게요. 권진원이 부릅니다. ‘살다 보면’

(음악: 권진원 - ‘살다 보면’)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전성기 초대석>으로 함께합니다. 자살예방전문가 정규환 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지금 질문 들어왔어요. 4958님, ‘자살 유가족 이야기하셨는데 예방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유가족의 경제 문제에 대한 건 못 들어봤어요. 경험상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 문제가 힘드셨는지, 어떤 제도가 절실했는지 궁금합니다. 인천에서 드림’ 잠깐 얘기하셨죠.

◆ 정규환: 진짜 이것에 대해서 실제적으로 저도 경험담이 있었는데, 일단 중요한 건 유가족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힘이 없어요. 일할 힘이 없어요. 그래서 그냥 일을 못해요. 그러면서 다 끊어지고. 저희 집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가정형편이. 그래서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제가 이걸 스스로 해내는 상황이 있었는데, 되레 그런 상황이 오니까 어떤 일이든 닥치는 대로 다 하더라고요. 그냥 막노동이든 아르바이트든 진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그런데 의외로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해갔는데, 중요한 건 나라에서 도움이 많이 있더라고요. 제도적인 것도 있었고,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그래서 되레 나라에 일자리 문의도 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많을 거예요. 그걸 통해서도 한다면 새롭게 일어날 수도 있는 여건이 좋을 것 같아요.

◇ 김명숙: 유가족 관련해서. 어디에 물어보면 좋을까요?

◆ 정규환: 아마 청년 일자리센터나 최근에 일자리 도움 주시는 센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은 아마 가까운 데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예요.

◇ 김명숙: 그리고 5223님께서 ‘팔순 어머니께서 요즘 입버릇처럼 살기 싫다는 말을 하십니다. 처음에는 무서운 소리 하지 마시라고 화를 냈는데 자꾸 다그치기만 하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겁이 나더라고요. 오래전에 이모할머니께서 안 좋게 돌아가신 부분도 있고 해서 더 걱정입니다. 아들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하셨네요.

◆ 정규환: 진짜 청취자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드님이 어머님을 너무 사랑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저도 저희 아버지 관계가 생각나는데, 일단 저희 아버지랑 저의 관계는 약간 남북한 관계였어요. 완전히 분단된 조국이었는데 어쩌면 제가 그렇게 조건 없는 사랑을 입고 저도 그걸 넘어섰을 때 자꾸 생각난 건 아버지였어요. 왜냐면 부모님이 더 조건 없는 사랑을 주셨기 때문에. 그래서 아버지한테 용서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김명숙: 아버지랑 왜 사이가 그렇게 안 좋으셨어요?

◆ 정규환: 아버지가 어릴 때 조금 술을 드시고 과격한 행동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릴 때 아버지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냥 저한테 아버지는 없었는데, 나중에 저도 철이 들고 나이를 먹다 보니까 아버지가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 김명숙: 그게 혹시 죄송하지만 누나의 아픔을 겪고 나서 아버지와 관계가 다시 좋아진 건가요?

◆ 정규환: 그 후에도 솔직히 별로 안 좋았어요. 안 좋다가 진짜 26살 호주 갔다 온 후부터 확실히 관계 개선하기 위해 제가 먼저 다가갔던 것 같아요, 아버지한테. 어쩌면 제가 자녀이기도 하지만 아빠보다는 그래도 제 환경이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먼저 아버지께 용서한다, 이런 게 아니라 아버지께 용서를 구하자. 내가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고 잘못했다고 아빠한테 고백하자. 그랬더니 그때 아빠도 울고 엄마도 울고, 같이 회복되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김명숙: 이 질문하신 분은 아들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하셨는데 계속 그러면 어머님께, 입버릇처럼 살기 싫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께 사랑으로 계속.

◆ 정규환: 네, 정말 계속. 어쩌면 어머님께 사랑의 표현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걸 자꾸 하지 마, 하지 마보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주변의 것으로 환기했으면 좋겠어요.

◇ 김명숙: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그리고 2074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어느 시인의 글이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저도 이런 아픔에서 자유롭지 않은 시간이 있었어요’라고 공감하셨네요.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살아가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자꾸 예방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청소년 자살이 늘어가고 있다고도 하지만, 어르신들이 연세 드신 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자살예방전문가로서 도움 말씀을 주신다면요?

◆ 정규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쩌면 지금 청소년의 추세가 1위로 많이 올라가지만, 특히 50대 장년층 중에 남자의 비율이 되게 높거든요. 남자가 여성보다 2배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그런데 중요한 건 지금 사회가 힘든 것 같아요. 특히 가장들이 살아나기 힘든 것 같고. 그래서 이들에게 조금 더 주변에서 가족들이, 아니면 자녀세대가 먼저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힘들기 때문에, 어쩌면 부모님 세대는 우리한테 다 줬어요. 헌신하고 다 줬는데 이제 다 키워놨더니 너무 허망한 거예요, 공허하고.

◇ 김명숙: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 정규환: 부모님을 많이 고민하다 보니까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 자녀세대가 정말 타이밍 좋게 잘 들어가면 부모님 안의 공허함이 좀 사라질 거예요, 외로움들이.

◇ 김명숙: 그러면서 다시 관계 개선이 되며 다른 좋은 생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죠.

◆ 정규환: 네. 삶을 살아가기 위해 힘을 낼 거예요.

◇ 김명숙: 오늘의 포인트는 그것 같아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내가 먼저, 내가 자식 입장이든 부모 입장이든 먼저 가족끼리 다가가는 것, 사랑으로 표현하는 것. 오늘 좋은 말씀, 도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규환: 감사합니다.

◇ 김명숙: 지금까지 자살예방전문가 정규환 씨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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