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16일 (월)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김희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정태근: A씨는 한국 문화계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전도유망한 공연 예술가였습니다. 그만큼 찾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죠. 사건이 발생한 그날도 A씨는 영화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서울 봉천동의 한 카페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작사 간부를 만나기 위해 스스럼없이 차에 올라탄 A 씨.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죠. 영화사 관계자인 줄 알았던 세 남성이 순식간에 강도로 돌변해 버린 상황. A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그야말로 패닉이었을 겁니다. A씨는 과연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도대체 누가 왜 전도유망한 A 씨를 납치하려고 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 파일에서는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변호사입니다.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이원화 변호사가 이번 주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주 동안 사건 x파일 진행을 맡게 됐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과 이렇게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자 그럼 오늘 사건 엑스파일 함께 해 주실 변호사님 모셔보겠습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김희은: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희은 변호사입니다.
◆정태근: 워낙 유명한 사건이어서 저도 기억이 나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용인 휴게소의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살려달라면서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는 그런 일이 발생했죠? 어떤 상황이었던 거죠?
◇김희은: 2014년 1월 4일 용인 휴게소 주차장 화물차 구역에서 한 남성이 ‘사람 살려’라는 말과 함께 승용차 뒷좌석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곧이어 차에 타고 있던 3명의 괴한이 이 남성을 차 안에 밀어 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범 이 모 씨는 준비해 둔 흉기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수차례 찔렀는데요.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피해자를 차에 가둔 괴한들은 황급히 용인 휴게소를 빠져나갔습니다. 이를 목격한 한 시민이 자신의 차로 괴한들의 차를 따라 붙으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정태근: 그래도 다행히 목격자가 있었군요.
◇김희은: 목격자는 승용차의 차종과 번호판을 정확히 기억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고속도로 순찰대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CCTV 영상에는 150킬로미터 속도로 질주하는 괴한들의 차량이 그대로 담겼는데요. 경기, 강원, 충북지방경찰청까지 동원된 대규모 고속도로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에서 시작된 추격전은 원주 중앙고속도로에서 겨우 끝이 났습니다. 경찰은 공포탄까지 쏘면서 추격한 끝에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정태근: 목격자의 신고가 정말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은데 앞서 피해자가 흉기에 찔렸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잖아요. 무사히 구출됐습니까?
◇김희은: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차 안에서 이미 과다 출혈로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정태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이 사람들은 누구였고, 왜 이 피해자 A씨를 납치했던 겁니까?
◇김희은: 피해자를 납치한 사람들은 심부름 업체 직원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시키는 대로 한 거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공범들의 말을 토대로 이 씨를 집중 추궁해서 누가 시켜서 한 건 맞다는 진술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 씨는 의뢰인이 누구냐, 라는 질문에는 절대 말할 수 없다며 침묵을 지켰습니다. 경찰은 압수한 물품인 대포폰의 통신 내역을 조회했고 특정 번호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던 상황이 포착됐습니다.
◆정태근: 누구였죠?
◇김희은: 의뢰인은 피아니스트이자 오케스트라 음향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던 40세 여성 이 씨였습니다. 이 여성은 몇 년 전까지 피해자와 사실혼 관계였던 전 아내였습니다.
◆정태근: 도대체 왜 그랬던 거죠?
◇김희은: 이 씨는 전 남편인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받을 게 있었다며 남편이 말이 통하지 않아 심부름 센터를 이용했을 뿐 청부 살인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완전히 거짓말이었던 거죠.
◆정태근: 채무 관계는 없었나요?
◇김희은: 채무 관계가 있었던 것 자체는 사실인데요. 이 씨의 말과는 달리 피해자가 이 씨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유가족 중 한 명이 피해자의 방에서 2012년 11월 19일 양쪽이 합의해 공증 받은 사실혼 부당파기에 따른 위자료 지급 합의서 문서를 발견한 것입니다. 문서에는 받을 위자료가 있었다는 이 씨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이 씨가 피해자에게 매달 70만 원씩 총 7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정태근: 둘이 부부 사이였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변호사님 말씀대로라면 아내가 남편에게 매달 70만 원씩 갚아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는 건데 이건 왜 그랬던 거죠?
◇김희은: 이것 역시 이 씨의 거짓말 때문이었습니다. 이 씨는 대학 시절 미혼모로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후 이름을 개명하고 미국으로 떠났는데요. 미국에서 이 씨는 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두 번째 아이를 낳았지만 곧 이혼을 했고 미국에 아이를 남겨둔 채 홀로 한국에 귀국했습니다. 한국에 귀국한 이 씨는 유복한 집안의 촉망받는 예술가였던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또다시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요. 이 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한 피해자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자신도 미국 보스턴 대학 박사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또 결혼 전 이 씨는 자신의 화려한 집안 배경과 재력을 과시했습니다. 이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외교관이며 어머니는 아나운서 출신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10억 원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또한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피해자는 결혼 전 이 씨의 아버지와 50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이 씨와의 결혼을 결심했지만, 이는 이 씨가 쓴 자작 메일이었던 것입니다. 미국에 거주한다던 이 씨의 외교관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해 대전에 머무르고 있었고, 간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는 이 씨의 어머니는 미국에서 이 씨의 두 번째 아이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정태근: 완전히 사기 결혼이었네요.
◇김희은: 이 씨는 결혼 전에는 결혼하면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다며 피해자의 효심을 자극했었는데요. 결혼 후 돌변했습니다. 이 씨는 결혼 4개월째부터 가출을 해 11살 연하의 내연남 장 아무개 씨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내연남의 아이를 임신하고 신혼집까지 예약했던 이 씨는 아이를 지우고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남편 때문에 힘들어 아이를 유산했다며 위로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 씨의 내연남인 장 씨를 만나게 되면서 이 씨의 거짓말이 모두 들통났는데요. 내연남인 장 씨는 자신의 부모님과 상견례까지 한 이 씨에게 남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피해자와 장 씨는 흩어진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면서 이 씨의 실체를 밝히게 된 것입니다. 피해자와 장 씨가 함께 파악한 이 씨의 내연남만도 10명 이상이었습니다. 이 씨는 결혼 생활 도중에도 내연남들이 만들어 준 카드와 핸드폰을 사용하며 함께 밀월 여행을 다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태근: 이 사실을 알고 본인도 본인이지만 가족들도 정말 난리가 났을 것 같아요.
◇김희은: 앞서 유가족 중 한 명이 피해자의 방에서 피해자와 이 씨 양쪽이 합의해 공증 받은 사실혼 부당파기에 따른 위자료 지급 합의서 문서를 발견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서 이 씨는 혼인 생활 중 외도 습관적인 거짓말, 가출, 외도남과의 동거, 임신 낙태, 현금 유용 등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런 이 씨의 실체를 가족은 물론 가까운 지인이나 동료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배우자였던 이 씨에 대한 피해자의 배려였던 것이겠죠.
◆정태근: 이렇게까지 배려해 줬는데 도대체 심부름 업체는 왜 부른 겁니까?
◇김희은: 이 씨는 피해자가 이 씨의 친오빠에게 자신의 치부를 따졌다는 것을 알고 피해자에게 해코지를 하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이 씨는 2013년 11월 심부름 센터로 찾아가 퍽치기를 하거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게 한 후 강간으로 고소하는 등 혼내줄 방법이 있느냐 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 씨는 심부름 센터 직원과 여러 차례 전 남편의 납치 계획을 모의했고,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전 남편을 실명시켜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심부름 센터 직원은 그러면 피해자를 죽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태근: 아무튼 재판에 넘겨졌겠죠.
◇김희은: 심부름센터 직원 이 씨, 정 씨, 유 씨는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피해자의 전 부인 이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에는 혐의가 감금폭행 교사였는데 결국은 강도 상해 치사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정태근: 그런데 정말 화나는 것이 이 여성이 본인 배우자는 물론이고 경찰한테도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었잖아요. 그런데 수사부터 재판이 이어지는 내내 계속 말을 바꾸고 그랬다면서요?
◇김희은: 네 맞습니다. 이 씨는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범행 동기의 원인이 사망한 피해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씨는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위자료 1억 원을 받을 것이 있었다라고 진술했다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1억 원 상당의 혼수를 돌려받으려 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외삼촌은 혼수 비용으로 500만 원을 가져와 피해자의 어머니가 100만 원을 보태 예단비로 줬다. 혼수는 숟가락 하나도 해오지 않았다. 결혼식 비용 전액을 신랑 측에서 부담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피해자의 가족들이 결혼식과 예단 비용을 지불했다는 영수증 내역까지 제시하자 이 씨는 말을 또 바꿨습니다. 이 씨는 피해자가 무능력해서 내가 버는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했고, 심지어 피해자의 차량 수리비까지도 지급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부모로부터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과 건물을 물려받아 발생하는 임대료와 대학 강의료까지 합해 월 천만 원에 가까운 수입이 있었던 피해자가 무능력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족 측은 오히려 피해자가 이 씨에게 커피 전문점을 차려주는 과정에서 2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라고 말했는데요. 결국 이 씨는 또다시 말을 바꿔 피해자가 손가락을 꺾어버린다고 하는 등 나를 괴롭혀 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는 결혼 중에도 가출하여 11살 연하의 장 씨와 동거했는데요. 장 씨의 아이를 임신하고 낙태한 후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남편 때문에 힘들어 아이를 유산했다며 위로금을 요구한 적도 있습니다. 이 씨는 피해자의 부동산을 정리해 돈을 마련해 달라며 피해자의 어머니를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피해자의 본가에 돈을 요구할 때마다 돈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남편과 살기 어렵겠다며 찾아온 것은 남편에게 비밀로 해달라라고 입단속을 했습니다.
◆정태근: 진짜 답이 없다 싶네요.
◇김희은: 이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씨는 피해자의 사망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라고 주장하며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정태근: 그래서 항소심은 어떻게 됐나요?
◇김희은: 항소심 역시 객관적으로 범행이 인정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부인하며 죄를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 사망의 가장 근원적인 책임을 져야 할 피고인에 대한 형이 너무 가볍다며 오히려 형량을 13년으로 올렸습니다. 이 씨는 2심 판결에서도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기각되며 징역 13년형이 확정됐습니다. 범죄를 의뢰받아 실행에 옮긴 심부름 센터 직원 3명은 각 징역 25년, 13년,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정태근: 물론 법과 법 감정이라는 것이 다른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너무 약한 처벌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저 뿐만인가요?
◇김희은: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이 씨가 피해자 사망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했든 못했든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정태근: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