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05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황근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A 씨가 살던 반지하 자취방에서 발견된 A 씨의 일기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일기장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무언가를 치밀하게 계획한 듯한 그림도 석연치 않았죠. A 씨가 올해 안에 꼭 끝내겠다 다짐했던 이것은 과연 뭐였을까요? 그리고 잊지 말고 챙기자 다짐했던 페트병 조각이란 건 도대체 뭘 말하는 거였을까요? A 씨의 일기장이 발견되기 며칠 전으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B 씨가 도통 연락이 안 된다는 B 씨 남편의 전화를 받고 A씨는 황급히 B씨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이미 자신의 집에서 아이 2명과 함께 숨진 상태였죠. A 씨는 대성통곡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살뜰히 B 씨의 가족들을 챙겼다고 하죠.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황근주: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황근주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하마터면 미제가 될 뻔했던 그런 사건이기도 한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황근주: 오늘 사건은 2003년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2003년 12월 29일 일을 마치고 퇴근한 남편이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계속 두드렸는데요.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혹시 아내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동창생에게 애들 데리고 놀러 갔나 싶어서 연락을 했는데요. 동창생은 남편의 연락을 받고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며 곧바로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이원화: 굉장히 친한 친구였던 모양이죠?
◆황근주: 아내 B 씨와 동창생 A 씨는 여고 시절의 단짝 친구였다가요.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가 사건 2년 전에 인터넷 동창 모임으로 다시 만난 후에 수시로 교류를 하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남편도 그 동창생을 알고 있었던 것 같고요. 동창생이 도착해서 집 주변을 둘러보니까 작은 방 창문이 잠겨 있지 않아서 창문을 열고 손을 집어넣어서 안에 핸드백을 꺼냈는데 그 안에 집열쇠가 있었습니다.
◇이원화: 요즘은 대부분 도어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만 당시가 2003년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때만 해도 열쇠를 많이 썼던 것도 같습니다. 아무튼 열쇠를 찾아서 집에 들어갔을 텐데 집안 상황이 어땠나요? 아내가 집에 있었습니까?
◆황근주: 아내와 자녀들이 모두 집에 있긴 있었습니다. 다만 아내는 얼굴에 치마를 덮어쓰고 목에 빨랫줄로 된 올가미가 조여진 채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3살 된 아들은 보자기가 목에 둘러진 채로 10개월 된 딸은 얼굴에 비닐봉투가 씌워진 채로 사망해 있었습니다.
◇이원화: 혹시 극단적 선택이었던 건가요?
◆황근주: 처음에 현장을 본 경찰은 아내가 자녀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이라고 일단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게 현장이 완전히 밀실이었고 거주하던 집이 7층 아파트였는데 밖에서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7층 아파트를 외벽을 타고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런데 형사들이 봤을 때 이상한 점들이 한두 개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것들이었죠? 일단 아무리 엄마가 자녀들을 살해한다고 하더라도요. 만약 진짜로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라면 최대한 자녀가 고통받지 않게끔 했을 텐데요. 자녀들의 가슴과 목에 여러 번 짓밟힌 흔적이 있었고요. 자녀들의 시신도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죽을 때까지 손에 꼭 쥐고 있던 아주 작은 종이조각이 있었는데 이게 무엇인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단란하게 가정을 꾸려서 생활하던 아내가 자살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살인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처음에는 극단적 선택이 아닐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살인 사건으로 수사 방향을 바꿨다는 건데 단서들은 좀 나왔나요?
◆황근주: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다는 점을 보면 아무래도 면식범 같았거든요. 그래서 아내 주변을 살피다가 처음에 남편과 같이 현장을 발견한 동창생 친구를 주목하게 됐습니다.
◇이원화: 그 친구라는 사람이 설마 앞서 남편이 불렀다던 그 친구를 말하는 건가요?
◆황근주: 네 맞습니다. 같은 인물입니다. 경찰이 친구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데 친구가 계속 자기 손을 소매로 숨기는 겁니다. 여기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추궁에 들어갔습니다.
◇이원화: 생각해 보면 자기 집도 아닌데 작은 방 창문으로 핸드백을 꺼내서 열쇠를 찾아낸다는 것도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본인이 인정했는지 이 부분일 것 같은데요.
◆황근주: 경찰이 추궁을 시작하자 생각보다 허무하게도 친구는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친구는 아내의 집에 놀러 가서 먼저 아들을 작은 방으로 불러서 보자기로 목을 졸랐고, 아들이 숨을 쉬지 않자 벽장에 쑤셔 넣었지만 아들이 다시 숨을 내뱉는 걸 발견하고 끄집어내서 목과 가슴을 발로 밟아서 살해했고요. 이어서 아내에게 깜짝 쇼를 준비했다면서 얼굴에 치마를 덮어씌우고 10개월 된 딸을 안게 한 다음에 방문 쪽으로 유인해서 빨랫줄 올가미로 아내의 목을 졸라서 살해했습니다. 아내는 죽을 때까지도 아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별다른 반항도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는 위틀에 빨랫줄 올가미 자국이 남을까 봐요. 페트병을 잘라서 위틀에 씌운 상태에서 범행했는데요. 고무장갑을 끼고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빨랫줄 자국이 손바닥에 남아 있어서 자꾸 소매로 손을 가리고 경찰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아내가 쥐고 있던 종이는 그 페트병에 붙어 있던 라벨지 조각으로 밝혀졌습니다. 10개월 된 딸 때문에 반항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팔을 뻗어서 페트병 라벨을 긁어내는 거였다는 거죠. 곧이어 친구는 10개월 된 딸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서 목을 졸랐는데요. 이번에도 아기가 숨을 멈췄다가 다시 쉬니까 아들과 마찬가지로 발로 밟아서 살해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친구가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요. 증거를 찾아볼 테면 찾아봐라. 법률적으로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유죄 판결을 할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아마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라면서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원화: 진짜 어이가 없네요. 진짜.
◆황근주: 근데요 그 동창생 친구의 당당함도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이 동창생 집에 찾아가 보니까요. 증거가 차고 넘쳤던 그런 상황으로 봐야 될 정도였습니다. 동창생은 사건이 일어나기 몇 개월 전부터 사건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그 계획한 내용을 전부 기록으로 남겨뒀는데요. 그 기록이 발견된 겁니다. 그 기록을 보면 동창생이 어떻게 범행을 할 것인지 어떤 도구를 쓸 것인지 그림까지 그려뒀습니다. 결정적으로 위틀에 끼워뒀던 페트병이 동창생 집에서 발견이 됐습니다. 동창생의 자백에 따르면 범행 계획은 이미 몇 달 전에 세워뒀지만요. 실행에 옮기려다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 라면서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아니 우발적인 것도 아니고 몇 달 전부터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다는 건데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황근주: 동창생과 아내가 학창시절 단짝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창생이 남모르게 아내를 좀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까 아내는 남편과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는데요. 동창생 자신은 미혼인 데다가 취업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자존심을 크게 건드린 것 같습니다. 특히 동창생은 남편에게 당신같이 좋은 남자가 너무 일찍 결혼했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범행의 동기가 단순히 자격지심이나 자존심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이원화: 그런가요? 근데 여기 친구의 남편이라는 사람과 불륜 관계가 있었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황근주: 네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놀랍게도 동창생과 남편이 서로 불륜 관계였고 동창생이 아내를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으려는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편은 처음에는 불륜 사실을 부정했는데요. 서로의 문자 내역, 특히 남편과 동창생이 성관계를 나눈 날짜까지 밝혀지면서 종국에는 불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원화: 수사를 하던 형사분들의 눈썰미, 그리고 감이 없었다면 자칫 미제가 될 뻔했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황근주: 동창생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경찰관의 직감이 결국 이번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겁니다. 그걸 바탕으로 수사가 시작이 된 거니까요.
◇이원화: 재판에 넘겨졌을 텐데 치밀한 계획에 이 정도 잔인함이라면 변호사님께서도 검찰에 계셨습니다만 검찰에서 당연히 사형 구형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황근주: 검찰은 일가족을 몰살한 범행의 잔혹함이라든지 어린 아이들을 발로 밟아 죽인 잔인함이라든지 수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동창생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이원화: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죠?
◆황근주: 다만 법원은 동창생이 평소에 우울증을 앓았다는 등의 사정을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이에 따라서 현재까지 복역 중입니다.
◇이원화: 복역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가석방 가능성도 혹시 있을까요?
◆황근주: 무기징역형의 경우에는 20년이 경과하면 가석방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가석방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만 가석방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수용되어 있는 수용시설에 분류처우위원회에서 가석방하기에 충분하다는 결정을 받아야 되고요. 이걸 통과하면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또 심사를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대상자의 범행 동기가 중요하게 참작이 될 텐데요. 이 사건과 같은 경우라면 가석방이 될 거라고 쉽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원화: 이미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보도를 통해 전해진 사건 내용들을 보면 숨진 B 씨도 그렇고 B 씨의 아이도 A씨를 이모라고 부르면서 굉장히 따랐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런데 자신의 비뚤어진 질투 시기로 3명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게 정말 화가 나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황근주: 동창생 A 씨가 아이들을 보면서 또 친구인 B 씨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감히 말로 하기가 무섭습니다. 또 B 씨와 아이들은 A 씨의 생각도 모른 채 오랜만에 만난 절친이라고 생각하고 지냈을 텐데요. 피해자들의 그 마음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