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시간 : [월~금] 06:40, 12:40, 19:40
  • 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사건파일

무기수 김신혜의 이례적 재심, 23년 전 고모부가 정말 자백을 강요했을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4-11-28 17:39  | 조회 : 255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28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저 사람이 하는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구분하는 능력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 말입니다. 지난 2001년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피해자의 큰딸 김신혜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신혜 씨는 재판 과정 내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죠. 복역 중에도 나는 죄가 없다 억울하다며 노역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처음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을 때 신혜씨는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자백했었다는 점입니다. 신혜 씨는 왜 살인을 자백해 놓고 갑자기 억울하다며 180도 다른 진술을 하게 된 걸까요?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남동생을 접견한 이후 신혜 씨는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 자백할 이유도 사라졌죠. 그렇게 결백을 주장했습니다만, 끝내 신혜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것이었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혜 씨는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무기수로서는 처음으로 재심을 받게 됐는데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이정민 변호사(이하 이정민)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국내 사법 역사상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장기 복역 중인 무기수가 재심을 받는 게 이번 사건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 이정민 : 네 재심 자체도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기도 하고요.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가 있었는데 재심 사건의 45%는 원래 형사 처벌 조항이 위헌이 결정 나서 다시 해야 되는 경우고 과거사에 대한 재심은 전체의 8%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무기수,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지금도 복역 중인 사람에게 재심이 이루어진 건 이번이 헌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이원화 :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차근히 처음부터 짚어볼까요?

◇ 이정민 : 네 2000년 3월 7일 새벽 5시 50분 전라남도 완도군의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로 발견됩니다. 그 남성은 버스 정류장에서 불과 7km 떨어진 곳에 사는 지체장애 3급의 김 씨였는데요. 사건 현장에는 현대 마르샤 그러니까 이제 소나타의 다른 이름인데 소나타의 라이트 조각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처음에 그 소나타 차량이 김 씨를 추돌한 뺑소니 사고 정도로 인지했었다고 해요. 근데 뺑소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했던 부분이 있었던 거죠. 김 씨에게는 외상이나 출혈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국과수에서 김 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는데 혈중알코올농도는 0.3%가 넘었고 수면 유도제인 독시라민이 검출됩니다. 결국 수면유도제를 술에 타 먹이고 살해한 다음 버스 정류장에 김 씨의 시신을 유기했던 거죠.

◆ 이원화 : 용의자가 바로 나왔나요?

◇ 이정민 : 경찰은 사고 접수 후 이틀 뒤에 김 씨의 큰딸 김신혜 씨를 용의자로 보고 전격 체포합니다.

◆ 이원화 : 왜 친딸을 용의자라고 특정한 거죠? 사이가 혹시 안 좋았나요?

◇ 이정민 : 체포 당시에 김 씨와 김신혜 씨 사이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걸로 보이는데요. 다만 김신혜 씨가 용의자가 됐던 거는 본인이 자백했기 때문입니다. 김신혜 씨는 사건 2개월 전 김 씨가 자신의 이복 여동생을 강간했다. 자신도 중학생 때 김 씨에게 성추행 당한 것이 기억나서 살인을 결심했다라고 진술했었습니다. 집에서는 김신혜 씨가 살해 계획을 정리한 것으로 볼 만한 수첩도 발견 됐었고요.

◆ 이원화 : 계획 범죄로 보이는 부분이긴 하네요.

◇ 이정민 : 김신혜 씨는 거기에 더해서 자신은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해서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살해하였다고 진술했었습니다. 살해 동기도 있을 법한 수준이었고요. 무엇보다도 김신혜 씨의 그 자백 있잖아요.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 이 자백을 들었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김신혜 씨의 고모부라고 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사실 처음에 김 씨가 사망했을 때 그 신고를 한 것도 고모부였습니다.

◆ 이원화 : 그래요 근데 이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다는 거 보니까 신혜 씨가 고모부라는 사람을 굉장히 믿고 따랐나 보네요.

◇ 이정민 : 그렇죠 근데 김신혜 씨 입장에서는 여기서부터 이렇게 꼬였던 건데요. 사실 이렇게까지 고모부를 믿으면 안 됐었어요. 김신혜 씨는 사실은 고모부로부터 니 남동생이 너희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이 감옥을 가기 위해 자수를 했던 거거든요. 근데 더 황당한 건 그다음의 일이었던 거죠.

◆ 이원화 : 뭐 때문이죠?

◇ 이정민 : 그 김신혜 씨의 남동생 그러니까 고모부가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 라고 이야기했던 그 남동생은 반대로 이야기합니다. 고모부가 누나가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누나를 걱정했었다고 해요.

◆ 이원화 :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 이정민 : 배후에는 고모부가 있었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김신혜 씨도 그렇게 생각해서 경찰이 현장 검증을 할 때부터 갑자기 말을 번복합니다. 아버지가 성추행을 했을 리도 없고 이 사건의 뒤에는 고모부가 있으며 나는 결백하다 라고 새로 주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 이원화 : 그러게요. 고모부가 동생이랑 누나랑 서로 이간질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 이정민 : 경찰, 검찰 1심, 2심, 3심의 대법원까지도 김신혜 씨의 주장은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었습니다. 김신혜 씨는 존속 살해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요. 대법원에서 그 형은 확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고모부라는 사람에 대한 조사는 없었나 보죠?

◇ 이정민 : 있기는 있었는데요. 이 사람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건 뒤에 있는 혐의자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김신혜 씨가 당신 신고 내용과 다르게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이 참고인으로서 물어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고모부는 여전히 ‘아 그 김신혜 씨의 말은 거짓말입니다. 나는 김신혜 씨의 자백을 들은 게 맞습니다.’ 라고 주장을 했었고요. 이 주장은 대법원까지 모두 받아들여졌었습니다.

◆ 이원화 : 아무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건 본인이 진술을 뒤집었다고 해도 신혜 씨를 범인으로 볼 만한 강력한 다른 증거들이 있었던 건가요?

◇ 이정민 : 김신혜 씨가 일단 자백하고 밖에서도 자백 했었다 라는 이제 고모부의 진술도 있었다. 이 부분이 가장 크기는 했었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아니었는데요. 그 외에도 아버지 명의로 보험을 8개나 들었다거나 김신혜 씨의 수첩이 발견되었다거나 아버지의 시신에서 독시라민이 발견됐었는데 김신혜 씨가 밥그릇에 수면제를 갈았다라고 했던 진술이라든가 김신혜 씨가 직접 범행을 재연했다던가 하는 사정들도 있었으니까 증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게 모두 잘못된 증거들이었다라고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거죠.

◆ 이원화 : 그게 무슨 말이죠?

◇ 이정민 : 김신혜 씨는 계속해서 아까 말한 증거들이 전부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2001년부터 노역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교도소 노역을 거부하면 가석방 감형, 귀휴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김신혜 씨는 그걸 감내하고서라도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끊임없이 메모로 남겼던 건데요. 당시에 복역수들은 노트를 한 권만 소유할 수 있었고 새로운 노트를 받으려면 기존의 노트를 모두 파기하여야 했었는데 김신혜 씨는 해당 내용을 속옷이나 양말에 적어가면서 모두 기록으로 남겨놨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법률구조단에 수사 과정,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라고 도움을 요청을 했었습니다. 대한변협이 해당 사건의 위법성을 확인하고서 법률적 지원을 결정하고 김신혜 씨는 대한변협의 도움을 받아 2015년 1월에 재심을 청구하게 됩니다.

◆ 이원화 : 당시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혹시 뭐 밝혀진 게 있나요?

◇ 이정민 : 네 그것도 사실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었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던 증거가 없지는 않았다라고 하는 걸 하나씩 말씀을 드리면 김신혜 씨의 수첩이 집에서 발견됐었잖아요. 이게 영장 없이 압수수색한 위법 수집 증거였었습니다. 그 외에도 김신혜 씨 주장에 따르면 폭행, 가혹 행위를 통해서 자백이랑 범행 재연을 강요받았다라고 주장을 하게 되고요. 보험을 8개에 들었다라고 했었는데 아버지 사망 당시 8개 중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었어요. 남은 5개도 보험 가입 후 특정 기간 내에 사고가 발생하면 보장하지 않습니다 라는 약관들이 있잖아요. 그 5개도 모두 가입 후 2년이 지나지 않아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던 거죠. 수면 유도제 독시라민의 양도 문제가 좀 있었는데 그 당시 경찰이 발표했던 것은 김신혜 씨의 아버지가 수면 유도제 30알을 복용해서 살해당했다라고 했지만 법의학적으로 수면 유도제 치사량은 약 100알 정도라고 보통 알려져 있거든요. 그리고 부검 결과에서 김 씨에게 약물을 복용하게 했던 흔적도 특별히 없었고 김신혜 씨가 재현했던 그 밥그릇에서도 사실은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 이원화 : 도대체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재심 결정이 내려졌죠. 변호사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재심 결정이 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 이정민 : 그렇죠 사실은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사정 변화가 있다는 게 현실적이지도 않고요. 실제로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었구나 라고 법원이 인정해 주는 경우도 사실 잘 없으니까요. 재심 개시 결정은 재심 신청 대비 30%도 안 되거든요. 어쨌든 2015년 1월에 김신혜 씨는 대한변협 도움을 받아서 재심을 청구합니다. 다행히도 광주지방법원은 그 재심 청구를 인용하고 본격적인 재심 절차를 시작한다 라고 선언을 했었습니다. 이후 재심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공판이 진행이 됐고요. 저번 달 10월 21일에 변론이 종결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인 12월 18일에 이 재심에 대한 판결이 선고됩니다.

◆ 이원화 : 뭐가 진실이고 아닌지를 저희가 판단할 수 없겠습니다만 만약 억울한 옥살이였다고 하면 그 세월이 무려 23년이거든요. 검찰은 유죄 인정 증거가 충분하다 이런 입장일 것 같아요.

◇ 이정민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재심 청구 자체가 부당하다고 사실은 2015년 1월에 김신혜 씨가 재심 청구했을 때부터 계속 그 청구는 부당하다고 다투기도 했었습니다. 검찰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고모부의 말은 믿을 만하다. 김신혜 씨가 먼저 자수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강압 수사는 없었다. 수면유도제 30알로 사망할 수도 있다. 남은 5개의 보험금 수령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이런 주장이었는데요. 이거는 아까 말씀을 드린 것처럼 좀 다퉈볼 여지가 남아 있을 겁니다. 다만 김신혜 씨한테 불리한 건이 하나 남아 있는데 검찰 쪽 주장에 따르면 김신혜 씨만이 사망 추정 시각에 알리바이가 없다 라는 일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아마 주요 쟁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원화 : 이것도 가정입니다만 만약에 김신혜 씨가 무죄를 받고 당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밝혀진다면 당시 수사했던 인력들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요?

◇ 이정민 : 뭐 실체적 진실이야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수사 과정의 위법성이 정말 명백하게 드러난다면 그 수사관들은 형사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게 되겠죠. 불법 체포감금죄, 직권남용죄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죄목들의 공소시효는 보통 7년이고요. 지금 아시다시피 23~24년이나 지난 사건이다 보니까 이 수사관들의 형사 처벌을 하기는 조금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범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아마 이 수사관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나 손해배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심에서 승소하는 순간 민사상의 소멸시효는 부활하게 되거든요.

◆ 이원화 : 그런데 그렇게 되면 살해한 남성, 그러니까 신혜씨의 아버지를 누가 죽였냐 이건 미제로 남게 되는 겁니까?

◇ 이정민 : 비슷한 사건으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서 장기간 복역했던 사례를 우리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당시처럼 다른 범인이 자백하는 상황이 생기거나 사실은 수사기관이 그 당시에 잠정했던 다른 용의자가 있었다거나 이런 사정들이 드러날 수도 있겠습니다. 재심에서 아마 해당 부분도 같이 다뤄질 수 있을 것 같으니 그 선고 결과를 같이 잘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억울한 사정이라고 한다면 이 억울함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야 끝까지 기억될 수 있을 테니까요.

◆ 이원화 : 사건 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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