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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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고령층 '조건부 운전 면허' 검토에 "늙으면 운전 금지냐" 반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4-05-26 00:31  | 조회 : 443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5월 2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지난 한 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노인 교통 안전에 관련된 내용을 준비하셨다고요?

◆ 선정수 > 네. 최근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내놨는데요. 여기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정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 최휘 > 관련 내용부터 알아보죠.

◆ 선정수 >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지난 20일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처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고령 운전자 자격 관리’라는 제목 아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 고령자 운전 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 능력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하는 연구용역도 올해 안에 마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었습니다. 국토부는 고령자 운전 능력 평가 도입 시기를 올 9월로 잡았고 합니다. 현재도 65∼69세 버스·택시 운전자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지만 통과율이 100%에 육박해 실효성 논란이 있는 만큼 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 최휘 > 그런데 반대가 많았다고요? 

◆ 선정수 > 네. 일단 당사자인 노인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2022년 기준 438만 7358명인데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든 운전자가 사고를 내는 것 아니지 않느냐 이런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노인이 교통사고를 내면 굉장히 주목도가 높고, 언론에 보도도 많이 되면서 실제 이상으로 위험이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 뭐, 이런 주장도 있습니다.

◇ 최휘 > 그럼 오늘 확인해야 할 주제가 나왔네요. 노인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 이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보면 될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네. 맞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2022년 기준 연령대별 가해사고 통계를 보면요. 65세 이상은 3만 4652건의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1세부터 60세까지가 4만 4581명으로 사고 건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치면 노인들이 전 연령대 중에 두 번째로 사고를 많이 내는 연령대라고 인식이 되겠죠. 연령대별로 인구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 연령대에서 발생한 사고가 많다, 그러니까 이 연령대가 사고를 많이 낸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과학이 아니죠. 그래서 연령별 운전면허 소지자와 사고발생 건수를 종합해서 분석해 봤습니다.

◇ 최휘 > 단순히 숫자만 따질 게 아니라 비율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네요.

◆ 선정수 > 앞서 말씀드린대로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438만 7358명입니다. 이 연령대 가해사고 발생건수는 3만 4652건이니까. 운전자 10만 명당 790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운전면허 보유자는 3413만 3763명이고, 전체 가해사고 건수는 19만 6836건이니까 운전자 10만 명당 가해사고 발생 건수는 577건입니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성향이 전체 운전자보다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그럼 65세 이상 운전자가 고위험군이라고 이야기하면 틀린 건 아니군요? 그런데 어르신들은 굉장히 억울해하실 수 있어요. 초보운전자나, 음주운전자, 혈기 왕성한 나이 어린 운전자들보다 노인들이 더 얌전하게 운전한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미국에선 16~19세 사이 젊은 운전자들이 실제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충돌사고를 가장 많이 낸다고 알려졌습니다. 노화에 관한 오해에 대해 팩트체크를 시도한 <노화, 그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 책인데요. 국내에도 번역돼서 소개됐습니다. 이 책에선 "사람들이 흔히들 이렇게 생각한다.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교통사고를 내기 쉽기 때문에 노인들이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작 운전자들이 조심해야 할 대상은 16~19세 사이 젊은이들이다. 실제로 주행 위반을 하거나 충돌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이들은 그들이다."라고 밝힙니다. 미국 전체 운전자 중 19세 미만 젊은이들의 비율은 4.9%였고, 이중 12.2%가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반면 75세 이상의 노인 운전자 비율은 6.5%였는데, 교통사고율은 3.3%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최휘 > 미국에선 노인이 19세 미만 젊은이보다 사고를 덜 낸다는 말인데요. 우리나라 상황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16~20세 인구는 2022년 기준 53만 6334명입니다. 우리나라는 만 16세 이상부터 125cc 이하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원동기장치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요. 자동차면허는 18세 이상부터 딸 수 있고요. 16~20세의 교통사고 가해사고 발생 건수는 6508건이었습니다. 운전면허 보유자 10만 명당 1213명 꼴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셈이죠. 65세 이상은 790건이고, 전 연령대 합산은 577건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노인들이 전 연령대와 비교하면 1.36배 더 많이 교통사고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16~20세는 2.1배 더 많이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이고요. 노인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성향이 전 연령대에 비해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은 16~20세 젊은이들이 노인보다 더 사고 성향이 강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 그렇다면 16~20세 연령대에서 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으니까 운전면허를 제한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겠네요?

◆ 선정수 >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연령차별이죠. 노인들도 사고발생 성향이 강하지만 일괄적으로 이 연령대 이상은 운전면허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정말 운전을 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전을 하면 다른 사람을 해칠 가능성이 큰 부류인데요. 반사신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든지,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든지, 자동차를 흉기로 사용했다는지, 이런 분들을 걸러내고 운전을 제한해야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 되겠죠.
그리고 대중교통이 촘촘하지 않은 대도시 이외 지역에선 운전을 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곳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런 곳에 거주하시는 분들 연령대가 굉장히 높기도 하고요. 일률적으로 나이 기준을 정해서 운전면허를 박탈한다면 이런 분들은 생계를 이어 나기가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 최휘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고요?

◆ 선정수 > 한 전 위원장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보도에 나온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참고자료를 내고 "조건부 운전면허는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청은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말까지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능력 평가 방법 및 조건 부여 등에 관한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검토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최휘 > 운전을 해서는 안 될 분들이 운전대를 잡지 않도록, 충분히 운전하실 수 있는 분들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은 지역에선 운전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곳들이 있단 말이죠?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서울이나 광역시 정도되는 대도시가 아니면 대중교통이 굉장히 불편합니다. 대중교통편이 아예 없는 곳도 상당수 있고요. 그런데 지역 주민들 가운데 노인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운전을 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곤란한 분들이 많죠. 농자재 사와야 되고, 농산물 수확한 것 내놔야하고, 장도 보러가야 하고, 병원도 가야하는데요. 이동수단이 자차를 운전하는 것 밖에는 없는데. 65세 이상이라고 운전을 못하게 하면 막막한 입장이 되는 거죠. 그래서 운전이 어려운 특정 상황에선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겁니다. 야간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은 야간 운전을 제한하고, 장거리 고속 운전에 취약하신 분들은 고속도로에 올라갈 수 없고, 해당 지역에서만 운전할 수 있도륵 운전 조건에 제약을 두는 것이죠.

◇ 최휘 > 이미 이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도 있다면서요?
 
◆ 선정수 >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에서는 다른 연령에 비해 고령의 운전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70세 이상 운전자는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습니다. 여기에는 의료 진단에 따라 주행능력 평가도 치러야 합니다. 지역 주행시험을 거쳐 거주지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제한면허 제도도 있습니다. 일리노이주의 경우에는 75세 이상은 4년, 81세에서 86세 이상은 2년, 87세 이상은 매년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70세 이상은 고령자 강습을 수강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와 운전기능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2022년에는 비상제동장치가 탑재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한정면허도 신설됐습니다. 호주에선 75세 이상 운전자는 매년 운전이 가능한지 검사하는 의료 평가와 운전실기 평가를 모두 받아야 면허증 갱신이 가능합니다. 운전자에 따라 지역 내 운전으로 제한된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75세 이상부터는 2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이때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도로안전시험을 통과해야 운전이 가능합니다. 

◇ 최휘 > 지금도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잖아요? 잘 되고 있나요?

◆ 선정수 > 네. 도로교통법은 운전면허 보유자가 운전면허의 효력을 없앨 목적으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선 지자체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2022년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438만 7358명 가운데 자진 반납자는 11만 2942명으로 반납률은 2.6%에 불과했습니다. 해마다 2% 내외의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고 있는데요.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스스로 반납하면 지자체별로 교통카드 또는 지역화폐, 현금 등으로 약 10만 원~30만 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 보니까 운전을 꼭 해야 하는 노인들이 선뜻 반납을 할 수가 없는 것이죠. 

◇ 최휘 > 앞으로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날 텐데요. 노인들이 자립생활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운전도 일상생활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요. 뭔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 선정수 > 네, 노인들이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장거리 이동도 마찬가진데요. 자율주행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기술 발달에 맞춰 노인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실제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최근 주행 보조 장치 이런 게 좋아져서 어르신들도 장치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운전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고 있거든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급발진 사고도 소비자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 최휘 > 노인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 움직임과 노인 운전은 위험한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그에 맞춰 안전히 운전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 선정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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